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智異山)
숱한 전설과 우리 역사의 피와 눈물을 함께 해온 지리..
왜적의 침입을 받을 적마다 골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격전지였으며 해방 후에는
빨치산의 본거지로 피.아간 2만의 피를 뿌린 슬픈 통곡의 산이기도 합니다.
1967년 12월에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어 올해 50년을 맞는 지리산은.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 가는 높은 산으로 그 산세가 매우 웅장하며. 두류산 또는 방장산이라고도 하고,
한라산, 금강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입니다.
백두대간의 끝, 지리는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과 하동, 함양군 등 3개 도,
5개시. 군에 걸쳐 있습니다.
산의 북부와 동부에는 낙동강의 지류로 덕천강 · 남천 · 주천 등이 흐르며, 남부와 서부에는
섬진강의 지류로 화개천과 서시천이 흐른다. 천왕봉(1,915m) · 반야봉(1,751m) · 노고단(1,502m) 등
세 봉우리를 비롯하여 해발 1,500m를 넘는 산봉우리들이 치솟아 있고,
해발 1,000m 이상 되는 준령도 20여 개나 됩니다.
산행의 고단함과 대피소에서의 불편함은 쉽게 잊는 것일까?
웬지 좌우 살필 겨를도 없이 급박하게 달려온 고달픈 삶,
위로받고 싶은 가슴을 안고 엄마 품 같은 '지리'로 달려갑니다.
고향역을 향해 달려가는 귀향 길 처럼...
▲ 거림(巨林), 큰 숲이 있다는 의미일까?
소박한 탐방지원센터는 닫혀있고
산 새도, 등산객도 조용한 '거림계곡'으로 오릅니다.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 그 입구엔 '천황사'란 큰 사찰이 있고,
탐방지원센터 옆에는 '길상암'이란 절도 있습니다.
▲오늘 오르는 '도장골'
1951-1953사이 공비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곳입니다.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역사의 아픈 여인의 삶도
이 골짜기에서 이어졌지요.
▲ 거림에서 세석평전까지는 6.5K.
비교적 길은 오르기 좋은 길입니다.
▲ 2.5K를 오르면 첫 다리 '천팔교'가 나옵니다
이름의 의미는 모르지만
참 소박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 '거림계곡'은 세석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발원한
'자빠진골'과
연하봉, 촛대봉에서 발원한 '도장골'이
서로만나 이뤄진 계곡이랍니다.
▲ 3K 지점에 두번째 다리 '북해도교' 입니다.
북해도? 홋가이도란 말인가?
좀 이름이 거시기 합니다
여기부터 길은 가파라 지지요.
▲ 그렇게 힘들 즈음 세석1K전에,
'돌마리영'포인트가 나오는데
안내판이 세월탓에 지워졌습니다.
멀리 삼신봉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외삼신봉, 우측으로 내삼신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남해의 여러 봉들이 졸망댑니다.
▲ 마치 내 살아온 날들의 인생길 처럼
비탈진 길을 몇 굽이 돌아 올라오면 '세석교'가 반깁니다.
▲ 눈을 기대했지만..
세석 평전에서 흘러 내리는 골짝...
한 여름엔 얼마나 맑고 시원했는지 모릅니다.
▲ 거기 3거리를 만납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의신마을로도 가고,
어느 시절, 낙남정맥 답사를 시작하면서
음양샘을 거쳐, 삼신봉과 청학동으로도 갔었습니다.
▲아! 반가운 '세석대피소'를 만납니다.
영신봉(1652m) 바로아래 이 대피소는 지리 8개 대피소중
제일 규모가 큽니다.
240명을, 장터목 대피소는 155명을 수용합니다.
지난 가을, 야생화 지천인 여기서 1박을 하였습니다.
▲ 풍부했던 샘이 얼어 70m 아래의
이 샘물을 사용합니다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 바람없는 포근한 햇살아래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 장터목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좌측으로는 노고단 방향(21K)으로 가고,
우측으로는 장터목(3.4K)
그리고 바로 너머로는 백무동(6.5K)로 갑니다.
▲촛대봉으로 오르면서 세석평전을 봅니다,
저 대피소 위가 '영신봉(1652)이며, 거기서 부터 남부능선이 뻗어내려
낙남정맥이 됩니다.
▲ 세석평전 습지입니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고지(1500m)의 습지랍니다.
▲ 지난 가을 그 넓은 평원에는 하얀 쑥부쟁이와
연보라빛 구절초가 비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지천으로 피었었는데...
▲ '촛대봉(1703m)
마치 슬픈 촛농들이 눈물처럼 떨어져 흐른 모습 같다하여
이 이름이 붙었습니다.
통제되기도 하지만, 종주 시마다 정신없이 스쳐지나야 했던..
오늘은 몰래 그 통제선을 넘어 올라 봅니다.
▲ 촛대봉에 올라 서쪽을 봅니다.
바로 앞 영신봉과 세석평전,
그리고 저 멀리
어린아이 엉덩이 닮은 반야봉(1,751m),
그 좌측 고깔모양은 노고단(1,502m) 입니다.
▲ 아! 천왕봉이 눈 앞에 보이고
그 밑으로 제석봉과 주목지대
그리고 앞으로 연하봉이 선명합니다.
▲ 그 촛대봉 너머로
남부능선을 따라가면 중앙에 삼신봉, 좌측으로 외삼신봉,
우측으로 내삼신봉..
그리움으로 눈물이 납니다.
▲ 다시 북쪽을 봅니다. 바로 아래로 함양 '마천'이 보이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백두대간 '오도재'도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좌측으로, 덕유 능선이 서봉,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
그리고 향적봉이 선명합니다.
▲ 바로 아래로 거림골짝도 보이고
그 아래로 '산청양수발전소'와 좌측으로 중산리
그리고 멀리 더 좌측으로 진주시내 아파트까지 선명히 보입니다.
▲ 멀리는 남해의 섬들과 바다까지 ..
좋은 조망과 포근한 햇살을
감사했습니다.
▲ 다시 촛대봉을 넘어오니
망중한의 등산객들이 활기찹니다.
진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 여기를 지날적마다 이 바위를 '돼지바위'라고
혼자 이름 붙였습니다.
거북 위에 올라탄 영리한 모습 입니다.
▲ 천왕봉은 4.4K.
그러나 그 길은 지리종주 때마다
가장 힘든 구간 이었답니다.
▲ 가파르게 눈길을 내려갑니다.
▲ 비료부대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기도 하고..
▲ 그렇게 크고 작은
눈 덮힌 고개를 넘나듭니다.
▲ 하늘이 유난이 높아서 좋고, 작은 구름이 무심히 흘러서 좋고,
바람 불어 좋고,
햇살이 따사로워서 좋습니다.
▲ 저 뒤로 방금 내려온 촛대봉이 보입니다.
그렇게 넘나듭니다. 인생길처럼.
▲ 고향 고개 같습니다.,
수 많은 지리의 산객들이 이 고개를 넘나 들었겠지요
저 마다 추억과 그리움으로...
▲ 언제 와도 그 자리에서 반겨주는
바위도 좋고 나무가 고맙습니다.
▲ 연인보다 더 좋은 친구 한 명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생각만해도 가슴 뛰고 설레는 그런 친구보다
▲ 그냥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한 그런 친구..
갑자기 그런 친구 같이 느낍니다. 이 계곡을..
▲ 그 계절, 지천으로 피었던 야생화는
위대한 생명의 씨앗을 포근히 품고
이렇게 능름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경외스럽습니다.
▲ 아쉬웠던 눈을 이 비탈진 숲 속에
이렇게 소담스럽게 숨겨놨습니다.
▲ 신록의 냄새와 진홍빛 꽃들과 함께, 봄도 올 것이고
풍성한 여름도 올 것입니다.
▲ 아래로 꿈의 길
연하선경이 반깁니다.
▲ 꿈을 이룬다는 건 언제나 벅찬 일입니다
싱싱한 오월이 오면, 꼭 '벽소명월'을 위하여
벽소령에서도 1박을 해 볼겁니다.
▲ 가장 아름다운 길 연하선경 길입니다
지난 가을, 지천으로 핀 화려한 꽃들로 천국 가는 길이 있다면
이 길 같으리라 ..그랬습니다.
▲ 그 꿈 같은 길을 다시
되돌아 봅니다.
▲ 연하선경의 그 아름다움..
6월 지리종주시 이 길은 고사목 사이로
바위에 붙은 연분홍 진달래, 철죽은
차라리 아픔이었습니다.
▲ 꽃, 나무, 바위, 구름..
언제나 이렇게 반깁니다. 위대한 지리는..
▲ 이렇게 오르면 연하봉의 안부입니다.
그 풍경이 자못 기대되어 단숨에 오릅니다.
▲ 연하봉(1721m)
지난 가을 빗 속에 그렇게 그리움이던 그 곳을
다시 왔습니다.
▲ 신비스런 연하선경의 모습들입니다.
▲ 오른 길을 다시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 한바위 위에 반쯤 누워
여유롭게 즐깁니다.
▲ 파노라마로 담아보지만
어림없습니다.
▲ 연하봉을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능선따라
이어진 봉들... 건너 가 보고 싶지만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 고목이 되어 다시 천년 세월을
우리를 기다릴겁니다
거기 그 곳에서...
▲ 아래로는 백무동으로 내리는 한신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 눈을 들면 다시 반야봉과
지난 여름, 빗속에 죽을 뻔한 이끼폭포 비탐지역 능선도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 그렇게 넘으면 일출봉으로 오릅니다.
여기서 보는 일출도, 명월도..
일품 이겠습니다.
▲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나를 반겨주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아름다운 구름결까지도...
▲ 다시금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그리운 능선 길이 꿈 같이 이어지고..
▲ 일출봉도 지납니다.
이제 장터목은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 1박을 한다는게 이렇게 여유롭습니다.
파랗고 높은 하늘과, 편안한 길,
보이지는 않아도 느끼는 주변의 풀, 꽃, 나무, 바위,
그리고 바람...
모두가 벗이되어 위안을 줍니다.
▲ 이제 장터목입니다. 우리나라 대피소중 가장 높은곳(1750m)에
위치합니다.
예약을 하려면 가장 치열하기도 합니다.
▲ 그 너른 광장에서 멀리 노고단, 반야봉이
아주 아깝게 보입니다.
▲ 여기서 천왕봉은 1.7K를 오르고,
우측으로내려가면 중산리 5.3K
백무동은 좌측으로 5.8K를 내려가야 합니다.
▲ 바람은 약간 쌀쌀해도 떡라면을 끓여
이른 저녁을 먹습니다.
수증기 자욱한 실내 취사장은 인산인해입니다.
▲ 좌측으로는 일출봉, 연하선경에서
능선으로 흐릅니다.
▲옛 산청사람들과, 너머 함양인들이 5일에 한번씩 올라
물물교환의 장이 섰다는 곳입니다.
맨몸으로 올라도 이렇게 힘든데..
참 고단한 삶 이었겠습니다.
▲ 석양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봅니다.
▲ 비온다는 예보에 일출은 기대하지 못해도
이런 석양을 보여주시니
이 또한 과분한 은헤입니다.
▲ 지리 최초의 '지리산 산장'이 세워진 곳입나다.
현재의 건물은 1997년 건축하였고
155명을 수용합니다.
그 맑던 하늘은 구름 속에 별도, 보름달도 감추고
멀리 진주, 하동, 아래로 중산리 거림등 야경으로 보여주지만
카메라는 담아내지를 못합니다.
▲ 4시 나와보니 진눈깨가 내립니다.
가슴에도 눈물이 납니다.
일출은 포기하고 늦은 식사를 하고 쳔왕봉으로 오릅니다.
▲ 빗물이 얼어 반들반들한 길을
조심스럽게 오릅니다.
▲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오고
엄청난 바람속에 구름이 넘나듭니다.
▲ 제석봉(1806m)
지리산에서 세번째로 높은 봉입니다.
주위에 산신에게 제를 올린 제석단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오르는 길에 고사목 지대를 지납니다.
▲ 새벽의 풍경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 보고 싶은 빛깔이야 마음에 저장되면 되는 것이고
어릴적 서황당을 지날 때의 경외감을 느낍니다.
▲ 그렇게 제석봉을 넘어 왔습니다
볼 수없어도 더 곱고 아름답게 채색하여 상상을 합니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치를 배웁니다.
▲ 여름 날 시원했던 작은 안부,
그 바람은 이렇게 눈을 쌓아 놨습니다.
▲ 우측의 놀라운 풍경은
여전합니다.
▲ 이제 천왕봉은 500m 남았습니다.
바람은 더 세고, 빗물은 줄줄 흐릅니다.
▲ 통천문을 지납니다.
교통체증이 늘 있던 이 곳도
오늘은 한적합니다.
▲ 상징이 된 고목도 여전합니다.
▲ 여러번 쉬며 숨을 헐떡여야 합니다.
▲ 태고의 신성한 공간
그 곳을 오르려니 가슴이 뜀니다.
▲ 세찬 바람은 이어지지만
이제 막바지 입니다.
종주시 저 바위는 '홧팅'의 V를 보여줍니다.
▲ 아! 이제 천왕봉이 보입니다. 신비로운 구름속에..
십계명를 받던 모세도 이런 마음 이었을까요?
▲ 이 표지석은 처음엔 '영남의 기상' 그랬다가
'경남의 기상' 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한국인의 기상'이 되었답니다.
아주 잘한 일입니다.
▲ 세찬바람에 서 있기 조차 힘이 듭니다
올 해는 모든 인간적인 집착과 욕심을 내려 놓고
무욕의 평안으로 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 서둘러 내려섭니다. 바람에 뒤로 돌아서..
여기서 중산리는 5.4K.이고,
지난 여름, 좌측 치밭목, 유평, 대원사로 갔었습니다.
▲ 내려가는 길은 절벽수준입니다.
여기로 오를 때는 죽을 힘을 다하는 고통 조차
환희가 되는 시비로운 계단입니다.
▲ 휘몰아치는 바람속의 조용함은
깊은 침묵이 됩니다.
▲ 천왕샘,
남강의 발원지 입니다.
샘물은 얼어 맛보지 못합니다.
▲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면
개선문(1700m)입니다.
▲ 지난 주 아이들과 '사제동행'으로 함께 올랐던
법계사에 도착합니다
544년 신라 진흥왕 시절, 연기조사에 의하여 창건되고
▲ 법계사가 없어야 일본이 흥한다 하여
고려 말 왜구들이 침입하여 불태워 지고,
작은 암자들마져 일제강점기 다시 불태워졌는데,
해방후의 아픈 역사로 다시 폐허가 되었습니다.
▲ 산신각앞 반석위에 세워진
3층 석탑만이 그 아픔을 고이 묻은 채
조용히 서 있습니다.
▲ 로터리 산장, 여기서 빗속에 요기를 하고
순두류로 내려가기도 하고
칼바위 코스로 재촉합니다
▲ 그렇게 망바위를 지나고 (1177m)
그 많던 눈들은 한 주만에 아이젠이 필요 없게 됩니다.
▲ 이제 칼바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장터목에서 내려온 길과 만납니다.
▲ 그렇게 1.3K내려오면
끝이 나고...
▲ 다시 지리의 또 다른 추억이 됩니다.
택시를 물으니 콜하면 3만원이요, 대기하는 택시는 25,000원...
출발지 거림으로 차를 찾으러 갑니다.
빗속 산행, 몸은 깊히 젖었고
마음은 다시 연두빛 봄 지리 산행을 기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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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오를수록
가슴 저린 산
서럽게 서럽게
눈물나는 산
쫓기던 이 좇던 이
영문 없이 끌려간
핏덩이까지
아물어간 상혼에도
고통은 남아
유월 짙푸른
한을 삭이고
용서하고 용서받을
하나됨을 바라
초로에 반백이 다 되도록
골마다 영마다
바람으로 흐느끼는
지리산은 서러운 산
(권경업·산악인 시인, 1952-)
'山行..그리움따라 > 아!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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