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아! 지리산

아! 지리(성삼재-노고단-돼지령-임걸령-노루목,왕복16.6K, 7시간)

산꾼 미시령 2020. 5. 26. 09:41

  “아! 지리산 고프다.”

지난 1, 천왕봉을 갈 기회가 있었으나 안과 수술로 인하여 쉬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산악회의 휴등....

 

  지난 51, 지리 종주길이 열렸지만 어느덧 20여일이 지나가고...

오늘 홀연히 부랴부랴 성삼재로 달린다.

! 지리산이 고파서...’

'성삼재'

160K를 달려왔습니다. 설레는 마음....

 

2,100년 전 마한의 한 부족이 달궁으로 피난을 와서

궁전을 세우고 성이 다른 세 명(姓三)의 장군을 보내

남쪽 통로를 지키게 했다는 곳.

 

지리산 관통도로(861번 지방도), 전북남원과, 전남구례의 경계이지요

지리종주시 설렘으로 신발끈을 조이고

03:30부터 치고 나갔던 곳...

 

반대방향으로는 만복대-고리봉-바래봉...

서북능선은 이어지지요

 

▲천왕봉까지는 28.1K...

그 꿈 같은 지리종주 시절이 그립습니다.

 

1호 국립공원 지리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에

걸쳐 있고.

 

남한에서 두 번째 높은 산...

 최고봉인 천왕봉(1,916m)과  반야봉(1,715m), 서쪽끝 노고단(1,507m)을 정점으로

동서 50km, 남북 32km의 거대한 산악군.

 

▲그 둘레가 320km, 3대 고봉과 1,500m급 봉우리 10여 개,

1,000m급 봉우리 20여 개,

그 밖에 들고나는 봉우리들이 80여 개에 이릅니다.

 

▲ 노고단 고개까지는 도로를 가로지르는 3곳...

그렇게 2.6K...

한 여인에게 뒷 모습을 부탁해 봤지요.

 

▲계절은 한 달 정도 늦은 풍경.

 

노고단 대피소.

지리종주시 간식을 먹고, 한번 더 가방을 조이는 곳...

 

 

▲ 국립공원 야영장들은

지난 5월 1일 개방되었으나

대피소는 아직 폐쇄되어 있습니다.

 

▲과거 故 함태식 선생이 노고단 산장을 지켰고

국립공원공단이 생겨 관리가 직영되자

 

피아골 대피소에서 탐방객들의 도우미로,

국립공원 지킴이로 계시다 작고 하셨지요..

 

노고할매(老姑. 늙은 시어머니)...

노고단 정상에는 그를 기리는 돌탑이 있습니다.

 

▲ 노고단 선도샘...

지리종주는 생수 한 병만 있으면 곳곳에 샘이 있습니다.

 

▲ 대피소에서 고개까지는 다시

돌 길을 가로질러야 합니다.

 

바람이 조금씩 더 차가워지고

 천천히 걸어도 오를수록 힘들고 땀이 나지만

오르막에선 어쩔 수 없는 일.

 

▲드디어 노고단 고개.

 

▲이 고개에서 천왕봉까지 25K...

본격적인 꿈 같은 지리종주 길은 시작되지요.

 

▲거기서는 건너 반야봉과 아득히

삼도봉- 촛대봉-천왕봉-중봉.. 그리운 봉들이 조망되는 곳이지만...

 

▲오늘은 반야봉 정상에도 구름이 끼고

아쉼고 아픈마음....

 

▲ 노고단은 인터넷 예약을 해야합니다.

(1,920명/일 [1인당 10명까지 예약 가능]

거림-세석/ 덕유 설천봉-향적봉/ 제주 한라산등도 마찬가지지요.

 

노고단(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이며 북쪽으로 심원계곡,

남쪽으로 화엄사 계곡, 문수 계곡, 피아골 계곡에 물을 보태는 곳.

 

▲'구름 속의 꽃밭'으로 불리는 노고단...

무분별한 벌채와 야영, 군부대 등으로 황무지처럼 훼손되었던 곳에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고, 붕대로 감은 후 탐방예약제를 한지 25,

 

이제  노고단은 자연복원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복원력과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기적.

 

▲한국의 알프스 답게 아름다운 하늘 정원 4,000평...

그러나 약간 때가 이른듯....

 

▲우측으로 마지막 인공건물인 방송국 송신탑 시설...

그것도 철거되어 온전한 옛 노고단으로

되돌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우측으로 이어진 종석대,

그리고 성삼재로 하여 서북능선...

그 그림 같은 풍경이 짙은 구름 속에 가렸고.

 

▲바람이 불고

조망은 점점 막히고..아쉽고 울고 싶은 마음.

 

▲저기에 오르면 S라인 그림같은 섬진강과 구례평야..

왕시루봉 능선을 봐야 하는데...

 

▲그래도 가장 추운 곳, 거기에서 겨울을 이겨낸

아름다운 꽃들이 반깁니다.

 

▲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노고단 정상 방향...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선교사들의 별장이 있던 왕시루봉 능선도

그 너머로 삼도봉에서 내려 흐른

불모장등 능선도.

 

▲아주 잠깐 이렇게 보여주는 것도

서둘러 포착해야 하니....

 

▲ 그 아름다운 섬진강과 운해봄의 철쭉, 여름의 원추리,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화...

 

 

▲ 피아골 계곡도, 철따라 변하는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는 곳이지만....

 

▲기적처럼 반야봉이 살짝 열리는 순간..

 

▲안내판을 보며 지리십경의

섬진청류 (蟾津淸流)의 섬진강
굽이굽이 절경을 상상합니다
.

 

노고단(老姑壇 1,507m)할미를 모시는 제단

 할미는 도교의 국모신인 서술성모西述聖母 또는

선도성모仙桃聖母를 말합니다.

 

▲신라 화랑들이 수련하면서 쌓고

나라의 번영과 안녕을 빌었다는 돌탑...

그 천년의 세월 위에 나도 돌 하나를 올렸습니다.

 

노고운해 (老姑雲海)
지리 십경의 노고운해...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것만 같은 구름바다가 그리운 날 입니다
.

 

▲지리능선이 꿈 길처럼 보였던 그 곳에

아쉼은 배가 되고.

 

▲'저산대'와 '고산대' 사이를 '아고산대(1,500m-2,500m)'라 합니.

바람과 비가 많고 안개일수가 많은...

 

오랜 세월 취사, 야영으로 황폐했던 과거모습과

오늘의 모습....

 

▲겨울에 오르면 가장 먼저, 그리고 나중까지

상고대霧凇, hard rime가 있던 구상나무.

 

▲구상나무(Abies koreana E.H wilson)

학명에 우리나라 이름이 들어간

고유수종,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등에 있지요.

 

▲다시 내려온 노고단 고개,

반야봉을 향하여 주능선을 걷습니다.

 

▲지리종주 때 여명을 맞던 이 길의 새벽공기...

오래동안 잊지 못 했습니다.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하고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 것이니...

 

▲이런 길은 느끼 일과 깨닫는 일 조차

내려 놓은채

최대한 느리게 걷자고.

 

돼지령...

멧돼지들이 원추리 뿌리를 캐어먹어

고개 이름이 돼지령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습니다.

 

▲헬기장처럼 너른 그 곳엔 햇살 맞으며

밥먹기 좋은 곳이기도 하지요.

 

▲왕시루봉도 가렸고

더 내려가면 피아골 그 계곡를 바라봅니다.

 

▲ 두 다리를 피스톤 처럼 상하로 움직이면

고교 '기술 시간'에 배운 용어, 크랭크축으로

우리 몸을 수평으로 이동 시키는 걸음...

 

▲동서남북 구름으로 가렸어도

노량섞인 연두의 그 빛깔은 마음을 혼미하게 하고.

 

▲피아골 삼거리...

여기서 직전마을까지 6K여 피아골 길이 이어지지요.

지리십경중 '직전단풍 (稷田丹楓,or 피아단풍)'으로 유명한...

 

임걸령(林傑嶺)

녹림호걸(綠林豪傑)들의 은거지, 즉 주변에 키 큰 나무가

호걸처럼 많이 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의적 두목인 임걸(林傑)의 본거지라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됐다고도 합니다.

 

▲너른 지리산에서 제일좋은 샘물...

100마지기 논이라도 물을 댈 수 있겠지요.

 

임걸령 직후의 긴 오르막과

직전의 짧은 오르막을 오릅니다.

 

▲아, 생각지도 않은 비가 내리고

발길은 빨라집니다.

 

▲비가 온다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장대비...

아쉼이 더 깊숙이 찾아듭니다.

 

노루들도 숨을 골랐을 노루목(1,498m)

종주하는 이들은 여기서 갈등하지요.

 

그대로 종주를 이어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1

반야봉(1,732m)을 다녀오느냐.

 

▲오늘은 울고 싶은 마음으로 갈등합니다.

점점 비는 굵어지고 안개는 어두워지고....

 

▲결국 1K, 반야봉(般若峰1,732m)도

 그 아랫도리를 돌면 나오는 삼도봉(1,499m)도 포기하고

말없이 되돌아 4.7K의 노고단 고개로 되돌아 옵니다.

 

지리산에 색을 정한다면 노란색이 좋겠지

생태적으로, 역사적으로 수많은 생명들의 태어남과

죽음이 점철되었던 지리산에 오늘 같은 따듯한 평화가 오래가기..

 

▲다시 돌아온 임걸령,

억수같은 빗속에  늦은 요기를 하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다는 '천왕일출'처럼,

지리 어디든 그 정성이 있어야 하겠지....

 

▲그래도 지리의 초목, 뭇 생명들이 살아가려면

비가 와야하고 안개가 자욱해야 할테니...

 

▲너희들이 좋다면 나는 괜찮아

스스로 위로를 해봅니다.

 

▲내리막 길은 터덜터널 걷지 말고

타박타박도 걷지 말고 물흐르듯 가자

오늘은 너무 불쌍히 보일테니까.

 

▲ 수 많은 이들의 간절함도

이처럼 쌓였겠지요.

 

인생을 무엇이라고 확정한다면 뻔한 삶이 될 수 있으나

오리무중의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진지하게 궁리하다 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을 엮어나갈 수 있을 것이려니...

 

 인생이 이 꽃처럼 확연한 밝음이 얼마나 지속될까?

오리무중 속에서 지형지물을 가늠하며

 내딛는 것이 삶이 대부분 이려니...

 

▲점점 더 짙어지는 비안개처럼

그게 인생인거야.

 

▲그래도 종주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반야봉 포기한거야 아무것도 아닐테니.

 

▲그렇게 조용히

노고단 고개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긴

조용한 길.

 

▲지리산 전체에

입산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폐쇄된 노고단 대피소.

하루바삐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되고

모든 대피소들이 즐거운 저녁소리가 다시 시끄럽기를...

 

▲그런 간절함으로

노고단 대피소를 떠납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피하기 위해

세웠던 휴양소.

 

▲인간은 외로움에 사무친다면

자신의 그림자라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하는 존재들이니....

 

▲표현하고 행동해 보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곪는 것이니...아끼면 썪는 것이니

 

▲그렇게 섭섭한 마음으로 다시 성삼재....

'7시간 되었으니 12,000원 내시오'

무심한 주차료 징수자는 그리 말합니다.

 

▲오던길 반대로 구례방향으로 가보자

꼬불꼬불 길을 내려와 화엄사를 드릅니다.

 

▲여기서 종주하는 이들은 이 곳에서 출발하지요

노고단 고개는 9K, 천왕봉까지는 32.5K.

 

화엄사(華嚴寺사적 제505호)

 544년 인도승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하나

 

1979년 황룡사지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기록에 754년(경덕왕 13)

황룡사 연기조사의 발원으로 화엄사를 건립했다고...

 

▲노고단을 뒷 배경으로 섰으니

역사의 변란마다 얼마나 많은 고통이 이어졌을까?.

 

▲ 많은 국보와 보물,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곳곳마다 서린 세월의 무게가

엄숙함을 더합니다.

 

▲정성으로 키워온 나무들도

자꾸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화엄사보제루(華嚴寺普濟樓)

 전남유형문화재 49호,

강당으로 사용된 건물의 멋스러움에 놀랍니다.

 

화엄사 동오층석탑(求禮華嚴寺東五層石塔)

보물 제132호, 통일신라 시기에 화강암으로 조성한

5층 불탑입니다.

 

 

화엄사서오층석탑(求禮華嚴西五層石塔))

보물 제133호. 높이 640cm 같은 높이의 두 탑이

너무도 경이롭습니다.

 

▲국보 67호의 '각황전'에 올라서니

나타나는

 

화엄사 각황전 석등(求禮華嚴寺覺皇殿─石燈)

 국보 제12호, 통일신라의 고복형 석등

 6.4m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한참을 돌아봅니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華嚴寺四獅子三層石塔)

국보 35호,  통일신라 시기에 화강암으로

네 마리의 석사자를 지주삼아 건조한 3층 불탑.

 

▲시간을 갖고 더 세밀히 봐야하는데

오랜 변란중에도 천년세월을 견디어 온 탑들에

혼미함을 감출수 없습니다.

 

화엄사대웅전(求禮 華嚴寺 大雄殿)

보물299호, 조선 중기의 목조건물로 배흘림 기둥과

문 문양이 아름다웠습니다.

 

 

지리10경에서 보듯 산 모양이 다기다양多岐多樣하고

고준광대高峻廣大하면서도

중후인자重厚仁慈한 산으로 유장悠長한 산악미를 갖고 있는 민족의 명산 지리산...

 

부랴부랴 달려간 그 길에 예상치 못한 장대비는 내리고

짙은 운무속에 되돌아 온 가슴 아픔이

아직도 서럽게 아쉼을 남긴 산행 길...

 

어쩌겠는가 뭇 생명들을 품어 살려가는 지리산이니

거기 있을테니  좋은 날 다시 오라는 뜻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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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봄 2 (반야봉 부근에서의 일박)/ 고정희

 

지리산 반야봉에 달 떴다

푸른 보름달 떴다

서천 서역국까지

달빛 가득하니

술잔 속에 따라붓는 그리움도 뜨고

 

지나온 길에 누운 슬픔도 뜨고

내 가슴속에 든

망망대해 눈물도 뜨고

체념한 사람들의 몸속에 흐르는

무서운 시장기도 뜨고

창공에 오천만 혼불 떴다

 

산이슬 털고 일어서는 바람이여

어디로 가는가

그 한 가닥은 하동포구로 내려가고

그 한 가닥은 광주로 내려가고

그 한 가닥은 수원으로 내려가는 바람이여

때는 오월, 너 가는 곳마다

 

무성한 신록들 크게 울겠구나

뿌리 없는 것들 다 쓰러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