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경남.부산.울산

거제.대금산(명상버든주차장- 대금산 마을 - 정골재 -전망대 -대금산정상 - 시루봉 -진달래굴락지 - 명상버든마을 (원점회귀)5.6k.4시간)

산꾼 미시령 2016. 4. 10. 21:20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마다

그 날 쓰러져 간 젊음 같은 꽃 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戀戀)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 이영도, 진달래 -

  필자가 졸업한 대학은 4월 19일이 개교기념일이었다. 

 한 주간 축제의 하일 라이트는 수유리 4.19묘까지 머리띠 질끈맨 마라톤 이었고,

북부서,종암서 경찰들은 구호를 제지하며 같이 뛰었다.

 

   그 마라톤을 하다 주저앉아 목놓아 부르던 눈물의 노래가 이영도의 `진달래`였다.

  2절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이 부분에서 서럽게 울었다.

 

  이 `진달래`를 지은이는 시조 “개화”로 잘 알려진 이호우의 여동생이며,

 통영의 청마 유치환의 연인 이영도다. 이영도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유치환은

죽을  때까지도  시로 읊었다.

 

  20대에 청상과부 된 이영도는 유치환의 구애(求愛)를 오래도록 거절했지만 그의 끈질긴

구애에 감동하여 마음을 내준다. 훗날 이영도는 자신의 고향 청도에 정착하고, 처,자식이

있었던  유치환은 부산으로 발령받는다.

 

  5,000여통의 편지를 매개로 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그 절정(絶頂) 가운데 하나가

청마의  `행복`이고, 둘은 수 많은 시를 남겼다.

산등성 곳곳을 마치 꽃 사태라도 난 것처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를 4·19혁명 당시

피 흘리며 죽어간 청년들과 대비시킨다.

 

  그리고는 어린 영혼들을 보내고 욕되게 살아남은 나이 먹은 자의 우울과 슬픔을

영탄조로 노래한다. 

 

 

 척박한 우리 민족의 한의 역사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진달래!

  영화 '남부군'에서는 산으로 몰린 배고픈 빨치산들이 먹을 것이 없어 ‘참꽃’을 따먹는

장면이  애처롭게 그려지기도 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신경질적인 남편의 외면 속에 쓸쓸히 별당을 지키던

별당아씨는 깊은 애련의 눈빛을 지닌 다감한 사내 환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지리산으로 숨어든 동학군 환이의 출생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면

별당아씨는 바로  그의 형수가 되었다.

 

  엄마를 찾는 서희의 아픈 울음소리가 지리산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엄마의애간장을

흔들고, 시름시름 앓던 그녀는 “진달래꽃이 피면 당신에게 화전을 부쳐 주고 싶었는데….”

여인은 사내의 품에 안겨 가물가물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넋을 놓는다.

 

 

  련한 추억과 배고팠던 서러운 시절의 엄마 젖가슴을 생각나게 하는 진달래!

그 진달래가 지천인 거제 ‘대금산(大錦山·437.5m)’!

거기를 간다.

  아픈 추억과 향수의 가슴으로 써낸 진달래 시들을 음미하면서

처연히 그 길을 걷는다.

 

 

 

날씨에 따라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탓도 있겠지만

산 빛깔이 변하는 모습을 봐서 일까? 마음도 설레는 정겨운 님들이

거제시, 장목면 '명상버든 마을' 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아지랭이 사이로 연두빛 새싹이 정신없이 올라오고

연노랑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자주빛 제비꽃...노란 민들레...

맑고 투명한 빛깔들이 햇살을 흡수 해 빛난다.

 

 

 

 

우리의 고향 같은 마을을 지나 이제 산 초입을 목전에 두고

즐거운 소리는 더 높아져 가는데..

 

 

 

알록달록한 봄의 산, 굳이 겨울산을 '수묵화'라고 한다면,

 여름과 가을은 진한 '유화'일건데

봄의 산은 화사하고 투명한 '수채화'라 할수 있을거다.

 

 

 

청마의 연인 '이영도'의 오라버니 이호우 시인의 '개화'

교과서를 통해 외웠던 시를 보자

 

 

 

개화開花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

 

대금산은 여러 곳에서 오를수 있는

거제의 대표적인 산이다.

거제는 '거제지맥'을 따라 11대 명산이 즐비하다.

 

거제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한국 전쟁시절

포로수용소가 있던곳으로 유명하다

날아가는 새 모양으로 생긴 거제는

해안선이 700리라고 '거제의 노래'가사는 말한다.

 

80년대 초부터  대우와 삼성의 조선소가 들어서 산업화가 되었고

지금은 '거가대교'로 부산과 연결되고.

인구 26만의 큰 도시가 되었다

 

흐린 날씨에 조망은 좋지않지만

거제의 중심 고현, 그 뒤로 '계룡산'이 보이고..

 

도시화가 되기전 까지 거제의 중심은 부산항과 가까운 '장승포'였다.

그러나 이제는 가운데 자리한 '고현'이 중심지가 되었다

다시금 '조선산업'의 중흥기를 빌어본다.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오

-피천득-

수필가 피천득도 진달래 시를 썼고...

 

 

 

시인 조연현의 진달래는 아프게 다가온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 먹은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

- 조연현, 진달래 -

 

 

정상에 올라 한 주간 정도 철 지난 군락지를 내려다 본다

 보이는 항구가 '외포항'이고 앞에 '이수도'

섬이 보인다

맑은 날이면 부산과 대마도 까지 보인다지만...

 

앞 봉 너머로는 '흥남해수욕장'이 있다

어느 해 여름,

 학생들과 빗속에서 야영했던 추억이 있다

 

좌측 너머로는 가덕도와 연결된 '거가 대교'가

 더 좌측으로는 '진해만'이 보이겠지만

오늘은 연무현상이었으니...

 

 

진달래와 철쭉은  어떻게 구별되나..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이 난 다음에 꽃이 핀다.

 

그리고 진달래는 먹을수 있어 '참꽃'이라 했고

철쭉은 먹으면 안되어 '개꽃'이라 했다 

먹으면 '죽는다' 고 해서 지금까지

'모험'을 안했다

 

 

 대금산(大錦山·437.5m)

 거제 장목면에 소재한다. 신라시대 금과 은이 많이 생산됐다고 해서

대금산(大金山)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

 

 

 

조선 중엽부터 마치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써서 대금산(大錦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상부엔 산성의 흔적도 있고..

 

이맘 때  산들로 돌아 다니다 출출하면

'참꽃'을 한 주먹씩 따 먹어 급한 허기를 면했다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우린 1.1K지점의 '시루봉'으로 간다.

 

 

시루봉으로 향하며 나중 '멸치회'를 먹게 될

대구로 유명한 '외포항'을 다시본다.

맑은 날이면 그 너머로 옥포만, 부산방향도 볼수 있으리라

 

인물들에 비하여 어두워 측광의 문제를 해결하는

카메라 기능을 탓하지만

선무당이 장구 나무라는 격이겠다.

 

내려가 다시 올라야 할 '시루봉'

그 우측으로는 '망월산'이 보이고...

 

오늘 대금산 산행은 짧지만 그래도 오르내림이

여러번 있는 산이다.

 

막바지 오름의 300 m..

 

진달래의 설화를 음미해 본다.

 '두우'(杜宇)라는 천신이

다스리던 '촉'이 '위'나라에 망했고

 

'두우'는 꿈을 이루지못한 채 죽어

'두견새'가 된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이고 낮이고 촉나라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귀촉(歸蜀)… 귀촉’... 하고 울었고,

그래서 이 두견새를 또 다른 말로 ‘귀촉도(歸蜀道)’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두견새는 그 맺힌 한으로 피를 토하며 울다 죽고

 피맺힌 한이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어

진달래꽃이 붉어졌다

 

 

 

 

두견새는 특히 봄만 되면 더욱 슬피 우는데

핏빛같이 붉은 진달래만 보면 더욱 우지진다

그래서 

'진달래'를 일명 '두견화'라고도 한단다.

 

 

그 아픈 전설을 의미하며 다시 내려 와

아늑한 편백숲에서 점심을 나누고..

 

시원한 곳에서의 정겨운 님들과 나눈

 포만감과  행복감에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봄날은 간다' 노래를 흥얼 거리고..

 

그렇게 봄날의 산벚 꽃잎이 눈처럼 내리던 날

그 길을 걷는다 정겨운 님들이...

 

그렇게 다시 진달래 군락지에 서서

한 주간 늦은 꽃을 아쉬워 하자

'우리가 있잖느냐?' 아직 만개, 절정이다'

 여성 꽃님들의 우김에

남정내들이 '아니다 철 지났다'

 벌떼처럼 부정한다.

 

그래도 어느새 속세의 번뇌는 사라지고

분홍색 파도에 마음을 두둥실 싣고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을 마다하고 저 봉으로 올라보자

 

 

 

오르다가 건너다 본다

저 위 정상은 '시루봉' 가기전 올랐고, 시루봉을 돌아

좌측으로 올라 온거다

 

이제 아껴둔 '소월'의 시를 보자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쁜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눈물 흘리우리다

                 -소월-

그 애닮은 서정은 '마야'던가?

그로하여 고래고래 에너지 넘침으로 바뀌었다.

 

 

'소월'의 시를 같이 외며

문학 소년,소녀의 꿈을 꾸던 이들..

어느 골, 누구랑 늙어갈까?

 나는 아직이지만...

 

꿈 같은 포근한 길을 가며

조금은 슬픈 진달래 시를 한편 더 볼까?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녈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루 아침 비바람에 속절 없이 떨어지는 그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 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 박팔양-

 

 

마지막 부분이 아팠다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

그렇게 우리는 외포항, 그림같은 외포중학교가 있고

여기는 '외포 초등학교'다. '국민교육헌장'빗돌도, 이순신 장군 동상도

여전하다.

누군가의 가슴 저린 모교이리라...

 

 

거제 , 특히 외포사람들의 돌아온 '대구' 사랑은

이런 조형물이 말해주고...

 

그 그림같은 항구는 오늘도

소박한 만선의 희망을 싣고 떠나간다..

 

아픈 꽃, 진달래 서정에 취한 탓일가?

작은 항구 거기에서

 

무슨 고기 담던 통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엎어놓고 

조금은 맵고 짜다고 투덜이면서도

'멸치회'의 즐거움은 산행 즐거움의 절정이 되고..

 

예정보다 이르게  산행를 맞쳤으니..

조금은 무리를 하여 

거가대교와 남해고속도로, 구마고속도로를 달려

'낙동강 유채축제(4월15 개막예정)'장을 미리 가 본다

 

거기에서 착한 우리학교 아이들을 반갑게 만나

사진도 찍어보고..

 

나는 이 다리를 볼 때마다

'신,구'(新舊)의 묘한 조화를 본다.

둘중 하나만 있다면 얼마나 멋 없을꼬...

 

거기서의 '젊은 어른'들의 즐거움은

어린아이 심술섞인 놀이 그대로

옛적의 그 마음으로 시끄럽고..

 

그 광활한 강변의 터전에

봄은 그렇게 내려앉았다.

 

이렇게 낙동강의 강물도 바람도

가까이 두고도 

느껴 볼 겨를도 없이

그렇게 넘나든다 하루 두번씩...

 

'다리'만 신,구의 조화가 아니다

세상사, 삶  모든 것이 그럴테니.

 

그래도 봄 날의 꽃들 중

유채는 덜 급하게 진다

한 달 정도를 볼 수 있으려니...

 

그렇게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그 곳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제는 소월도, '서희'도 남부군의 빨치산도,

그리고 '두견새'도 상처가 치유되길 바라며

 

 

 

그렇게 정겨운 님들과의 하루를 접어야 한다.

나도 시인처럼 재주가 있다면

봄의 환희와 아쉼을 쓸 수 있으련만..

 

 

봄밤 / 안도현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