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나는 냉잇국을 먹으며
낙엽과 지푸라기 속에서도 목숨을 지켜
마침내 싹을 틔워낸 냉이를 생각한다
가파른 삶의 벼랑을 조심조심 걸으며
혹한의 추위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냉이를 보라
서슬 푸른 정신으로 살아야 하리라
(고명수의 ‘겨울냉이’중에서)
우리에게 이른 봄. 처녀들의 가슴을 가장먼저 설레게 하는 풀이 냉이다
풋풋한 나물을 학수고대하며 들판으로 나갔던 이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냉이.
땅 위에 최대한 몸을 바짝 붙인 채 엄동설한을 이겨낸 냉이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냉이라는 이름도 냉(冷)을 쫓아낸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잖는가!
이 봄에 냉이를 보면 그 시절 엄마가 생각난다
이 계절에 다시 찾는 청도 南山!
남산하면 가장 먼저 소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애국가의 ‘철갑을 두른듯’ 소나무 탓인가?
어린 시절 처음 ‘서울’을 갔을 때 봤던 ‘남산’이래, 경주등 남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산이
전국 곳곳에 많다
어느 곳의 남산도 웅장하거나 큰 산이 아니라 알맞게 크고 예쁘장한 다소곳 고개숙인
처녀 모양인데 청도의 남산도 예외는 아니다.
고교시절 비들기호를 타고 청주를 출발 부산, 마산, 통영, 여수의 남해안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청도'의 추억은 감나무가 참 많은 것이었다.
지금은 대구-부산고속도로와 경부선 열차가 지나고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한 고을,
그 청도군의 남산은 청도읍과 화양읍, 그리고 ‘각남면’의 경계를 이루며 청도사람들을 포근히
감싸 안은 모습이다.
2년전 ‘장수’의 산행은 청도군청 근처 ‘용화사’에서 올라 봉수대능선을 타고 남산을 넘어
남산계곡13곡을 지나 교촌리로 왔었다
오늘은 그 반대방향으로 교촌리에서 남산 13곡을 거슬러 올라 한재와 밤티재 방향으로
가리고 했는데 비가온다.
‘우리들산악회’집행부는 우중산행을 감안하여 ‘밤티재’를 출발하여 남산으로
죽림사 능선길을 따라 그렇게 내려간다.
찬란한 봄이 흐드러진 계절에
정겨운 님들과 함께 그 길을 걷는다.
▲우중으로 인하여 당초예정과 반대로
'미나리광'이 수백동(棟)인 각북면 한재마을을 올라 '밤티재'에 내립니다.
이 고개서 좌측은 밀양시와 경계인 화악산(930m),
우린 우측 '청도 남산(870m)으로 갑니다.
▲비는 오고, 조망도 엉망이니....
진흙 투성이의 가파른 길이 더 힘이듭니다.
▲ 한티고개를 오를수록 약간의 눈이 있습니다.
아침에 비 대신 눈이 왔나보다 그렇게 대수롭잖게 여겼지요.
▲ 2년전 청도읍사무소 뒤 '용화사'에서 출발하여 봉수대능선을
길게 걸어 만났던 좋은 전망터, 여기서 한재 미나리 단지가
어마어마하게 보였지만 오늘은 보이질 않습니다.
▲ 그레도 춘분이 지난 3월말 즈음에
이렇게 눈을 보다니 대단한 행운이라 기뻐들 했습니다.
▲ 맑은 날씨라면 한재 '미니라 광' 단지의 비닐하우스가
은빛으로 빛나고, 파릇파릇 봄 미나리 향이 여기까지
진동했겠지요.
▲ 한티고개에서 삼면봉까지는 100여m,
뜻밖의 눈 세상에 모두들 즐거워 합니다.
▲ 맑은 조망이 아쉽지만
인생이란 다 좋을 수는 없는 거지요.
이런 몽환적인 풍경도 이채롭습니다.
▲ 인물들이야 필자가 안 끼었는데
뭐 볼게 있겠습니까?
눈 세상과, 노송의 어우러짐, 그래서 아름다운 거지요.
▲ 마을이나, 한 지역의 지킴이 역활을 하는 산을
'진산'(鎭山)이라 합니다. 꼭 높이가 제일 높아서도 아니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주산(主山)이란 의미겠지요
▲ 부산의 금정산이 그렇고, 마산의 무학산,
대구의 팔공산등이 주산이라면 여기 아름다운 고장 청도는
그 많은 산들이 있지만 역시 '남산'은 청도의 진산입니다.
▲ 이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청도를 대표하는 관아는 신라의 공격으로 패망한 가야시대
'이서국'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산을 떠나 다른 곳에 세워진 적이 없습니다.
▲ 그러니 청도사람들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으며,
남산의 여러코스 안내판과 안내지도, 해설, 정상석등을 보면
그 정성이 눈물 겹습니다.
제일 앞 총무님은 다리 긴걸 자랑하려 한게 틀림 없습니다.
▲ 오를수록 눈은 더하고
강원도나 호남 어디 먼 곳을 온게 아니고
겨우 창원에서 밀양을 거쳐 온 청도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스스로 놀랍니다.
▲ '이해인' 수녀님의 '눈 내리는 날' 시가 있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 아침
가슴에도 희게 피는
설레임의 눈꽃
오래 머물리 못해도
아름다운 눈처럼
오늘을 살고 싶네...
▲.......
차갑게 부드럽게
스러지는 아픔 또한
노래하려네
이제껫 내가 받은
은총의 분량만큼
소리없이 소리없이 쏟아지는 눈
눈처럼 사랑하려네...
▲......
신(神)의 눈부신 설원에서
나는 하얀 기쁨 뒤집어 쓴
하얀 눈사람이네'
▲ 시인은 어찌 이런 표현을 쓸까요?
'신(神)의 눈부신 설원에서
나는 하얀 기쁨 뒤집어 쓴
하얀 눈사람이네'
▲ 정말 오늘 우리는 신의 눈부신 설원에서
하얀 기쁨 뒤집어 쓴
눈사람들인 겁니다.
▲ 그렇게 기쁨으로 오르면 '삼면봉'입니다.
청도읍과 화양읍, 그리고 각북면
3개 읍면을 3개 면으로 해석하면
'삼면봉'이 됩니다.
지리나, 민주지산의 '삼도봉'격 인거지요.
▲ 생각 같으면 사람들을 다 저리가라 하고 잠깐 열린
건너 산들을 담고 싶지만 그런 맘도 모른 채
폼을 잡습니다. 그 순간 한 바탕 눈 뭉치가 떨어지니
고소합니다 물론 속으로만.
▲ 오늘 역시 '즈그들만' 찍는게 샘이나
필자도 서 봅니다.
▲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오늘 최고의 풍경 인듯합니다.
▲ 슬그머니 다가가니 막걸리 한잔을 줍니다.
이런 설원에서 막걸리라...
좀 풍경에게는 덜 어울리지만
이 풍경에서 담배피는 분들보단 괜찮겠지,,,
한 잔 얻어 마십니다.
▲ 그 삼면봉에서 우린 좌측으로 틀어
남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 이 능선은 바람이 좋아 2년전 그 여름
점심을 먹었던 곳입니다.
▲ 나무는 더 우람한데 2년만에 다시 온 우리는
크게 이룬 것도 없고,
세월의 주름만 늘어 송구하기도 했지요.
▲ 정상으로 가는 안전한 길로 내려가지만
우린 작은 암릉구간을 넘기로 했습니다.
▲ 자일도 있고 로프도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 그 코스의 기념으로 한번 서 보기도 합니다.
언제 다시 이런 풍경을 만나겠습니까?
▲ 우중에 산행을 준비하느라 노심 초사한 총무님..
그 수고의 은덕으로 이런 코스를 만난듯 합니다.
늘 에너지 넘침은 필자의 부러움입니다.
▲ 좀 미끄럽기도 합니다
잘들 넘어감니다. 그래도
▲'이제껏 내가 받은
은총의 분량만큼
소리없이 소리없이 쏟아지는 눈...'
정말 이해인 수녀님의 마음이 마음에 닿습니다
계속...
▲ 정호승 시인도 그랬지요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정호승-수선화에게)
▲ 그러면서 저는 이 귀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 '우리들 산악회' '장날'에 이런 펼침막은 실례인줄 알지만
오솔길 가족들도 이렇게 서 봅니다.
남산은 청도의 진산답게 고찰과 명소들이 즐비합니다.
▲ 적천사, 죽림사, 신둔사가 유명하고
청도 8경의 하나로 30m높이의 직폭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한 '낙대폭포',
그리고 봉수대가 있고 주변 조망도 빼어나 곳곳의 전망바위에 오르면
주변의 산군이 거의 다 조망되는 곳입니다.
▲ 좀더 내려가면 없어질 아쉬운 눈...
좀 천천히 걷자고 그리 조릅니다.
▲ 인생 모든 일이 그런 것인가?
가고 싶은 길이 막히면 그렇지 않았으면 못 왔을 다른 길에서
뜻밖에 행운을 만나는.... 그래서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겠지요.
▲ 그렇게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이 계절 어디서 이런 눈을 보겠습니까?
▲ 이번 겨울 풀풀 날리는 눈도 구경하지 못한
마창 지역의 불쌍한 사람들로서는
그 누구보다 큰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 그렇게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즐거움에 배나 더 시끄럽습니다.
▲ 자리를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습니다...
▲ 때를 마춰 함박눈까지 떨어지던
그 포근한 곳에서...
▲ 즐거운 마음을 모아
자리를 잡아봅니다. '창원 우리들 산악회'
오래오래 발전하시고 산우님들의 건산을 기원 했습니다.
▲아! 여기서 우측 방향으로 갔어야 뚝 떨어지는 지능선 길을 가고
전망바위를 지나 장군샘을 만나며,
아기자기하며 여러 해설판들이 있던 청도13계곡으로 내려갔어야 하는데...
▲ 그 계곡 끝 무렵에는 신라고찰 '신둔사'도 있고
그 절 경내 종각 뒤로 가면 낙대폭포로 가는 길도 있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 그러나 오늘은 헬기장에서 왼쪽 길을 따라 죽림사 방향,
오른쪽 계곡아래로 '청도13계곡'을 아쉽게 내려다 보며
주능선으로 내려오는 겁니다.
▲ 그래도 발 길이 빠릅니다.
한재 미나리 삼겹살이 준비되어 있어서 일까요?
▲ 그러나 점점 눈이 옅어지고
아쉬움은 커 갑니다.
▲ 능선 전망좋은 바위아래
캔이며 온갖 쓰레기들이 '이거 너무하다' 싶습니다.
'장수'의 하 회장님, '오솔길'의 김총무님...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내려 가 다 줍습니다.
▲ 아쉽게 눈들은 다 사라지고...
이제 오른쪽 아래로 신라 고찰 '신둔사'도 보입니다.
▲ 생강나무가 노랗고,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정상 눈 세상과는 '같은 날' 이랄 수 없는 풍경.
▲ 그 해 여름, 전망바위서 본 화양평야는
서양의 어느 풍경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성황사' 이 고장의 수호신들을 모시는
사당이랍니다.
▲ 그렇게 내려서면 '화양지'아래로
아늑하고 아름다운 화양읍내가 펼쳐집니다.
▲ 개나리도 피어나고..
▲ 화양저수지 ...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이호우의 '봄비'가 생각납니다.
'이 비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겄다/....
▲..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그렇게 내려서 남산을 되돌아 봅니다.
아직도 남산은 하얀 눈을 덮어 쓰고 포근히
청도을 감싸안고 있습니다.
▲ 예로부터 청도의 중심은 화양(華陽)입니다.
한 때는 신라를 위협 했을 정도로 강성했던 '이서국'의 수도 이기도 했습니다.
경부선 철도가, 그리고 고속도로가 청도읍을 지나면서
많은 것을 청도읍에 내어주었지만 ..
▲ 읍성, 석빙고, 여기 도주관..
많은 문화유적들이 화양읍에 있어
옛 영화를 묵묵히 증언합니다.
▲ 고종시절 병인, 신미양요를 거치면서
대원군은 전국에 척화비를 세웁니다.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는 것은 그들과 화해하는 것이고,
그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
▲ 현대화된 으리번쩍한 교회당 보다도
역사를 간직한듯, 이런 교회가 좋습니다.
어렵게 교회를 섬겨가는 성도들의 수고로움이 보여집니다.
▲ 그렇게 남산을 다시 봅니다.
화양의 들녘에서 바라볼 때 묵묵히 남쪽 하늘을 지켜선 남산...
▲ 조선 숙종때의 석빙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 국가보물 제323호입니다.
창녕,경주,안동,현풍,영산에도 석빙고가 있지만
서울의 서빙고동, 동빙고동은 동 이름이 되었습니다.
▲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유적,,,
유래오래 간직되길 바랬습니다
▲ 운문산, 화악산등과 비슬지맥, 명산들이 포근히 감싼
청도.... 오래오래 평화로운 고장,
훼손되지 않는 문화의 현장으로 남길 기원해 봅니다.
▲ 비 그친 포근한 오후에
즐거운 동료들의 즐거운 소리가 요란합니다.
나중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최백호의 노래가 생각난
'옛날식 다방'들이 많았는데 거기를 가볼 걸 그랬습니다.
짙은 색소폰 소리야 있으랴만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이 있을지 누가 압니까?
짙은 립스틱은 괜찮지만...
▲1675년부터 1904년까지의 관찰사2기, 군수 25기, 찰방 3기..
그 비문에는 '군수 000 선정 불망비'등의 내용입니다
이 중에도 역사의 평가에 따라 선정은 커녕 포정꾼도 있겠지만
일제 강점기시절 군수들이 없는게 퍽 다행입니다.
.
▲ 포근한 봄날에 읍성을 거닐어 봅니다.
제비꽃도 보이고, 노란 민들레도 보입니다.
▲ 최근에 복원된 곳도 있겠지만
선인들의 발자취를 걷는다는 마음이 포근했습니다.
▲ 그 너머엔 고향 길 같은 그런 연못에
늙은 소녀들이 추억의 길을 걷습니다.
저 마다 고향의 첫사랑을 생각했겠지요.
▲ 남산 13계곡 입구 '남천탕'에서 뜨겁게 피로를 씻은다음
내용보다 캐릭터가 귀여워 담아봅니다.
▲ 마을의 수호신 같은 보호수도 둘러보고
▲ 고풍스런 찻집 정원에서 '나팔 수선화'도 봅니다.
동화작가이자 원예가인 '타샤 튜더'는
'수선화 없는 생활이란 생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꽃을 기르고 정원을 가꾼 그녀는 수선화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였지요.
▲ 연둣빛 '한재미나리'의 향기로운 풋내가
뜨거운 불판 위 삼겹살을 만나니...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 그렇게 봄의 향기와 한겨울 같은 눈 세상 속을 거닌
즐거운 하루...
동쪽으로는 운문산을 필두로, 영남 알프스 산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북쪽으로는 멀리 대구의 팔공산과, 서쪽으로 비슬산이 포근히
그리고 남쪽으론 화악산이 감싼
청도인들의 사랑, 남산에서 보낸 시간들이
또 하루의 아쉬운 추억이 되고...
▲언제나 가 보지 못한 곳은
아쉼의 대상이 되는 법....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내려왔으면 장군샘을 지나 거쳤을
13곡을 아쉬워 합니다.
▲ 그렇게 역사와 문화의 고장 청도에서의 하루..
봄 날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
목련꽃 아래서는/조정인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다
마른 가지 어디에 물새알 같은
꽃봉오리를 품었었나
톡
톡
껍질을 깨고
꽃봉오리들이
흰 부리를 내놓는다
톡톡,
하늘을 두드린다
가지마다 포롱포롱
꽃들이 하얗게 날아오른다
목련 아래를 지날 때는
목련꽃 날아갈까 봐
'山行..그리움따라 > 경상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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