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시절 두 손으로 발목을 잡고 엎드려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거꾸로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허리조차 굽히기 어렵고, 그 보다 어른 체면에 뉘라도 볼까하여
그렇게 해 본지가 아득하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그 거꾸로 보기 동작은 새로운 발견 이었다 높은 하늘은 맑은 호수가
되고, 산은 호수에 잠긴 반영의 그림이 되었다.
황소가 거꾸로 걸어가고, 사람도, 자동차도 거꾸로 움직였다
가끔은 사물을 뒤집어 거꾸로 보면 좋겠다. 신기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이미 갖혔고
이미 그런 관념의 색안경을 끼고 본 사람이나 사물은 바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고정관념은 미국은 무조건 좋은 나라 일 것이고, 인도는 가보나마나 지저분한
나라라고 단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아버린 대상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오뚜기나 풀무원 식품은 무조건 좋을 것이고, 독일제품이나 일본제품은 무조건 성능이
우수할 것이며, 메드인 차이나는 무조건 성능이 형편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이는 사람을 대하면서도 아무개하면 내 안에 벌써 선입견이 들어와 굳어버려서 그런
존재로밖에 볼 수가 없다
사람이나 사물이 끝없이 변하고 새로이 형성된다는 면에서 얼마나 안타까운 것인가!
그러나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그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 아름다운 비밀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우리는 산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산을 오른다
산은 어느 계절, 누구와, 어떤 맘으로 오르는지에 따라 열 번 올라도
모두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아무리 여러번 오른, 같은 산이라도 처음 찾는 감성과 겸손과 경탄을 갖고 오르자.
수십년 보아온 친지, 동료라도 내가 아는게 전부인듯 함부로 대하지 말고
처음 만나는 감격과 겸허함으로 대하자
선입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늘 감격된 마음, 맑고 따뜻한 열린 눈, 열린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물과 사람에게서 새로운 생기가 돌고 환희와 기쁨을 맛보리라
2017년, 한 해가 저문다
그렇게 산을 보고, 동료를 보자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이, 허심탄회, 그 빈 마음으로 말이다.
▲ 눈 없는 남녘에서 100% 눈 예보를 신뢰하고 달려온 분천역.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49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96)
▲ 작은 역 마을에 산타가 오셨네!
V트레인, 강원 태백시 철암역과 경북 봉화군 분천역을 갑니다.
V트레인의 V는 협곡(valley)을 의미하는데.
이름 그대로 백두대간의 협곡과 오지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열차길 입니다.
▲ KTX의 시속이 300㎞에 육박하는데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의 속도는
시속 30㎞에 불과합니다..
▲ 그러나 내리고 보니,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울고 싶은 마음.
▲역 앞, 작은 산타마을은 눈속의 풍경이었다면
동화 같았을 산타클로스, 루돌프, 북극곰
여러가지 동심의 조형물을 세웠습니다.
▲ 눈 썰매장, 산타, 마차등...
그러나 비가 내립니다. 어른의 가슴에도
동심들의 마음 위에도....
▲ 만차 중, 16명만 빗 길을 걷기로 길을 나섭니다.
승부역까지 12.1K를 목표로 하여.....
▲ 오늘의 코스는 역 이름이 4개 나오는데
분천역~낙동정맥트레일~비동역~ 체르마트길~양원역~
각금마을~낙동강 세평 비경길~승부역 입니다.
▲ 분천역 역사 바로 옆에는 ‘체르마트’라는 영문 간판과
스위스 알프스 설경 사진이 있습니다.
2013년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하고자 설치한 것이다.
▲ 그래서 '체르마트길' 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체로노빌 생각도 나고
우리동네 롯데마트길도 생각나서 인지...
▲ 결코 인생 길은 쉽지는 않지만
감당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빗속 길을 이렇게 걷는 것처럼..
▲ 비오는 쌀쌀한 날씨는 마음을 허전하게 합니다.
삶에 찌들다 올해도 벌써 끝이 보이는데,
이대로 멀어지는 2017년을 보내기는 너무나 아쉽습니다.
▲ 비동역까지의 '낙동정맥 트레일' 길은
넓은 아스팔트가 대부분이지만. 더 연결되지 않은
도로탓에 오가는 차량은 뜸합니다.
▲ 조용한 산 길을. 연말과 연초사이
가을과 겨울 사이, 그 순간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는 자연을 찾아
느릿느릿 걷습니다.
▲ 비동마을 입구를 만납니다.
건너 강가의 적막함이 오히려 서러움이 되고...
▲ 오랜 세월, 열차 외에는 드나들 수 조차 없던 마을들...
그 세월은 최고의 풍광과 청정의 길이 되었습니다.
▲ 빗 속에 휴대폰도 버스에 두고 왔는데
비 탓일까 카메라라 작동이 안됩니다.
한참을 당황하였고.
▲ 할수없이 사진을 포기할 수 밖에 없고
그러나 양원역에서 승부역으로 더 진행하지 못하고
되돌아 올 때 회장님 폰을 빌려 촬영을 했습니다.
▲ 그러니 오면서 찍은 것을, 역으로 가면서 찍은 장면으로
배치를 하니 사람의 걷는 장면도 '꺼꾸로' 입니다.
▲ '척구 갈림길'을 지나 왔습니다.
작은 자전거 보관소가 있는데 거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 보관하고
통학버스를 타는 모양입니다.
▲ '비동'역 철교를 올려다 봅니다
옆으로 출렁다리가 설치 되었습니다.
▲ 비동역을 오르다 건너다 보면
아늑한 쉼터도 있습니다.
▲'비동역'
한자를 보니 비료할 때 쓰는
'살찔 비'자를 쓰는군요
풍요로운 기름진 마을 이겠습니다.
▲ 오늘 '오솔길'은 10명이 동행하였고
이 우중코스는 5명이 함께 걸었으나
사진 한번 촬영을 못 했습니다.
▲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이정표도 비에 젖고,
'배 호'의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 분천역에서 여기 비동까지
'낙동정맥트레일'은 끝이 나고,
여기서 부터 '체르마트길'이 양원역까지 이어집니다.
▲ 저 끝, 터널 속으로 가면 안됩니다.
우측 산으로 올라 넘어야 합니다.
▲ 작은 비동역은
정성 가득한 잔디 길 이었고..
▲ 30K 속도의 열차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더 천천히 옵니다.
▲ 출렁다리 아래 아득한 계곡에는
겨울이 내려 앉았습니다.
▲ 비동역 언덕을 되돌아 봅니다
서러운 겨울 풍경을 보면서
삶이 모든 것이 잠시 내 손에 머물다 가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하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였던가
로버트 레드포드의 말,
인생은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것이라고...
.
▲ 냇물도 흐르고, 기차도 흐르듯
세월이 흐르고, 삶도 흘러가고, 시간도, 인연도 흐르는 것....
▲ 그러니 내가 할 일이야
애써 잡으려고 발버둥 치는게 아니라
그 것들이 내게 머무는 동안 그냥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
▲ 함께 흘러가면서.....
그렇게 작은 산 하나를 넘습니다.
▲ '용골쉼터'
커피도 팔고 라면도 메뉴판에 있으나
닫혔습니다. 벌써 허기가 찾아옵니다.
▲ 문득 이 그늘에서 커피를 팔며 살아가는 쥔장이
부럽단 생각도 하고.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양원역'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일제 강점기, 암울한 얼음장 현실 속에도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를
외쳤던 생각이 납니다.
제가 그랬다는게 아닙니다.
▲ 앞, 우산 쓴 이가 필자입니다
다섯중 제일 낫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기차가 갑니다. 관광열차도, 화물열차도 오갑니다.
필자의 고향에서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기차를 처음 봤습니다.
'길으면 기차...'가 실감 났었지요.
▲ 이 계곡에 눈이 내리고
그리고 다시 봄도 오겠습니다.
▲ 지금도 도로가 없는 이 곳에
어떻게 물자를 날라다 길을 냈을까?
.
▲ 가벼워져야 해 .....
먼 낙동강 길을 따라가려면 마음도 몸도...
그 물 길을 바라봅니다.
▲ 길을 갑니다 문득 생각 난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 29세에 오절 할 것을 미리 알았을까?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 이제 양원역이 코 앞입니다.
6.6K의 그 길을 왔습니다.
▲ 허기도 지고, 늙은 등산화는 물이 가득고여
발이 시립니다.
▲ 양원역에서 건너다 보면
익숙한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
▲ 여기 양원에서 승부역까지 '낙동강 세평 하늘길' 입니다.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18년 동안 승부역에서 근무한 역무원이 썼다는 이 시는.
첩첩산중에 하늘마저 좁게 느껴지는 승부역의 정경을 잘 담은 명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춥고 배고픈 비맞은 길 손들을
내치지 않는 간이 비닐하우스 식당 쥔장의 고마운 마음으로
비를 피하며 점심을 나눕니다.
▲ 여기서 승부역 까지는 5.4K
협곡 계곡 길의 묘미라고 아쉼이 가득하지만
승부역까지 가서 열차를 타고 분천역까지 되돌아 올 시간이 너무 늦어
버스에서 지루 해 할 동료들 생각에 되돌아 가기로 결정합니다.
▲'양원역'
한국 최초의 민자역사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습니다.
철도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기에 마을 주민들은 승부역까지 걸어가야 했고
▲철 길을 걷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어.
여러 번의 민원 끝에 영동선 개통 33년 만인 1998년 4월에
기차가 양원역에 정차하게 되니. 당시 마을 사람들은 감격해서 울고 웃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양원역은 열차가 서기만 하는 임시 승강장이어서
제대로 된 역사가 없어.
불편을 느낀 마을 사람들이 직접 승강장과 대합실을 만든 것이
지금의 양원역입니다
▲ '양원', 경기도 파주에서 연천 전곡으로 넘어가는 길에
양원리가 있고 거기 수련원에서의 추억이
젊은 시절 연인과 함께 생각 났으니....
▲ 언제나 가지 않은 길은 진한 아쉼으로 남는 법....
되돌아 다시 분천역으로 갑니다.
▲ 만차를 이루어 금년 마지막 산행을 큰 기대로 갖고 이끈
박기봉 총무님,,,,
오늘 노심초사 그 '산행대장'으로서의
이심전심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오늘 아침 '비닐쉘터' 겨울산행 비닐하우스를 제게 선물합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올린건 아닙니다.
▲ 젖은 발들은 이렇게 해서 동상이 걸리는 건가...
마음도 몸도 추운 일행...
그렇게 되돌아 오던 길을 갑니다.
▲ 그렇게 6.6Km를 다시 걸어 도착한 분천역.
눈 꽃이 핀다면 동화속 같았을 산타마을....
분천역은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어.
지난해 12월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가기도 했답니다.
분천역은 간이역의 설움을 딛고 지난 해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는 등
성공적인 역 리모델링 사례로 떠 올랐습니다.
▲ 아쉬운 빗속 길의 하루
봉화읍에서 뜨거운 물에 젖은 몸과 마음을 씻고.
뜨끈한 전골에 쌀밥을 먹으니 그렇게도 감사한 하루였으니....
▲어렸적 강변에서 뛰어 놀던 그 때의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강변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면서
길을 만들어 이 길의 장점은 오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걷는 길이다
강변의 바위와 모래를 밟으면 학교를 마치고 약속이라도 한 듯
삼삼오오 강으로 달려가 얼굴이 발갛게 익을 때까지 물고기를 잡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르는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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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山行..그리움따라 > 경상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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