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행지가 ‘강진(康津)’이라니 자연스럽게 두 이름이 떠오른다.
‘다산(茶山)’과 ‘하멜’(H.Hamel)...
하멜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을
이야기 해 보려한다 지면이 짧지만...
실학사상을 집대성하고 정치, 경제, 과학, 농학등 다방면으로 천재였던 다산은
정조의 극진한 총애를 받았지만 정조가 죽은 후, 집권층 노론 벽파의 각종 모함과
투서로 집안전체가 ‘참수’, ‘능지처참’,‘유배’된, ‘멸문’의 벼랑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죄라면 단지 ‘열린사회’를 지향했다는 것으로 ‘닫힌시대, 증오의 시대’의 기득권층
미움으로 철저하게, 그야말로 한 인간과 집안을 이 이상 처절하게 멸절 시킬 수 없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다산’의 집안에서 일어난다.
다산은 이복형제등 5형제중 4째이다. 이복맏형 ‘약현’은 그의 사위 둘과 함께 처형되었는데
그 사위중 하나가 유명한 ‘황사영 백사사건’의 황사영이다. 이 사건으로 황사영은 26세에
서소문밖에서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죽었고,그 부인과 아들은 노비가 되는데.
이 ‘황사영’은 훗날 소개 할 기회를 기대 해 본다.
4살위 둘째 형, ‘약전’은 16년을 유배생활 하다가 ‘흑산도’에서 숨을 거뒀다.
‘다산’의 나이 마흔에 두 형제가 함께 귀향길에 올라 동생은 낯선 적소 강진에서,
형은 그 보다 더 먼 바다 너머 흑산도에서, 각기 저 멀리 가몰 거리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리워만 하다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오매불망, 그리던 형이 흑산도에서 죽었다는 부음을 받던 날
강진의 쉰다섯 동생은 통곡하였다.
‘술에 취해 북산에 올라 통곡하니,
그 통곡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네’
(醉登北山哭 哭聲干蒼穹)
3째 형 ‘약종’은 ‘신유박해’ 때 장남과 함께 처형되었고, 그 부인과 차남, 딸은
‘기해박해’ 때 처형되어 온 식구가 멸절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산의 매형 ‘이승훈’은 목을 자른 것으로 모자라, 턱뼈도 부서져 없어져
버린 상태로 처형되었는데 경기 광주 ‘천진암’ 천주교 성지에 묻혀있다.
이토록 천재집안의 형제들이, 자기들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으나 단지 열린사회를
지향했다는 이유로 저주를 받고 처절하게 멸절되었다.
그러나 다산은 18년의 우배생활에서 오히려 5백 여권의 저술로 우리민족에게 화답했고
흑산도의 형,‘약전’은 ‘자산어보’등 수십 권의 저서를 남긴다. 이들 천재 형제들이 보여준
학문적 진취와 스스로 제물되어 새로운 신앙세계의 문을 열어준 정신은 오래오래 추앙받아
마땅하리라..
다산의 학문적 깊이와 백성을 사랑한 정신은 시대와 국경을 추월한다.
베트남의 혁명영웅 ‘호치민’은 자신의 관속에 ‘목민심서’를 넣어달라고 했을 정도이니..
마흔에 유배생활을 시작하여 18년후 된 다산은 다행이 쉰일곱에 플려나
고향 경기도 남양주의 마재로 돌아갔고 그의 나이 74세에(1836),
한 많은 세상과 하직한다.
오늘도 ‘나와 다른’ ‘기득권 층과 다른’ 사상을 용납하지 않는
닫힌시대의 무게는 ‘누군가의 어깨 위에 짐으로 지워진다.’
필자는 은퇴 후 다산의 책을 더 깊히 읽고, 경기의 남양주 능내, 전남 강진, 수원 화성,
그리고 황사영의 성지 충북 제천의 배론, 경기 천진암 성지와 ‘약전’의 유배지 신안군 흑산도
등을 반드시 답사 할 예정이다. 꼭 그런 기회가 오기를...
을미년 한 해가 저문다
이 계절에 유홍준의 ‘남도답사 1번지’ 강진!
거기에 있는 ‘월각산’을 간다.
아프고 쓰린 다산을 기억하며, 그립고 정겨운 님들과 같이...
강진군 성전면 송월리 대월마을
450년 느티나무가 마을의 무게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잎 무성한 계절, 단풍 그윽한 시절엔 더 하리라.
좌측 뒤로 월각산 암릉길이 보인다.
마을 뒤로 산행은 시작되고. '비탐방' 지역이니
내리자마자 소리없이 내달린다.
점점 죄 짓는 일에 능숙 해져 가는 느낌..
한참을 계단을 힘겹게 올라 하나둘 점퍼을 벗을 무렵
여지없이 길은 막히지만
신병교육대 시절의 철조망 통과 방법 '밑으로 통과' '폭파후 통과'..
오늘은 '우회통과'이다.
아! 월출산 천황봉.향로봉이 건너다 보인다.
한 달이상 주말마다 흐린 날씨는 조망을 어둡게 한다.
우측으로 '강진'의 들녁이 평화롭고...
점점 암릉 릿지가 좋아진다.
통영사람 ‘청마’의 ‘바위’라는 시를 음미하면서..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愛憐(애련/ 사랑과 연민)에 물들지 않고
喜怒(희로/ 기쁨과 노여움)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 년 非情(비정)의 緘默(함묵/ 감정이 없는)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원뢰/ 우뢰소리)''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뭐 요란하게 광고 하지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불평)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청마'의 시에서
세상소리에 너무 민감하여 시끄럽고
억울타고 야단스럽게
뭐 하나 이뤘다고 소란스레 산 듯한 삶이 부끄럽다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불평)하지 않는 바위...
부럽게 부럽게..다짐 해 본다..
나도 바위가 되리라..
'악어 바위'에 손도 넣어 보고
올라 앉기도 해보며...
출발지 강진 들녘을 되돌아 본다.
강진!, 청자와 강진만의 청정해역이 생각나는 고장이다.
1읍 10면의 4만 인구에 65세 노인이 30%가 넘는다.
아름다운 향토적 서정과 역사의 체취가 은은하게 살아있는
감성의 땅이다.
구테어 제목을 꼭 붙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연인바위' 19금 용어로는 '키스바위'라 하고 싶다
분명이 왼쪽이 남성일 거다 적극적으로 목을 돌리도록 간절한거 보면..
필자를 닮은 듯도 하고..ㅎ
이게 지도에 나와 있는 '장군바위'인가?
난 '피카소 바위'라고 하고 싶었다.
'비탐지역'이니 안전시설은
누군가 고맙게 늘어뜨린 가는 밧줄이 고맙다.
마사모레 가득한 암릉길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장군바위의 뒷면을 보며..
잠시 귤 한쪽을 먹는데..
숨차게 올랐지만 놀랍게 펼쳐진 광경에
갑자기 민요풍 노래를 한바탕 뽑는다. 멋진 여인이...
잔설의 자취도 곳곳에 남아있고
청마의 말처럼 억 년 非情(비정)의 緘默(함묵/ 감정이 없는)으로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며...
비바람에 그렇게 서있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암릉길 옆으로 돌아오며 그랬다
분명 '박 대장님은 릿지로 넘어 올거라'고,,
강진을 가면 산위에 '청자'모습의 그림을 나무로
재현해 놓은 곳이 있는데 저 봉우리 란다.
그 너머로 '흑석산 가학산'이 희미하고..
'다산' 저 산을 봤겠지...가슴 뜨거워진다.
쌍동이 바위라고 해보면 어떨까?
긴 세월 찬서리, 바람에 묵묵한 그 모습이 부럽다.
저 아래.. 뭐라할까?
지나오며 그랬다.
'아 ! 저걸보니 지난해 왔던 곳이네
내가 만든 분재거든...'
흙도 일부러 지어올려 정성껏 만든...힘들었었네..'
웃었다.
어느 신선이 따뜻한 봄 날 놀다가, 졸다가, 심심하여
만지작 거렸나?
그리고 오늘 가야할 길 '월각산'을 본다.
몇개의 봉을 넘어야 한다.
지난번 고흥의 '딸각산'을 산행하면서 달각산으로, 월각산으로
이름이 변화된 과정을 이야기 했는데 오늘도 ‘월각산’이란다.
여기도 발걸음에 딸각소리가 나는가?
아찔한 내리막에 거대한 암봉..
새 몇마리가 노는 형상 인듯도 하고..
신선들의 놀이터 인듯도 하며..
오늘 종일 '춘란' 군락을 원없이 본다.
따뜻한 남녘 땅임을 실감하는데..
몇개의 고개를 넘어 3거리에 도착한다 3.4k를 온거다.
여기서 배낭을 벗어놓고
300미터 월각산 정상을 다녀온다.
(지리산 반야봉은 1k를 올랐다 와야하는데..)
여기 오기 직전 삼거리가 '땅끝기맥'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월각산(月角山·456m)
월출산에서 뻗은 능선 남쪽 끝에 솟아 있다....
월출산국립공원 구역의 경계에 자리한다
조망은 주변 나무들로 하여 '별루'이다.
李 대장님 사진을 올렸다가 필자가 조금 나은듯하여 바꿔본다.
사진, 사진만 그렇다.
촬영 순간 숨을 들이키며 배를 당긴 덕택이다.
겨우 나무를 헤짚고, 반대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건너다 뵈는 월출산을 당겨본다..
천황봉부터 구정봉, 도갑산, 문필봉, 주지봉으로
이어진 긴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월출산의 실루엣' 이라 해볼까?
그리고 가야 할 문필봉(좌), 주지봉(우)..
아직 아득하게 보인다.
한 참을 기다리니 '알바'까지 했던 일행이
늦게 도착한다. 한번 서 보시라!
요즘은 사진 촬영에 '말을 잘 듣는' 편이다.
그립고 고마운 얼굴 들이니...
일행이 정상을 다녀오는 동안
우린 내려가 점심 자리를 준비하자. 한참을 내려가
'묵동치'에 닿는다.
아늑한 자리에서 진수성찬 식사를 한다,
12월 하순인데 포근함이 봄 날 같으니..
또 출발하면 각자 흩어질 것이니
다시 한번 서보시라 요청한다..
포만감으로 웃음도 한결 자연스럽다.
아! 그런데.. 거기서 부터 끝없는 오르내림이다.
점심을 오르고 나서 먹을 걸 그랬다고 ..
원망도 외쳐보고..
그래도 이 길이 "땅끝 기맥"이니
땅끝기맥은 호남정맥 깃대봉과 삼계봉 사이의 능선에서 갈려나와
영산강 남쪽을 거쳐 해남의 땅끝까지 뻗은 산줄기다.
도상거리 약 123km 길이로 월출산과 벌매산(일명 벌뫼산),
두륜산, 달마산 등을 아우른단다.
끝없이 걷는다 사각거리는 낚엽 길을 가기도 하고..
숨이 막히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오르막을
여러개 오르기도 하며..
힘들면 안개속 빼꼼히 드러나는
저수지도 내려다 보며''
남쪽으로 내려 뻗는 땅끝기맥의 아련함도
그리움으로 닿고...
골골에 추억도 사연도 전설도
세월이 이어 가겠지..
그 너른 남쪽 풍광을 보며.
조망이 없는 긴 길의 무료함을 식혀 본다.
그러고도 수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여러봉을..
362봉.329봉 그러다가 '무명봉'이라고도 이름 붙인다.
여기가 329봉이런가?
이제 눈앞으로 문필봉과 주지봉이
가까이 보이지만..
그렇게 걷다보니 3거리를 만나고
우측 '주지봉' 좌측 '문필봉'인데 문필봉으로 내려간다.
겨울 비는 오고..
벌써 대장님들은 저리 올라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 본다
문필봉..
문필봉(文筆峰 450m)
주지봉(朱芝峰)과 쌍봉(雙峰)의 형세를 갖추고 있어,
두 봉우리를 주지봉이라 통칭하기도 한단다....
고맙게 밧줄이 있다
가늘고 짧지만 매듭이 없으면 못 오른다.
빗물에 미끄럽기도 하고
박 대장님 일행을 올려다 보지만 비오는 날
선명하지 않고
나는 여기까지만 오르련다.
문필봉에서 파노라마로 동쪽 방향을 본다.
그 풍광이 놀랍다.
발 아래 풍광도 놀랍고...
걸어 온 길도 되돌아보며..
그렇게 놀라운 풍광속에 깃들어 본다.
광활한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멋진 모습으로 서 본다. 늘 보라색이 어울리는 '보라돌이'님..
그렇게 연필 끝 처럼
서 있는 거대함이 놀랍다.
그 문필봉에서 건너
'주지봉'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 그런데 착각을 하였다.
b코스 님들을 위한 화살표를 따라 내려오고 보니.
죽순봉 방향이 아니고 '주지골' 이었으니..
아! 어쩌나 '왕인박사' 석상을 봐야 하는데...
어쩌랴 다시 오를 수도 없는 일..
내려오니 거대한 공원, 영암의 '왕인박사 유적지' 이다.
여긴 '탄생지'라고 안내되어 있고.
비오는 날, 고즈넉함이
봄 날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코스가 잘못되어 보지못한 '왕인박사 상'과 '책굴'이 아쉽다.
끝내..
'백제문'을 지나고 나면 거대한 사당등도 있고..
그 거대함이 아산 '현충사'에 견줄만 했으니...
넓은 공원엔 '왕인박사 길'도, 탄생지도, 묘소도 있다.
유적지를 이렇게 만든 '영암'사람들의 정성이 놀랍다.
왕인 박사의 일대기를 탄생부터
일본에서의 활동까지 묘사되어 있다.
현충사의 충무공도 그랬다 10개 장면으로..
왕인 [王仁]
백제 4세기 근초고왕때의 사람으로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가서
태자등 일본지식인들의 스승 이 되어 가르쳤다.
왜[倭])에 학문과 건축기술등을 학문과 건축술등 선진문물을 전해주었는데,
일본 고대국가의 성립과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신으로 모셔지고 축제도 연다.
일본으로 가지고 간 '천자문'을 천명의 사람의 필체로
만들었단다. 우측부터 '하늘천 따지... 그렇게 읊어본다.
그러나 늘 '....집우 집주.넓은 홍, 거칠황 ..
거기까지다 더 나가질 못한다.
유적지에서 한참을 걷는다 '죽정마을'까지..2k는 족히 될듯..
'기림'이란 아담한 면 소재지에 한옥체험마을도 있고..
그렇게 걸어 버스가 대기중인 '죽정'마을에 닿는다.
오랜 벗나무를 잘 보존하고 있음이 부러웠으니..
행복하고 그러나 조금은 아쉼이 남는
14k 긴 하루를 돌아보며.
그렇게 '장수'의
을미년 마지막 산행을 추억으로 담는다.
그렇게 돌고돌아
해남의 어느 식당에서 즐거움을 나누고...
.................
한 해가 저문다. 나로인해 가슴 아팠을 이들, 미움과 원망으로
쌓던 ‘만리장성’은 허물고,
그립고 정겨운 님들과 시 한편을 읽어 보고자 한다.
12월의 詩 / 정호승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코끝 살짝 시릴 만큼 부는 바람과
맑디맑은 파아란 하늘이 아름다워
팔장만 끼고 걸어도 따뜻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젠가 읽었던 삼류 소설책 속
주인공들처럼 유치한 사랑을 해도
아름다워 보일 계절이다.
.........................
12월의 시/이해인
......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생각하면 아프고 그리운, 아련한 님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을 맞으시기를 빌어보며
이 글을 올립니다.]
'山行..그리움따라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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