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영남 동부지역에는 경남의 밀양, 양산과 경북의 청도, 경주,
그리고 울산의 울주등 5개시군에 걸쳐 거대한 산악군이 이어지는데 이를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빗대어 영남 알프스라 한다.
그 중 대장겪인, 가지산(迦智山1,241m)은 뒤로 문복산(文福山) 1,015m)을 두고
좌측으로는 고헌산(高獻山 1,034m), 우측으로는 운문산(雲門山1,195m)을 거느리며
남쪽을 향하여 당당하게 쭉 뻗어 내려오는데 배내고개에 이르러 동, 서로 갈라진다.
그 배내고개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 줄기에는 간월산(肝月山1,069m)-
신불산(神佛山 1,159m)- 영축산(靈鷲山 1,0825m)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능동산(982m)을 거쳐 천황산(天皇山 1,189m)- 재약산(載藥山 1,119m)으로 이어지는데
1,000m가 넘는 이 9개의 봉우리를 완주하면 기념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하여 온 나라가 수심이 짙은 한 해,
그래도 어김없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청명한 하늘 빛의 이끌임으로 홀연히 다시 그 곳으로 떠난다.
짙은 그리움의 그 곳 영남 알프스를...
▲'국립 신불산폭포 자연휴양림'
산 넘어 '등억온천단지'쪽 휴양림과
구별하기 위해 '폭포'를 넣었는지..
여기도 상단과 하단 두 군데 시설이 있어
여기를 하단으로 구분합니다..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섭니다.
▲하늘 빛만 바라보고 왔지만
청아한 폭포소리와 그리움을 부르는 맑은 물....
▲산림청이 있고, 지방청이 있고...
인적사항을 적고, 마스크, 손소독 확인을 하고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거대한 '영알(영남알프스)'의 지도만 봐도
그리운 광활함이 밀려오는데.
▲좌측으로 오르면 파래소 폭포-휴양림 상단-간월재로 가고
오늘 산행은 우측 테크로 시작했지요.
▲처음부터 기 죽이는
가파른 자갈 오르막 길.
▲그러나 그 힘듦은 잠깐이고
오늘 신불재까지의 길은 퍽 안연한 숲길입니다.
▲무덥디 무더운 여름,
평생 같이 있을 것 같더니,
계절의 순리엔 못 이겨 저 만치 물려가고.
▲삼거리가 나오기를 학수 고대했더니
마침내 거기를 만납니다.
▲신불재는 1.1K, 영축산은 2K.
한참을 갈등하다
먼저 신불산으로 가기로 하였지요.
▲계곡 바람이 차다했더니
어느덧 억새장관이 시작되고.
▲신선한 바람 불어와 억새에 걸려,
가을은 흔들거립니다.
▲긴 장마탓일까?
다른 해보다 덜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고.
▲청명한 하늘, 흰 구름 두둥실 춤을 추고.
부서진 가슴 조각에 둥근 열매 맺히니,
아, 가을은 가을이구나.
▲그래도 가을이 주는 짧지만 큰 선물.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잘 견뎌 낸
댓가겠지요.
▲ 차가운 바람에 억새는 춤을 추고
청량한 햇살에 빛나는 빛깔.
▲신불재- 신불산, 오르는 가을 행렬은
더욱 마음을 설래게 하고.
▲다 담을 수 없는 바람, 햇살
그리고 가을의 향기....
▲남쪽으로 흐르는 길은
영축산 방향..
▲도착한 신불재,
동쪽으르는 가천 저수지 방향,
신불산은 700m를 더 오릅니다.
▲신불재 오르는 방향도
젊은이들로 시끄럽고
▲어느 시절 여기에 누위
맑은 달도 보고 싶고,
아침 바람도 맞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세월이 많이 흘렀나?.
바람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찬 바람에 노란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답니다.
▲가천 저수지 방향, 등억온천단지.
'등억'은 산간을 의미한다니
그 시절은 깊은 골 이었겠지요.
▲간월재에 비하면 면적이야 작지만
그 평화로운 모습에 한참을 서성입니다.
▲아래 가천 저수지..
저 멀리 울산시내가 보이고
거기엔 문수산- 남암산 두 봉이 여인의 젖가슴 마냥 봉긋 하였지.
▲보랏빛 쑥부쟁이, 하얀 구절초...
이게 헷갈리여 이 무식한 놈,
그 소리에 할 말이 없었던 시절...
▲안도현의 < 무식한 놈>이라는 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아! 드디어 저 멀리 영축산이 보이고
그 광할한 영남 알프스의 백미, 그 길을 봅니다.
▲어느시절 그 아득한 세월이 흘러
이런 풍광을 빚어 내는건지.
▲신불산(神佛山 1,159m)
밀레니엄 기념으로 설치한 모양입니다.
▲단체 산꾼들이 몰려들던
여느 가을보단 덜 하지만
혼미한 가슴은 한 마음일터...
▲신불산(神佛山 1,159m)
아득한 시절 이제는 은퇴자가 된 동료들과 올랐던 곳,
작년여름, 그리고 그 앞 가을날에도 여기를 왔었습니다.
▲ 다시보는 영축산...
그 넘어로 부산의 산군들...좌측은 천성산...
죽바위등 우측으로 양산 토곡산, 지난주 올랐던 김해 무척산.
▲'인생에 단 한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짧지않은 세월 다녔던 산행의 보상이려니..
▲여느 사람처럼
가슴에 유토피아를 품고 살아온 세월..
오늘처럼 찬란한 빛깔이 앞으로도 펼쳐지겠지요.
▲500여m 떨어진 서봉(1,159m)
동봉인 여기 보다 60m가 낮답니다.
▲어느 여름 무더운 날 올랐던
등억온천단지-홍류폭포-신불공룡능선...
그 4K는 무척이나 힘든 길 이었지요.
▲ 언양- 울산으로 이어지고
더 좌측 넘어로는 경주의 단석산 토암산,
동대봉산으로 흐릅니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바위밑
아늑한 곳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내려가야 할 신불재...
▲은빛 군무의 일렁임은
가을의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인생의 어느 지점에 놓아버렸던 누군가는
그렇게 멀어지다
결국 사라져 버리는 건지.
▲가야 할 길은 바쁜데
좌우 풍경에 진도가 나아가지를 않았으니...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 지붕아래 연가(戀歌)를 부릅니다.
세월은 가고, 또 가을은 오는 것을..
오르고 또 오르며 땀으로 적시던 날들이
새벽 꿈처럼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나무도 가벼워 지고
덕지덕지 자라난 슬픔의 잎들도 떨어지듯
이 나라의 애환이 그리 날아갔으면..,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을 봅니다.
가을편지.
가을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서쪽 아래로는 긴 배내골과
출발지 폭포자연휴양림이 보입니다.
▲동쪽으로는 광할한 언양-울산의 풍광이 여전하고
우측 새로난 고속도로는
울산- 밀양고속도로 공사인 듯.
▲지리의 연하선경 처럼 보이는.
그 평화로운 길... 우측이 신불산 정상,
좌측이 서봉입니다
▲거기서 바라보는 영축산 방향의 광활한 길...
영알의 최고 하늘길 답습니다.
▲ 좌측으로 깊은 낭떨어지 형국이지만
한참을 앉아 시간 가는줄 몰랐으니....
▲건너로는 능동산- 케이블카 정류장-
천왕산- 재약산이 흐르고.
중앙 멀리 함지막 엎어 놓은듯한 운문산(雲門山1,195m).
▲이제 곧 단풍의 계절이 오겠지요
단풍은 눈에 담고,
은빛 억새는 마음에 담아야 한다는데....
▲영남알프스 종주길은
하늘억새길이라 했습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신불재-영축산,
이 길은 '억새바람길'(4.4K)입니다.
그러니까 간불재-신불산은 1.5K/
신불산-신불재-영축산은 3K.
▲50만평의 이 평원은 과연 영알 최고의
억새와 바람의 길입니다.
▲'여기까지 잘 왔다.'
서러웠던 일, 억울했던 세월, 고달펐던 일..
다 쾐찮은 거야.
▲바람따라 걸어온 길,
이제 700m가 남았습니다.
▲여기는 하늘이 감추워둔 단조성,
임재왜란과 한국 전쟁때
많은 상처을 받았습니다.
▲저 멀리 정상석이 오롯이 보이고
흡사 제주의 오름 길 처럼 그렇게 평화롭게 흐릅니다.
▲이 빛깔 앞에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 / R. M. Rilke.
▲인생이란 석양에 드리운
긴 그림자 하나 벗 삼고 걸아가는 길이라고..
젊었을 때는 고독이 뭔지도 모르면서
애써 고독한 척, 낭만적 고독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실존적 고독을 체험하게 되지만...
그것이 릴케의 내적인 고독이려니...
▲드디어 영축산,
아득한 시절 통도사 우측 솔숲 길을 따라 여기를 올랐지요
무릎까지 눈 빠지던 그 시절에.
▲여기를 돌아 통도사로 내려가며
신발도 젖고, 양말도 얼어버린 고생스런 추억.
▲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멀리 오룡산- 염수봉....
그리움은 그리 흘러갔으니...
▲영축산(靈鷲山 1,081m)
20여년전 그렇게 처음 올랐던 그 곳..
▲이미 고인이 된 분,
그리고 모두들 세월은 은퇴자로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잘 새겨놓은 분의
사진을 참고로 옮겨왔습니다.
▲ 가을이 말해주는 것은
그 고독을 사랑하라는 것일까.
고독을 긍정하는 사람이 존재의 근원을 향해
깨어 있는 사람이려니
▲배내골, 파래교 입구 다리 건너 우측 청수우골로 오르면
한피기고개로 하여
저 봉들을 넘어 여기로 옵니다.
▲그리운 길, 바람 구름..
가을엔, 인간의 성품의 열매도
주렁 주렁 열렸으면,
그랬으면 참 좋겠다....
▲걸어온 길... 우측 신불산, 좌측 서봉...
그 아득한 넘어로 가지산이 반깁니다.
▲길은 처음부터 아름다웠고
내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니...
▲거기서 뜨거운 봉지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내 다시 오리니 떨리는 아쉼으로
4.3K, 하산 길을 시작합니다.
▲ 구절초...
추운 그 곳에서 그리 꽃을 피웠습니다.
▲꿈에라도 잊지못할 아름다웠던 길..
굳게 무장하며 사는 척하지만
몸 안에는 슬픔이 가득 울렁이는 삶,
그렇게 위로받은 하루...
▲내려설 반대 쪽
언양-울산 방향도 마지막 눈에 담고.
▲그렇게 단조성터에 내려서면
오늘 종일 같이했던 하늘 조망은
숲속 깊은 길로 변합니다.
▲숯한 아픈 역사를 품고 단조성터는 그렇게 남아 있고.
늪 지대와 함께 50만평의 광활한 곳은
생존의 터전이 되었겠지요.
▲지형이 단지 같아 단지성...
한명의 장부가 만명을 당할 수 있는곳..
어사 박문수의 말입니다.
▲游 놀 유, 觀 볼 관을 저리 쓴건지,
해석이 난해합니다.
보고 노는것이 삶이려니..
▲이 길이 나타나면
다 왔다는 의미..
이제 오늘의 긴 서정을
다시 일상으로 바꾸려니 아픔이 몰려옵니다.
▲그렇게 내려선 3거리...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하여 '바래소'가 '파래소'가 되었다지만.
800m를 올라가 보고 올
열정이 없습니다.
▲가을 빛 깊음 속으로
풍경은 변해갑니다. 세월이 갑니다.
▲휴양림은 야영장도 있고
산중 호텔같은 숙소도 있습니다.
▲다시 만난 폭포자연휴양림 관리소.
'17인이상 관광버스는 못 옵니다'
겨울에 아이들 데리고 올까?
문의하니 그리 대답합니다.
▲여기서 1.7K내려가면 파래소교가 나오고
거기는 배내천트래킹길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나태주가 그랬습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안도현도 그랬습니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그렇게 정겹고 시원한 바람과 푸른 하늘과 함께 걸은 하루,
깊은 가을의 서정과 함께 추억이 되고
은빛 억새평원의 감성은 오래오래 기억 될 것이니...
감사한 시절, 아름다운 영남 알프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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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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