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아! 지리산

2. 아! 다시걷는 희열, 지리종주(성삼재-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백무동/35.8K)

산꾼 미시령 2017. 6. 7. 15:30


그 칠선봉에서 폼을 잡아보지만

초보 활잡이다 

 오른손을 쭉 앞으로 빼고 각도를 위로 했어야 했었다.

 

점점 경치는 놀라워 지고

 

영신봉을 오르기 위해 곧고 

긴 계단으 올라야한다.

 

함께 본다는 거

같이 걸어간다는 거... 그것의 소중함을 생각한

 

이 길 위에서 생각나는 한 시인이 있다

'이성부' 그는 '벽소령의 내음'이란 시를 썼다.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쪽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들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쫒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이부분이 아프다.


나 또한 삶의 아픔과 그리움 추억의 조각조각들...

삶의 세월에 만났던 사람들, 사건들...

이제는 다 용서하고 다 불쌍히 여기고 싶다,


▲  1967년12월 제1호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

올 50주년을 맞는다.

 

▲ 나에게 지리는

죽어서도 묻어둘 그리움이다.

 

이제 장터목 대피소가 저만치 보인다

감격스런 마음

 

지리가 내 가슴에 둘어온 후

운명처럼 지리는 한 없이 그리움으로 깊게 들어 앉았다.

 

되돌아 본다

반야봉은 거기 그렇게 서 있고

그 아래  넘어 '묘향대'도 선명하다

 

언제나 그리움의 영신봉(1652m)....

낙남정맥은 여기서 그렇게 뻗어가는데.

그 시절 그 분들은 잘 계시는지...

 

이제 저기에 촛대봉이 다가오고

세석 평전이 짙은 녹음으로 펼쳐진다.

 

여기 아니면 어디가 이런 풍광을 볼까?

 

이상향에 대한 수 많은 전설과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

둘레가 12만Km, 30만평이다.

 

연진아씨의 전설, 청학연못, 정걸방의 전설

모두가 진원지는 세석이다.

작은 돌밭에 없는 잔돌평전, 그래서 세석이다.

 

15세기 김종직, 김일손등이 여기를 다녀가 기행문을 남겼다

  그 중앙에 지리산의 심장부 세석대피소가 있다

지난 추석무렵 여기서 1박을 했었지...

 

오늘 나를 기다려준 진달래, 철쭉들...

어이하여 그 쎈 바람에도 이렇게 남아 줬을까?

식수를 보충하려 다녀오면서

그 추억의 세석산장을 올려다본다.

 

그 시절 아침, 여기서 떠나면서 비 옷을 있고

아쉼이 가득했던 곳이다.

 

여기 세석은 하동쪽에서 여러 길이 있고

반대쪽 백무동에서는 한신계곡을 넘어 오는

사통팔달이다


이제 세석산장과 그 뒤로 영신봉을 되돌아 보며

촛대봉을 오른다.

 

그 높은 산정에 늪이 있다.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철따라 고운 꽃을 피워낸다.

 

▲ 슬픈 여인의 전설이

촛농처럼 떨어진 촛대봉에 서면 사방 조망이 좋다

 

찬 겨울 이겨내고 불을 품는 꽃들

 

여기를 지날 때마다 난 이 바위를

돼지바위라고 이름 붙인바 있다

 

이제 촛대봉을 내려가야지.

 

1,703m 촛대봉....

깊게 내려선다.

 

우측으로 양수 발전소가 선명하고

남해바다도 깨끗이 보인다.

 

지난 겨울 푹 쌓인 눈밭을

미끌어지듯 내려갔던 길..

 

저 멀리 뒤로 덕유의 산줄기가 선명하다

향적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 서봉...

 

 

무슨 전설이라도 간직할 법한 돌도 보고..

 

선에 몰아치는 바람은

점점 더 세어지는데..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나는 그리움..

골골이 그리움이다.

 

이제 내려서면 꿈의 길,

지리능선중 가장 아름다운 길 '연하선경' 길이다.

 

연하선경

연하는 연기 연(), 놀하()자를 쓰며

늘 운무가 자욱하고 연기가 노는듯한 풍경을 의미 한다고 한다..

 

내려서 다시봐도 아름다운 길...

지난 가을 이 길은 꽃 길로 천국가는 길 같았다.


'오솔길산악회'의  동료 산꾼의 멋진 시가 있다.

 

~! 연하봉이여/ 손순옥

 

바람결 따라

역마살처럼 떠돌던 바람

내 마음 붙잡고 쉬어가잔다

 

세월 위로 흐르는 고사목

촛불 켜는 맘으로 겸허하게 살라고

파아란 하늘 떠받든 기암괴석

구절초 쑥부쟁이 품은 가슴으로

세상사 시달려도 향기 나게 살라하네

 

한 생애의 아픔을

다 품고도 남을 넉넉함이여

쓰려져가는 내 삶

바로 서라 심장에 불을 지핀다

 

눈물 나게 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

지리산 연하봉이여

 

아름답지만 교만하지 않고

침묵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잘 차려입은 마음은

내속으로 들어와

나를 이끄는 큰 별이 되었네 


 

시인들은 어찌 마음을 저리 풀어내는 재주가 있단 말인가?

시인과 화가, 그리고 노래하는 가수가 제일 부럽다

이제 내려온 길도 다시 올려다보며

 

그 꽃은 도장골의  한의 위로라도 되는듯

거기 있었다

 

연하선경은 점점 깊어가고

 

그렇게 올라서면 연하봉이다

 

'연하봉' (1703m)

구름이 노는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의미이다.

 

역시 지리 팔경중 하나로

이원규시인은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했다

그렇게 연하봉을 지나고

 

이제 눈앞에 나타나는 천왕봉과

주목지대를 건너다 보며 힘을 내야지..

 

▲ 이 계절이 좋다

지리가 좋다.

 

그렇게 일출봉을 너머

내려가고

 

아! '장터목 대피소' 를 만난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여건에서

급히 점심을 해결하고 길을 서둔다

 

우측으로는 중산리로 내려가는 골도 나타나고

 

이 마당에 서서 저 멀리  반야봉과

좌측으로 삼각모양의 노고단도 선명하다.

 

벌써 빗방울은 떨어지고

길을 재촉하자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중산리 5.4K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백무동 5.8K이다.

 


천왕봉을 올랐다 다시 내려와야한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세찬 바람에도

꽃들은 아름답고

 


되돌아보면

그 33만 제곱미터의 주목지대의 평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추운날 상고대에 얼어 붙었던 나무들...

싱그러운 빛깔이 경이롭다

 


저 멀리 노고단에서 길게길게

걸어 온 감사의 길들..

 


제석봉(1,806m)

천왕봉(1,915m)과 중봉(1,874m)에 이어

지리에서 3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이 제석봉은 봉우리 근처에 제사 드리던 제석단이 있고

그 옆에 늘 물이 솟는 샘터가 있어 최고의 명당이다.


 

바람 속에 모자를 눌러 쓰고 넘어간다


신선들이 하늘에 오르는 것이 다른 산에서는

자유롭지만


지리에서는 반드시

'통천문' 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전설이 있


그렇게 통천문을 올라,지난 온 봉을 내려다 보고


몇년 전부터 보여온 큰 산사태

그 모습도 여전하고


세찬 바람 속에

오르고 또 오른다


천왕봉 오르기전 상징이 된

고사목도 여전했다


저렇게 곧고 높히 오르면


드뎌 정상이 보인다...

감격된 마음.

 


바람속에 중산리 방향도 내려다 보고

 


겨우 겨우 차례를 지켜

세찬 바람속에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내려오는 길에 옛사람 자취일가?

 현인들일까?


그렇게 천왕봉에서 사진을 담고 나니

휘몰아 치는 바람에 구름속으로 감춘다.

 


한 손은 모자를 잡고 한 손은 난간을 잡고


그렇게 내려 다시 장터목으로 향했지


유명한 그 소나무도 다시보고


이제 반야봉쪽 산줄기는 구름속에 갖혔고


마지막 주목지대를 내려온다


여전히 아름다운꽃 들을

보며..


다시 내려 온 장터목,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이제 급히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길고 긴 길이다.

 


▲ '소지봉' 능선을 그렇게 간다

겨울이면 지리능선이 잘 뵈는 능선이지만

오늘은 하염없이 비가온다

 


그 길은 깊고 길다

지리의 마지막 원시림 계곡답다


신비스런 그 길을 간다


이제 1.5K를 내려왔다

 

오랜 가믐으로 바위위 나무들이 말라가던차

단비가 내린다,


물이 시원한 참샘도 지나고


아직도 백무동은

2.6K를 더 가야한

 

그래도 끝은 있다 그 길도..




백무동에 내려선다 여기서 우측으로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으로도 간다




그렇게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성삼재에서 35.8K

환희와 희열의 그 길이었으니......

지리의 사무친 그리움은 세월따라 더하고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 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 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 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 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 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 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 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 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