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말, 서울에서 공부하던 나는 '충남 공주군 유구면'에 사시던 외조부께서 장수하시다가
별세하셨다는 부음을 듣고 그 곳으로 달려갔다.
여러 날 옛 방식의 장례절차를 마치고 비포장 고개를 힘겹게 넘는 시외버스로 상경하고 있었지.
어느 고갯마루을 넘던 길, 안내양이 소리쳤다.
'기사님 잠깐만요'
버스는 섰고 졸고 있던 몇 안되는 승객들은 무슨 일인가 창 밖을 내다 보았고,
얼굴이 예쁘고, 하얗 안내양은 비탈진 산을 향에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뭐 볼 일이 급한가?
잠시 오르던 안내양은 한 아름 연분홍 진달래를 꺾어 안고 돌아왔고
버스가 그리 대기하고, 안내양이 그리 다녀와도 누구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다들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부러움,
아마 그런 것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흐뭇해 했으리라.
오늘날 전쟁터 나가는 길 모양, 쏜 살 같이 오고 가는의 도로와 생활 팬턴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런 여유와 낭만은 현대사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벌써 여러 해가 흘렀고 시대도 바뀌었다.
어릴적 산마다 지천이던 진달래도 전국이 동시 다발적으로 피어나
만발한 싯점을 맞춰서 산행 하기가 퍽 어렵게 되었다.
한 주 늦은 아쉬운 날에 동네 가까이 '천주산'으로 향했다.
어느덧 봄 산은 '노랑섞인 연두'가 지천이고
짙은 농담의 수채화, 그림 같은 푸르름은 아주 가까아 와 있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유명한 ‘고향의 봄’은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천주산의 진달래를 배경으로 썼다고 했다.
부모 형제, 고향의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연분홍색 진달래
먹는 꽃 진달래,
먹을수록 배고픈 꽃...
그 꽃을 보기 위해 거기로 간다.
▲ 푸른 풍경의 '산정마을',
분재같은 단감나무,
농부의 부지런함을 웅변했다.
▲재미없는 시멘트 길 1.2K을 오르면 삼거리,
청룡산에서 오는 '양미재'는 좌측으로
나는 우측 구고사로 향한다.
▲아담한 구고사..
봄 날의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400m를 가파르게 오르면
작대산에서 오는 능선과 만나는데.
▲이미 '노랑섞인 연두'는
황홀했고.
▲조금 위험하면
어떠랴...
▲연두빛 잎새마다
꿀꺽 쿨걱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멀리 산정 저수지,
고속도로 너머로 칠원 읍내가 깨끗했다.
▲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최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이리 서 봐도, 저리 서 봐도
엉성한 폼이야 어떡하랴.
▲ 정호승이 그랬다.
봄 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어느 세월인가 전국의 산야를 다닐 수 없는
그런 시절이 올 때
이 길은 홀로 걷는 나의 길이 되려니...
▲그래도 견뎌준
진달래가 고마웠고.
▲우측으로 작대산(청룡산),
더 우측으로 무릉산이
짙은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진달래,
둔탁한 '국민학교' 교실 교탁 위에
누군가 '칠성사이다' 병에 꽃았던 꽃...
▲거기에 오르면
창원, 마산이 훤하게 뵌다.
▲산정마을 뒷 산
'농바위 659m'.
▲거기서 북쪽으로는 북창원 나들목,
산 아래 '달천계곡'
멀리 북면 시내와 우측으로 백월산.
▲우측으로 주남저수지,
그리고 진영 시가지.
▲이제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달천계곡으로 오르는 이들과 만나는
함안 군계지점.
▲달천계곡에서는 3.4K,
천주산 용지봉은 400m.
▲ 400m 끝없는 계단,
오고 감의 인파는
천천히 걷지 못하게 하고
▲예쁜 여성들만 남고,
후질그런 남정네들은 안왔으면 좋겠다.
▲ 절정기의 빛나는 빛깔은 좀 지났더라도
아름다움은 여전했지
▲ 정상석 인증샷은
10m도 더 길게 기다려야 하고
▲ 인내심 부족한 이는
곁다리로 찍을 수 밖에..
▲ 이제부터
진달래 군락지를 돌아보자
▲ 좌측 아래로 창원대로,
우측으로 마산시내.
앞의 산은 팔용산. 그 기슭은 창신대학교. 삼성병원
▲ 우측으로 마산만,
더 우측으로 무학산으로 흐르고
▲ 진달래 시인은
김소월이다.
▲소월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서정적 단어들을 아로 새겼다.
▲ 봄이오면 32세로 요절한
가슴 아픈 소월의 시에 난 몸살을 앓는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밣고 가시옵소서' 의
진달래 꽃
▲접동/접동/
아우래비 접동 으로 시작되는
'접동새'는 가장 큰 가슴 앓이 시이다.
▲ 그리고 또 하나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로 이어지는
초혼(招魂) 이다.
▲ 봄되면 이 세 시에 스민 단어들에
가슴앓이를 한다.
그 중 최고는 누나를 그리워하는 접동새였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우리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
옛날, 우리나라
먼 뒷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가슴에 이런 단어들을 품고 산
소월이니
젊은 32세에 요절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 글을 대할수록 참 시인들은 위대하다고
그런 생각이 더 했지...
▲이제 마산, 예곡, 산정 방향으로
내려가는 꽃 길,
사람들이 없어 좋았으니...
▲처박한 땅,
나무 그늘 아래서
어찌 이런 꽃을 품어 낼 수 있는건지
▲ 거기 꽃 속 그늘에서
요기를 하고
또 하나의 시를 검색하여 읽었다.
▲그 시는
조 연현 시인의 '진달래꽃'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 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 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
▲순이의 소식은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노을 지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조 연현, 진달래꽃)
▲진달래는 먹는 꽃 ...
먹을수록 빼고픈 꽃...
▲거기에 철늦은 산 복숭아 꽃이
'무릉도원',
그리고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생각나게 하고..
▲다시 삼거리에서
예곡, 금강계곡 방향으로.
▲ 내려온 작은 고개에서 좌측은 안성마을,
직진은 많이 다녔던 칠원대동아파트..
산정마을은 우측 3K를 가야한다.
▲봄 빛 가득한 계곡..
노랑섞인 연두는 그득하고
▲거기, 출발지 소박한
산정마을이 나타난다.
▲꽃들이
'앞 다투어 핀다'는 실감을 하는 계절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어 갔으니....
▲ 4시간이면 걷는 길을
가다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주저앉아 꽃을 보고 그렇게
와우하는 걸음으로 걸었던 날....
.................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창원 무학산(舞鶴山,761.4m/ 중리우체국-시루봉삼거리-정상-서원곡/8K,4H) (0) | 2022.06.27 |
---|---|
경남사천. 와룡산(臥龍山801.4m/ 와룡마을 – 도암재- 새섬바위- 민재봉-기차바위-와룡마을 8K. 5H) (0) | 2022.05.02 |
부산.가덕도(加德島)연대봉(烟台峰·459m)새바지항-희망정-어음포-어음포초소-연대봉-지양곡갈림길-새바지항& 대항마을(6.2K) (0) | 2022.01.10 |
진해시계종주길2(안민고개-웅산-시루봉-수리봉-천자봉-대발령 (10K.6H) (0) | 2021.12.20 |
경남의령. 자굴산-한우산(897m/ 쇠목재-듬배기먼당-자굴산-절터샘-둘레길-쇠목재-한우산-쇠목재 9K.5시간) (0) | 202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