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외로 다닐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녀 온
외국은 몇 안된다. 그래도 이번 겨울, 교직원들과 1월엔 ‘대만’을, 2월은 ‘샹하이’를
각 3박4일 다녀올 예정이 있어 들뜬다.
국내여행은 특히 해안을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른바 ‘리아스식’ 남해안을 우에서
좌로 보노라면 큰 섬과 반도 4개가 혹부리 영감 혹처럼 척 내려 뻗어있는데 먼저는
‘거제도’고 그 다음은 ‘남해도’이며, 그리고 순천에서 내리뻗는 반도가 ‘여수’라면,
그 다음에는 ‘고흥반도’가 나온다.
그 반도와 해안들을 여러번 갔다. 작년 여름 ‘고흥반도’ 전체를 드라이브 하면서
‘대전해수욕장’ ‘고흥방조제’ ‘소록도’ 그리고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를 일주하고..
‘나르도’도 갔었다.
(홀로가 아니었고, 그 동행자는 남자가 아니었다.ㅎ)
필자가 존경하는 부산의 ‘김상준’ 교장선생님은 자주 ‘소록도’를 가신다.
봉사의 빛나는 발걸음으로...
소록도[小鹿島], 아픔이 서린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 해서 소록이라 불리는 이 섬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녹동항 1㎞ 거리다. 거금대교를 약간 들어서면 바다와 소나무 숲이 인상적 이었다
아직도 약 7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간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아름다운 소록도 해수욕장과 일제 강점기 강제 수용되었던
한센병 환자들이 손수 가꾼 것으로 알려진 ‘중앙공원’등 볼거리가 많다. 왠지 숙여함이 있었다.
소록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자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수탄장’(愁嘆場)이 있다.
한센병 환자의 자녀를 강제로 격리해 놓고 철조망 너머 이 도로에서 한 달에 한번 손꼽아
기다린 날, 엄마는 저쪽에, 아이는 이 쪽에서 슬픈 운명의 눈물과 탄식소리 짙게 녹여질 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
세월은 그렇게 흘러 12월이다. 어느덧..
누군가를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계절에
바다가 될 뻔한 고흥반도...,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애환이 서린 '벌교'에서
남으로 내려가 아픔의 한이 서린 소록도가 있는 고흥,
거기 천등산(天登山·553.5m)에 간다.
아픈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계절이 되기를 빌며..
평화로운 그 마을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모두 다 마늘밭이다 광활한 들판이..
3K 이거다..
마을과 들판을 가로질러 산으로 향한다
조금은 시끄럽게..
고흥은 2읍 14개면의 넓은 땅이다 175개 섬이 있단다
60년대만 해도 인구가 20만이었는데
매년 줄어 지금은 채 7만이 안 된다.
찰진 전라도 토질은 우리나라의 보배이다..
오늘도 '보라돌이'님은 아름다움과 씩씩함이 빛나고..
풍요와 아늑함이 펼쳐진다.
넓게...
평화로운데..
힘겹게 오르다 올려다 본다
'딸각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바위를 밟고 오르노라면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는데
소리가 나는지 귀 기우려 본다.
저렇게 서기까지의 세월은 억겁이리라
오늘의 흐린날씨는 조망이 좋지않고..
누군가는 그리운 꿈속 고향으로 가슴에 이어 지겠지..
추어 입었던 겉옷들을 다 벗는데..
볼수록 거대하고 신비롭다
어느사이 대장님은 그 위에 있으니
'스파이더 맨'이 따로 있는게 아니구나...
바위를 밟고 오르노라면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하여 ‘딸각산’이란다.
그러다가 ‘달각산’이라 하기도 하고
고상한 말로 ‘月角山(월각산)’이 된다
그 중 나는 '딸각산'이 좋다.
'녹동'에서는 제주도 가는 배가 있고
거기서 소록도, 거금도로 ‘거금대교’가 연결되었다.
고흥의 ‘나로도’에는 우리나라 우주 기지가 있어서 더 유명한 지방이 되었다.
거기엔 여러가지 우주체험관등 공원이 조성되었다.
고흥지방에는 유난히 ‘우주’라는 글이 많이 보인다.
휴게소, 주유소, 식당 그렇고, 심지어는 장례식장까지 우주장례식장이고..
다리 난간의 조형물도 '로켓' 일색이다.
어? 어디서 많이 본 산인데? 중국의 '오녀산성'같다.
이 성은 중국' 요녕성'에 있는데
고구려의 첫 도읍지 '졸본성'에, 800미터 높이에다 고구려 축성양식으로 성을 쌓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봄철 철쭉이 요란 할 때는 이렇게 멋진 인물도
'별루'이었으리라
임도를 따라 한참 맨돌다
드디어 천등산으로 향하는 길을 만나고
한 참을 숨 가파야 정상으로 간다
많이 올라온 모양이다.
천등산 동쪽 사면 중턱에 자리 잡은 금탑사(金塔寺)가 있다.
특히 비자림(천연기념물239호)으로 유명하다
'딸각' 이 '달각'인것은 이해되는데
그 '달각'이란 표음언어가 '표의언어'인 '월각(月角)'으로 바뀐 것은
재밌고도 신비롭다.
수십명이 잔치하고도 남을 너럭바위
거기에서 11시 약간 지난 이른간에 점심식사를 차린다.
우린 좀더 가자
정겨운 '복숭주' 한 잔을 얻어 마시니
땅도 하늘도 흔들린다..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해서 ‘天登’(천등)으로 지었다는 설과
금탑사 승려들이 도(道)를 닦기 위해 정상에 올라 수많은 등불을 켰다고 해서
‘天燈’(천등)이라 불린다 설.. 천등산 정상인데,
그 좋은 풍광에 비하여 정상석 하나가 없다.
팔영산(608.6m)과 적대봉(592.2m)에 이어
고흥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인 천등산(天登山·553.5m)은
일출·낙조와 다도해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다.
전국에 '천등'산이 여럿이다.
우리고향 충북의 제천은 ‘천둥산’이다.
박달재의 '금봉이'가 나오는..
멀리 거금대교 건너 거금도[居金島]가 보인다.
인구 4,700이고. 해안선 길이 54㎞란다,
소록도 바로 아래 위치한 섬이다.
거금대교' 건너 해안일주 도로가 절경이며 최고봉
‘적대봉(592m)’ 암석해안의 해식애가 볼만했다.
다도해의 경탄스런 풍광을 즐기면서
거대한 정상 바위절벽과
능선상의 기암들이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고..
경치에는 '별로' 일듯한 李 대장님은 봄에 꼭 다시 오자고 한다.
가슴 속 감성이 살아 오르는가!
제법 암릉 길의 아찔함과 묘미를 더한다
그러면 어떻랴, 어디서 뭘하다 왔건,
내려가면
그는 장군이고 나는 졸병이면 어떻리
산중 하루 길에 '하나'이면 되는거다.
참 많이 내려 온듯...
바위를 오르내려야 한다.
벌써 '산죽'의 두 분은 저리 올라 있고...
풍수지리상으로 보아 산의 형이 마치 '호랑이 상'이라한다.
그래서 부근에 묘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날에 우리가 올 줄 알고 이렇게 피워주었으니..
아직 내려가는 길을 못 찾았다.
‘한하운’ 시를 보자
건강하던 자신에게 어느 날 찾아온 병,
그것도 하늘의 병이라는 ‘한센병’에 걸려서
스스로 소록도를 향해 내려가는 자신이 어떠했을까?
소록도 전시실에 가 보면 그의 사진과 함께 작품이 벽에 걸려 있다.
중앙 공원에는 그의 시비가 있고..
전라도 길 (소록도로 가는 길에/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긴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千里 먼 全羅道 길 ..
(12월!, 아픈 모든 분들에게 위로가 있으시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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