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가졌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내 삶이 중턱을 넘었다. 어느덧..
세월 빠름을 두렵도록 인식하면서 나도 “인생 뭐있어?” 이 말이 솔깃하다.
아마도 너무 ‘아둥바둥’ 그러지 말고 여유를 갖자는 말이리라..
그런데 ‘인생 단십백(人生單十百)’이란 말을 만난다. 이 말은 3가지,
즉 ‘한 평생 살면서 죽을 때 한 분의 진정한 스승 과, 열 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백 권의 좋은 책 을 기억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재빠르게 나를 계산한다. 스승? 긴 배움의 세월동안 어찌
한 분 뿐이랴! 가슴에 사무친 귀한 스승님을 모셨으니 이 건 넘치는 거고,
100권의 좋은 책? 그래도 평생의 업이 책과 같이 살았으니 남보다 많지는 못해도
역시 합격이라고 쳐 보련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한 친구 열명’ 이다...
소아마비를 딛고 영문학자가 되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 우리를 아프게 한 ‘장영희’는
그 진정한 친구를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에서 찾는데,
그 시를 보자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救命帶)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아니다 갖지를 못했다.
항상 구명복은 내 우선이고, 항상 먼저 움켜쥐고 더 앞서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다보니 주위 한번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다.
아! 그렇게 세월이 갔다.
가 을이 지나가고 고요와 적막이 내려앉은
포항의 내연산(內延山)에서 종일 기억한다 '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오늘도 두 분의 멘토와 함께 산행은 시작된다.
경북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 '황베이골'
오늘 동행한 산악회는
'남들이 안가는 길만 찾아 간다'는게 모토란다.
A코스, 여성은 한 분도 없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으뜸인 '내연산'은
새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적막 속에 묻히고
맑은 폭포소리만 유난하다.
작은 사찰 '법성사' 이르는 1여K 길..
이른바 '힐링의 숲 길'로 손색이 없다.
오르내림의 길마다 임시적인 철계단을 설치해 놓고..
그 정성이 아름답단 생각을 한다.
요즘 종교시설들도 물량주의에 젖어 '거대함'을 경쟁한다.
세속화의 한 부류일거다.
그래서 이런 소박한 사찰을 만나면 정감이 간다.
오늘 산꾼들은 적은 대신 '선수'들이다.
'삿갓봉'까지 잠시 쉬지도 않고 달린다 계속.
대단하다
단풍이 아름다운 내연산은
이젠 단풍이 남이 있지 않다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간간이 '마지막 잎새'에
'오. 헨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29세에 요절한 '배호' 도 생각난다...
낚엽송 노란 단풍..
그래도 낚시 바늘보다 더 작은 수만개가 모여
빛깔을 낸다
'존재한다'의 책임감을 다시 느껴본다
안 간 길을 찾아 가는 길이니
이정표와는 전혀 상관없다
오늘 코스는
'삿갓봉'
죽을 뻔한 '사점'에 이르러 정상에 닿는다.
산모의 산고(産苦) 잊음이 이럴까?
순간적으로 잊는다 그 동안 힘듦은..
건너다 본다 나아 갈 '수목원 전망대'.
그 다음 나아 갈
내연산 '매봉' 도 저만치 있다.
사방 조망 좋은 삿갓봉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동해바다도 저리 보이는데
흐린날이라 희미하다.
그리고 넓은 '내연산' 이모저모도 보여주고..
내려와 팔각정과 수목원 삼거리를 닿는다.
B코스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온 길은 '통제구역'이란다.
한참을 미안한척한 얼굴로 감시원의 훈계를
교육받는다.
다행이 '오늘만' 봐 준단다.
늘 '완장' 찬 이는 능름하다
목소리도 '담임선생'같다
휴양림 끝 전망대...
조망이 화려하다.
그 전망대에 올라 다시금 동해바다도 보고
내연산 최고봉 "향로봉' 도 선명하다.
그리고 내려서는 '내연산 수목원' 으로의 나무계단...
족히 500미터는 될리라...
지겹단 생각.
여름날이면 여러 식물들을 공부할 수 있겠다
잘 정리되고 안내판도 다양했다
여기서 식사를 하고...
식사하고 바로 걸으면 안 좋다는데
벌써 가파른 길을 올라 '매봉'에 도착한다.
매봉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별루'다.
여기서 부터 '꽃밭등'까지는 3.1K
향로봉까지는 6K.
꽃밭등 까지의 3.1K는
종주길처럼 오르내림도 여러 개이지만
그래도 안연한 길도 있다.
오늘도 멘토는 '독도법' 강의에 열중이다.
나침판을 이용하여 '지도의 상단과 땅의 북쪽과 일치' 시켜서..
여름에 걷기 좋겠단 생각도 해보며
그렇게 걷는다.
'마바'는 무엇인가?
국가지점번호?
새로이 등장하는 제도... 연초에 '달음산' 갔을 때 처음 본 이 국가 지정번호 를 다시 보자.
특히 ‘마바’ 의미가 무엇인지 ...
산이나 해안, 섬처럼 건물이 없는 지역의 고유 좌표란다.
정부가 2013년부터 도입한 국가지점번호 제도는 건물이 없는 지역의 위치를 쉽게 표시할 수 있도록
격자형 좌표로 번호를 매기는 제도로서 지점번호를 매길 때는 전국을 100km×100km의 격자로
구분한 뒤 100km 단위는 한글을 사용하고(예, '마마')
이 격자를 다시 10m×10m의 격자 1만개로 나눠 4개의 아라비아 숫자를 표기하는 거란다...
하여간 설명이 어렵지만 빠른 재난 구조에 쓰여지기를 바란다. '세월호'같이 하지 말고
(‘마바’는 경북 동해안이리라)
그렇게 간다 푹신한 낚엽 양탄자를 밟고..
광합성 책임을 다한 '잎새'는
다시 뭇 생명을 살려내는 토양이 되리라..
"산골"에 집들이 있었고
그 곳 아이들이 날마다 '참꽃'을 꺾어 먹으며 놀던 곳이란...
그 삼거리는 안연하다. 바람도 시원하고...
여기서 2.7K의 '향로봉' 이 아쉽다.
포기하고 좌측 '월사동 계곡 '으로 가야 한다..
왕래가 없는 그 계곡길은 길이 없다
설산의 눈 길처럼 간간히 빛바랜 시그널만 찾아
길을 찾아 내려간다.
오래지 않아 계곡은 시작되는데
이 계곡이 그리 길고 험한지 아직은 모른다.
긴 가믐중에도 제법 폭포의 모양도 유려하고...
이번에 개방된 설악의 '토왕성 폭포'를 가보잔
꿈을 간절하게 한다.
다시 미끄러지듯 이리저리
길을 찾아 오르내리기도 하며..
여기에서 '장수' 의 멋진 님들을 만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지금까지 너무 빨라 날 애 먹였던
멘토들은 이제 가거나 말거나....
여유있게 폭포도 보고 즐겁다. 님들을 만났으니..
'속이 많이 상한 나무'(내가 붙인 거다)
해부학 교실의 교재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비뇨기과 얼개' 같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저리 정겨운 님들이 웃는데...
아늑한 폭포도 아름답고..
가는 길만 덜 위험하고 그러면 참 좋겠다.
비탈진 계곡길을 조심조심
이미 모든 님들 엉덩이는
한번씩 주저앉은 자욱이 선명하다.
얼음이 얼거다 이제..
눈도 쌓이겠고.. 아련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 마른잎 굴러 바람에 흩 날릴때
생각나는 그 사람 오늘도 기다리네
왜 이다지 그리워 하면서
왜 당신을 잊여야 하는가
...
♪ 낙엽이 지면 오신다던 당신
어이해서 못오나
낙엽은 지는데..
♬
그 노래였다 조영남 '낙엽은 지는데'..
2절도 보자
♬
. 왜 이다지 그리워 하면서
왜 이렇게 잊어야 하는가
바람이 불면 오신다던 당신
만날수가 없구나
낙엽은 지는데
낙엽은 지는데
♪
그런데 여기서 문제다.
징검다리를 놓기도 해 보고
위아래 건널 방법을 찾아도 보지만..
그리고 업히기도 하고.
양말을 벗자.
나도 누굴 '업음바' 해 볼까?
뉘 날 믿고 업히겠는가!
그럴 인기는 없다
바닥이 미끄럽다... 손잡아 건너줘 본다.
'질투'의 아저씨들 눈이 빛난다
무섭다
양말을 다시 신지만
계속 건너야 하는 것을 몰랐다..아직
그 계곡은 맑은물 뿐 아니라 양 옆의 기암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여름이면 물장난도 재미스럽지만
벌써 물속 발은 얼얼하다...
회장님의 헌신이 오늘 빛난다.
돌다리를 놓고, 붙잡아 주고
업기고 하고...
다시 양말을 안 벗으려 애써 보지만..
도리가 없다
좋은 풍광에 넋도 빼앗겨 보고
그렇게 '가을의 연인'들이 된다
어젯밤 '불후의 명곡'에서 가슴 저리게 들었던
'빗속을 둘이서' '둘이서 손잡고.. '♪
김보경의 음성이 아픔으로 가슴 저리게 한다. 그 가사가
거대한 폭포와 함께 자연 수영장...
뛰어들고 싶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린다..
하라면 하겠다 폼도 잡아본다.
아! 거기에 작은 나무 하나가 있었다
'고염나무' 충청도에서는 '고욤'이라 했다
이 나무에 품종 좋은 감나무를 접 붙이기도한다.
가을이면 이 '고염'을 항아리에 담가 두고
겨울에 숫갈로 퍼 먹으면 그 닮콤함이...
오늘도 그 맛이고 그 어릴적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내용물보다 씨가 한 입이다.
그렇게 이름없던 '월사동계곡' 은
길고 유려했다.
나도 같이 찍고 싶지만
그럴 양보할 분들이 아니다...
'장수'의 멋진 분들이긴 하지만...
그렇게 물에 넘어진 사람
떠내려가다 겨우 잡은사람...
다 추억이되고 '월사동'에 닿는다.
그렇게 꿈속 같은 하루의 산행은
또다시 추억이 되고
길고 깊은 계곡에 남긴 발자욱은
전설이 된다..
모두들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다시 산행을 하는 멋진 님들을 응원하며
한 시를 소개한다.
그는 아름답다./강은교
자기의 밭에 홀로 그리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 자, 아름답다.
그 씨가
아무리 하잘 것 없어 보일 나무의 씨앗이라 하여도
열심히 자기의 밭을 갈고
자기의 밭을 덮을 날개를 보듬는 자,
한 겨울에도
부드러운 흙을 자기의 밭에 가득 앉아 있게 하는 자,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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