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시절에는 ‘싸인편지’가 유행했다.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8절 크기의
'양식’을 주면 그 양식에 따라 답을 했다. 거기엔 좋아하는 가수. 배우, 장래 희망, 그리고 자기를
좋아하느냐 등이 있었다. 그 싸인지를 준다는 것은 요즘말로 ‘번호따는’ 격이고, 받고 대답을
안 한다면 ‘톡을 씹는’ 격이리라.
어느 날 예쁜 ‘초등동창’ 소녀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게 그 편지를 슬그머니 내밀었고 나는
정성껏 답을 썼다. 거기엔 무지 좋아한다고 황순원의 ‘소나기’ 소년 마음으로 대답했고.
배우로는 김지미. 가수로는 ‘하춘화’와 ‘이현’를 적었다.
세월은 복숭아 꽃처럼 볼그레하던 이쁜 소녀를 할머니로 만들어 내는 잔인함을 간직하고 있는가!
그도 어디선가 ‘카톡메인’에 백일 지난 손주사진을 올리고 있으리라..
그렇게 하춘화는 오래전부터 가수다. 그가 ‘영암아리랑’을 즐겁게 불렀다. ‘김영철’이 흉내 내듯
고개를 뒤로 젖혀 눈망울을 치켜 뜨며...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또, 중학 국어교과서의 유홍준 수필 ‘월출산과 남도의 봄“은
“버스가 반남(潘南) 들판을 지나 ‘영암’에 거의 닿을 무렵, 홀연히 나타난 검푸르고 육중한
바위산의 준수한 자태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월출산은 마냥 신기하기 하다. 부드러운
산자락이 끊길 듯 이어지는 넓은 들판에 어떻게 저런 골산(骨山)이 겹겹이 쌓여 바닥부터
송두리째 온몸을 내보이고 있는 것일까!
월출산의 자태는 조각적(彫刻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히 회화적(繪畵的)이다.
그러나 월출산의 아름다움은 계절에 따라, 시각(時刻)에 따라, 보는 방향에 따라 각양
각색(各樣各色)이다.
겨울날 산봉우리에 하얀 눈이 덮여 있을 때, 아침 햇살이 역광(逆光)으로 비칠 때, 옅은 안개가
수묵(水墨)의 번지기처럼 봉우리 사이로 스미면서 공간미가 살아날 때, 그 정경은 각각 한 폭의
완벽한 풍경화이다.(중략)
들판은 넓고 평평한데도 산은 가깝게 다가오니 참으로 이상하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마치
길게 엎드려 누운 여인의 등허리 곡선처럼 느슨하면서도 완급의 강약이 있는 리듬을 느낀다.“(중략)....
南 道의 봄바람이 오는 계절, 그러나 새 봄의 시샘인가? 눈보라 황홀한 날에
구름과 바람과 설렘이 어우러진 짙은 그리움으로
그렇게 간다
3시간을 달려온 정겨운 님들..
영암읍 남풍리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氣찬 산책길 입구, 거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성대코스의 산행은 시작되고..
그러니까 광암터 3거리까지는 3.3K,
거기서 천황봉까지는 0.6K 이니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3.9K 인셈..
그러나 그 길은 한참을 오르내려야 한다.
월출산 등산로는 등산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천황사에서 올라가는 길,
도갑사에서 올라가는 길, 무위사에서 올라가는 길,
그리고
오늘 우리가 오르는 '산성대코스'이다.
그 산성대 등산로 입구를 되돌아본다.
영암읍 전경이고, 실내체육관 건너편에서 산행은 시작이다.
마침 '전국 태권도대회'를 하는가 그 앞이 엄청 복잡했으니...
드디어 월출산 특유의 바위산들의 놀라운 풍광이 시작되고..
월출산은 높이 자체는 높지 않으나, 해수면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올라가므로
체감 높이는 높은 편이다. .
산성대 그 코스를 올라선다.
나주평야의 지평선을 따라가다 불쑥 솟아오른 듯 거대한 월출산,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며,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 ‘호남의 금강’이다
이런 바위 틈도 통과한다.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통과하는데
몸이 문제였다. 뚱뚱하기 때문이라곤 말하지 않겠다
아침식사를 좀 과하게 한 탓이리라..
'남도 1번지'에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것처럼 우뚝 선 산,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고 하여
'월출산'이라 한다.
아 눈! 눈이 기다려 줬다
녹지 않고...
'유홍준'은 그랬다
'겨울날 산봉우리에 하얀 눈이 덮여 있을 때',
'아침 햇살이 역광(逆光)으로 비칠 때'
그리고
'옅은 안개가 수묵(水墨)의 번지기처럼
봉우리 사이로 스미면서 공간미가 살아날 때
그 정경은 각각 한 폭의 완벽한 풍경화다'라고...
그러니 그 모두는 아니지만
겨울날 산봉우리에 하얀 눈이 덮여 있을 때'
거기에 해당되는 오늘 풍경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산성대'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27년만에 개방되어...
'점입가경, 천변만화'. 오늘
월출산의 풍광을 압축한 말이다
넘나든 긴 올라온 길도
되돌아 보고
조선초 시인 김시습은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 노래했단다.
사철의 모두는 아니라도
그 하춘화의 달밝은 밤에
그 달이 정상에 걸린 그 시간에..
한번 월출산을 올려다보고 싶다.
정겨운 님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이라...
'고인돌 바위'
오늘 종일 동행한 두 분을 그렇게 세웠다.
'카메라맨'의 권한이다.
그렇게 가야 할 길을 올려다 보며.
지난 주, 이야기 한
'시지프'의 성실성인가? 밑으로 돌이 다시 구르지 않고
이렇게 밀어올림의 수고를 기억한다.
이제 '눈발'은 시작되고
파노라마 기능으로 담아보는데..
좀더 공부 좀 했더라면 죄우 봉들 이름을 기억했겠지만
학년초 새 일이 너무 분주하단, 게으른 자의
'합리화'..
영암들녘..
우측의 강진으로 연결되고
그 강진의 더 우측은 목포, 그리고 바다로 조망되는데.
아! 어디서 이 풍경을 구경할 수 있으랴!
설악의 '공룡능선'이 생각났으니....
'공룡능선' 생각에 울걱한 설악의 그리움이 몰려드니...
다시, 다시 설악을 가야하지 않겠는가!
저렇게들 오르내린다
안전시설이 좁으니, 넓으니 불평을 하지만
이렇게 설치되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니..
가야 할 길은 이렇게들 오르내리고
저기에 달이 뜬다면..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흥얼거려 보는데....
방금 너머 온 길을 이렇게
뒤 따라온다...
거기 그렇게 있어 풍경을 활홀하게 하는
소나무 두 그루...
나보다 더 오래오래 살아가겠지....
어디를 눌러봐도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그렇게 억겁의 세월을 산다
그렇게 넘나들다가
한 바위밑 안연한 곳을 찾아 점심을 나누고
뜨거운 커피와 함께
지나온 길도 다시 되돌아본다
저기에 바위만 있고 사람이 없다면
저런 풍경은 나오지 않으리...
좌우의 풍경은
여전하고..
거기서 처음으로 '오솔길'님들을 만난다.
A코스 산행과, 동료들과의 '동행'
언제나 마음 갈등의 과제이다
다음부턴 정상을 못 가더라도
'동행' 그 소중함을 실천해 볼까?
다시 그렇게 님들을 놔두고 우린 간다
어쩌겠는가! 정상은 다녀와야 하지 않겠는가!
눈 바람 속,
저 아래 풍경도 담아보고
'광암터3거리' 여기서 600m 정상으로 향하고
대부분 동료들은 점심후 여기서 바람폭포, 바람재를 지나
하산 할거다.
'육형제 바위'일부인가?
구분을 못하겠다. 그냥 이름을 모르면 어떠하리..
'통천문'오르는 길..
'광암터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400m가량 가파른 길을 오르면
통천문(通天門)이 나온다.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에 이르는 문'이란 뜻이다. 지리산 통천문이 생각났다.
이 통천문에서 약 100m 더 오르면 '천황봉'이다.
그 통천문을 어럽게 통과하면
얼음 빙판 내리막, 오르막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게 하는데..
그렇게 정상이다.
천황봉에서는 날씨가 맑으면 향로봉(744m) 구정봉(711m) 노적봉(583m) 등
월출산의 다른 준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
그러나 오늘 천황봉은 짙은 안개구름속에 눈보라가 휘날린다.
환상적인 날씨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좌측으로 강진 들녘이고 우측으로 목포 앞바다가 조망되는데
오늘은 아니다..
月出山,
전남 영암군, 강진군에 있는 산이다. 산 북쪽은 영산강 유역이고...
1988년 국립공원 20호가 된 월출산은 견고한 석영반암과 분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황봉은 통일신라시대부터 임진왜란 전까지
나라에서 제사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천황봉((809m), 남서쪽에 구정봉(743m), 도갑산, 월각산이, 북쪽에 장군봉, 국사봉이 있다
서둘어 올라던 길을 도로 내려 와
통천문을 통과하면 방금전 그리 힘들던 그 길을 저렇게 올라온다
그렇게 긴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면 '통천문삼거리'
여기서 우리는 이정표를 따라 구름다리 쪽으로 향한다.
'분수없는 아줌마'는 하필 그 앞에서
전화가 끝나질 않는다.
그 3거리에서 구름다리 까지는 1.4K
그러나 그 길은 깊은 오르내림으로 아마 월출산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리라.
그렇게 그 1.4K구간의
눈보라 속 길은 시작되고...
그러나 월출산이 이렇게 가파른 암석 산만은 아니다.
천왕봉 너머 도갑사로 하산하면 때론 갈대 숲 길도 지나고
수석 전시회에 참석한 느낌의 돼지코바위, 남근바위,
베틀굴(음굴)을 지나 구정봉도 볼 수 있었다
그 해 가을, 황홀한 월출산 첫 산행은
지금 내려가는 코스를 역으로 천황사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지나 '도갑사'로 내려갔었다.
이렇게 구름다리 가는 길은
좌,우, 그리고 머리 위와, 발 아래로
놀라움이다
월출산은 설악산, 주왕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3대 암산으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아름다운 일출과 서해를 진홍빛으로 물들이는 일몰 광경의
월출산은 호남 제일의 장관이라고 하는데,
상상만 할 뿐이다.
눈보라속 깊은 오르내림 끝에
이제 .구름다리'직전의 조망터다다.
눈보라속 구름과 안개가 모이면 산과 하늘은
태초의 혼돈처럼 한몸이 되고,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면 산과 하늘은
만물이 태어나듯 두 몸으로 나뉜다.
더 머물 시간이 없고 눈보라는 계속이다
내려가는 길은 엄청 가파른 미끄러운 계단..
드디어 저기 '구름다리'가 보인다,
길이 54m, 폭 1m,해발고도 518m, 지상고도 120m에 설치된 다리다.
청량산, 대둔산, 그리고 최근의 구봉산의 하늘 다리보단 규모는 작으나
고도가 아찔하다
구름다리를 건너기 전 전망대에서 좌측 봉우리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바람폭포'가 보인다.
저 아래 골자기로 우리 동료들이 내려오는 중이다.
그 흔들 거리는 구름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눈보라 속 풍경..
그 아래로 가파른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 해 가을 그 계단으로 올라
이 구름다리를 건넜었는데..
그 팔각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우린 다른 코스로 천왕사로 내려가자
거기는 아직 한겨울의 풍경이다.
그렇게 가파르게 내려오면
이제 한결 마음 편안한 길이 나타나고
'천황사'에 닿는다
천왕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617~686)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월출산에 있는 절로는 도갑사, 무위사, 천황사 등이 있다.
무위사는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절로.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이 유명한데
조선 전기의 건축양식으로 단정한 맞배지붕 양식이 특징이다.
도갑사는 영암군 군서면에 있는 절이며, 해탈문(국보 제50호)이 유명하다.
도갑사 서쪽 성기동에는
'왕인 박사의 유적지가 국민관광단지로 조성돼 있다.
그렇게 안연한 숲 길을 걸어
탐방안내소로 향하고
내려 가다보면 아늑한 야영장, 야외조각공원등이 아름답다
그렇게 내려 온 월출산을 올려본다.
그 해 가을 여기서 출발하여 도갑사로 갔었다.
이 초입에
보길도로 유배 가던 '윤선도'가
'월출산 높다더니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니,
두어라 해 펴진 후면 안개 아니 거두리'
읊조리며 간신배들을 원망하는 시가 적혀 있다.
그렇게 감격과 감사의 코스는
마감되고
왜 사랑은
함께 한 시간보다
돌아서서 그리운 날이 많았는지...
(김기만·시인)
............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이해인의 '봄이오면 나는' 에서..)
*누가알아? 필자에게도
가슴떨리는 사랑이 다시 찾아올런지...
남녘의 월출에 봄이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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