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골(朝開谷)’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한라산(1950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높은 지리산(1915m)이니
지리산은 수 많은 계곡이 흘러내린다.
잘 알려진 계곡으로도 칠선· 백무동· 뱀사골· 피아골· 쌍계사· 대원사계곡...
오래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들었던 대성골, 빗점골 등등 또 다른 계곡 이름이 있는데
‘조개골(朝開谷)’.... 지리산에 조개 잡히는 곳이 있는가 했다.
지리산 천왕봉-중봉에서 동쪽으로 푹 패인 골짝이 ‘조개골(朝開谷)’이다.
‘아침을 여는 계곡’ 그러니 동쪽에 있다. 그러므로 조개골에서 발원한 대원사계곡은
지리산에서 가장 먼저 아침이 열린다. 계곡이 넓고 물이 많다.
그러나 아픈 계곡이다. 지리산 어느 계곡은 안그러랴만 역사의 소용돌이 시절마다
수 많은 피를 흘렀다. 이 일대는 마음을 아리게 하는 최근 사건이 있다.
IMF시련이 한창이던 1998년 여름, 이 곳에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지리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집채만 한 물 폭탄이 계곡을 덮쳤고,
당시 야영 중이던 피서객 수십명이 떠내려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 사고로
지리산에서만 78명이 사망했고, 전국적으로는 324명이 실종, 사망했다.
이제는 이 아픈 사건을 비롯하여 상흔은 잊혀져 가고 거거기에 아름다운 데크길이 생겼다
대원사계곡길,,,,
궂은 비 내리던 날,,,
홀연히 거기를 걷는다
▲대원사계곡길 주차장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241)
비는 오는데 승용차, 산악회 버스가 즐비합니다.
▲멋진 랜드마크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왕복7K...
대원사계곡길은 그렇게 시작되고.
▲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문주,
설레는 마음으로 그 길을 시작했지요.
▲예쁜 탐방지원센터에서
자료도 얻고.
▲좌측 철교를 건너면 소막골 야영장,
계곡길은 우측으로 갑니다.
▲수 많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도
궂으비 내리던 날, 그 계곡은 여전합니다.
▲대원사까지는 2.2K,
천천히 50여분이 걸리고, 유평까지는 3.5K.
▲기암괴석을 감도는 옥류소리,
울창한 송림, 활엽수림을 스치는 바람소리.
▲ 그리고 아름다운 새 소리에,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까지 어우러진
대자연의 하모니.
▲ 유홍준은 '남한 제일의 탁족처'라고 이 계곡을
말하면서.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구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 볼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랴'
그랬습니다.
▲ 그러나 오늘은 장마철 물이 너무 많고
우람한 계곡물 소리와 비오는 선선한 날씨는
탁족의 마음은 전혀 없었으니....
▲대원사 계곡은 우리민족의
아픈 근.현대사의 현장입니다.
▲농민항쟁, 동학혁명
그리고 실패한 개혁가들이 숨어들어
화전을 일구며 때를 기다리던 곳.
▲ 한국 전쟁전후의 동족간의 이념전쟁...
그 와중에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계곡(골)으로 들었고.
▲ 그 계곡으로 들었던 이들은 살아서는
나올 수 없던 아픈 역사...
그래서 '골로간다'는 말은 오늘도 죽음을 의미하지요.
.
▲그렇게 맹세이골 입구를 지나면
'대원교'를 만납니다.
▲ 이 대원교부터 대원사까지의
풍경이 압권인듯합니다.
▲섬처럼 생긴 위험한 곳에서
숱한 홍수를 견디며 모질게 살아온 소나무, 참나무...
절이라도 하고픈 경외스러움,
▲그렇게 올라서면
'방장산 내원사(方丈山 大源寺)'
일주문을 만납니다.
▲중국의 삼신산을 본따 한라산을 영주산,
지리산은 방장산, 금강산은 봉래산이라 칭하면서
한반도의 삼신산으로 불렀지요.
▲ 지리산(智異山)은
동서길이 50㎞, 남북길이 32㎞, 둘레 약 320㎞인데
▲백두산의 맥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 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頭流山) 이라고 불려지기도 하고
▲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의미를 빌어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하지요.
▲숲과 숲 사이로
이어지는 트레킹 길.
▲ 푸른 소와 담의 맑은 물소리는
청량감을 전해 주고.
▲먼 태고적 신비감을 더 해줍니다.
▲ 신라 24대 진흥왕년(548년)에
연기조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는 대원사.
▲ 대원사는 돌아오면 돌아보기로 하고
스쳐갑니다.
▲숲속 휴식처 '휴림'에는
비를 피해 한 잔하는 이들이 인산인해.
흑임잣죽이 유명하다는데...
▲ 고향 논두령에 있던 메꽃...
문득 아득한 고향, 그리움이 빗소리와 함께 이어지고.
▲ 여기서 유평마을은 1.5K,
하늘아래 첫동네 새재는 5.5k를 가야합니다.
▲ 튼튼하게 놓인 방장철교,
그 밑 작은 돌 위에 비를 피해 앉아
'봉지' 커피 한 잔을 하고.
▲냉장고 속을 걷는 듯
계곡길은 시원하고 뱀처럼 흘러가는 계곡은 청량했지요.
▲어느시절 흐르던 물에 장애물이 걸렸고
흐르던 물이 돌고 돌아 수억년....
그렇게 '돌개구멍'은 생성되고
▲그 구멍은 지친 나그네의 탁족처로,
음식물 보관 냉장고로, 그렇게 쓰였답니다.
▲ IMF경제 위기 시련이 한창이던
1998년 여름,
이 계곡에는 또 다른 시련이 닥쳤습니다.
▲ 지리산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집채만한 물 폭탄이 계곡을 덮쳤고,
▲당시 야영 중이던 피서객
수십명이 떠내려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이 사고로 지리산에서만 78명이 사망했고,
전국적으로는 324명이 실종, 사망했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일제강점기의 송진채취는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고.
▲ 그 아픔은 이 계곡까지
역사가 되었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우렁차진 계곡소리.
▲시 한귀절 떠오릅니다.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어느 날 당신과 내가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1979년에 발표되어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가 되었지요.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는다면
추운 골목과도 같은 이 세상을 견딜 수 있으리'.
▲ 그 정치적 사회경제적으로로 아팠선 시절
그 어떤 한랭의 기류도
우리의 사랑을 춥게 할 수 없으니....
▲ 한 슬픔이면서 한 그리움인 내가
한 슬픔이면서 한 그리움인 당신을 만나
한 폭의 꿈을 비단처럼 엮을 수 있다면...
▲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서로가 서로에게 눈부처가 된다면.
날줄과 씨줄인 당신과 내가 그처럼 만난다면...
▲이 계곡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뭇 영혼을 위로하는 시인듯 하단 생각도 했지요.
▲ 철교를 건너고, 끝없는 데크길을 걸으며
국력이라는거, 그 시절의 희생들로 오늘의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그런 고마움도....
▲용소...
100년 동안이나 용이 살았답니다.
▲ 전설을 품은 용소는
푸른 물감을 담아 놓은 항아리처럼 뵈는
자연이 빚은 대원사계곡의 가장 큰 돌개구멍입니다.
▲지리의 천왕봉-중봉-하봉은
쑥밭재-새재-왕등재-밤머리재로 하여
웅석봉으로 흐르는데.
▲이어진 산자락마다 작은 골들은
신밭골, 조개골, 밤밭골로 물줄기를 모으고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며 수량을 더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가랑잎 초등학교'를 만납니다.
이름이 예쁜학교,
영화에 나오는 산골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1960년대엔 100명이 넘었다는 이 학교는
1994년 삼장초교와 통합되어 폐교되었고
2003년 산청유평학생야영수련원이 되었습니다.
▲'해님이 누고 간 똥' 이라는 시집을 낸 정세기라는 시인은
가랑잎 초등학교라는 시를 썼지요.
▲유평리는 유평, 외곡, 삼거리, 중땅, 아랫새재, 윗새재등
6개마을을 총칭하는 행정구역이라고....
▲거기에는 산채비빔밥을 파는 식당들도 있고...
이럴줄 알았으면
빈 배낭으로 올 것을 그랬지요.
▲새재까지 가보자고 계획했지만
거의 4K를 더 가야하고....
▲빗 줄기는 더욱 세차지니
그냥 여기에서 되돌아 가야겠습니다.
▲여기서 치밭목-중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데.
어느시절 중산리- 천왕봉- 치밭목-여기 유평으로 내려오는 길은
참 멀고 고된 길이었지요.
▲취나물이 많다하여 치밭목이 된 대피소는
새로 신축되었고, 그 중간에는 공기가 너무좋아
재채기를 하지 않는다는 무재치폭포가 있습니다.
▲겨우 마을 회관 처마밑에 피를 피할 수 있어
거기서 요기를 하고 유평을 떠납니다.
▲자연은 이 돌을
계속 굴려 가겠지요
몇 백년, 몇 천년동안...
▲돌아오는 길...
처음본듯 풍경은 더욱 새롭고.
▲이 다리를 건너면
대원사.
▲방장철교를 건너면서도 자꾸 셔터를 누르게되는
아름다움.
▲방장산 대원사를
드릅니다.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9년(548년) '평원사'로 창건되었으나
수 많은 변고 끝에 천년동안 폐허로 남았다지요.
▲ 조선 숙종 11년 새로이 중건되었으나
여러번의 화재와, 근세의 여순사건, 한국전쟁등으로
또 다시 폐허로 방치되다가.
▲ 1955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건에 중건를 거듭하여
전통사찰(81호)로 지정되고, 대원사 일원은 경남기념물 114호로 지정.
▲울주의 석남사, 예산의 견성암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이 되었답니다.
▲대웅전 앞의 파초가 서럽게 다가오고.
청정 비구니 도량답게 소나무, 대나무로 둘러쌓인
아담한 경관.
▲원통보전도 정갈하게 놓였고.
▲ 흔히 거대함과 웅대함으로 소림사 같지 않은
창녕의 관룡사같은 아담함이
정감 넘치는 사찰인듯합니다.
▲ 우리나라 산사들은 어쩌면 이리
좋은 자리에 자리잡아 있을까?.
▲산왕각 오르는 길도 아름답고
그 아래 장독들이 비구니스님들의
파르라한 머리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니...
백두대간 산자락을 조망하는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마냥 그 자리 앉음이 인생적이었지요.
▲흔히 삼층석탑인데 여기는 '다층석탑'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보물 제1112호 입니다.
▲일종의 타악기인 반자도
경남 유형문화재 362호.
▲인도의 토착신들을 그린 신중도
경남유형문화재361호입니다.
▲ 오를 수 없는 예불 시간인데
발소리를 죽여가며 보물을 봐야겠기에
..그러나 끝낸 요사채에 있다는 추사의 글씨는 찾지를 못하고.
▲ 추사의 글씨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다
그냥 돌아섰습니다.
▲ 가람 배치도,
싱싱한 파초...
김동명이던가요 '파초의 꿈'
▲ 파초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
▲대원사를 나서며
계곡길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받은 행복감.
▲이만하면 위에서
다 언급한 내용인듯합니다.
▲다시는 이 나라와 이 계곡과
대원사에 변고가 없이 평화로운 일상의 행복이 이어가기를..
▲다시 일주문 곁을 지나며
한참을 서서 움직일 줄 모르는 경이로운 풍경.
▲아름다운 나무들을 살려 데크길을 조성한
정성을 고마워도 하고.
▲거기서 비맞은 남정네 셋이 사진을 부탁합니다.
예쁜 여성이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생각도 했지요.
▲ 이 풍경에 눈내린 겨울이라면,
노랑섞인 연두의 봄이라면
아니 만산홍엽의 가을이라면....
▲다시 대원교를 지납니다.
대원교를 건너면 좌측으로
'맹생이 골' 1.8K의 탐방로가 조성되었는데...
▲1.8K,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을건데
거기를 스칩니다. 아쉽게
거기에는 숲을 굽던 장소, 집터, 주막터...
▲13명이나 살았다는 작은 초가집도 있고
스님들의 마지막 이승 길
다비장 터도 남아있다는데...
▲어느시절 다시 여기를 찾을 때
꼭 다녀와야겠습니다.
▲예쁜 화장실을 드니 만나는 작은 글씨
퍽 예쁜 디자인이라 생각이 들고...
▲'남자가 흘러야 하는건 눈물만이 아니죠'
그렇게 나이든 사람들을 기죽이는 말보다
얼마나 아름다워...
▲소나무와 활엽수의 싸움터...
생물학적 이론은 분명하지만
이 아름다운 숲을 그리 보지 말자고 ...
▲다시 탐방센터 입구를 도착합니다.
더욱 세차진 비..
그러나 마음은 벅차고.
▲다시봐도 참 아름답게 잘 만들어졌다고
밤중에는 글씨가 빛이 되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
▲거기를 떠나려 합니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길241,
대원사시외버스주차장.
▲그렇게 계곡의 옥류소리, 울창한 송림의 바람소리
그리고 산새들의 아름다운 소리와 더불어 걸었던
꿈같은 왕복 7K, 대원사 계곡길..
지리의 그리움과 함께 오래오래
가슴으로 추억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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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초등학교/장세기.
이름만으로도 좋아라/
지리산 중턱의 가랑잎 초등학교/
더덕 순같이 순한 아이 셋과 선생님 한분이/
달디단 외로움을 나누며 고운 삶의 결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라/
새소리 숲에 앉아 글 읽는 맑은 음성이 고요히 퍼지는 곳/
사랑과 평화 그 순결함으로 충만하여라/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영혼의 파문 일으키고 꽃잎 피고
지는 것으로 계절의 흐름을 가늠하는
그냥 사는 것이 공부가 되는 교실 밖 교실/
'山行..그리움따라 > 아!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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