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정에서 ‘자기 돌아보기’의 활동 중 하나로 살아 온 자기 삶의 그래프를 그려보는
과정이 있다. 즉, 오르막, 내리막의 굴곡진 세월을 우리의 산행지도처럼 오르내림의 선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 처절한 그래프의 한 사람을 보자 이름은 ‘김제남’(金悌男)! , 제법 현대인처럼
이름이 붙었지만 16세기 ‘선조’ 임금의 계비였던, 드라마에 잘 나오는 ‘인목대비’ 아버지다.
그는 임금의 장인이 되면서 ‘연흥부원군’이 되었고 딸 인목대비도 아들을 낳으니
그가 ‘영창대군’이다.
당시 왕세자는 ‘광해군’ 이었고 선조가 죽자 ‘소북파’는 광해군은 서자이니 영창대군을
왕으로 옹립하려 했고, ‘대북파’는 광해군을 지지했는데 결국 힘겨루기에서 ‘대북’이 이겨
광해군이 임금이 된다..
결국 광해군 5년, 김제남은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약을 받고 죽는다
세 아들과 함께...
또 그의 딸인 인목왕후도 폐비가 되어 ‘서궁’으로 쫓겨나고, 영창대군은 강화도로 유배
되었다가 이듬 해 ‘증살(蒸殺/사람을 방에 가둔 채 불 질러 죽이는 형) 을 당한다.
어디 그 뿐이랴! 3년 후 김제남은 ‘부관참시’(무덤을 파고 관을 도로 꺼내 주검을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 걸었던 형벌) 까지 당한다.
그러나 1623년 ‘인조반정’으로 정권이 바뀌고 그는 영의정으로 추서되고 사당과 추모비가
세워진다. 제주도에 유배됐던 며느리와 손자가 살아 돌아오고, 딸 ‘인목왕후‘는 드디어
’인목대비‘가 된다. 참 가파른 곡선의 오르내림의 생애였다.
가을이 깊어간다.
산도. 삶도 굴곡의 연속이다.
그래서 푸슈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라 했다.
한 달 내내 ‘설악’에 다시 들, 설레는 꿈을 꾸었는데 갑자기 취소되고 아무리 찾아도 설악을
다시 가는 산악회가 없어 형용키 어려운 절망 중에, 우리네 인생 길처럼 굴곡이 심한 또 하나의 산,
그 산을 간다
전북 진안의 ‘구봉산’..
구봉산!(九峰山.1,004m)
‘운장산’(1126m) 동쪽능선 7km 지점에 위치하는 산으로 산의 남쪽 ‘천황사’쪽에서 바라보면
아홉 개의 봉우리가 뚜렷하여 구봉산이라 불린다.
마치 어미닭을 따르는 8마리의 병아리 같은 그 산을 간다.
내륙 고원 ‘진안’의 가을 속으로...
구봉산은 북으로 ‘대둔산’, 남으로 ‘마이산’ 이라는 유명산에 가려 덜 알려 졌지만
최근 진안군에서 국내최장 100m 산악구름다리를 4봉과 5봉 사이에 올 8월에 완공하여
이제는 전국에서 찾는 유명산이 되었다.
진안읍을 벗어나 '주천면 양면마을'에 도착하니 엄청난 관광버스. 인파에 놀란다.
'양명교'를 지나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 초입부터 거대한 인파다.
그러나 이 때만 해도 막히진 않아 즐거움에 들뜨고
점점 사람에 막혀
고된 된비알을 천천히 걷는다
시원한 바람, 화려한 단풍..
기분 좋은 출발이다.
10시방향으로 올려다 보니
그 '구름다리'가 보인다.
아! 그런데 거대한 막힘이다
움직여 지지가 않는다
우측으로 제1봉이 보인다.
꿈쩍 않는 줄은 1K 오르는데 1시간이 걸린다.
줄을 벗어나 100미터 아래, 제1봉에 간다.
줄을 잡고 깊히 내려가 급히 오른다
인증샷? 어림없다 사람들 가랑이 사이로
떠 밀리며 겨우 찍는다
오르는 데도 엄청 난 인내가 필요하다 사직 찍을 자리나 여유가 없다
풍광좋은 곳에서 출발지 양면마을쪽을 본다
그 뒤로 무주의 덕유산 산줄기가 거대하다
좌측으로 향적봉, 우측으로 남덕유 방향이다.
제2봉은 또 저렇게 오른다.
'새치기'하는 이들은 배냥 뒤
붙인 '산악회 시그널'로 인하여 그 산악회가 '바가지'로,
그것도 합창으로 욕을 먹는다
그 짧은 거리를 오르는데 1시간 걸린듯하다.
쉴 수도, 물 마실 수도 사진 찍을 겨를도 없다
잠깐 머뭇거리면 새치기 당하고..
거대한 인간 띠...
움직이지 않는다.
겨우겨우 제3봉, 12시가 넘었다
맘이 급해지고
멀리 4봉이 눈에 들어 온다
저기까지 언제나 갈꼬...
그렇게 오르내려 제4봉을 다다른다
제4봉이다. 멋진 팔각정 '구름정' 아래 서 있다.
제4봉에는 멋진 전망대 정자인 '구름정'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데
올라갈 수 없다. 줄을 빼앗기면 안된다. 멋진 조망도 볼 수 있는데 아쉽다...
그 제4봉과 5봉 사이엔 8월에 개통한
'하늘다리'가 있다 완전히 '시장바닥'...
구봉산 '구름다리'는 올 8월에 완공 되었다고 하는데...
길이 100미터, 높이47미터 국내 최장이란다
. (봉화 청량산의 하늘다리는 길이= 90m, 보행폭= 1.2m, 지상고= 70m, 해발고= 800m 이고..)
시간은 늦어지고 좌우 풍광도 봐야하고...
정신이 없다
우측으로 바라본 풍경..
중앙 뽀족산이 '명도봉'일듯...
멀리 우측으로 덕유산 끝 자락도 보이고...
언젠가 연석산- 운장산- 북두봉- 구봉산 종주 코스도 걸어보고 싶다.
세월이 급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와 제4봉쪽을 되돌아 본다.
제5봉 비석은 건너 온 정자마루에 세워져 있고..
3:30까지 하산해야 하는데 시간이 조급하다
줄은 여전하고 속도는 안 나고...
깊히 내려간다. 아직도 6.7.8..봉들이 있으니..
급하게 내려 가 다시 힘겹게 오른다
이 좋은 풍광을 둘러 볼 겨를이 없다.
줄 지어 내려간다
제6봉을 바라본다
올라가야 하는거다 저렇게
겨우겨우 6봉을 찍고..
다시 내려가고 ..7봉쪽,
소나무가 멋지게 자리한다
그리고 그 너머 구봉상 제9봉을 본다
방금 내려왔던 제6봉쪽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저렇게 내려 와 이렇게 오른거다
그래도 시설이 잘 되었다 4봉에서 8봉까지는...
제7봉을 거의 올라, 방금 올라 온 길을 되돌아 보니...
아득하다
제7봉이다. 이제는 줄은 서야 하지만
서 있지는 않으니.. 걸을만 하다.
제7봉과 8봉 사이엔 이런 아취형 다리가 멋지다.
'구름다리'가 없을 때는 이곳이 제법 인기가 있었으리라
제7봉에서 8봉으로
이렇게 들 건너 온다.
다리를 건넌다고 바로 8봉이 아니다
급격히 올라야 한다.
이젠 줄을 벗어나도 좀 여유가 있어
길에서 20미터 옆, 제8봉에 올라 셧터를 부탁 해 본다.
급히 '돈내미재'로 내려가면서 9봉을 바라본다.
저기를 올라가야한단 말인가!.
돈내미재로 가는 길도 내려가기만 하는게 아니다
이렇게 올라가 다시 내려간다
그래도 서 있지 않고 걸어가니 다행이다.
어디든 오름엔 인내가 필요하고..
드디어 제8봉아래 안부인 '돈내미재' 다.
왼쪽에 '천황암'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있다 .
주차장까지는 2.3K ...대부분 여기서 하산한다
여기서 잠시 주저한다. 2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그래도 정상을 가야하지 않겠는가!
급하게 서둔다. 제9봉 천왕봉 으로..
'돈내미재'재에서 제9봉은 500m..
그러나 그 500m 는 끝까지 급격한 오름이다.
다시 '황소 숨소리'를 내야한다.
가을산의 고운 단풍도 아름답고
해발 1002m 정상부근은
벌써 겨울 풍경이다.
그 길은 앞사람 엉덩이가
코에 닿을 태세다
이 계단은 엎드려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고,
왼손으로 바닥을 잡고
'기어오름' 이 가장 편했다
겨울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이랴!
낚엽에 미끄러 지기도 하며 오른다
오름만 있는게 아니다 다시 내려가고 오르고...
지나 온 길이다
숨을 고르며 지나온 1봉부터 8봉까지를 되돌아 본다.
많이 높아진듯하다.
아! 이윽고 올라셨다 정상에!
바람이 시원하고 사방 조망이 수려하다
대부분 돈내미재에서 하산한 탓에
인증샷도 찍어본다. 어느 예쁜 여인에게 부탁했더니
자리를 바꿔가며 3번을 찍어준다
그 분께 복이 있기를 빌어본다. 예쁘니 더욱..
멀리 진안의 '용담호'..
국내 제5번째 담수량을 자랑한다.
아 ! 그런데... 정상에서 착각을 하였다.
급히 내려온다는 것이 좌측 '복두봉' '운장산' 방향으로 1K 정도를
급격히 내려가는 '알바'를 한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길이 이상하여 지도를 다시 보고
그 내려갔던 길을 정상으로 다시오른다 30분 동안...
다시 정상에 올라 길을 찾았다...
용담호 그 너머 우측으로 '마이산'이 희미하게 조망되고
그 너머 장수쪽은 '금호남정맥'이다...
1년전 걸었던 그 산줄기... 그리움에 울컥한다.
아! 1시간박에 안남았다.
급히 내려가며 그래도 멋진 소나무에 샤터를 누른다.
맘이 조급하다
처음 올랐던 양명마을, 그리고 제1봉- 8봉...
돌아 온 봉들을 본다.
여전히 용담호의 풍경은 아름답고
가을 햇살은 빛난다
내려 선 '바랑재' ..
예정은 천왕사로 '지댕이재' 로 가야하지만
사람에 막히고 거기에 알바까지 30분 했으니...
지댕이재 방향을 포기하고 '바랑골'로 내려선다.
2,8K를 한 시간 내로 가야한다.
급격한 내리막 길... 눈뎦힌 곳에서 미끄럼 탔던 '삼봉산'이 생각난다
그 길은 조용하고
단풍이 절정이다
마음은 바쁘고
그래도 고운 단풍은 자꾸 샤터에 손을 가게한다
내려온 길을 올려다도 보고
이윽고 내려선다..양명마을...
오늘 그리 줄 서서 걸었던 봉우리들이 선명하다.
올려다 본다
좌측, 거대한 제9봉은 8마리의 작은 병아리를 거느리고 놀고 있다.
'돈내미재'에서 하산한 사람들과 합류한다.
아 그런데... 다 내려니 문자가 온다
하산시간을 30분 늦춘다고... 좀 일찍 했더라면
조망을 더 즐겨야 했을 걸..
그렇게 하루 해는 저물고
'시월의 마지막' 산행은 다시금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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