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 조차 붉어라'
그런 계절이 왔다.
지리산이 좋아 그 자락에서 은거했던 남명 조식은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들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이른바 삼홍를 노래했다
조정래도 피아골의 단풍 절경을 묘사했다. 그는 '태백산맥'에서 '샛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고 했다
탄성을 우리 스스로 읊을 때가 되었다. 지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에도 가을은
찾아왔다. 강물은 마르지 않고, 오늘도 면면하게 흐른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빚어내는
자연산수는 강산무진(江山無盡)의 전형이 아닐런지.
이 지리산은 그 자락에 살아온 이들의 사랑에도 크게 힘입었다. 영·호남의 지붕인
이 영산(靈山)에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베어지고,
톱밥이 골짜기를 메운 때가 있었다. 전후(戰後)의 풍경이었다.
허물어지는 큰 산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연하반이란 구례사람들의 등산모임으로부터
시작되어 지리를 오르내리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민족의 산을 지키자"로 결기했다.
구례군 1만2000여가구중 1만여가구가 십시일반으로 추진위 활동에 필요한 성금을 냈다.
5년만인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올해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이했다.
오늘도 남녀노소 따로 없이 삼삼오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쉼없이 오르내린다
햇살은 큰 산 아래를 멀리 비추고, 산들은 그 색이 엷어지며 겹겹이 포개져 있다.
넉넉하게 자연과 사람을 품고 있는 그 큰 산 지리산.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던
그 곳은 사시사철 '굳이 찾아오는 이들'로 넘치고 있다.
지리산을 생각하면 사무친 그리움에 가슴앓이 하는 이들이 어디 한 둘이랴!
'지리산 시인' 이원규가 시 속에서 지리산의 명소들을 불러낸것도 이 그리움이리라
천왕봉 일출, 노고운해, 반야노을, 피아단풍, 불일폭포, 벽소명월, 세석철쭉, 칠선계곡,
연하봉 벼랑과 고사목 등등.
그 그리움으로 정겨운님들이
조용히 걷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올라 피아골로...
아픈 마음으로 그 곳을 걷는다.
▲ 다시 그리운 지리, 나는 다시 지리산에 갑니다.
지난 6월 종주를 위해 섰던 '성삼재(1090m)'
전북 남원 산내면과 구례군 광의면의 경계입니다
▲ 여기서 종주길 천왕봉은 28.1K.
단숨에 달렸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반대방향은 그리운 서북능선...그 길의 시작점 입니다.
▲ 861번 지방도가 뚫리면서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고갯마루가 되었습니다.
▲ 부러운 내서중학교 동창동무들....
홍일점 손 시인이 휘어잡습니다.
▲ 노고단 고개까지 2.6K,
그 길은 평온하나 계속 오름입니다.
▲ 도로를 가로지르는 3 곳은
돌 계단을 각오해야 하지만
▲ 30여분이면 노고단 대피소를 만납니다.
▲ 노고단 대피소..
오늘따라 바람은 세차고 한 겨울을 연상시키는
날씨입니다.
▲ 노고단 고개를 이어지는 막바지 돌 계단은
8분 가량 남겨두고.
▲ 대피소 뒤의 단풍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붐비는 인파,
대체 이들은 어디서 언제 왔단 말인가?
다들 지리의 꿈 같은 그리움은 한결이겠지요.
▲ 늘 올려다 보기만 했던 노고단을 오늘은 오르려합니다.
인터넷 예약으로 크게 기다리지 않고 오릅니다.
현장 접수는 줄을 서야했고.
▲ 아! 전혜 예상치 않은 뿌연 구름이 뒤덥고
반야봉 아기 엉덩이도 희미하고, 촛대봉도, 천왕봉도, 중봉도, 세석도
꽝 입니다.
▲ 세찬 바람에도 여인들은
그냥 웃습니다.
▲ 반야봉을 다녀 올 선발대는 이미 내려가는 중입니다.
▲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조망....
그리운 서북능선의 만복대 방향도 이 모습이 마지막입니다.
▲ 형제봉 능선도, 화엄사 계곡도 이렇게 희미하고
맑은 날, 천왕봉, 촛대봉, 영신봉에서 흘러내린 남부능선...
광양의 백운산,....진한 아쉬운 아쉬움...
▲ 야생화는 벌써 깊은 겨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초여름 한번 다시 와야겠습니다.
▲ 비단물결 같던 섬진강 그 S라인 물 길도 구름 속에 잠기고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지만
남매같은 이 분들은 날려 갈 염려는 적습니다.
▲ 통신탑과 저 끝 종석대...
통제되어 갈 수 없는 곳입니다.
▲ 저 아래 노고단 고개....
야생화의 보고의 그 넓은 곳.....
이 곳에 날마다 텐트촌이 시장바닥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정상석 인증샷은 넉 줄로
대기되어 있습니다.
▲ 노고단의 상징 돌탑....
장터목이나 천왕봉에서 보면
우측의 반야봉은 아기 엉덩이 같이, 좌측으론 삼각뿔모양 노고단이 보입니다.
▲ 밑으로 선교사 별장이 있던 왕시루봉 능선이 뻗어가고
그 너머로 삼도봉에서 불모장등 능선이 보여야 하는데....
▲'노고단(老姑壇)은 신라화랑들이 수련을 하면서
탑과 단을 설치하고 천지신명과 노고할머니께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유래했다'.....다 읽을 인내가 부족합니다
▲ 서둘러 내려갑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산에 오르면 늘 절감합니다.
▲ 이미 깊은 겨울 채비에 들어간
종주 능선 길...
그리운 이들이 딛뎠을 그 돌들을 딛고..
▲ 구름에 달가듯이 그렇게 갑니다.
정겹고 아픈 임들이....
▲ 돼지령에 올라
즐거운 식사들을 하지만
손 끝이 시린 기온에 서두릅니다.
▲ 늘 여기를 오면 화개재 같단 생각을 합니다
좌우의 그 조망은 이미 구름 속에 갇혔고
세찬 바람은 마지막 억새의 횐 깃털을 흔들어 댑니다.
▲ 임걸령에 다녀오자고 했지만
덜덜 떨리는 기온과 세찬 바람은
서둘러 피아골로 향하고...
▲ 조금은 안연해진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 급경사 돌 길은 힘든 구간이지만
단풍은 여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 조망이 아쉬워 울고싶던 님들은
이제 단풍으로 즐거워지고.
▲ 오늘 사진의 컨셉은
최대한 '불륜으로 보이기'
그렇게 하고 웃습니다.
▲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조선 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이 한 말입니다.
▲피아골의 유래는
지나간 역사 속에 피아골에서 죽은 이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직전마을에서 오곡 중의 하나인 피(기장)를 많이 재배했기에...
▲'피밭골'이 피아골로 변한 것이랍니다.
피아골은 지리산 주능선 상의 삼도봉과 노고단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모여드는 골짜기입니다
▲ 삼도봉에서 흘러내린 불무장등 능선,
노고단 흘러내린 왕시루봉 능선 사이에 깊이 파여 있습니다.
▲자연미가 뛰어난 경관과
단풍으로 잘 알려진 골짜기입니다
▲ 주 능선의 삼거리에서 파아골대피소 까지는 가파른 2K이고
대피소에서 직전마을은 다시 4K,
빼어난 단풍 길입니다.
▲전국이 온통 단풍의 명산인 우리나라!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마는 단풍 명소를 굳이 손꼽아 본다면
▲ 북부권에는 설악산과 오대산이 현란하고
중부권에서는 속리산, 지리산, 주왕산이 그럴겁니다.
단풍이 11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남부권에는 내장산과 백암산이 단연 앞섭니다.
▲ 하긴 단풍이 붉어 홍류동이라는 별명이 붙은 가야산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인데 세월은 빠르고
가을이 너무 짧습니다.
▲ 지리산이 좋아 아예 지리산 아래 덕산으로
삶의 터을 옮겼던 조식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소(沼) 또한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사람을 붉게 취하게 하는 인홍(人紅)이 어우러지는
삼홍(三紅)의 단풍 명소라 했습니다.
▲ 처음으로 계곡을 가로 지르는 불로교...
그 길이 그립습니다.
▲ 이제 계곡의 물은 여기서 부터 소리를 내고.
▲ 불로교에서 13여분의 대피소 길은
평안한 길입니다.
▲ 필자도 붉게 취해 인홍(人紅)이
되어가고..
▲ 이제 즐비한 소와 담, 그리고 기암과 어우러진 모습
그대로 그림이고 비경이 펼쳐집니다.
▲피아 단풍은 지리산 10경의 하나입니다.
자태가 곱고 색깔이 진합니다.
그래서 피아골 단풍을 일러 핏빛 단풍이라 부릅니다.
▲ 그 핏빛 단풍은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6·25전쟁 당시 피아골은 빨치산과 군경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
그 바람에 피아 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곳의 단풍이 다른 곳보다 더 붉은 것은
그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 합니다.
▲ 그렇게 아픈 역사의 상념에 잠길 무렵...
가을의 그림속 피아골대피소를 만납니다.
▲ 빗방울 떨어지는 날씨속에도 빛깔은 곱게 물들었고
황장산 봉우리로 불길은 타오릅니다.
▲ 그 낙엽이 눈처럼 흩날리는 곳에서
즐거운 한 잔의 포근함은 단체로 '불륜' 컨셉입니다.
▲좋은 님들과는 종일 앉아 있을 마음이지만
이제 '핏빛 아우성'으로 타오르는 계곡을 향해 떠나렵니다.
▲이제 그 단풍과 물에 취해 마음까지 붉어지는 인홍(人紅)이
깊어가는 비경을 연출하는 계곡을 따라 4K를 걷습니다
▲소요시간 측정이 불필요 하겠지만
구계포교까지 23분, 삼홍소가 있는 삼홍교까지 13분,
표고막터까지 20분쯤 걸립니다.
▲이제 온 산을 불지를 듯 불타는 산홍(山紅)에 취했으니
핏빛으로 물들이는 수홍(水紅)차레입니다.
▲국립공원이란 개념도 모르던 시절,
지리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노력에 의해
1967년12월29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
▲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구례군, 남원시등 3개 도
5개 시 군, 15개 읍 면의 440,517㎢에 이르는 면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52배입니다.
▲신라 5악 중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 난다해서
'지이산'...(智異山)이라 불립니다.
▲백두산맥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頭流山)이라 불리기도 하고
불가(佛家)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을 일컫는
‘방장’의 깊은 의미를 빌어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합니다.
▲아! 그 활홀한 길을 갑니다.
▲ 조정래도 피아골의 단풍 절경을 묘사했습니다.
'태백산맥'에서 '샛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라고..
▲ 아 가슴으로
아롱진 고운 빛깔이 스며듭니다.
▲ '구계포교'를 건너는 님들...
단풍잎인가 사람들인가... .
▲ 이제 머지않아 눈도 쌓이고
얼음 속으로 물 길도 잠기겠지요....
▲ 삼홍소 부근에 앉아
시조 하나 읊어보라하니
' 저 놈의 딱다구리는 나무 구멍도 잘 파는데
우리집 영강댕이는....'
19금급 가칭 시조를 읊습니다.
▲ 한참을 웃다가 이 좋은 단풍속에 그런 시조나 노래하냐고
핀잔을 주면서
혹 그 영감댕이 팔자가 내가 될까 걱정된다 하니....
▲'공무원 연금'이 있으면
그 '구멍'은 못 뚫어도 된다. 우리가 딱다구리냐.
공무원연금만 있으면 되지...
위안을 줍니다.
▲ 그렇게 웃으며 '삼홍소',
삼홍교를 지납니다.
▲ 삼홍소.... 조식선생도 저 바위를 봤을까요?
경상우도와 서도의 거목 퇴계와 조식....
자랑스런 성리학의 조상님들입니다.
.
▲물을 붉게 물들이는 수홍(水紅)
우매한 필자도 이제 알겠습니다.
▲이번 주 11월 4일부터
단풍축제가 시작 된답니다.
▲ 입구에서 삼홍소 까지는 이번 주말이
절정일듯합니다.
▲그대처럼 그리운 산하..
▲ 그리움,
그리고 보고싶은 마음....
▲ 오늘을 한 마디로 표현 해보려 하지만
기막힌 글귀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 한 여인이 사진을 찍길래 나도 따라 다시
찍어본 장소입니다.
.
▲ 그리고 그 아래 아름다운 청춘이
뭔 약속을 하는 것일까?
그 시절 산을 알았더라면 이런 날에 그 여인을 데려왔다면
틀림없이 내게 왔을 그리운 님...
▲ 그러나 그 시절은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느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뛰어 다녔습니다..
▲ 가을의 깊은 서정은 이제 표고막터를
눈앞에 두고...
▲ 피밭골이 피아골로
그리고 왜 직전마을이라하는지...
▲ 이제 마지막 골을 가로 질러갑니다.
아쉽고 아픈 마음으로....
▲ 이제 표고막터에서 1K길은
박목월이 생각나는 구름 나그네 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가을 구름이 흘러가고
▲ 골마다 만나는 너덜겅이
얼마나 긴 세월을 통해 만들어 졌는지를...
▲ 그렇게 엉겁의 세월이 다시 흐르고
다시 쪼개지고 쪼개지는 동안...
다시는 이 골에 피의 살육이 없기를 기도했습니다.
▲ 이제 산행은 끝이나고..
서러움이 다가옵니다.
▲ 그렇게 도착한 직전마을.
구레군 토지만 내동리... 연곡사가 있는 계곡입니다.
거기서 참기름 듬북 넣은 산채비빔밥과 한 잔의 막걸리....
울컷 눈물이 납니다.
▲ 오늘의 컨셉, 최대한 불륜같이..는
한바탕 즐거운 웃음이 되고.
▲ 그렇게 가을의 깊은 절정에서
노고의 세찬 바람과 그리운 능선길,,,
그리고 종일 삼홍의 단풍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갑자기
왜 갑자기 이다지도 서럽고 쓸쓸함이
다시 울컷 솟구치는지....
그건, 그건 나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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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봉이여/ 손순옥
바람결 따라
역마살처럼 떠돌던 바람
내 마음 붙잡고 쉬어가잔다
세월 위로 흐르는 고사목
촛불 켜는 맘으로 겸허하게 살라고
파아란 하늘 떠받든 기암괴석
구절초 쑥부쟁이 품은 가슴으로
세상사 시달려도 향기 나게 살라하네
한 생애의 아픔을
다 품고도 남을 넉넉함이여
쓰려져가는 내 삶
바로 서라 심장에 불을 지핀다
눈물 나게 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아......
지리산 연하봉이여
아름답지만 교만하지 않고
침묵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잘 차려입은 마음은
내속으로 들어와
나를 이끄는 큰 별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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