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경상북도

경북청도.상운산(운문령-귀바위-상운산-헬기장-쌍두봉-배넘이재-삼거리-사리암주차장-운문사-주차장(13K.6시간)

산꾼 미시령 2017. 7. 16. 20:51

 산자수명(山紫水明),

 산이 푸르고 물이 맑으며, 인심이 후해 삼청(三靑)의 고장으로 블리는 청도!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청도의 자랑은 청도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대표, 운문사(雲門寺)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유홍준(兪弘濬)교수는 '운문사'의 아름다움 다섯 가지를 이야기 하면서

 비구니 스님들, 장엄한 아침예불, 입구의 소나무 숲. 운문사의 평온한 자리매김,

그리고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가 여기에서 씌어진 사실을 들었다.

 

 그 중 첫째의 비구니 스님을 보자.

 운문사는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 항시 사미니계를 받은 200여 명의 비구니 학인스님이 있다면서

앳된 비구니를 바라볼 때면 뭔지 모르게 눈도 마음도 어질게 됨을 느낀단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비웃어 여색을 탐하는 사람이라고 비방을 해도 그것이 자기의 진심임을

속일 수 없다고도 했다.

 

 대학 선생을 하면서 나는 학생들이 가장 예쁘게 보일 때는 1학년 2학기 첫 강의에서

  보이는 얼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학년 1학기 때 모습은 촐망촐망한 눈빛이 어질지만

  어딘지 어리둥절 하는 불안이 보이고,

 

  2학년이 되면 슬슬 꾀가 나서 어딘지 모르게 어진 빛이 가시기 시작하고,

  3학년이 되면 알 것 다 알아서 사람이 질리게 되어가고,

  4학년 2학기가 되면 아쉬움과 후회로움의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는 리듬이 느껴진다.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 아직은 선량하고 앳되면서도 뭔가 해볼 의욕으로 빛나는 눈빛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운문사 승가대학 비구니 학인스님들은 사미니계를 받고 2년 남짓 되어 입학하였으니

 스님으로 살아가는 일생에서 1학년 2학기에 해당되는 바, 나는 그들을 마주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눈을 닦는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262-264)

 

 그렇게 표현했다

 학식 높은 전국의 문화답사기를 그렇게 잘 쓴 교수님도 눈도 마음도 어질다니

덜 수행된 필자는 오죽하랴...

 무슨 아픈 사연을 가졌길래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고아서 더 서러운 순정이 넘쳐흐르는

앳된 비구니 스님을 보면 말로 다하지 못할 그런 아름다움이 있고 웬지 모를 가슴 떨림이 있음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그 바구니 스님들이 있는 운문사,

 그 운문사를 품고 있는 상운산, 거기를 간다.

 

 벌써 2년전, 무더운 여름 날 운문령에서 시작하여 상운산, 배넘이재, 삼계봉, 내원봉, 지룡산,

 복호산, 신원3거리까지의 15K6시간은 참으로 고된 길이었다

 폭염의 여름날에 가벼운 코스를 걸어보려 한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비구니 스님들을 만난다면

그 또한 가슴 떨림이 아닐런지...

 

▲ 무더운 여름 날, 2년전 왔던 '운문령(640m)'에 도착한다.

이 산악도로는 동쪽 석남사, 언양에서 넘어와 운문,청도로 간다

우린 좌측으로 오르고 우측으로는 문복산(5.4K) 종주코스 이다.

 

▲ 영남 알프스의 중심, 가지산(1240m)도 여기서 오른다.

 

▲ 쌀바위, 쌀이 나오는 구멍을 한꺼번에 많은 쌀을 얻으려  

크게 팠더니 그 때부터 물만 나온다는..

그리로 하여 가지산으로 간다.

하긴 황금 알을 낳는 닭을 한꺼번에 얻으려 배를 가른다잖나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 2년 전 그 많던 인원은 어디로 가고 

오늘은 단출하여 좋다.

.

▲ 그러나 임도와 산 길을 가는 귀바위까지의 2.5K는

여러번 쉬어야 하는 가파름이다.

 

▲ 시원한 바람이 없다면

더 견디기 어려우리라.

 

▲ 참 오래 전, 지인들과 석남사 좌측 계곡으로 올라 한 바퀴

원점 회귀한 시절이 있었다, 이미 고인된 분도 있고 ..

진한 그리움이다. 

 

▲ 귀바위..거대하다.

석남사에서 보면 귀처럼 보인다하여 '귀바위'란다.

 

▲ 조망이 좋다. 

바람도 시원하고, 정겨운 동료가 있으니 더 감사 하거늘..

 

▲ 아래로 석남사가 보이고, 우측으로 영남 알프스가 대단하다.

저 너머로는 간월산, 배냇골로 이어진다.

왜 영남 알프스는 국립공원으로 되지 않았을까?

 

▲ 북쪽으로는 운문댐이 안개 속에 희미하고

아래 계곡으로는 운문령에서 넘어가는 도로가 있다

 

운문산자연휴양림. 어느 해 여름, 학생들을 인솔하여

거기를 왔었다.

 

 

▲ 우측의 높은 산줄기는 '문복산 (1,013m) 종주길이다.

어느 시절 걸어 볼 기회가 있을거다.

 

▲ 동쪽으로는 언양과 그 아래로는 통도사, 양산으로 이어지고,

중앙 멀리 가면 울산광역시이다.

 

▲ 숲속의 아늑한 곳은 '석남사'.

이 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선'(禪)을 도임한 도의선사가 창건했다

비구니의 수도처로 유명하다.

 

▲ 다시 시원한 숲 길을 걸어 오르면

 

▲ '상운산'(上雲山1,114m)이다

가지산 높이에는 못 미치지만, 삼계봉, 내원봉, 복대암 복호산, 지룡산 종주길의 

수 많은 봉 중에는 최고봉 이었다.

 

▲ 모친 찬바람, 여름의 뜨거움을 이겨내고 핀

경이로운 꽃들....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참 미안했으니...

 

▲ 가지산은 그렇게 뻗어가고,,,

 

▲ 벌써 그리움이 된 지나 온 길도 되돌아 보았지.

 

▲ 산악회에서 안내한 코스는

가지산 방향으로 가다가 학소대-학심이골로 안내 했지만

여기서 길을 놓쳐 우린 배넘이재 방향으로 걸었으니...

 

▲ 어느 길이면 어떻랴,,,,

바람이 좋고, 비구니 스님들을 뵐 수도 있으니

오르내림이야 관계치 않는다.

▲ 그렇게 오르내려 두 번의 헬기장을 지난다.

그 곳에 봉 이름을 세우면 좋겠다.

 

▲ 그 헬기장에 이정표는 없고 길은 사방이다.

'조은사람' ..참 좋은 사람인듯하다.

우린 배넘이재로 간다.

 

▲ 중앙 우뚝함이 '가지산(1,240m)이고

우측으로 '북릉'이다. 운문산으로 이어진다.

 

▲ 우측으로 운문댐이 보이고,

앞의 봉들은 2년전 종주했던 복호산, 지룡산 줄기이다.

참 오르내림이 심했다.

 

▲ 그렇게 한참을 오르내리니.

 

▲ 815m?, '쌍두봉'인가?

삼계리에서 올려다보면 뾰족한 두 봉이 나란히 함께 보인단다,

조망이 안되는 이 곳에선 구분이 안 된다.

 

▲ 거기에서 멋진 소나무를 경이롭게 만나고.

 

▲ 직각에 가까운 내리막을 정신없이 내려 와

올려다 보면 참 많이 내려왔음을 느낀다.

 

▲ 우측 삼계리 '천문사' 방향이다.

저기서 오르면 '배넘이재'에 닿는다.

 

▲ 그렇게 기다리던 '배넘이재'(450m)

천지에 홍수가 들었던 시절. 배가 넘나 들었다하여 그 이름이 붙었단다.

노아시절의 홍수였나?

 

▲ 옛 시절 우측 천문사, 삼계리 방향에서 이리로 올라

아랫재, 운문사 방향으로 다녔나 보다.

여기서 복호산, 지룡산은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 거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 서둔다.

나중 안 일이지만 여기서 지룡산 방향으로 올라 '사리암'으로 갔어야

여승을 뵐 수 있었으련만....

우린 좌측  아랫재 방향으로 내려간다.

 

▲ 숲은 좋고 가파르게 내려간다.

 

▲ 평지를 만날 무렵 다리를 만나지만

경상도의 가믐은 여기도 건천이 되었다.

 

▲ 이제 아련한 숲 길을 걷는다.

 

▲ 추억 한 아름 간직 함직한

그 계곡을 내려간다.

 

▲ 누군가 배바위라 써놨다.

돛대바위라면 좋겠다.

 

▲ 그렇게 내려서면 긴 계곡을 만나지만

여기서부터 수자원보호구역이라 출입이 통제된다.

 

▲ 삼거리.

상운산에서 학소대- 학심이골로 내려와 여기서 만난다.

 

▲ 여기서 사리암주차장까지 20여분 계곡은 출입통제란다.

어쩌겠는가? 그럼 배넘이재에서 통제사실을 붙였어야지

다시 오를 수는 없는 일....

차마 '알탕'의 유혹은 접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 물이 별로 없지만 시원한 것을...

중간에 환경 지킴이를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겨우 통과한다.

 

▲ 사리암 주차장, 이 초소에서

이 계곡의 출입을 통제한다.

 

▲ 미리 코스를 숙지 했더라면 사리암 방향으로 왔어야 했다.

 

▲ 그 뜨거운 주차장에서 여승 한 분을 뵙는다.

설마 처음이자 마지막 일줄은 몰랐다.

 

▲ 사리암은 좌측이다. 주차장의 규모에 놀란다.

중앙 구름아래 봉들이 오늘 지나온 봉들이다.

 

▲ 그렇게 뜨거운 길의 운문사로 내려간다.

 

▲'호거산 운문사' 운문사로 들어가는 일주문 이다.

호랑이가 산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겠다.

 

'운문사' 전국 최고의 비구니 사찰.

신라진평광떼 창건한 고찰이다.

30여동의 건물과 8점의 보물, 11명의 고승대덕의 영적과 많은 문화재가 보존되어

옛 역사, 문화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 500년 수령의 '처진 소나무'

아래로  뻗은 처진 가지가 비구니 사찰 답게 여성성의 부드러움이 있다 

매년 봄이면 막걸이 열두 말을 부어 기름진 양분을 공급하는, 귀하게 모셔지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제180호.

 

▲ 유홍준은 서두에서 소개 한대로

운문사의 다섯가지 아름다움으로 , 비구니 스님과, 250여명의 낭랑한 목소리의 장엄한 예불소리.

그리고 운문사 입구의 1K여길의 아리따운 홍송의 자태,

 

▲ 네번째로 영남알프스의 높고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았음에도 넓은 평지의 안온한

분위기와

끝으로,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가 여기서 쓰여졌음을 들고 있다

.

▲ '삼국유사'는 야사로서 '삼국사기'에 비하여 못 미침은 사실이지만

삼국사기에서 볼 수 없는 고대 사료가 수록되어

둘도 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 반만년의 역사를 내세울 수 있는 근거인 단군신화, 고조선기록은

'삼국유사'만의 사료이다.

그래서 육당 최남선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서슴지않고 후자를 택한다 했고,

유홍준 교수도 그랬다.

 

▲ 시간이 그런지라 낭랑한 예불 소리도

세상 사에 대한 덧없음과 먹먹함이 될 비구니 스님들도 뵐 수 없지만

 

스님들도 마셨을 약수 한 모금을 달게 마시고 돌아서는 길엔

웬지모를 서글픔, 덧없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 어느 해 가을,

노란 은행나무가 참 아름다웠는데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기가 좋으니 안좋으니... 정치가 어떻니,,,

 

그리고 누군가를 이기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운 세상사...

 

..그러나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을 뵐 수 없지만 그 경내를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 비움과 치유의 새로운 기운을 느끼게 되는거니...

▲ 이 꽃들도 스님들의 정성과 손 길이 지나 갔으리라..

경내의 건물 하나,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까지도

청정한 울림이 되어 가슴에 닿는다.

▲ 이제 주차장까지 솔바람 길이리라...

유홍준이 그래서 아름다움으로 꼽았나 보다.

 

▲ 그래도 유 교수님은 파르라니 깎은 앳띤 비구니 스님을 바라 볼 때면

뭔지 모르게 눈도 마음도 어질게 됨을 느낀다 했는데

 

형이하학의 필자는 그런 고차원이 아닌, 이 길을 걷는 여인네들의

빨갛고. 짧은 바지 차림의 뒷모습에도 정신이 혼미하니.

오! 통재라...

 

▲ 어느 시절, 얼마나 더 세월이 지나야

혼미한 속됨을 벗을 것인가?

 

▲ 어디에 있던, 그 자리를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나무,

그래서 '이양하'는 나무를 그리 예찬 했던가?

 

▲ 진한 아쉬움으로 그렇게

길은 흐르고..

 

▲ 박목월은 딸의 장례를 치르고

 

' 산자수명의 산수를 뽑은 그 자명은/

죽은 어린 딸의 이름이었다/

영혼이 나가고 비로소 팡에 남은 그 체중/

그 것을 안고 나는 산으로 갔다/

......

이 길에서 그 시가 떨림으로 들렸다.

 

▲ 그는 그랬다

'산과 마주 앉으면 산은 늘 어둑한 안색/

귀를 기울이면 늙은 산의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 일제 강점기의 일본 학정은 상처로 남고..

나보다 무척이나 어른인 것을 새삼 느낀다.

 

▲ 이 숲 길을 걸으면 도종환의 '봉숭아' 시도 생각난다

그 시의 끝부분은 이랬다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 라고.

.

▲ 미자막 벤취에 앉자

푸른 하늘을 본다. 웬지 서글품 인것을...

 

▲ 내 고향 청주에 엄청난 비가 왔다는 특보,

그러나 여기는 가믐이다.

씻으러 내려가 봤지만 온갖 이끼류...

포기한다.

 

▲ 2년 전 길게 오르내리고

마지막 절벽을 내려왔던 신선암봉이다.

그렇게 내려서면 '신원3거리'로 내려 왔었다.

▲ 그렇게 파란 하늘로 남겨진

오늘 지나온 봉들과 운문사, 그 곳을 그리움으로 보고

이제 이 계곡을 떠나려한다.

 

▲ 오늘 만차되어 함께한 '푸르뫼'

300회 산행이란다.

모든 님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이 산악회가 발전하길 빌며..

 

▲ 그렇게 '운문령'에서 부터 함께한,

덧없는 세월, 지나가는 하루...

다시 추억으로 깊히 간직하고

언제 한번 낭낭한 예불 소리를 들으러 다시 찾고 싶다

 

하얀  눈이 내리는 그리운 날도 좋고,

노란 은행나무 잎이 먹먹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게절이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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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비구니/유향순

 

물들여진 죄의 색깔은

모르는 채

암자의 문턱을 밟을 때에는

모두가 느끼는 전율도 없더이다

 

태고 적부터 있어 온 듯한

이끼 입은 부처님도

그저 그렇게만 보았더이다

 

행자 때부터 조금씩 터져 나오는

설움의 씨앗은

옷고름으로만 찍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