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칠선봉에서 폼을 잡아보지만
초보 활잡이다
오른손을 쭉 앞으로 빼고 각도를 위로 했어야 했었다.
▲ 점점 경치는 놀라워 지고
▲ 영신봉을 오르기 위해 곧고
긴 계단으 올라야한다.
▲ 함께 본다는 거
같이 걸어간다는 거... 그것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 이 길 위에서 생각나는 한 시인이 있다
'이성부' 그는 '벽소령의 내음'이란 시를 썼다.
▲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쪽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들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 ...쫒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이부분이 아프다.
나 또한 삶의 아픔과 그리움 추억의 조각조각들...
삶의 세월에 만났던 사람들, 사건들...
이제는 다 용서하고 다 불쌍히 여기고 싶다,
▲ 1967년12월 제1호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
올 50주년을 맞는다.
▲ 나에게 지리는
죽어서도 묻어둘 그리움이다.
▲ 이제 장터목 대피소가 저만치 보인다
감격스런 마음
▲ 지리가 내 가슴에 둘어온 후
운명처럼 지리는 한 없이 그리움으로 깊게 들어 앉았다.
▲되돌아 본다
반야봉은 거기 그렇게 서 있고
그 아래 넘어 '묘향대'도 선명하다
▲ 언제나 그리움의 영신봉(1652m)....
낙남정맥은 여기서 그렇게 뻗어가는데.
그 시절 그 분들은 잘 계시는지...
▲ 이제 저기에 촛대봉이 다가오고
세석 평전이 짙은 녹음으로 펼쳐진다.
▲ 여기 아니면 어디가 이런 풍광을 볼까?
▲ 이상향에 대한 수 많은 전설과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
둘레가 12만Km, 30만평이다.
▲ 연진아씨의 전설, 청학연못, 정걸방의 전설
모두가 진원지는 세석이다.
작은 돌밭에 없는 잔돌평전, 그래서 세석이다.
▲ 15세기 김종직, 김일손등이 여기를 다녀가 기행문을 남겼다
그 중앙에 지리산의 심장부 세석대피소가 있다
지난 추석무렵 여기서 1박을 했었지...
▲ 오늘 나를 기다려준 진달래, 철쭉들...
어이하여 그 쎈 바람에도 이렇게 남아 줬을까?
▲ 식수를 보충하려 다녀오면서
그 추억의 세석산장을 올려다본다.
▲ 그 시절 아침, 여기서 떠나면서 비 옷을 있고
아쉼이 가득했던 곳이다.
▲ 여기 세석은 하동쪽에서 여러 길이 있고
반대쪽 백무동에서는 한신계곡을 넘어 오는
사통팔달이다
▲ 이제 세석산장과 그 뒤로 영신봉을 되돌아 보며
촛대봉을 오른다.
▲ 그 높은 산정에 늪이 있다.
▲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철따라 고운 꽃을 피워낸다.
▲ 슬픈 여인의 전설이
촛농처럼 떨어진 촛대봉에 서면 사방 조망이 좋다
▲ 찬 겨울 이겨내고 불을 품는 꽃들
▲ 여기를 지날 때마다 난 이 바위를
돼지바위라고 이름 붙인바 있다
▲ 이제 촛대봉을 내려가야지.
▲ 1,703m 촛대봉....
깊게 내려선다.
▲ 우측으로 양수 발전소가 선명하고
남해바다도 깨끗이 보인다.
▲ 지난 겨울 푹 쌓인 눈밭을
미끌어지듯 내려갔던 길..
▲ 저 멀리 뒤로 덕유의 산줄기가 선명하다
향적봉, 삿갓봉, 무룡산, 남덕유, 서봉...
▲ 무슨 전설이라도 간직할 법한 돌도 보고..
▲ 능선에 몰아치는 바람은
점점 더 세어지는데..
▲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나는 그리움..
골골이 그리움이다.
▲ 이제 내려서면 꿈의 길,
지리능선중 가장 아름다운 길 '연하선경' 길이다.
▲연하선경
연하는 연기 연(煙), 놀하(霞)자를 쓰며
늘 운무가 자욱하고 연기가 노는듯한 풍경을 의미 한다고 한다..
▲ 내려서 다시봐도 아름다운 길...
지난 가을 이 길은 꽃 길로 천국가는 길 같았다.
'오솔길산악회'의 동료 산꾼의 멋진 시가 있다.
▲
아~! 연하봉이여/ 손순옥
바람결 따라
역마살처럼 떠돌던 바람
내 마음 붙잡고 쉬어가잔다
세월 위로 흐르는 고사목
촛불 켜는 맘으로 겸허하게 살라고
파아란 하늘 떠받든 기암괴석
구절초 쑥부쟁이 품은 가슴으로
세상사 시달려도 향기 나게 살라하네
한 생애의 아픔을
다 품고도 남을 넉넉함이여
쓰려져가는 내 삶
바로 서라 심장에 불을 지핀다
눈물 나게 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아......
지리산 연하봉이여
아름답지만 교만하지 않고
침묵하지만 조용하지 않은
잘 차려입은 마음은
내속으로 들어와
나를 이끄는 큰 별이 되었네
▲ 시인들은 어찌 마음을 저리 풀어내는 재주가 있단 말인가?
시인과 화가, 그리고 노래하는 가수가 제일 부럽다
이제 내려온 길도 다시 올려다보며
▲ 그 꽃은 도장골의 한의 위로라도 되는듯
거기 있었다
▲ 연하선경은 점점 깊어가고
▲ 그렇게 올라서면 연하봉이다
▲ '연하봉' (1703m)
구름이 노는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의미이다.
▲ 역시 지리 팔경중 하나로
이원규시인은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했다
▲ 그렇게 연하봉을 지나고
▲ 이제 눈앞에 나타나는 천왕봉과
주목지대를 건너다 보며 힘을 내야지..
▲ 이 계절이 좋다
지리가 좋다.
▲ 그렇게 일출봉을 너머
내려가고
▲ 아! '장터목 대피소' 를 만난다'
▲ 몸을 가누기 어려운 여건에서
급히 점심을 해결하고 길을 서둔다
▲우측으로는 중산리로 내려가는 골도 나타나고
▲ 이 마당에 서서 저 멀리 반야봉과
좌측으로 삼각모양의 노고단도 선명하다.
▲ 벌써 빗방울은 떨어지고
길을 재촉하자
▲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중산리 5.4K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백무동 5.8K이다.
▲ 천왕봉을 올랐다 다시 내려와야한다
▲ 몸을 가누기 어려운 세찬 바람에도
꽃들은 아름답고
▲ 되돌아보면
그 33만 제곱미터의 주목지대의 평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 그 추운날 상고대에 얼어 붙었던 나무들...
싱그러운 빛깔이 경이롭다
▲ 저 멀리 노고단에서 길게길게
걸어 온 감사의 길들..
▲ 제석봉(1,806m)
천왕봉(1,915m)과 중봉(1,874m)에 이어
지리에서 3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 이 제석봉은 봉우리 근처에 제사 드리던 제석단이 있고
그 옆에 늘 물이 솟는 샘터가 있어 최고의 명당이다.
▲ 바람 속에 모자를 눌러 쓰고 넘어간다
▲ 신선들이 하늘에 오르는 것이 다른 산에서는
자유롭지만
▲ 지리에서는 반드시
'통천문' 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전설이 있다
▲ 그렇게 통천문을 올라,지난 온 봉을 내려다 보고
▲ 몇년 전부터 보여온 큰 산사태
그 모습도 여전하고
▲ 세찬 바람 속에
오르고 또 오른다
▲ 천왕봉 오르기전 상징이 된
고사목도 여전했다
▲ 저렇게 곧고 높히 오르면
▲ 드뎌 정상이 보인다...
감격된 마음.
▲ 바람속에 중산리 방향도 내려다 보고
▲ 겨우 겨우 차례를 지켜
세찬 바람속에 사진 한 장을 남긴다.
▲ 내려오는 길에 옛사람 자취일가?
현인들일까?
▲ 그렇게 천왕봉에서 사진을 담고 나니
휘몰아 치는 바람에 구름속으로 감춘다.
▲ 한 손은 모자를 잡고 한 손은 난간을 잡고
▲ 그렇게 내려 다시 장터목으로 향했지
▲ 유명한 그 소나무도 다시보고
▲ 이제 반야봉쪽 산줄기는 구름속에 갖혔고
▲ 마지막 주목지대를 내려온다
▲여전히 아름다운꽃 들을
보며..
▲ 다시 내려 온 장터목,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 이제 급히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길고 긴 길이다.
▲ '소지봉' 능선을 그렇게 간다
겨울이면 지리능선이 잘 뵈는 능선이지만
오늘은 하염없이 비가온다
▲ 그 길은 깊고 길다
지리의 마지막 원시림 계곡답다
▲ 신비스런 그 길을 간다
▲ 이제 1.5K를 내려왔다
▲ 오랜 가믐으로 바위위 나무들이 말라가던차
단비가 내린다,
▲ 물이 시원한 참샘도 지나고
▲ 아직도 백무동은
2.6K를 더 가야한다
▲그래도 끝은 있다 그 길도..
▲ 백무동에 내려선다 여기서 우측으로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으로도 간다
▲ 그렇게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성삼재에서 35.8K
환희와 희열의 그 길이었으니......
지리의 사무친 그리움은 세월따라 더하고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 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 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 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 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 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 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 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 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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