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소개했던 ‘東관왕묘’,
그 앞쪽인 창신동. 숭인동 언덕에는 애닯은 한 여인의 자취가 남아있는데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定順王后)이다.
그는 전북정읍에서 태어나 15세 때에 단종보다 한 살 위로 단종비가 되었고 3년만인
18세 때에 단종과 생이별하고 82세까지 한을 품고 살다간 비운의 여인이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될 때는 군부인으로 강등되고, 단종이 서인이 될 때는 그도 관비가 되었다.
그는 동대문 밖 숭인동에 비구니승방인 정업원에서 평생 단종을 그리며 세 시녀와 함께 염색업을
하면서 근근히 살았는데 지금도 ‘자주동샘’이란 샘터가 남아있다
그는 세조가 내려주는 그 무엇도 받지 않았고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까지 다섯
임금시대를 살다가 중종16년, 82세의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죽어 갈 곳이 없었다.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의 시댁인 해주정씨 문중에서 묘지를
내주어 겨우 묘를 썼고 훗날 왕비로 복원 되었지만 영월의 단종과 천리 먼 길에
지금도 묘역이 남아있다
그가 살던 숭인동에는 동망봉(東望峰)이 있다. 동쪽 영월땅을 바라보며 통곡하던 곳이다
이 곳에서 왕비가 통곡하면 마을 사람들은 함께 땅을 치며, 가슴을 치며 함께 울었는데
이런 울음을 동정곡(同情哭) 이라한다
우리의 어린시절, 초상이 나면 시간차이로 딸이 오고, 아들이 오고 숙모도, 고모도 마당으로
엉엉 통곡을 하며 들어오는데 이때 혼자울게 두지않고 부엌이나 방에 있던 온 친척들이
같이 우르르 몰려나와 함께 붙잡고 울었는데 이것이 동정곡이다.
마지막 상여가 동구밖 고개를 넘어갈 때 온 마을사람들이 함께 울었다.
고인을 추모해서도 울고 자기 설움에서도 울었다.
오늘의 사회, 동정곡을 잊었다 부족하지만 필자는 1급심리상담사 자격을 가지고
학생상담을 맡아왔다 상담의 기본은 경청과 공감 그리고 적극적 이해 3가지다.
상대방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크게 공감해 주며, 그럴 수밖에 없는 그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데서 상담은 출발한다.
산행!.
우린 산꾼들이다.
산행을 하며 같이 경탄하고, 통곡의 가슴은 같이 동정곡 꾼이 된다면 그리운 발길,
그 능선따라 걷는 그 길이 더 정겹지 아니하랴!
▲ 그렇게 한 해가 다시 갑니다
2017년, 마지막 '오솔길' 산행.
▲ 이름도 아름다운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심거마을.
거기를 다시 왔습니다.
▲ 지리,·덕유,·황매를 한 눈에
조망되는 둔철산(屯鐵山)을 오릅니다.
▲ 아침부터 빗방울은
겨울 산행을 심란하게 합니다.
▲수령 200년쯤 되어 뵈는 느티나무...
나목되어 마을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잎도, 열매도 다 떨궈 낼 용기가 부럽습니다.
다시 봄이오면 가득 채우겠지요.
▲탐스럽던 감나무의 빨간 홍시가
이제는 까치밥만 남은 정겨운 마을.
▲우측으로 밤나무 단지가 있고
보여야 할 웅석붕은 구름 속에 가렸습니다.
▲ 본격적은 산행은 시작되고
3K의 정상을 향합니다.
▲ 밤나무 단지가 끝나면
아름다운 소나무 숲....
이 곳이 고향인 이들은 이 소나무를 잊지 못하겠지요.
▲ 100m의 삼층 폭포로 내려섰지만
갈수기의 폭포는 그 명성을 잃었고
▲ 풍경을 보면 너무 쉽게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고 볼일 다본 사람모양, 급히 떠납니다.
사진기가 없었다면 오래오래 보고, 마음으로 저장 할 것을...
▲ 때로 사진을 찍지 않고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 마음으로 기억하고
각인하기 위해서...
▲ 더 깊히 그리고 더 달콤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간직하길 원한다면 말입니다.
▲ 심거폭포...
그 많던 수량은 말랐고
거대한 빙벽이라도 기대했지만 ...
▲ 신석정 이던가요?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가듯이...
나무는 마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 다시 정상을 향해
남은 절반의 길을 갑니다.
▲ 그래도 다시 여름이 오면
엄청난 양의 폭포수가 떨어져
계곡 전체에 울려 퍼지겠지요.
▲ 가팔라진 길이 기다리고,
다시 한 걸음 , 한 걸음 오릅니다.
▲ 이 나무... 무슨 글자 같을까요?
'솥 정(鼎)'자 모양을 닮은 멋들어진 나무를 만납니다.
.
▲'솥 정(鼎)'자를 쓰는 바위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의령군이 자랑하는 '정암(鼎巖)' 그 바위 밑은 세개이 다리모양이라
3대 부자가 나왔다는 ...
▲ 그 솥 정자 나무, 의령 정암...
그 생각으로 훨씬 수월하게 깔딱고개를 넘습니다.
▲ 우측으로 정상이 저리 보이고
빗방울은 눈 발되어 한,두방울.. 날립니다.
▲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도
왜 산부인과적 상상을하는 걸까?
언제쯤 도인이 될까? 아득합니다.
▲ 에구...갑자기 짙게 구름이 끼고
조망, 눈 발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가팔라진 길을 그렇게 오르면
3거리를 만납니다. 여기서 정상은 150m...
▲둔철산(屯鐵山/ 823m)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필봉산,
정수산, 황매산, 황석산, 거망산, 기백산, 덕유산
아! 그 조망은 꿈이였던가?
.
.
▲ 아쉬움을 멋지고, 예쁘기까지 하신
님들과 함께 달랩니다.
▲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3거리로 옵니다.
▲ 그리고 1K여...여기서 B코스는 우측으로 하여
심거폭포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 또 다른 정상석을 만나지만
웅석봉은 안개 속에 가려있고...
▲ 언젠가 부터 겨울 산행의 필수품
비닐쉘터....그 속에 앉으니 더 친한것 같고....
난 2인용을 하나 장만하고 싶습니다. 정겨운 님 하나도 찾아보고...
▲ 2인용 이라도 뽀뽀 같은 건 안 할겁니다
순수하게 밥만먹고, 커피만 마실려구요...
그런 님이 있을지 모르지만....
▲ 아! 그래도 날씨가 개이며, 건너 웅석봉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좌측으로 그 그리운 달뜨기 능선도...
▲ 바로 앞이 시루봉, 2층 바위...
저렇게 가야 할 길이 보이기 시작하니 감사한 일입니다.
▲ 건너 웅석봉과 그 너머 우측으로 천왕봉. 중봉이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짙은 그리움....
▲ 커피 잔일까? 옛 절구 모양일까?
거기에 앉아 보았고 누군가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은 오지 않습니다.아쉽게....
▲ 가파르게 내려와 되돌아 보면
어느 새 저렇게 하늘이 개이고...
아! 다시 정상을 올랐다 올까? 아쉬운 조망....
▲ 시루봉, 2층으로 포개 놓은듯한 바위에 오릅니다.
▲ 아직은 희미한 경호강
그리고 그 옆을 흐르는 국도와 통영-대전 고속도로도 시원합니다.
▲ 거기서 둥글게 내려온 능선도
다시 올려다 보고.
▲ 가야할 길들도 다시 봅니다.
▲ '오솔길'의 안녕과
온 회원들의 평안도 기도했지요.
▲ 웅석봉도 바라보며
조지훈을 생각했습니다.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 새가 구슬피 울음운다
구름 흘러 가는 물길은 칠백리...'
▲ 어깨를 기댄 부부바위일까?
이 부부도 외로웠나 봅니다.
▲ 이 바위는 '장미'라할까?
'튤립'이라할까?
그냥 '목화 송이'라 할까?
▲ 깊게, 때로는 밧줄을 잡고
그렇게 오르내립니다.
▲ 돌아보면 그 2층바위는 저렇게 멋집니다.
우리의 삶 끝도 저리 멋지겠지요?
▲ 누군가가 '♡'를 닮았답니다
제가 볼 땐 안보여요!
필자는 서툰, 자칭 '타로' 전문가입니다.
마음의 심상이 저렇게도 보이게 하는
심리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 세월이 빠릅니다.
서구 사회는 고전시 1벽편쯤 외우고 있어야
교양인으로 행사할 수 있다 했다는데....
그렇게 세월은 흘렀습니다 이루지 못 한채..
▲ 다시 삼거리를 만납니다. 여기서도 우측으로
심거마을로도 가고, 우린 아직 4K를 더 가야합니다.
▲ 아름다운 경호강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거리고...
고속도로 산청휴게소가 보입니다.
▲ 심거마을, 웅석봉과 천왕봉을 바라보며
뒤로는 둔철산을 중심으로 우 백호, 좌 청룡.....
부러운 마을입니다.
▲ 드디어 햇살은 반짝이고,
맑은 웅석봉과 우측 너머로 천왕봉, 중봉...
한참을 그리움으로 바라봅니다.
▲ 내려온 길도 다시 되돌아 보고.
▲ 가야 할 흐름도 그렇게 보았습니다.
▲ 정겨운 님들도 서 보시라 하였죠.
그 위로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은 여전하고..
▲ 두꺼비 바위라 할까?
바위에 앉은 두꺼비라 할까?
▲ 필자도 한번 폼을 잡아봅니다
▲ 이 쪽을 향하는 사진기자들은
요란하고.
▲ 나도 저런 시절의 젊음이라면
그냥 쭉 가다가 이쯤이다 싶을 때 우회전도 한번하고,
그러다 마음 내키는 대로
죄 회전도, 우 회전도, 스톱도 해 보고 싶습니다.
▲ 너무 바위가 아름다웠나
끝없는 내리막 길...
▲ 그러다 되돌아 보면 저리 아름답고
인생이란 영원한 직진이 아니겠지요.
▲ 점점 더 멀어지면 다시 그리움이 되고
그러다가 아득함만 남기도 하겠지요.
.
▲ 겨울엔 그림자가 길게 나타나는 것처럼
인생의 겨울도 마음의 키를
가장 많이 자라게 하겠습니다.
▲ 오늘 종일 보는 바위들이
어깨 아니면 입을 맞추는 형상으로 보이는 것을 보면
필자에게도 아직도 사랑이 찾아 올 수 있겠지요.
▲ 더듬더듬 내려가는 길이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 그렇게 조금은 멀다는 느낌이 올 무렵
도착한 '외송'마을....
▲'외송리', 이 모습으로 지은 이름일까?
▲ 마을회관...
그 앞을 지납니다.
▲ 너도 추우냐 나도 춥다
너도 외로우냐? 나도 그렇다.
▲ 그렇게 그리운 고향같은 외송마을을 지나면
'홍화원 휴게소'가 있었으니.....
▲세월은 흘러 어느덧 12월...
그렇게 정겨운 님들과 함께한 둔철산의 하루가
다시 추억으로 남겨지고.....
▲ 정기총회 겸
푸짐한 송년잔치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그렇게 달려온 2017년.
외람되이 산행대장을 맡아
1월 남덕유/ 2월 지리 삼신봉/ 3월 계룡산/ 4월 마이산
5월 금오도/ 6월 속리산묘봉/ 7월 웅석봉/ 8월 영월봉래산
9월 모악산/ 10월 가지산/ 지리 노고-피아골/ 11월 속리산/ 그리고 12월 둔철산.
온 회원들의 협력과 이웃 산악회의 '동정곡'으로의 동행.
늘 청명한 날씨들이었고, 안전한 산행...
참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다시 외치는
'감사한 세월, 과분한 은혜'입니다.
......................................
세월이 가면 /박인환 詩, 박인희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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