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
지리산 주능선 ‘노고단’과 ‘반야봉, 삼도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골골이 모여드는 골짜기다.
동으로는 ‘불무장능선’, 서쪽으로는 ‘왕시루봉 능선’ 사이에 깊고도 길게 파여 있다.
조선시대의 대학자 ‘남명 조식(南冥曺植1501~1572)’선생은 지리산 일대를 속속히 유람 했는데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는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란 말을 하면서
피아골 ‘삼홍소(三紅沼)’에 이르러 그 유명한 <삼홍소三紅沼>란 시를 남겼다
‘ 흰 구름 맑은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가을에 붉은 단풍 봄꽃보다 고와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해 뫼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김지하는 '지리산'이란 시에서 저 산을 바라보기만 해도 피가 끓는다고 노래했는데
정말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바라보기만 해도 피가 끓는 것 같다.
단풍은 온몸이 단풍 그 자체다. 산도 붉고, 물고 붉고, 사람도 붉다.
그래서 지리산 시인 이원규는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했다
그러나 조정래의 <태백산맥>만큼 피아골을 처절하게 표현한 이는 없을듯하다
특히 마지막권 (10편)에 나오는 처절한 죽음묘사를 보자
‘......칼을 내려칠 때마다 목 따로, 몸뚱이 따로 계곡물에 곤두박혔다.
삼흥소가 시체로 넘치고, 거기서부터 피로 물든 계곡물이 이십리를 넘게 흘러 강에까지 닿았다...‘
그래서 피아골 단풍이 이리도 고운 것은 먼 옛날부터 이 골짜기에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단풍으로 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제와 신라의 싸움터였고, 임진왜란,갑오농민전쟁과 빨치산 토벌에 이르기까지 지리산은
골골이 계곡마다 피의 역사를 품고 있다.
피아골, 그리고 단풍........
그래서 그립고
가보고 싶은 곳, 꿈에 그리던 곳..
거기를 간다 ~
▲ 피아골 계곡을 찾아
하동을 지나 '토지'의 평사리를 지나고, 조영남의 화개장터를 지나
'구례'로 향하다가 '연곡사.방향으로 오르면 되는거다.
▲ 지리산 어딘들 아픔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만
임진왜란, 동학혁명, 빨치산등등
피의역사가 스민 아픈 현장
▲ 갑자기 그 아픔이 가슴으로 드며드는 아침
혈연히 거기를 간다.
▲ 연곡사를 지나 오르면 '직전마을'이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 그 직전마을에서 '표고막터'까지
1K길은 넓은 산책길이다
▲ 좌측으론 요란한 물소리가 청아하고
▲ 서둔 탓인지 아직은 조용하다
다음주 29일-30일 단풍축제란다.
▲ '표고막터'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 피아골은 단풍 탐승지의 정수다.
즐비한 소와 담, 그리고 기암과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그림이고 비경이다
▲ 피아골을 왜 피아골이라 했나?
'기장'을 일컷는 '피'를 심던 '피밭골'이
그렇게 되었단다.
▲ 이 계절 전국이 온통 단풍의 명산인
우리나라에서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의 하나다.
▲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그랬다
▲ 이런 아름다운 곳에 핏빛 단풍과 관련된 슬픈 역사가 있다.
6·25전쟁 당시 피아골은 빨치산과
군인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 태백산맥에 나오는 지리산 '피아골' 이야기 한토막을 보자
.........
'골짜기마다 단풍이 흐드러지고 자지러지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피아골은 특히나 유별났다.
▲ .. 피아골에는 금방 뿌려놓은 핏빛 같은
선홍의 단풍들이 다른 골짜기에 비해 유독 많았다...
▲.... 먼 옛날로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
▲ ...그리고 또 한가지 떠도는 말은,
연곡사 아래서부터 섬진강 어름까지 물줄기를 따라가며
양쪽 비탈을 일구어낸 다랑이논마저 바깥세상 지주들에게 빼앗기고
굶어죽은 원혼들이 그렇게 환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 그렇게 처절한 '태백산맥'의
피아골 장면은 한참을 이어가지만
다 쓸 수가 없다.
▲ 그냥 다시는 이 아름다운 골짜기에
아픔이 없었으면,
이런 평화의 역사만 이어지길 ...
▲ 바람은 차가운 공기를 싣고 와
이곳에 가을을 그려냈다.
▲ 이윽고 나타난 곳이
'삼홍소'..
▲ 산을 붉게 태우는 산홍(山紅)과
물을 붉게 물들이는 수홍(水紅)과
사람을 붉게 취하게 하는 인홍(人紅)...
▲ 그래서
이 셋이 어우러지는 삼홍(三紅)..
단풍 명소답다.
▲ 왜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는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
란 말을 했을까?
▲ 남명선생도 저 들처럼 삼홍소의 어느 널따란
바위위에 앉아 저 붉은 단풍을
안주 삼아 한 잔의 술을 걸쳤으리라.
▲ 그 감흥으로 다시
나서는 이들..
▲ 한참을 그렇게 앉았다가
나도 다시 길을 간다.
▲ 이제 이 아름다운 가을 잎을 떨어 뜨리면
눈도 내려안고, 골마다 얼음도 얼겠지..
▲ 좌우의 '자연'을 본다.
지구의 역사는 45억년이란다.
▲ 그게 얼마나 긴거냐?
아주 잘 표현한 이야기가 있다.
▲ 그 45억년을 12시간의 벽시계로
표현한다면...
▲ 발음도 잘 안되는 최초의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스마트 폰을 쓰는 오늘까지 인간 역사 길이는
12시간 벽시계중
11시59분 56초부터 12시까지..
즉... 4초역사가 인간 역사란다
▲ 그러니 나머지 11시간 59분 56초의 역사는
여기의 암석등 '자연'의 역사다
얼마나 우리보다 어른이며 유구한 역사를
지켜온 것일까?
▲ 그저 경외스럽고
자연 앞에 조용해야 하겠단 생각도...
▲ '피의 아픔'과 역사를 간직한 이 계곡을
거닐며 더 숙연해진다.
▲ 남명 선생도 이 돌을 봤으리라
이 돌을 밟았으리라...
▲ 그 시절의 나무는 아니였을찌라도
오늘 느끼는 단풍의 감흥은 하나였으리...
▲ 그렇게 혼미함으로 오르고
감탄할무렵..
▲ 이제 직전마을에서 4K의
피아골 대피소는 가까이 보인다
▲ 제대로의 산행은
직전마을에서 피아골을 거쳐
지리종주의 주 능선인 피아골3거리로 하여..
▲ 그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노고단 고개와 성삼재로 가기도 하고
▲ 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반야봉, 삼도봉, 화개재로 하여
뱀사골 ,반선으로 내려가는 코스이지만..
▲ 오늘 필자는 그냥
피아골의 감흥에만 취하려 한다.
▲ 그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보면 활홀하다
▲ 그렇게 '피아골대피소'에 닿는다
여기서 주 능선 3거리까지는 2K..
가파르게 올라야 했다.
▲ 정겨운 임들과
점심을 나누는 이들 ..
▲ 그 대피소 주변을 둘러본다.
▲ 이제 다시 내려가자
'직전마을'로
▲ 아쉼에 다시 되돌아보고
▲ 여전히 '삼홍소'는
아름답다
▲ 오가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 그렇게 내려오며
이 계곡에 다시는 피의 역사가 없기를
기도하며..
▲ 멋진 곳에서
핫 아메리카노 ..한잔을
행복하게 마시였으니...
이만하면 감사한 세월인 것을...
익어가는 가을/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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