山行..그리움따라/아! 지리산

대원사계곡길 (대원사 시외버스주차장-소막골 철다리-데크로-대원교-대원사일주문-대원사-방장산교-용소-새재갈림길-유평마을-가랑잎 초등학교. 왕복 7㎞, 3H).

산꾼 미시령 2020. 7. 13. 20:41

조개골(朝開谷)’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한라산(1950)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높은 지리산(1915)이니

지리산은 수 많은 계곡이 흘러내린다.

 

잘 알려진 계곡으로도 칠선· 백무동· 뱀사골· 피아골· 쌍계사· 대원사계곡...

오래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들었던 대성골, 빗점골 등등 또 다른 계곡 이름이 있는데

조개골(朝開谷)’.... 지리산에 조개 잡히는 곳이 있는가 했다.

 

  지리산 천왕봉-중봉에서 동쪽으로 푹 패인 골짝이 조개골(朝開谷)’이다.

아침을 여는 계곡그러니 동쪽에 있다. 그러므로 조개골에서 발원한 대원사계곡은

지리산에서 가장 먼저 아침이 열린다. 계곡이 넓고 물이 많다.

 

  그러나 아픈 계곡이다. 지리산 어느 계곡은 안그러랴만 역사의 소용돌이 시절마다

수 많은 피를 흘렀다. 이 일대는 마음을 아리게 하는 최근 사건이 있다.

IMF시련이 한창이던 1998년 여름, 이 곳에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지리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집채만 한 물 폭탄이 계곡을 덮쳤고,

당시 야영 중이던 피서객 수십명이 떠내려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 사고로

지리산에서만 78명이 사망했고, 전국적으로는 324명이 실종, 사망했다.

 

이제는 이 아픈 사건을 비롯하여 상흔은 잊혀져 가고 거거기에 아름다운 데크길이 생겼다

대원사계곡길,,,,

 

궂은 비 내리던 날,,,

홀연히 거기를 걷는다

 

▲대원사계곡길 주차장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241)

비는 오는데 승용차, 산악회 버스가 즐비합니다.

 

▲멋진 랜드마크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왕복7K...

대원사계곡길은 그렇게 시작되고.

 

▲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문주,

설레는 마음으로 그 길을 시작했지요.

 

▲예쁜 탐방지원센터에서

자료도 얻고.

 

▲좌측 철교를 건너면 소막골 야영장,

계곡길은 우측으로 갑니다.

 

▲수 많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도

궂으비 내리던 날, 그 계곡은 여전합니다.

 

▲대원사까지는 2.2K,

천천히 50여분이 걸리고, 유평까지는 3.5K.

 

▲기암괴석을 감도는 옥류소리,

울창한 송림, 활엽수림을 스치는 바람소리.

 

▲ 그리고 아름다운 새 소리에,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까지 어우러진

대자연의 하모니.

 

▲ 유홍준은 '남한 제일의 탁족처'라고 이 계곡을

말하면서.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구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 볼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랴'

그랬습니다.

 

▲ 그러나 오늘은 장마철 물이 너무 많고

우람한 계곡물 소리와 비오는 선선한 날씨는

탁족의 마음은 전혀 없었으니....

 

▲대원사 계곡은 우리민족의

아픈 근.현대사의 현장입니다.

 

▲농민항쟁, 동학혁명

그리고 실패한 개혁가들이 숨어들어

화전을 일구며 때를 기다리던 곳.

 

▲ 한국 전쟁전후의 동족간의 이념전쟁...

그 와중에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계곡(골)으로 들었고.

 

▲ 그 계곡으로 들었던 이들은 살아서는

나올 수 없던 아픈 역사...

그래서 '골로간다'는 말은 오늘도 죽음을 의미하지요.

.

 

▲그렇게 맹세이골 입구를 지나면

'대원교'를 만납니다.

 

▲ 이 대원교부터 대원사까지의

풍경이 압권인듯합니다.

 

▲섬처럼 생긴 위험한 곳에서

숱한 홍수를 견디며 모질게 살아온 소나무, 참나무...

절이라도 하고픈 경외스러움,

 

 

▲그렇게 올라서면

'방장산 내원사(方丈山 大源寺)'

일주문을 만납니.

 

 

▲중국의 삼신산을 본따 한라산을 영주산,

지리산방장산, 금강산은 봉래산이라 칭하면서

 한반도의 삼신산으로 불렀지요.

 

▲ 지리산(智異山)은

 동서길이 50㎞, 남북길이 32㎞, 둘레 약 320㎞인데

 

백두산의 맥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 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頭流山) 이라고 불려지기도 하고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의미를 빌어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하지요.

 

▲숲과 숲 사이로

이어지는 트레킹 길.

 

▲ 푸른 소와 담의 맑은 물소리는

청량감을 전해 주고.

 

▲먼 태고적 신비감을 더 해줍니다.

 

▲ 신라 24대 진흥왕년(548년)에

연기조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는 대원사.

 

▲ 대원사는 돌아오면 돌아보기로 하고

스쳐갑니다.

 

▲숲속 휴식처 '휴림'에는

비를 피해 한 잔하는 이들이 인산인해.

흑임잣죽이 유명하다는데...

 

▲ 고향 논두령에 있던 메꽃...

문득 아득한 고향,  그리움이 빗소리와 함께 이어지고.

 

▲ 여기서 유평마을은 1.5K,

하늘아래 첫동네 새재는 5.5k를 가야합니.

 

▲ 튼튼하게 놓인 방장철교,

그 밑 작은 돌 위에 비를 피해 앉아

'봉지' 커피 한 잔을 하고.

 

▲냉장고 속을 걷는 듯

계곡길은 시원하고 뱀처럼 흘러가는 계곡은 청량했지요.

 

▲어느시절 흐르던 물에 장애물이 걸렸고

흐르던 물이 돌고 돌아 수억년....

그렇게 '돌개구멍'은 생성되고

 

▲그 구멍은 지친 나그네의 탁족처로,

음식물 보관 냉장고로, 그렇게 쓰였답니다.

 

▲ IMF경제 위기 시련이 한창이던 

1998년 여름,

이 계곡에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쳤습니다.

 

 

지리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집채만한 물 폭탄이 계곡을 덮쳤고,

 

당시 야영 중이던 피서객

수십명이 떠내려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이 사고로 지리산에서만 78명이 사망했고,

전국적으로는 324명이 실종, 사망했습니.

명복을 빕니다.

 

▲일제강점기의 송진채취는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고.

 

▲ 그 아픔은 이 계곡까지

역사가 되었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우렁차진 계곡소리.

 

▲시 한귀절 떠오릅니다.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어느 날 당신과 내가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1979년에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가 되었지요.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는다면

추운 골목과도 같은 이 세상을 견딜 수 있으리'.

 

▲ 그 정치적 사회경제적으로로 아팠선 시절

그  어떤 한랭의 기류도

우리의 사랑을 춥게 할 수 없으니....

 

한 슬픔이면서 한 그리움인 내가

한 슬픔이면서 한 그리움인 당신을 만나

한 폭의 꿈을 비단처럼 엮을 수 있다면...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서로가 서로에게 눈부처가 된다면.

날줄과 씨줄인 당신과 내가 그처럼 만난다면...

 

▲이 계곡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뭇 영혼을 위로하는 시인듯 하단 생각도 했지요.

 

▲ 철교를 건너고, 끝없는 데크길을 걸으며

국력이라는거, 그 시절의 희생들로 오늘의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그런 고마움도....

 

▲용소...

100년 동안이나 용이 살았답니다.

 

전설을 품은 용소는

푸른 물감을 담아 놓은 항아리처럼 뵈는

 자연이 빚은 대원사계곡의 가장 큰 돌개구멍입니다.

 

▲지리의 천왕봉-중봉-하봉은

쑥밭재-새재-왕등재-밤머리재로 하여

웅석봉으로 흐르는데.

 

▲이어진 산자락마다 작은 골들은

 신밭골, 조개골, 밤밭골로 물줄기를 모으고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며 수량을 더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가랑잎 초등학교'를 만납니다.

이름이 예쁜학교,

영화에 나오는 산골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1960년대엔 100명이 넘었다는 이 학교는

1994년 삼장초교와 통합되어 폐교되었고

2003년 산청유평학생야영수련원이 되었습니다.

 

▲'해님이 누고 간 똥' 이라는 시집을 낸 정세기라는 시인은

가랑잎 초등학교라는 시를 썼지요.

 

▲유평리는 유평, 외곡, 삼거리, 중땅, 아랫새재, 윗새재등

6개마을을 총칭하는 행정구역이라고....

 

▲거기에는 산채비빔밥을 파는 식당들도 있고...

이럴줄 알았으면

빈 배낭으로 올 것을 그랬지요.

 

▲새재까지 가보자고 계획했지만

거의 4K를 더 가야하고....

 

▲빗 줄기는 더욱 세차지니

그냥 여기에서 되돌아 가야겠습니다.

 

▲여기서 치밭목-중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데.

어느시절 중산리- 천왕봉- 치밭목-여기 유평으로 내려오는 길은

참 멀고 고된 길이었지요.

 

▲취나물이 많다하여 치밭목이 된 대피소는

새로 신축되었고, 그 중간에는 공기가 너무좋아

재채기를 하지 않는다는 무재치폭포가 있습니다.

 

▲겨우 마을 회관 처마밑에 피를 피할 수 있어

거기서 요기를 하고 유평을 떠납니다.

 

▲자연은 이 돌을

계속 굴려 가겠지요

몇 백년, 몇 천년동안...

 

▲돌아오는 길...

처음본듯 풍경은 더욱 새롭고.

 

▲이 다리를 건너면

대원사.

 

▲방장철교를 건너면서도 자꾸 셔터를 누르게되는

아름다움.

 

▲방장산 대원사를

드릅니다.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9년(548년) '평원사'로 창건되었으나

수 많은 변고 끝에 천년동안 폐허로 남았다지요.

 

▲ 조선 숙종 11년 새로이 중건되었으나

여러번의 화재와, 근세의 여순사건, 한국전쟁등으로

또 다시 폐허로 방치되다가.

 

▲ 1955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건에 중건를 거듭하여

전통사찰(81호)로 지정되고, 대원사 일원은 경남기념물 114호로 지정.

 

▲울주의 석남사, 예산의 견성암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이 되었답니다.

 

▲대웅전 앞의 파초가 서럽게 다가오고.

청정 비구니 도량답게 소나무, 대나무로 둘러쌓인

아담한 경관.

 

▲원통보전도 정갈하게 놓였고.

 

▲ 흔히 거대함과 웅대함으로 소림사 같지 않은

창녕의 관룡사같은 아담함이

정감 넘치는 사찰인듯합니다.

 

▲ 우리나라 산사들은 어쩌면 이리

좋은 자리에 자리잡아 있을까?.

 

▲산왕각 오르는 길도 아름답고

그 아래 장독들이 비구니스님들의

파르라한 머리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니...

백두대간 산자락을 조망하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마냥 그 자리 앉음이 인생적이었지요.

 

▲흔히 삼층석탑인데 여기는 '다층석탑'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보물 제1112호 입니다.

 

▲일종의 타악기인 반자도

경남 유형문화재 362호.

 

▲인도의 토착신들을 그린 신중도

경남유형문화재361호입니다.

 

▲ 오를 수 없는 예불 시간인데

발소리를 죽여가며 보물을 봐야겠기에

..그러나 끝낸 요사채에 있다는 추사의 글씨는 찾지를 못하고.

 

▲  추사의 글씨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다

그냥 돌아섰습니다.

 

▲ 가람 배치도,

싱싱한 파초...

김동명이던가요 '파초의 꿈'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은 가련하다.

.....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

 

▲대원사를 나서며

계곡길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받은 행복감.

 

▲이만하면 위에서

다 언급한 내용인듯합니다.

 

▲다시는 이 나라와 이 계곡과

대원사에 변고가 없이 평화로운 일상의 행복이 이어가기를..

 

▲다시 일주문 곁을 지나며

한참을 서서 움직일 줄 모르는 경이로운 풍경.

 

▲아름다운 나무들을 살려 데크길을 조성한

정성을 고마워도 하고.

 

▲거기서 비맞은 남정네 셋이 사진을 부탁합니다.

예쁜 여성이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생각도 했지요.

 

▲ 이 풍경에 눈내린 겨울이라면,

노랑섞인 연두의 봄이라면

아니 만산홍엽의 가을이라면....

 

▲다시 대원교를 지납니다.

대원교를 건너면 좌측으로

'맹생이 골' 1.8K의 탐방로가 조성되었는데...

 

▲1.8K,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을건데

거기를 스칩니다. 아쉽게

거기에는 숲을 굽던 장소, 집터, 주막터...

 

▲13명이나 살았다는 작은 초가집도 있고

스님들의 마지막 이승 길

다비장 터도 남아있다는데...

 

▲어느시절 다시 여기를 찾을 때

꼭 다녀와야겠습니다.

 

▲예쁜 화장실을 드니 만나는 작은 글씨

퍽 예쁜 디자인이라 생각이 들고...

 

▲'남자가 흘러야 하는건 눈물만이 아니죠'

그렇게 나이든 사람들을 기죽이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워...

 

▲소나무와 활엽수의 싸움터...

생물학적 이론은 분명하지만

이 아름다운 숲을 그리 보지 말자고 ...

 

▲다시 탐방센터 입구를 도착합니다.

더욱 세차진 비..

그러나 마음은 벅차고.

 

▲다시봐도 참 아름답게 잘 만들어졌다고

밤중에는 글씨가 빛이 되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

 

▲거기를 떠나려 합니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241,

대원사시외버스주차장.

 

▲그렇게 계곡의 옥류소리, 울창한 송림의 바람소리

그리고 산새들의 아름다운 소리와 더불어 걸었던

꿈같은 왕복 7K, 대원사 계곡길..

 

지리의 그리움과 함께 오래오래

가슴으로 추억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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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초등학교/장세기.

 

이름만으로도 좋아라/

지리산 중턱의 가랑잎 초등학교/

더덕 순같이 순한 아이 셋과 선생님 한분이/

달디단 외로움을 나누며 고운 삶의 결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라/

 

새소리 숲에 앉아 글 읽는 맑은 음성이 고요히 퍼지는 곳/

사랑과 평화 그 순결함으로 충만하여라/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영혼의 파문 일으키고 꽃잎 피고

지는 것으로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는

그냥 사는 것이 공부가 되는 교실 밖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