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경남.부산.울산

울산울주.신불산(神佛山 1,159m/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신불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靈鷲山 1,082m)-단조성터-휴양림(원점회귀. 12K, 6H)

산꾼 미시령 2020. 9. 21. 17:13

'영남알프스'

영남 동부지역에는 경남의 밀양, 양산과 경북의 청도, 경주,

그리고 울산의 울주등 5개시군에 걸쳐 거대한 산악군이 이어지는데 이를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빗대어 영남 알프스라 한다.

 

그 중 대장겪인, 가지산(迦智山1,241m)은 뒤로 문복산(文福山) 1,015m)을 두고

좌측으로는 고헌산(高獻山 1,034m), 우측으로는 운문산(雲門山1,195m)을 거느리며

남쪽을 향하여 당당하게 쭉 뻗어 내려오는데 배내고개에 이르러 동, 서로 갈라진다.

 

그 배내고개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 줄기에는 간월산(肝月山1,069m)-

신불산(神佛山 1,159m)- 영축산(靈鷲山 1,0825m)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능동산(982m)을 거쳐 천황산(天皇山 1,189m)- 재약산(載藥山 1,119m)으로 이어지는데

1,000m가 넘는 이 9개의 봉우리를 완주하면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하여 온 나라가 수심이 짙은 한 해,

그래도 어김없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청명한 하늘 빛의 이끌임으로 홀연히 다시 그 곳으로 떠난다.

짙은 그리움의 그 곳 영남 알프스를...

 

▲'국립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산 넘어 '등억온천단지'쪽 휴양림과

구별하기 위해 '폭포'를 넣었는지..

 

여기도 상단과 하단 두 군데 시설이 있어

여기를 하단으로 구분합니다..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섭니다.

 

▲하늘 빛만 바라보고 왔지만

청아한 폭포소리와 그리움을 부르는 맑은 물....

 

▲산림청이 있고, 지방청이 있고...

인적사항을 적고, 마스크, 손소독 확인을 하고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거대한 '영알(영남알프스)'의 지도만 봐도

그리운 광활함이 밀려오는데.

 

▲좌측으로 오르면 파래소 폭포-휴양림 상단-간월재로 가고

오늘 산행은 우측 테크로 시작했지요.

 

▲처음부터 기 죽이는

가파른 자갈 오르막 길.

 

▲그러나 그 힘듦은 잠깐이고

오늘 신불재까지의 길은 퍽 안연한 숲길입니다.

 

무덥디 무더운 여름,

평생 같이 있을 것 같더니,

계절의 순리엔 못 이겨 저 만치 물려가고.

 

▲삼거리가 나오기를 학수 고대했더니

마침내 거기를 만납니다.

 

▲신불재는 1.1K,  영축산은 2K.

한참을 갈등하다

먼저 신불산으로 가기로 하였지요.

 

▲계곡 바람이 차다했더니

어느덧 억새장관이 시작되고.

 

신선한 바람 불어와 억새에 걸려,

가을은 흔들거립니다.

 

▲긴 장마탓일까?

다른 해보다 덜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고.

 

청명한 하늘, 흰 구름 두둥실 춤을 추고.

부서진 가슴 조각에 둥근 열매 맺히니,

아, 가을은 가을이구나.

 

▲그래도 가을이 주는 짧지만 큰 선물.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잘 견뎌 낸

댓가겠지요.

 

▲ 차가운 바람에 억새는 춤을 추고

청량한 햇살에 빛나는 빛깔.

 

▲신불재- 신불산, 오르는 가을 행렬은

더욱 마음을 설래게 하고.

 

▲다 담을 수 없는 바람, 햇살

그리고 가을의 향기....

 

▲남쪽으로 흐르는 길은

영축산 방향..

 

▲도착한 신불재,

동쪽으르는 가천 저수지 방향,

신불산은 700m를 더 오릅니다.

 

▲신불재 오르는 방향도

젊은이들로 시끄럽고

 

▲어느 시절 여기에 누위

맑은 달도 보고 싶고,

아침 바람도 맞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세월이 많이 흘렀나?.

바람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찬 바람에 노란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답니다.

 

▲가천 저수지 방향, 등억온천단지.

'등억'은 산간을 의미한다니

그 시절은 깊은 골 이었겠지요.

 

 

▲간월재에 비하면 면적이야 작지만

그 평화로운 모습에 한참을 서성입니다.

 

▲아래 가천 저수지..

저 멀리 울산시내가 보이고

거기엔 문수산- 남암산 두 봉이 여인의 젖가슴 마냥 봉긋 하였지.

 

▲보랏빛 쑥부쟁이, 하얀 구절초...

이게 헷갈리여 이 무식한 놈,

그 소리에 할 말이 없었던 시절...

 

안도현의 < 무식한 놈>이라는 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아! 드디어 저 멀리 영축산이 보이고

그 광할한 영남 알프스의 백미, 그 길을 봅니다.

 

▲어느시절 그 아득한 세월이 흘러

이런 풍광을 빚어 내는건지.

 

신불산(神佛山 1,159m)

밀레니엄 기념으로 설치한 모양입니다.

 

▲단체 산꾼들이 몰려들던

여느 가을보단 덜 하지만

혼미한 가슴은 한 마음일터...

 

신불산(神佛山 1,159m)

아득한 시절 이제는 은퇴자가 된 동료들과 올랐던 곳,

작년여름, 그리고 그 앞 가을날에도 여기를 왔었습니다.

 

다시보는 영축산...

그 넘어로 부산의 산군들...좌측은 천성산...

죽바위등 우측으로 양산 토곡산, 지난주 올랐던 김해 무척산.

 

▲'인생에 단 한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짧지않은 세월 다녔던 산행의 보상이려니..

 

▲여느 사람처럼

가슴에 유토피아를 품고 살아온 세월..

오늘처럼 찬란한 빛깔이 앞으로도 펼쳐지겠지요.

 

▲500여m 떨어진 서봉(1,159m)

동봉인 여기 보다 60m가 낮답니다.

 

▲어느 여름 무더운 날 올랐던

등억온천단지-홍류폭포-신불공룡능선...

그 4K는 무척이나 힘든 길 이었지요.

 

▲ 언양- 울산으로 이어지고

더 좌측 넘어로는 경주의 단석산 토암산,

동대봉산으로 흐릅니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바위밑

아늑한 곳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내려가야 할 신불재...

 

은빛 군무의 일렁임은

가을의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인생의 어느 지점에 놓아버렸던 누군가는

그렇게 멀어지다

결국 사라져 버리는 건지.

 

▲가야 할 길은 바쁜데

좌우 풍경에 진도가 나아가지를 않았으니...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 지붕아래  연가(戀歌)를 부릅니다.

세월은 가고, 또 가을은 오는 것을..

 

 오르고 또 오르며 땀으로 적시던 날들이

새벽 꿈처럼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나무도 가벼워 지고

덕지덕지 자라난 슬픔의 잎들도 떨어지듯

이 나라의 애환이 그리 날아갔으면..,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을 봅니다.

가을편지.

가을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서쪽 아래로는 긴 배내골과

출발지 폭포자연휴양림이 보입니다.

 

▲동쪽으로는 광할한 언양-울산의 풍광이 여전하고

우측 새로난 고속도로는

울산- 밀양고속도로 공사인 듯.

 

▲지리의 연하선경 처럼 보이는.

그 평화로운 길... 우측이 신불산 정상,

좌측이 서봉입니다

 

 

▲거기서 바라보는 영축산 방향의 광활한 길...

영알의 최고 하늘길 답습니다.

 

▲ 좌측으로 깊은 낭떨어지 형국이지만

한참을 앉아 시간 가는줄 몰랐으니....

 

▲건너로는  능동산- 케이블카 정류장-

천왕산- 재약산이 흐르고.

중앙 멀리 함지막 엎어 놓은듯한 운문산(雲門山1,195m).

 

이제 곧 단풍의 계절이 오겠지요

단풍은 눈에 담고,

은빛 억새는 마음에 담아야 한다는데....

 

▲영남알프스 종주길은

하늘억새길이라 했습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신불재-영축산,

이 길은 '억새바람길'(4.4K)입니다.

 

그러니까 간불재-신불산은 1.5K/

신불산-신불재-영축산은 3K.

 

▲50만평의 이 평원은 과연 영알 최고의

억새와 바람의 길입니다.

 

▲'여기까지 잘 왔다.'

서러웠던 일, 억울했던 세월, 고달펐던 일..

다 쾐찮은 거야.

 

▲바람따라 걸어온 길,

이제 700m가 남았습니다.

 

▲여기는 하늘이 감추워둔 단조성,

임재왜란과 한국 전쟁때

많은 상처을 받았습니다.

 

▲저 멀리 정상석이 오롯이 보이고

흡사 제주의 오름 길 처럼 그렇게 평화롭게 흐릅니다.

 

▲이 빛깔 앞에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 / R. M. Rilke.

 

인생이란 석양에 드리운

긴 그림자 하나 벗 삼고 걸아가는 길이라고..

 

  젊었을 때는 고독이 뭔지도 모르면서

애써 고독한 척, 낭만적 고독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실존적 고독을 체험하게 되지만...

그것이 릴케의 내적인 고독이려니...

 

▲드디어 영축산,

아득한 시절 통도사 우측 솔숲 길을 따라 여기를 올랐지요

 무릎까지 눈 빠지던 그 시절에.

 

▲여기를 돌아 통도사로 내려가며

신발도 젖고, 양말도 얼어버린  고생스런 추억.

 

▲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멀리 오룡산- 염수봉....

그리움은 그리 흘러갔으니...

 

영축산(靈鷲山 1,081m)

20여년전 그렇게 처음 올랐던 그 곳..

 

 

▲이미 고인이 된 분,

그리고 모두들 세월은 은퇴자로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잘 새겨놓은 분의

사진을 참고로 옮겨왔습니다.

 

가을이 말해주는 것은

그 고독을 사랑하라는 것일까.

고독을 긍정하는 사람이 존재의 근원을 향해

깨어 있는 사람이려니

 

▲배내골, 파래교 입구 다리 건너 우측 청수우골로 오르면

한피기고개로 하여

저 봉들을 넘어 여기로 옵니다.

 

▲그리운 길, 바람 구름..

가을엔, 인간의 성품의 열매도

주렁 주렁 열렸으면,

 

그랬으면 참 좋겠다....

 

▲걸어온 길... 우측 신불산, 좌측 서봉...

그 아득한 넘어로 가지산이 반깁니.

 

▲길은 처음부터 아름다웠고

내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니...

 

▲거기서 뜨거운 봉지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내 다시 오리니 떨리는 아쉼으로

4.3K, 하산 길을 시작합니다.

 

▲ 구절초...

추운 그 곳에서 그리 꽃을 피웠습니다.

 

▲꿈에라도 잊지못할 아름다웠던 길..

굳게 무장하며 사는 척하지만

 

몸 안에는 슬픔이 가득 울렁이는 삶,

그렇게 위로받은 하루...

 

▲내려설 반대 쪽

언양-울산 방향도 마지막 눈에 담고.

 

▲그렇게 단조성터에 내려서면

오늘 종일 같이했던 하늘 조망은

숲속 깊은 길로 변합니다.

 

▲숯한 아픈 역사를 품고 단조성터는 그렇게 남아 있고.

늪 지대와 함께 50만평의 광활한 곳은

생존의 터전이 되었겠지요.

 

▲지형이 단지 같아 단지성...

한명의 장부가 만명을 당할 수 있는곳..

어사 박문수의 말입니다.

 

놀 유, 볼 관을 저리 쓴건지,

해석이 난해합니다.

보고 노는것이 삶이려니..

 

▲이 길이 나타나면

다 왔다는 의미..

 

이제 오늘의 긴 서정을

다시 일상으로 바꾸려니 아픔이 몰려옵니다.

 

 

그렇게 내려선 3거리...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하여 '바래소''파래소'가 되었다지만.

 

800m를 올라가 보고 올

열정이 없습니다.

 

가을 빛 깊음 속으로

풍경은 변해갑니다. 세월이 갑니다.

 

▲휴양림은 야영장도 있고

산중 호텔같은 숙소도 있습니다.

 

▲다시 만난 폭포자연휴양림 관리소.

'17인이상 관광버스는 못 옵니다'

 

겨울에 아이들 데리고 올까?

문의하니 그리 대답합니다.

 

▲여기서 1.7K내려가면 파래소교가 나오고

거기는 배내천트래킹길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나태주가 그랬습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안도현도 그랬습니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그렇게 정겹고 시원한 바람과 푸른 하늘과 함께 걸은 하루,

깊은 가을의 서정과 함께 추억이 되고

 

 

은빛 억새평원의 감성은 오래오래 기억 될 것이니...

감사한 시절, 아름다운 영남 알프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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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