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1953~) 라는 보성 출신의 소설가가 있다.
그는 ‘이순신의 7년’ 이라는 전 7권의 대하 소설을 썼는데 이순신이 1591년 전라 좌수사로
부임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기까지 인간 이순신의 삶과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새로운 역사를 작가만의 시점으로 담아냈다.
이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 속에 나오는 보성 이야기가 재미있다
소설 속 이순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후, 보성 조양창에서
군량미 600석을 확보하고, 열선루에서는 수군을 해체하라는 선조의 어명에 대하여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今臣戰船尙有十二/금신전선상유십이)
불복의 장계를 올리고는 조선수군 재건에 박차를 가한다.
그 결과 그 유명한 명량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왜군의 기세를 꺾어버린다.
즉, 보성 열선루에서 올린 이순신의 장계와 600석의 군량미 확보가 없었다면
명량 해전의 승리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성은 임진왜란의 역사의
성지라 하겠다.
녹차의 고장 보성! 거기를 간다.
찬란한 봄날 노랑섞인 연두가 온 산야를 뒤 덮은 신록의 계절에
보성의 아름다운 산 ‘천봉산(天鳳山)’
거기를 걷는다.
▲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
보성의 마라톤대회로 길이 통제되어 돌고 돌아, 11시에 산행은 시작되고.
▲ 보성군립 백민미술관 입구,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
▲ 마을의 당산나무는
무게감 있게 역사를 증언 합니다.
▲ 매주 산행을 가는 '가자산산악회'는
선수들만 모인듯... 따라가는데 종일 정신이 없고.
▲ 여기저기 지천인 고사리
고사리 꺾기 대회라도 열린듯 분주합니다.
▲ 희미한 등산로 비탈 길은
처음부터 고된 일정을 예고 합니다.
▲ 양탄자 같은 푹신한 길이 아니면
된비알의 고됨은 회복이 어려울듯.
▲ 그 고딘 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오늘따라 멘토는 예쁜 여인만 따라가느라
멘티는 됫전이고.
▲ 처음 만나는 이정표.
오늘의 코스는 여러 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듯.
▲ 어느사이 침묵의 겨울산은 신록으로 옷 단장하고
여기저기 새소리도 요란합니다.
▲ 힘든 김에 '신록 예찬'을 떠 올립니다.
'이양하'런가!
▲ 신록예찬(新綠禮讚) ...고교 시절엔
민태원의 '청춘예찬'과 많이 혼란 스러웠었지요.
▲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4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
▲ 그러면서 이양하는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산을 바라보라.'
그랬지요.
▲ 여러번 고된 한숨을 내 쉰 끝에
천봉산 정상에 닿습니다.
▲ 천봉산(天鳳山/ 611m)
보성군 북부 산지를 대표하며 산세가 깊고
대원사 계곡을 비롯하여 계곡이 많습니다.
▲ 이 산은 여수.순천사건 이후
6,25 전쟁이 끝날 때까지 많은 전쟁의 수난을 받은 곳.
▲ 한겨울 조망이 좋을 때면 조계산, 모후산,
무등산등과 주암호가 아름답다는데.
▲ 종일 그 많은 봉들을 힘들게 오르내리지만
시원한 조망터가 아쉽습니다.
▲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 그렇게 이양하는 신록예찬을 주옥같이
이어 갔습니다.
▲ 우린 까치봉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시간은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으니.
▲ 너른 광장에 성찬은 이어지고
주거니 받거니로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 노지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상추,
살짝 데친 가죽나무순, 그리고 햇마늘...
여기에 멘토가 준비하신 수육....
▲ 모처럼 사람들로 부터
제일 거하게 사는 사람들인가 보다 소리도 듣고...
▲ 이제 날씨는 개어 햇살이 나고
긴 코스 오르내림 끝에.
▲ 두번째 봉, '말봉산'에 닿습니다.
▲ 오늘 산행길은 정맥 종주길 처럼
긴 오르내림과 평탄한 길로
천봉산-말봉산-까치봉으로 이어집니다.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의 시 한 편을 음미합니다.
푸르른 날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온 산천이 온통 저렇게 초록으로 물들어 있으니
살아 있음의 함성처럼 터져 나오는
푸르름을 바라보면서
▲ 눈이 부신 사람들은 아마도
저 무진장의 푸르름 속에서
그리운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떠 올리고 있는 거겠지요.
▲ 언젠가는 ‘초록’이 다하고 ‘단풍’이 들 것이고,
‘죽음’의 때가 오기도 하겠지만
▲ 지금 이 신록의 계절엔
오직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 ‘신록’을 바라보며
그 속에 ‘그리움’을 새겨 넣는 시인의 노래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이제 마지막 '까치봉'에 닿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도 이 마음이었을까?
▲ 오늘도 멘토는
예쁜 여인들 옆에만 서면 낯 빛이 딴 사람인듯 합니다.
▲ 텅빈 신록보다
여인과의 공존이 그림 같다는 생각도 하고.
▲ 까치봉에서 대원사까지는
가파른 1.7K길...
▲ 주암호도 겨우 이렇게
조망할 수 밖에 없고.
▲ 세상은 온통 노랑섞인 연두의 향연...
내게는 짙은 그리움을 불러오는 색입니다.
▲ 노랑섞인 연둣빛 새싹이라 말하지만,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연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연두...
▲ 초록 섞인 나무의 새잎,
조금은 더 부드러운 연둣빛의 느티나무 새잎,
노란빛을 한층 섞은 참나무들의 새잎, ...
▲붉은 새잎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연둣빛 꽃들도 있고....
.
▲ ‘꽃은 붉고 잎은 푸르다’는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지금 막 피어올라 엄지손톱만큼 한 어린잎이 돋고있는
나무 잎 사이에는 연두색 꽃들이 피고 있기도 하지요.
▲ 봄의 신록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움직입니다.
보드랍고 여린 잎들은 ‘울컥’ 감동을 줄 만큼 아름답고
다채로운 신록들은 시간이 흐르면 초록으로 짙어가겠지.
▲ 그렇게 산행은 끝이 나고
대원사에 닿습니다.
▲천봉산 대원사
503년(백제 무녕왕 3년)
아도화상이 봉황의 인도로 터를 잡은 백제의 고찰.
▲ 고려 중기 자진원오국사가
참선과 염불을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禪淨雙修)의 큰 가람으로 발전시켰고,
▲조선 중기 탁오선사의 중건을 거치면서
가람의 면모를 지켜왔으나
여.순 사태와 6.25를 지나면서 극락전을 제외하고 모두 소실...
▲ 1990년부터 대원사 복원이 시작되어
옛 주춧돌을 찾아내고 기둥을 세우며
오늘과 같은 복원를 이룬 아담한 고찰입니다.
▲ 금종루도 신록과 함께
빛납니다.
▲ 여느 절과 달리 눈길 끄는 볼거리가 유난히 많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연못인 구품연지,
아래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철나무..
▲ 머리로 치는 대형 목탁...
온작 번뇌, 아픔,
형이하학적 응큼한 생각은 날려가라고 .
그러나 그리움은 그대로 두고...
▲멘토는 뭘 빌었을까?
설마, '술맛이 이제 떨어지게 하소서'
이렇게는 안 빌었겠지요..
▲ 머리로 목탁을 치고나서 보니
우리 기도가 얼마나 수준 낮은가를 ...
부끄러워했습니다.
▲ 다시.'나쁜기억 사라져라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의 원수 잘되거라'...주문을 욉니다.
▲대원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못
구품연지
▲ 바위하나 없는 평안한 천봉산에 둘러 쌓인
천년고찰...
근대사의 아픔 화마도 다시는 없이 오래오래 안연하기를 ...
▲ 경내 곳곳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낙태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빨간 모자를 쓴 동자승을 많이 모셔 놓았고
▲ 극락전 뒤에 계류가 흐르는 전망 좋은 곳엔
수관정이란 조그만 전각에 텅 빈 관 하나가 있는데,
일종의 저승 체험실로 벽에는 '죽음을 체험해보는 순서'라는
안내문도 적혀 있습니다.
▲ 사천왕상도 부조처럼
단면으로 만들어짐이 특색있고.
▲ 사찰 곳곳에 108개의
좋은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 아담하고 아기자기만 고찰을 떠나며
모두들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 천봉산 대원사...
▲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아담하게, 그러면서도 제 역활을 다하는 고찰로
오래오래 이어져 가기를...
▲티벳박물관
티벳 불교 미술을 볼 수 있는 티벳박물관에는 만다라,
경전, 밀교법구 등 1천여 점 희귀 자료가 있고
▲ 박물관 앞에는 15m 높이의
하얀색 티벳 전통양식인
수미광명탑이 있습니다.
▲ 저승체험을 한다면
조금더 착한 사람이 될까?
▲현장 주지스님이 티베트와 몽골 등지를 순례하며
모은 불상 회화 등 불교미술품 1000여 점이 전시돼 있고.
사람 머리가죽으로 만든 북, 대퇴골로 만든 피리,
해골로 만든 목탁 그리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보이는
하늘 만다라도 눈길을 끕니다.
▲다.
▲다.
▲마른 나뭇가지에 잎사귀가 돋아나고,
아기 손처럼 어린 잎사귀가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더 아름다운 숲을 이룬 계절
시원함이 가슴으로 전해오고 계곡의 푸르러 가는 숲이
눈을 맑게 씻기고, 마음도 맑게 씻어주던 날,
늘 싱그러운 숲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오래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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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서정주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 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山行..그리움따라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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