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악성’
우리는 중고교시절 고구려의 왕산악(王山岳), 신라의 우륵(于勒), 조선의 박연(朴堧)을
우리나라 ‘3대 악성’이라고 배웠다.
신라 진흥왕 시절의 우륵(于勒)은 고령사람으로 가야금을 만들었고 지금도 경북고령엔
우륵과 가야금 박물관이 있다. 왕산악은 거문고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조선의 세종의 스승이었던 난계(蘭溪) 박연(朴堧)은 음악 이론가로서 크게 활약했다.
그는 충북 영동에서 고려 우왕 4년에 태어나 조선 세조 4년에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세종 즉위 후에는 관습도감제조에 임명되어 음악 분야에 전념, 국악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천재적은 음악성은 국악 전반에 미친 업적이 지대하며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종묘제례악을 오늘날에도 엄숙하고 장엄하게 연주되고 있다.
금강 줄기가 영동 땅을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둥그렇게 휘감는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난계 박연의 사당이 있으며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이 곳에서 ‘난계예술제’가 열린다. 영동군은
난계를 사랑한다.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난계국악박물관, 난계국악기제작소,
난계국안관현악단을 인구 4만5천의 군으로서는 굉장한 규모이다.
내 고향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는 유일한 道로서 11개 시군이 있는데 남부에 보은,
옥천, 영동이 위치하고 백두대간이 지나는 영동은 추풍령으로 경북 김천과 이웃한다.
앙상한 가지에 샛노란 이불 깐 1300 살 나이를 가진 영국사 은행나무도 영동에 있으며,
천태산, 백화산, 민주지산, 갈기산, 삼도봉, 각호산, 석기봉...
우리의 추억들이 쌓인 유명 산들이 영동에 있다.
충북엔 역사적 인물이 많다. 정도전, 송시열, 신채호...
문인도 많다. 시인 신경림, 도종환, 소설가 이무영...
근세의 이념적 논쟁에 휘말린 아픈 문인 둘이 있는데
‘임꺽정’의 홍명희와 ‘향수’의 정지용이다.
이런 아름다운 충북의 영동군, 월류봉(月留峰·365m)을 찾는다.
너무 아름다워 달도 머물다 간다는 그 곳을...
▲오랜만에 들려보는 경부선 '추풍령 휴게소'
고속도로가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 여기는 붐비는 시장 같았다.
1993년 90세에 돌아 가신 우리아부지, 장례 버스가 여기서
정차했는데 ㅠㅠ.
'많은 이들이 상여차 보면 재수 있다는데 뭐 없습니까?'
그리 말해주는 이들이 우찌나 고마웠는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이고
백두대간 추풍령을 넘으면 충북 영동군이다.
▲다시 찾은 '월류봉'(月留峰),
너무 아름다워 달님도 반해서 머문다는 비경.
▲가까이 광장이 생기고 주차장이 생겨
옛 호젓한 멋은 덜 하겠지만....
▲우암 송시열이 사랑했던 '초강천',
한천(寒泉), 물이 차가워
그리 이름 짓고 한천8경(寒泉八景)을 이름 붙였다.
▲후세에 그를 기리며 서원을 지었다가 조선 말,
서원이 철폐되었고
후에 이 한천 정사를 거립했다.
▲백두대간의 줄기 삼도봉에서 물한계곡으로 흐른 물은
여기로 흘러 '초강천'이 되었다가
금강으로 합류한다.
▲옛 추억이 생각났던 징검다리...
이 물이 넘칠적엔
에넷스 공장 광장에서 오르면 된다.
▲초강천 이 물이 S라인으로 휘돌아
한반도 지형을 그려내고
월류봉 다섯 봉우리가 급하게 솟았다.
▲갑자기 후두둑 강한 빗물기기 쏟아져
굽하게 채비를 한다.
▲다섯 봉들마다 북쪽 사면은
현기증이 나는 낭떨어지.
▲광장에서 1K오르면 1봉을 맞는데
징검다리를 건너자 마자
가파르게 전개된다.
▲저기는 '에넥스' 가구 공장.
▲ 비오는 비탈 길은 계단으로 오르고
땀인지, 비 인지, 눈물인지....
▲'하면된다'는 조금은 강압적 교육의 세대,
이제는 두근두근,
그 가슴으로 살려한다.
▲언제나 빛나는 부부,
오래오래 행복함으로
'쓰담쓰담' 그 위로로 이어 가시기를.
▲제 1봉, 거기에 서면
한반도 지형을 관망하게 된다.
▲ 충북사람 필자....
영동군은 11개 시군중, 제일 아래 위치한다.
▲백두대간이 흐르는 영동군은
갈기산, 백화산,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각호산,
그리고 노란 은행나무가 신비로운 영국사와 천태산도 추억된다.
▲빗속의 한반도 지형..
영월의 한반도 지형이래
전국의 많은 곳곳에서 그 모형이 발견 자랑한다.
▲제 1봉에서 아래로 아찔하게 뵈는 광장,
아늑한 고장이다.
▲ 초강천을 향해 뻗어내린 능선 끝에 세워진
월류정(月留亭)의 운치 또한 그만.
▲장마 비 속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열려지듯,
인생에는 반전이 있고
솟아나는 타이밍이 있는 것.
▲그러니 묵묵히 기다림도 있어야 하는 것,
보이지 않아도, 믿기지 않아도....
▲'한천8경(寒川八景)'은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을 일컫는데 우암 송시열이 이름 붙였다.
▲우암 송시열(1607~1689),
우리역사에 그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이도 드물겠다,
성리학자 송시열은 온갖 영화도 다 누렸지만, 최후엔 사약을 받았다.
그러나 사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역사에 뚜렷이 남는다.
▲가파르게 1봉까지만 오르면
나머지 봉들은 작은 오르내림
유유자적 걸을 수 있다.
▲시선은 아득한 공간을 건너간다,
신비로운 안개구름 너머로 이어진 연봉들로.
▲그리움을 품지않고 살아가는 이가 없듯,
닿을 수 없는 인연을 향한 아쉬움,
향수 같은 게 마음 속에 담긴다 운무 속의 봉들을 보면.
▲ '글'을 '긁다'에서 파생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의미리라.
▲나이를 드는 건 계단을 오르는 것,
한 살 두 살 오를 수록 또 다른 풍경,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새상을 본다, 나를 본다.
▲빗속의 '장수' 가족들....
천사같은 성품들은 아니지만 오래오래
때로는 사람 냄새 풍겨 가면서라도 그렇게 가자고.
▲젊은 날은 세상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환경을 탓하고, 사회를 원망했지.
..그러나 거친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내는 소나무들 앞에 엄숙했다.
▲가파른 바윗 길...
그래도 비오는 날 젖은 바위를 보는 것,
안개낀 날의 몽롱한 바위를 보는 것.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릴케의 시를 움미 할
가을이 오는 법이니.
▲'사랑'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어떤 이는 '살다'의 명사형으로도 추측하고.
▲어떤 이는 생각할 사思와 헤아림 량量을 조합한
'사량'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나는 아닌것 같다,
상대를 탐험하듯 그래서야 그게 어디 사량이겠는가?
내가 아는 사랑은 그냥 '빠지는 것'
하나의 세계, 하나의 우주, 하나의 시대로...
▲빗속의 주점부리, 즐거움이 가득하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이 넘친다.
▲이제는 제4봉, 제 5봉이 저기다.
▲저기 어디 쯤은 삼도봉- 민주지산--
그렇게 흐리겠지만
분간이 어렵고.
▲지나온 봉들, 저 북동으로는
반야사에서 올랐던 백화산 한성봉.
▲뚝, 뚝,
한 방울, 한 방울.. 억수 비가 내린다.
▲절벽과 바위 투성이의 가파름 속에
완만하게 휘어지는 등산로가 의외란 생각.
▲빗 속에서 울려오는 매미소리,
여름이 깊었다.
▲어느 시인인지 그랬다
튼튼한 다리가
보기 좋다.
꽃보다 더 나은
푸른 솔이 좋다.
▲이런 거구나
이래야 하는구나.
냄새도 빛깔도
이름과 닮은
의젓한 나무.
▲제4봉을 향하는 길은 가파르다
능선의 바위색들이 짙은 갈색,
또는 붉은 색이 특이하다.
▲그래서 광산이 있었나 보다,
폐광산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을들은 산천에 안겨 평안하고
한가롭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본다.
▲제 4봉에 선다,
아래로는 아찔하지만 강물은 한가롭고.
▲산과하늘이 맞닿은 먼 속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강은 흘러온다.
▲그리고 5봉,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정해진 것일까?.
▲나는 흘러가는 시간의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비오는 거기에
겨울 비닐쉘터를 천막으로 치고
상을 차린다. 아늑한 행복.
▲6형제는 거기서 즐거움을 나눈다,
오래오래 그러자고,
아프지들 마시고....
▲괜찮다고, 괜찮은 거라고
이만하면 감사한 생애,
복 많은 인생이라고.
▲거기서 가파른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간간이 뒤 따라오는 이들은 다 앞으로 보내고.
▲나이를 여행한다는 생각,
산행은 애인처럼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것.
▲이제는 길도 평온해 지고,
비도 그친다.
인생은 그냥 흘러가는 것, 잠시 내 손에 머물렀다가.
▲세월이 흐르듯,
삶이 흘러가듯
시간도 흐르고 인연도 흐르는 것.
▲이제 광장 까지는 1K.
▲거기서 우리보다
호텔급 식사를 하는 장수 가족을 만난다.
마감 직전이라 입맛만 다신다. 그냥.
▲함께 흘러간다, 세월도, 강물도, 호젓한 길도...
즐거움과 함께.
▲삶은 결코 쉬지도 않지만
감당 못할 법도 없는 것.
▲내린 비에 초강천은 불었다.
바지를 걷고, 양말도 벗고, 신발을 들고
시원한 강물을 건넌다.
▲위로는 강물 흐르듯
지나온 봉들을 보고.
▲황순원의 '소나기'가 추억되었다.
잠결에 이웃에 다녀온 아버지의 말씀,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부모님의 이야기 소리를 듣는데
윤초 시네 증손녀인 소녀가 사실은 병을 크게 앓아 결국에 죽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소년과 함께 놀았던 당시 입었던 옷,
분홍 스웨터를 그대로 입은 채 묻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함께 듣게 되면서
황순원 소나기 내용은 끝이 난다.
▲소년과 소녀의 순순한 마음과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작품이 처음 발표된 1953년 이후로도 쭉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어디 나 뿐이겠는가
비가 그치고 난 뒤 불어난 개울가에서 소년은 소녀를 업어서
도랑을 건너기도 했던 추억은 누구가 긴직하고 있겠다.
▲'소나기'는 원두막에서 비를 피하지만 소녀는 매우 추워하고
그런 소녀를 위해서 소년은 자신의 저고리를 벗어서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소나기'의 가슴 아린 추억 때문일까?
다시 길을 가는 모습이 처연했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고
이제부터 둘레길을 걷는다.
▲영동군 황간면 월류봉 둘레 길과
양산면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은 ‘영동 2대 둘레길’로 알려져 있다.
▲ 또 경북 상주시에서 석천을 따라
황간면 반야사를 잇는 '백화산 호국의 길'이 영동군에 걸쳐 있어
영동은 ‘둘레길의 성지’로 꼽힌다.
▲월류봉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에서
석천을 따라 반야사까지 세 개 코스로 조성됐다.
1코스는 월류봉 광장~원촌교~완정교를 잇는 ‘여울 소리길(2.7㎞)’,
▲ 2코스는 완정교~목교~우매리까지
백화산 자락을 걷는 ‘산새 소리길(3.2㎞)’,
▲ 3코스는 우매리~반야교~반야사까지 걷는 ‘
풍경 소리길(2.5㎞)’로 꾸며졌다.
▲ 월류봉 산행길이 4.2km이고
둘레 길은 8.4km나 되는 셈.
▲뜨거운 길을 걷기도 하지만
숲 길을 걷는 코스이다.
▲이제부터 한가로이 걷는거야
원촌교를 건너고 좌측으로.
▲석천을 따라 데크가 이어졌고
길은 8.4K나 된다.
▲오늘은 1구간 원정교까지만 가자.
여유롭게.
▲배호가 생각났다 휘파람을 부른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바위 능선은 사군봉에서 흘러내린 암릉이
칼날 같이 예리해 칼산으로 불린다.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꼭 호랑이를 닮아 위압감을 준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상처인가
▲멀리 떠나간 내 사랑은
기약조차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감성적인 글귀가
연인과 함께라면 좋겠단 생각.
▲맑은 강물은
청아한 소리로 흘러내리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눈과 귀를 씻는 아름다운 길.
▲웃어야 하지 않는냐고
카메라 맨이 시범을 보인다.
하하 핫핫
▲참 좋은 날이야
'같이'란 말은...
▲원촌교에서 약 30분이면
화장실이 설치된 원정교 앞 갈림길에 도착한다.
▲원정교, 여기서 부터 2코스 '산새소리길'이 시작된다
우린 여기까지 걷기로 했다.
▲다리 밑으로 내려 가
개구장이가 된다.
다 벗섰는지는 알 수 없는 일.
다 뵈줘도 별 거 아니지만.
▲거기를 떠나 남으로 달린다.
두 주전 이용했던 상주의 쇠고기 전골집에.
▲종일 빗 속을 거닌 님들이
활기가 넘친다.
▲늘 멋진 제일 산악회원님들도.
▲하루종일 생각나는 사람,
계속 보고 싶은 사람...
가장 우리를 반짝 거리게 하는 정겨운 님들.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되돌아보니 우린 서로 사랑했군나..
담다디의 이상은의 노래였나?.
▲쇠고기 전골은 사진 먼저 찍는것도 잊어버리고
이제서야 생각났다.
▲오늘은 이봉락 형님이
위하여를 외치시고.
▲한가득 마음도 몸도 포만감으로,
행복으로 채웠지.
▲밥, 그리고 밥을 먹는다는 건
수만가지 의미가 들어있는 법..
▲그렇게 다시 찾은 내 고향 충북,
그 아름다운 고장, 영동군.
이 여름 맑간 복숭아 익어가고, 짙은 포도향 넘실대듯,
진경산수화 같은 월류봉과 함께 오래오래 번영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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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양문규
산과 산 사이로 낮게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속을 종소리 대신/소똥 묻은 새가 울고 간다/
스님은 심장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서로 가는 것을 묻지 않고,/
길이 끝나는 곳으로부터/소리들이 되돌아와 발 디디는 곳마다/종을 울린다/
물은 흘러가는 것을 묻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음 속의 觀音/종소리 아닌 종이 운다/
절 밖/아름드리 은행나무,/
큰 울음/나뭇등걸 속에 내장한 채/
하늘을 떠받들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