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잘 쓰는 사람’과 ‘글 잘 쓰는 사람’을 평생의 부러움으로 삼는 필자는 글씨 잘 쓰는 사람으로
청량산의 ‘김생’을 흠모한다면, 글 잘 쓰는 사람은 ‘조정래’와 ‘유홍준’를 흠모한다.
특히 유홍준의 글들은 정말 맛깔 나는 표현으로 그의 책은 모두 섭렵하였다. 그의 ‘문화답사기’는
국내편 7권과 일본편 4권이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국내편 8권 ‘남한강’편이 지난주 배달되었다.
읽을 때마다 그의 세밀한, 그리고 해박한 ‘눈’에 경탄한다.
그런데 그는 새 책 머릿말에서 동양화에서 ‘산수화’ 시작을 5세기 남북조시대의 화가 ‘종병(宗炳)이
늙어서 더 이상 산에 오르기 힘들어지자 산수화를 그려놓고 누워서 산을 보며 즐긴 데서 나왔다고 했다.
이를 ’누워서 노닌다‘하여 와유(臥遊)라 했다 한다.
가을이 내려앉은 들판은 노랗다 세월이 빠르다.
어느덧 산에 가보면 필자도 ‘평균이상’ ‘세월 든’ 사람이 된듯하다. 더 겸손하게 마음 만으로 서둘거나
함부로 말고 겸손히 오르내려야한다는 생각과, 산올 ‘길게 그리고 빠르게’ 탔다는 것에서 ‘와유’의
마음으로 자연을 세밀히 살피며 ‘유유자적’ 그렇게 걸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라고 노래했던
‘무학대사’의 스승, 고려시대 ‘나옹선사’의 출가·전설이 깃든 곳 문경의
공덕산(功德山·913m)과 천주산을 간다.
문경의 ‘천주산’과 ‘공덕산’!
창원의 천주산과 같은 이름인 천주산은 하늘 받침대 곧‘천주(天柱)’라는 이름을 가진 산으로 이름
그대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오른 모습이 영락없는 하늘 기둥이다.
하늘을 향하여 표효하는 듯한 당찬 모습과 군살없이 마치 근육으로 다져진 다부진 모습과 절벽과
벼랑으로 이루어진 곳이 곳곳에 있어 산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한다.
바람에 가을 냄새 가득한 좋은 날에 정겨운 님들과 함께
그 곳을 간다,
서로를 의지하니 조금은 떠들썩함과 그리움을 안고.....
국도에서 1.4K길을 우리 버스는 위에까지 가파르게 태워다 준다
20여분의 땀흘림을 면했다. 천주사! 신라 진평왕때 창건된 사찰인데
수 많은 전란, 특히 고종때 일본군에 의하여 불에 타고 터만 남았던 것을 중건했단다.
가파른 그 곳에 터 잡음이 놀랍다.
뒤로 솟구친 천주봉이 보인다.
그 사찰 우측에 돌로 축을 쌓고 깔끔한 납골시설이 있고 마애불도 있다
최근 작품인듯하여 무게는 덜하고...
천주사부터 오르는 1시간 길은
가파른 마사토에 급경사 오름의 연속이다.
때로 사람하나 겨우 빠져 나갈
바위틈을 지나기도 하고...
돌탑 지대를 지난다. 20여 기는 될듯...
가파른 길에 세운 노력이 놀랍다.
밧줄이 없으면, 그리고 그 밧줄에
매듭이 없으면 더 위험하리라. 말 그대로 급경사의 계속이다
아! 대슬랩이다. 그런데! 이 가파름에 밧줄이 없다
몇번을 망설이다 대부분 우회하고 여기를 기어오른다.
잡을 게 없다 바위도 풀잎도...도로 내려가잔 소리를 여러번 하고
이러다 살아 못 돌아가나 ..후들 거렸다
중간에 내려갈까도 생각했은나
내려갈 일도 까마득하다.
'맘과 몸이 다르다'란 생각에 겁이났다.
그래도 어쩌다 안전지대에 서서 샤터를 누른다.
오늘 '장수'의 박창건 산대장님에게 다시 놀랜다. 겨우겨우 올랐다가
우리 몇명이 걱정되어 다시 중간쯤까지 내려왔다 그 겁난 길을..
나 같으면 그리 못한다. 아니 안한다.
이제 조금 살 것 같다. 아찔하게 내려다 보니
방금 들렸던 '천주사'가 보인다.
밧줄만 있다면 스릴넘치는 유격구간이 될듯도 하다
저렇게 시원한 조망도 펼쳐지고..
이 슬랩을 오름의 마지막에 저 소나무 !
천주산을 오르는 이는 모두 이 사진을 찍는다.
바윗틈에 뿌리내려 살아오듯 오래오래 살아가기를 빌어본다
오는 길에 잠시 들렸던 '경천호'가 아득히 보인다.
예천 지방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이 호수는 문경의 '경'자와 예천의 '천'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단다
호수는 거대한데 지독한 가믐이다.
물이 많을 땐 한반도 지형이 나타난다는데...
천주산 정상이 가까웠고 북동쪽으로
거대한 백두대간의 위용이 들어난다
다시 남쪽 경천호 방향도 조망되고
북동방향의 백두대간!
큰 봉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부터 운달산, 공덕산, 대미산, 문수봉, 황정산이 보인다
아늑한 마을은 문경의 '동로면' 면소재지란다.
바람 세게 부는 날은 위험하겠다
무게있는 李 대장님은 안 그렇겠지만..
천주산은 사방 조망에 거침이 없다.
마을마다 골골에 안겨 아늑함이 부럽다 생각..
정상 직전에 이런 고인돌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고..
이윽고 천주산(天柱山)!
하늘 받침대 곧 '天柱'라는 이름을 가진 산으로 우뚝 솟아 기둥처럼 보이며
멀리서 보면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일명 '붕어산'이라고도 한단다.
그 정상에서서 가야할 '공덕산'을 본다.
1.9K거리인데 완전히 내려섰다가 안부를 지나 다시 올라야한다.
그 겨울 눈때문에 고생했던 도락산도 다시보고
하늘과 구름과 어울린 백두대간...
문경은 백두대간 670여 K의 1/4이 지난다한다.
공덕산 너머로 다시보는 백두대간이 아련하고..
이제 가파르게 내려가자...급경사의 길이다.
방금 내려온 천주산을
늦게 오르는 이들도 아득히 보며..
우회한 분들은 방금 우리가 내려온
그 곳으로 다시 오른다
그리고 이어진 급경사 길...
줄이 없다면 절대 내려올 수 없는 코스이다.
여유 있는 척 웃어도 보지만..
그렇게 완전히 내려갔다가 공덕산에 오른다.
그 오르는 길은 바람에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좌우로 요란하고
가파른 오름의 길은 도토리로 미끄러울 지경이다.
오늘의 두번째 정상인 해발 913m '공덕산'정상 이다
천주산에 비해 아무런 조망도 없고 별 볼품이 없다.
'사불산'으로도 불린다.
그 안부에서 100미터 좌측이다. 여기서 반야봉쯕으로
'알바' 하는 이들이 많다. 도로 내려가야한다.
가파르게 내려왔던 천주봉은
활엽수 숲으로 조망이 어렵다. 그 경사는 30도는 되는듯 하다
내려오니 회장님, 오늘 총무에서 '총장'으로 승진한 총장님..ㅎㅎ
늘 정겹고 헌신적인 분들이다.
그렇게 선두 다섯명은 길을 나선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 테크계단을 만난다
가파르게 오르내리고
안연한 숲길도 걷기도 하고...수없다
아!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
여기서 좌측 쌍연봉으로 갔어야 하는데 .. 앞 李 대장님을 보자
저리 빨리 내 달린다. 여기서 잘못되었다.
선두 다섯은 날쌘 노루들 같다. 사진 한번 찍으려면 벌써 저만큼.. 숲에 가려 안보인다.
그렇게 수많은 봉들을 '정맥 '처럼 오르내리고, 길이 아닌가 돌아오기도 하고...
그렇게 엄청 걸었다. 뒷따라가는 나는 늘 달리기 선수여야 했으니...
그래도 3시간 가까이 헤맴 끝에 한 마을로 내려선다
나중 물어보니 '창구리'란다.
거대한 마을 보호수에서 역사의 무게와
마을분들의 고향 사랑을 느낀다
소박한 소원을 빈 성황당도 만나고
더 내려오니 보건 지소도 있다
작은 분교앞에는
이런 마을의 쉼터들도 있고
아담한 분교..
문득 고향 모교가 생각났다. 검은 판자 건물이지만 1200 학생수이던
우리 모교는 지금은 50명이다 시설은 좋아졌어도..
묻고 물어 '대승사'까지 걷기로 한다.
40여분을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
좌우에 사과나무 과수원이 지천이다.
빨간 색깔에 정신이 혼미하다
그렇게 40여분을 걸어왔는데
다시 오르막 산속으로 3K를 걸어야 했다.
여유있는 길이라면 참 좋은 길일건데
치친 걸음, 봐야할 안장바위 부부바위를 못보고 이렇게 까마득히 산속으로 걷는
이 길은 참 멀고 지친 3K였다...
기독교 경전인 성경에 '나중된 자가 먼저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된다' 말씀이 있다.
기세좋게 선두그릅에 따라나섰던 오늘 산행, 겨우겨우 '살아'올라가니
신나게들 '위하여!'를 외치고 있다.그것도 3번씩이나 ..
그리 고생하고도 미안하고 부끄러워 조심히 앉는다...
동료 한 분은 자꾸 안장바위 사불암 사진을 들이대며 자랑한다.
산행을 와유(臥遊) 의 맘으로 하겠다던 오늘은 그리 험하고 힘들었다
그런 오늘도 한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들판은 노랗게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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