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아! 지리산

지리산 둘레길 (서암정사-대나무숲길-주암마을-보호수-반야정사-용유교/6.2K. 3H)

산꾼 미시령 2019. 7. 28. 20:43

 세월이 흐른 후, 아니 불원간에 내게도 둘레길을 선호 할 시절이 곧 오겠지마는

아직은 둘레 길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전국 여러 곳에 앞 다투어 둘레 길을 만들고, 소개하고, 답사하는 요즈음,

그 중 가장 길고 탄생한지 어느덧 11년이된 지리산 둘레길을 보자.


  '지리산둘레길'은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산청, 하동등 지리산 주변 3개도

5개시군 295km를 연결한 걷기 길이다.

 

  2000년대 초, 지리산댐과 케이블카 건설 문제가 불거지던 시기에 불교, 원불교,

천주교,개신교 등 지리산권역의 4개 종단 성직자들이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며

순례를 하던 발걸음이 그 시작이었다.

 

  여기에 지리산생명연대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만들어 보자고 나섰고, 20084,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을

연결하는 시범구간이 개통된 이후 2012년에 하동과 구례에 걸친 구간이 완성되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자연과 호흡하며 성찰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도로 개통으로 이용하지 않게 된 묵은 길을 되살리고, 국립공원구역은 침범하지

않는다는게 대원칙이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아픈 가슴을 안고 넉넉한 품에 안기어 그 길을 걷는다면

그 걷는 것만으로 저절로 치유가 되리라.

 

  7월의 뜨거운 계절에 둘레길 22개 구간 중 하나인 금계~동강 구간중

서암정사를 출발하여 용유담으로 걷는 그 길을 걷고자 한다.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그 길을.....


▲ 오늘은 '우리들 산악회'

여름 산행 일.....


▲ '장수'와 '오솔길'도 동참 했지만

함께 서기전 어디로 가 버리고....


▲ '벽송사', '서암정사' 주차장에서

가파르게 오르면.


▲ 우측으로는  벽송사,

좌측으로는 서암정사로 갑니다.


▲ 벽송사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년) 때 창건했지만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쓰였고 국군에 의하여 전소 되는

아픈 역사가 있었다죠.


▲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고승들이 수련하고 연을 맺은 곳이니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유래했을 정도로

한국 선불교의 종가임을 자부하는 사찰입니다.


▲  서암정사(瑞庵精寺)

'지리산에 펼쳐진 화엄의 세계'란 별칭이 말해주듯,

온 도량이 불교의 화엄세계를 상징하는 갖가지 장엄한 마애불로 채워져 있습니다.


'백천강하만계류'(百千江河萬溪流/

수 많은 강물, 만 갈래 시내 흘러)


▲'동귀대해일미수'(同歸大海一味水/

바다에 돌아가니 한 물맛이로다...

훌륭한 말씀 이겠지요.


▲ 그 안내판인데

근원에 들어가면 한 몸이라는 의미인가 봅니다.


▲살아 천년이니

죽어서도 천년 이겠지요.


서암정사는 원응(元應)스님이

1960년대 중반부터 터를 이루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 유명한 사찰를 가면 나무로 깎은 사천왕상이 무서움과 함께 다가오는데

자연석에 조각되어 있습니.


원응스님은 한국전쟁을 전후해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이 곳에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류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발원으로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 그 건너로 오르면 '칠선계곡'으로 이어집니다.

설악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계곡으로 유명합니다.


▲ 칠선계곡은 7개의 폭포와 33개의 소가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면까지 18K로 이어집니다.


바윗굴 속에 재연해 놓은 극락전 법당,

석불등이 다양합니다,


조금은 너무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여러 가지 조형물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이 성스러운 성소에

남녀가 유별한데 이래도 되는 건지....


▲ 지리,  어디서나 그 마루금을 보면

그리움이 용수철처럼 그렇게 일어납니다.


▲ 당신도 나처럼 아프군요, 공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기셨네요. 응원하며.

그렇다면 우리 잘 할수 있겠습니다. 스스로 격려하는 정겨운 님들..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 이 나라 ..

지리산 넉넉한 품에 안겼으니 편안합니다.


▲ 제물이라 할까? 공양이라 하나

두 손으로 받아들고 계단을 오르는 그 엄숙함에

숙연해졌지요.


▲ 그 여스님을 보며 떠오른

조지훈의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뇌를 춤으로 승화시킨 승무를 참관한 조지훈이

영감을 얻어 쓴 '승무(僧舞)' 시입니.


이제 우리는 서암정사를 나와 둘레길을 갑니다.

둘레길 22개 구간 중 금계~동강 구간은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에서 휴천면 동강마을까지 연결됩니다.


이 구간도 용유담으로 바로 가는 코스(11.1km)

서암정사, 벽송사를 둘러가는 코스(12.7km)로 나뉩니.


▲ 벽송사를 가보지 못하고 돌아감이 참으로 아쉽지만...

머지 않은 날에 다시 기회가 있겠지요.


▲ 장마철 숲 속 물소리 따라

오르락내리락 산행 재미도 쏠합니.


따가운 햇볕은 피하고  이럴 때는 짙은 숲이 반가웠으니...

한 잔 나눈 휴식도 달콤 했지요


산 길의 숲속엔 참나무로 가득한 오솔길.

참나무가 군락을 이뤄 햇빛 한점 보이지 않은 숲 길입니다.


평소 눈 여겨보지 않던

나무와 바위와 이끼에까지 눈길을 주고,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물 소리 새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였지..


끝내 얕은 언덕을 넘는 바람까지

가슴으로 느껴보려 합니다.


개인적인 상처 못지않은 상실의 시대,

 지리산둘레길은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길이리니...


▲지리의 서럽고 아픈 역사를 몸으로 봤을 보호수

경외스럽기도 합니다.


▲ 진정한 자유함은 거침없이 비우고

 내려놓기, 그리고 받아들이기 일테니...


▲ 주암마을...고단함으로 일궈낸 들판에

눈이 아립니다.


▲  맞은편의 거대한 채석장에선

돌을 깎아낸 흉물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화강암 벽면에

거대한 불상을 새겼습니다.


▲ 고향 장독대에 있던 꽃....

봄엔 나물로 먹기도 했고, 여름내 노란꽃이 핀...

지금도 엄마를 보고 싶게 하는 꽃....


▲ 작은 장미를 두고 두 남녀가 같은 공감이려니...

그렇다고 전기 스파크야 일어나랴만...


▲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

누군가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고향 터전이겠지요.


▲ 거기서 둘러앉아

점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고.


▲ 이제 그 작은 마을을

떠나려 합니.


▲ 저 채석장 좌측 아름다운 도로를 따라 오르면

'오도재'가 나옵니다. 지리주능선이 조망되는 '지리산 조망공원'도 있고


이 길의 지안재6번의 급커브가 촘촘히 이어져 있어

 예쁜 길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


좌측 건너로는

금대산(852)이 우뚝합니다.


▲ 여유있게 걷는다는 건

많은 것을 발견하는 길이란 생각도 하고.


▲ 어느시절, 둘레 길을  걷게 되겠지요

오늘을 추억하며.


숲이 우거져 보이지는 않지만

엄천강 물소리가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완만한 길과 적당한 오르막,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을 골고루 걷습니다.


녹음 진 지리산둘레길..


20084,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을

연결하는 시범구간이 개통된 이후


2012년에 하동과 구례에 걸친 구간이 완성되었는데.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산청, 하동등 지리산 주변 3개도

5개시군 295km를 연결한 걷기 길.


▲ 그렇게 용유담과

모전마을에 도착합니다.


▲ 둘레길을 이용하는 수칙도

읽어 보았지요.


▲  용유교 위에서 상류 방향으로 보면

용유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용유담 아래

모전마을 입구 용유교.


엄천강 상류에 있는 용유담은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인 이 곳에 위치합니다. .


지리산의 아름다운 계곡들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하는 용유담

 우레 같은 폭포소리를 비롯하여 장방형의 평평한 호수를 이룹니다.



▲이 아름다운  구간이

지리산 생명평화운동의 직접적 계기가 된 댐 건설 예정지 였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계획한 댐은 높이가 140m로 국내 최고,

길이는 870m로 두 번째로 큰 규모였지요.


▲  용유담을 비롯해 둘레길이 지나는 마천면 일대는 물론이고,

 남원 산내면의 실상사 코앞까지 물에 잠길 터였으니...


▲ 이 아름다운 풍광과

전설은 오래오래 보전되었으면 좋겠습니.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전해오는

용유담.


▲ 마적도사 전설의 길도 조성되어

한 참을 봤습니다.


▲ 지리산둘레길은

그렇게 마을과 마을로 이어집니다.


▲ 거기 시원한 폭포앞 다리 아래에

잔치는 벌어지고.


▲ 청아하기 그지없는 물은

엄청강으로 흘러갑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2019년 뜨거운 여름날

소월의 그 시가 생각 났으니...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 헌신적인 전어회 썰기

가벼운 손 놀림에 놀라고.


▲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에 빠진 하루.


▲ 인형 같은 두 분이

파전을 부쳐내고.


▲ 밤 늦도록 고생함을 안쓰러워 하시는 '신랑'과

싸우며 만들어 온 파전 반죽.


절경을 이루는 풍치와 청아한 물빛,

거울 같은 물에 비친 산 그림자,

 가히 도원경의 경지에 이르는 듯 황홀한 즐거움입니다.


▲ 그 헌신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어찌 하는가 눈여겨 보다가.


▲ 필자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기름을 뜨거운 후라이판에 두르고


한바퀴 판을 타원형으로 흔든다음,

주걱을 뒤집어 잘근잘근 널폈고.


▲ 어느 정도 노릇노릇 익어 가면

엄마가 '키' 까부르듯 공중으로 띄웠다가 뒤집었으니.


▲ 숙달이라는게 참 묘하단 생각도 하고

가게를 하나 얻어 본격적으로 영업을 해봐?....


▲ 오늘처럼, 내년에도 그 다음 여름에도

상황도, 가정들의 평화도, 그리고 건강함에도, 변화 굴곡없이

오래오래 모두들,  오늘처럼 함께여야 한다고...


지리한 장마와 함께 뜨거운 한 여름,

수려한 자연경관 속  신선 노닐던 용유담과 엄천강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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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마천에서/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