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이던 1974년 8월,
지금처럼 ‘여의도 공원’이 있기 전, 거기엔 100만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아스팔트 광장이 있었다.
이름하여 ‘여의도 5.16광장’!
거기에서 국가적 행사를 하기도 하고, 국군의 날이면 거대한 군사 퍼래이드도 펼치기도 했다.
아직 여의도가 허허벌판 모래 땅이었던 그 시절, 거기에서 기독교 행사인 ‘엑스플로74’ 대회라는 엄청난
집회가 한 주간 있었다. 100만명이 참석하니 일어나 눈을 둘러보며 저 마포대교에서 영등포까지 온통
사람얼굴들 이었다.
서울 지리에 밝지 못했던 나는 혼자 청주에서 올라 와 끝없는 군용 천막 촌에서 생활하며 한 주간
그 집회에 참석했다. 비가 억수로 많이 내렸고 그 기간중 ‘삽’으로 퍼주는 밥에 반찬은 거므스름한 짠
단무지가 전부였다.
그 기간중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도 있었고, 그 날 ‘육영수 여사’는 8.15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저격을 받아 숨을 거두는 사건도 접한다.
그런 여러 가지 에피소드중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집회는 밤에 ‘철야집회’로도 이어지는데 거대한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기도도 하고 찬송도 부르고, 설교도 듣고 그러다가 졸리면 바닥에 누워
‘꼬브리고’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나도 철야를 하다가 꼬브리고 잠이 든 모양이다. 한참을 자다가 찬송하는 소리에 깨어 일어나 손뼉을
치며 찬송을 하는데 한 참을 찬송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들 나를 바라보고 앉아 손벽치며
찬송하는게 아닌가!
이게 웬일인가? 깜짝 놀라 다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본다.
아뿔싸 내가 ‘단상’쪽을 향해 앉아 손벽치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거꾸로, 뒤로 앉아 찬송하고..
그런 거다...
얼굴 확끈 거려 얼른 앞으로 돌아 앉았지만 많은 이들이 속으로 웃었을 거다.
그 날이 아마 오늘 8월 16일쯤 이리라...
‘거꾸로 앉은 자세’ 상상해 보라 그렇게 앉은 줄도 모르고 반대로 앉아가지고는 열심히 한다고 손뼉도
치고 그랬으니....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 때를 회상하다 혼자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게 어찌 그 때 뿐이랴!
돌아보면 짧은 인생 길에 열심히 한다고 한 것이 거꾸로 앉아 산적이 많다.
덜 중요한 걸 먼저 앞 세우며, 향할 바를 향하지 않고 거꾸로 앉아 엉뚱한 방향을 보며..,..
소중한 사람도 꺼꾸로 향하다 잊어버리기도 했지..
산행을 하면서도 길을 거꾸로 갔던 이른바 ‘알바’ 한 적이 한두번인가!....
참 그렇게 부족한 인생이다...
오늘은 경북 상주시 은척면과 외서면 경계를 이루는 산, 남산(819.5m)이다.
이 남산 주능선이 동쪽 ‘이안천’ 방면으로 이어지는 중간인 729.2m 봉 직전에서 북동쪽 ‘은척’으로 가지를 쳐 갈라지는 능선상에 솟아 있는 산이 ‘성주봉’(聖主峰)이다.
성주봉 일원은 북으로 마주하고 있는 칠봉산(590m)과 어우러진 산세가 북두칠성을 닮은 곳이라 전해진다. 성주봉은 아직 때묻지 않은 비경 속에 유난히 소나무가 많아 예부터 이 지역에서는 가을 송이 산지로
유명하단다.
또한 사계절 수량이 풍부한 ‘큰골’과 ‘중왕골’에 ‘성주봉 자연휴양림’ 이 개장되어 우리나라 중부권의
새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 길을 간다 8월의 뜨거운 날에
그리운 사람들이랑 그렇게 간다...
오늘의 산행 지도이다.
짧지만 아기자기한 산행이다
'성주봉 자연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설렌다
경북 상주는 내고향 '충북'의 속리산 문장대.천왕봉을 경계로 한다.
그래서 더 친근하다. 이 땅! 고향 충북과 경계하니 그 지기가 이어지리..
자연휴양림을 경계로 좌우에 '한방산업단지'가 있다
아직은 미미 한듯하다. 이 산행지도는 오늘 산행길이 간단한데...
산 오름의 길목에 이런 비석이 있다.
오는 길에 오늘 산대장님은 버스에서 외워 소개한다. 다시한번 놀랜다 그의 실력에..
산에 가련다 /권태원
나에게 등산화가
없으면
아무 신이라도 신고 산에 가련다
신발마저 없으면
맨발로
산에 가련다
내게 걸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산에 가련다
기어갈 힘이 없으면
바람에 이 마음 실어
산으로 보내리
바람마저 없으면
내 영혼
산에 묻으리
긴 휴양림 계곡은 인산인해다. 가족끼리 저리 다녔던 시절이 그립다.
지난주 텐트생활 해보니 세월탓인지 불편하고 ...
하지만 연인과 함께라면 즐거우리라
재미없는 시멘트 길을 숨차게 한 참을 오르니 이윽고 산 들머리이다.
흐린날씨에 바람은 없지만 힘을 내보자
이윽고 만난 암벽'' 100 m는 되는듯 싶다.
아득하다
보기는 그래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듯..
그러나 중간중간 겁은 난다
그렇게 오르니 엄청 숨이 차다.
여름철 기력이 떨어진건가?
모두들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아직 2구간이 남아있다
햇살 더운 날은 더 힘들리라.
그래도 좋은 경험, 암벽 길이다. 암벽길이 끝난 다음에도 끝없이 오른다
숨차게 올라 주저 앉는다.
'조자룡'이 마셨다던 샘물은 좌측으로 200미터을 내려 갔다와야 한다.
힘들지만 가야한다 천하의 '조자룡'이라니..
가파르게 200m를 내려오니 사다리가 있고
그 곳에 샘물이 있다
조자룡[ 趙子龍 ]
중국의 삼국 시대 촉나라 장수로 자룡은 자고, 이름은 운(雲)이다.
그러니 '조자룡'이나 '조운'이나 동일 인물이다.
그는 처음에는 공손찬(公孫瓚) 수하에 있었는데, 공손찬이 '원소'에게 망한 뒤 유비(劉備)에게 귀순했다.
유비의 경호원으로 여러 번 유비를 위기에서 구해 냈지..
' 조조'가 '형주'를 취했을 때 유비가 패주하자
'감부인'과 '아두'를 구하기 위해 조조의 대군을 혼자 휘젓고 다니며 호위해 구출했다.
그래서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속담도 이 때 생겨났다.
그런 조자룡이 ‘성주봉’과 마주한 '칠봉산' 어느 동굴에서 태어났고,
'율수폭포'에서 용마을 얻어 성주봉을
단숨에 올라 약수를 마시며 무예을 연마했다니..
좀 뻥이 쎈 이야기 같지만...
가야 할 건너 산도 바라보지만.
흐린날 조망은 안좋다.
이윽고 오른 '성주봉' 조망이 좋다
왜 사진 찍을 때마다 숨을 들여마시고 배를 넣는게 안될까?
빨리 여름이 가야한다. 여름 옷은 뱃살이 더 나와 뵌다.
성주봉의 내력이 새겨져있다.
끝부분 '聖主'란 '聖君'(덕이많고 어진임금)을 뜻하니
성주봉 정기받아 후한 덕이 온 누리에 있으라는
상주시민들의 염원이 정성스레 담겨있다
곳곳에 거대한 바위가 있고...
방금 내려온 '성주봉'을 올려다본다.
사진 찍느라 인산인해다
오늘 동행한 산대장님은 언제나 날렵하고
매번 산행지를 유명하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곳을 골라낸다.
오랜세월 산행의 열매이리라.
597봉에서 내려가는 데크...
편리함은 있지만 아기자기한 길을 잃었다는 생각..
가야한 길을 거너다 본다
오늘 산행 길은 총 5개의 하산길이 있다
우린 제4하산길로 가야하고...
산행 표지판에 '밀턴'의 이런 교훈적인 글은 이 좋은 산행길에서
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교만인가?
?
왕성한 한 여름의 계곡은 녹색의 풍요로 가득하다.
그냥 풍덩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
적당한 암릉길과 곳곳의 바위들 ..
참 좋은 산이다.
'남산'이라 그런가 소나무가 참 많다.
바위와 어루러진 나무들의 모습이 경이롭다
내려오는 이, 오르는 이를 위한 누군가의 정성!
누군가에게 '디딤돌'로 살아감을 배운다
이런 바위가 왜 여기 있을까?
빙하기에 어쩌구 하는 과학적 설명은 재미없다.
조자룡이 무예 연마하며 지고 날랐나?
멋진 소나무들이 많다.
곧은 모습보다 이렇게 휘어진 나무가 멋지다.
인생의 삶도 그러하리라..
성주봉의 성주(聖主)가 남쪽(南面)을 바라보니
"어라,나보다 키 큰 놈이 있군. 남쪽에 있으니 남산이라 불러라." 했단다
. '공자'도 "남면(南面)은 임금이 정치를 듣는 자리이다."라고 하였다.
성스러운 임금(성주봉)이 남면에서 정치를 들었으니 이쯤되면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이 되겠다.
이 남산은 종주길에서 벗어나 있어 1K다녀 와야한다. 지리산 '반야봉'처럼...
완전히 내려갔다 올라가는 그 1키로는 좀 힘들기도 하지만 40여분이면 왕복된다.
남산을 다녀오니 포근한 길이 이어지고..
다녀온 '남산' 이다. 여기서 거기도, 거기서 여기도 조망이 안된다.
남산 정상은 조망은 영 '파이'다
이제부터 멋진 바위들이 많다
언제나 올려보면 벌써 대장님은 이미 거기에 있고
고인돌 앞에서 멋진 분들을 본다.
전망좋은 곳에서 모처럼 포즈를 취했는데 카메라가 뭘 작동이 잘못되어
이렇게 되었다. 보정도 안된다.
그 건너 산들도 희미하고
참 친절하고 정겨운 분들이다.
정겨운 님중 한 분의 '몸빼바지'가 시원해 뵌다. 인물이 훤해서 싼티는 안난다
필자가 재직중인 여중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면
숙소에서 이런 '몸빼'를 입는다 얼마냐 물으면 5000원 주고샀다곤 했다.
동물들의 쉼터일까?
'조자룡'과 관련짓기는 너무 작고..
난 왜 이런 곳도 산부인과적 상상을 할까?
덜 된 인격의 형이하학 탓이리라
과
이제 내려가자 마사의 포근한 숲 길이 좋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들도 보며
그렇다 '눈 사람 바위'
이런 모습을
빙하기 시절 어쩌구 핵석 해서야 되겠는가?
조자룡이 눈 사람도 만들었나보다
처음 올랐던 '성주봉' 쪽도 건너다 본다.
그렇게 한바퀴 돌아온거다.
척박한 바위 틈이지만 오래오래
멋진 모습, 이어가 주기를 바라며..
오전에 밧줄타고 올랐던 거대한 암벽이다.
100미터는 되리라..
소낙비가 온다 벌써 계절은 가을을 준비하고...
적당한 계곡에서 소낙비를 맞으며 '알탕'을 한다.
뼈속까지 시원하다
비는 그치고 정겨운 분들과 '한산주'를 나눈다
매 번 헌신하는분들의 준비와 수고에 놀란다
그 옆 약초밭에서 몇가지를 본다. 복지관 '산야초 교실'의 공부는 세월이 지나도 더 어렵다.
이렇게 정겨운 분들과 성하의 계절에 오른 경북 상주의 성주봉 남산!
남산(안산)이란 이름은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듯하다.
그래서 신라의 도읍지인 서라벌(경주)에도 남산이 있고,
조선이 도읍을 정한 한양(서울)의 남산도 있지 아니한가?
지난번 청도의 남산도 있었지...
다시 그 시를 되뇌어 본다. 한여름의 또하루 추억이 되며..
'나에게 등산화가
없으면
아무 신이라도 신고 산에 가련다
신발마저 없으면
맨발로
산에 가련다
내게 걸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산에 가련다
기어갈 힘이 없으면
바람에 이 마음 실어
산으로 보내리
바람마저 없으면
내 영혼
산에 묻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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