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가는 ‘충남 공주군 유구면 녹천리’였다.
내 고향 청주에서 외가를 가려면 새벽 일찍 나서서 차를 다섯번이나 갈아 타고 외가 동네에 들어서면
밤중 이었다. 그렇게 외가에 가면 쌀을 불려 절구로 떡가루를 만들어 시루떡을 해 주셨고,
90이 넘던 외조부는 노자 돈을 쥐어 주곤 하셨다
외가로 가는 동학사(東鶴寺) 옆 도로는 비포장 이었다 얼굴도, 팔도, 다리도 뽀얗던 안내양 누나는
‘아저씨 잠깐만요’ 차를 세웠고 차를 내려 한참을 언덕을 올라 진달래를 한 움쿰 꺾어 내려 와
‘오라이’ 하면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하여도 승객 누구하나도 툴툴거리거나 불만이 없었다.
그 시절 그리 멀리 시집왔던 우리 엄마는 그 먼 친정을 채 다섯 번을 가 보지 못하고 내 나이 11살 때
작고하셨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지금은 우리고향도, 외가도, 고속도로가 생기고
‘천지개벽’ 동네가 되었다.
벌써 40여년이 흐른 교과서에 나오는 ‘이상보’의 ‘갑사가는 길’ 수필이 있었다
거기에 보면 남매탑(男妹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1400여 년 전, 신라 선덕 여왕때에, 당나라 승려, 상원 대사(上原大師)가 이 곳에 와서 움막을 짓고 수도했다.
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천지를 요동하는 어느 날 밤, 큰 범 한 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서 아가리를 벌렸다.
대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은 채 염불에만 전심하는데, 범은 가까이 다가오며 더 신음한다.
대사가 눈을 뜨고 목 안을 보니 인골(人骨)이 목에 걸려 있었고, 뽑아 주자, 범은 어디론지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백설이 쏟아져 사방을 분간 할 수조차 없는데, 그 범이 한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가버린다
대사는 정성을 다하여, 기절한 처녀를 회생시키니, 바로 경상도 상주읍에 사는 김 화공의 따님이었다.
바로 집으로 되돌려 보내고자 하였으나, 한 겨울이라 눈을 헤치고 나갈 길이 없어 이듬해 봄까지
기다렸다가, 그 처녀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전후사를 말하고 스님은 되돌아오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그 처녀는 대사의 불심에 감화를 받은 바요, 한없이 청정한 도덕과 온화하고 준수한
풍모에 연모의 정까지 골수에 박혀, 그대로 떠나 보낼 수 없다 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자고 애원한다.
처녀 아버지 역시 딸을 구원해 준 생명의 은인이므로, 자꾸 만류한다.
여러 날 의논한 끝에 처녀는 대사와 의남매(義男妹)을 맺어, 함께 계룡산(鷄龍山)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돈으로 청량사(淸凉寺)를 새로 짓고, 암자를 따로 마련하여 평생토록 남매(男妹)의 정으로
지낸다
두 사람이 입적한 뒤에 사리탑으로 세운 것이 이 남매탑(男妹塔)이요, 상주(尙州)에도 또한
이와 똑 같은 탑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렇게 넘나들던 계룡산, 거기를 간다.
누가 아는가! 남매탑 탑신에 손을 대면 허물많은 내게도 천년의 뜨거운 열기가 스며들른지...
정겨운 님들과 함께이니 더 기대해 보려한다...
▲ 정겨운 '오솔길', 만차되어 세 시간여를 달려 와
동학사(東鶴寺)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포리'
여기서 우리 고향 청주는 한 시간 거리입니다.
.
▲ 여러 길이 있지만 우리는 '동학사'를 들어가지 않고
천정골로 하여 '큰배재' 방향으로 오릅니다.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 좋아요.
▲ 날씨는 포근하고
한 회원은 웃옷을 벗으려고 배낭을 막 내린겁니다.
▲ '천정골탐방지원센터'에서 '큰배재'까지는 2.3K 입니다.
크게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습니다.
▲ 이제야 탐방지원센터가 나옵니다
주차장에서 1K정도 됩니다.
▲ 날씨도, 마음도, 완연한 봄 날입니다.
정겨운 님들과 함께이니 그렇겠지요
▲ 오르다 힘들면
'서 보시지요'
그 순간 전혀 힘 안든척 합니다.
▲ 봄 날의 신록과, 가을의 단풍이
참 아름다울 듯한 천정골 입니다.
▲ 그렇게 오르면 '장군봉, 갓바위' 방향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는
'큰배재'
거기에 닿습니다.
▲ 어느 시절 다시 장군봉을 가 볼 날도 있겠지요
다시 힘을 내어 '남매탑'으로 갑니다.
▲ 버스에서 이상보의 '갑사가는 길' 에 나오는
남매탑(男妹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고 지순한 사랑' 거기에 동감할까요?
그 시절 이야기는 그 시절 가치관으로만 판단하면 되는거겠지요.
▲ 그러나 그 400m 거리는 힘이 듭니다.
아직도 200m나 남았습니다.
.▲ 이제 이런 편안한 길을 만나면
남매탑에 곧 도착합니다.
▲ 인산인해 속에 '서 보시라' 하면
한 여인은 우리 일행이 아닌데 찍고보니 같이합니다.
그도 모르고 우리도 모르니
호랑이가 물어온 모양입니다.
▲ '남매탐' 본래이름은 '청량사지석탑'입니다.
5층 누이탑은 보물 1284호, 7층 오라비탑은 1285호로 1998년 지정되었습니다.
남매탑(男妹塔)은 세월을 맞으며 먼 옛날을 이야기해 줍니다.
▲ 얼음장같이 차야만 했던 대덕(大德)의 부동심(不動心)과,
백설(白雪)인 양 순결(純潔)한 처자의 발원력(發願力),
그리고 비록 금수(禽獸)라 할지라도 결초심(結草心)을 잃지 않은
산중 호걸(山中豪傑)의 기연(機緣)이 한데 조화(調和)를 이루어,
지나는 우리의 심금을 붙잡습니다.
.
▲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텔링은 모든 등산객의 마음일까요?
산 허리를 타고 고운 눈이 쌓이는 날에 올라
한번 머물고 싶습니다.
▲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 대표작, 피천득의 '수필'이나
이상보의 '갑사가는길' 거기에는 '시나브로' 란
아름다운 우리말이 소개됩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계룡산은 여러 곳 그렇게 걸어야 할 구간이 이어집니다.
▲ 계룡산을 대표하는 3개의 사찰,
동학사, 갑사, 신원사....
동학사는 비구니들의 불교전문 강원인 승가대학입니다.
▲ '무학대사'가
“금계포란(錦鷄抱卵)과 비룡승천(飛龍昇天)의 명당이 합쳐진 형국이니
계룡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해서
계룡산이 되었답니다
▲ 크기는 65㎢로 22개 국립공원 중 그 규모가 작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지리산 다음으로 두 번째 순서입니다.
▲ 좌측 통신시설이 있는 봉이 주봉인 '천왕봉(845m)' 그 우측이 '쌀개봉(828)'
통제된 구간 이지만 언젠가는 열리겠지요.
잔설이 위용을 더 합니다.
▲ 가운데로 '자연성릉'이 뻗어가고 그 끝 문뚝한 봉이
관음봉(766), 그 우측으로 '문필봉'과 '연천봉(740m)이 이어집니다.
▲ '삼불봉' 입니다. 설화(雪花)가 유명한 곳이지만
세월은 이미 봄입니다.
늘 좋은 사진으로 봉사하시는 '광산선생님'을 모셨는데
웬 '불청객'이 재빠르게 앉습니다.ㅎ
▲ 거기에 묘소 하나가 있습니다.
후손들의 정성이 대단합니다.
▲ 대전,공주,계룡등 번잡한 도시로 둘러쌓인 곳이지만
어디든 그림이 됩니다.
▲ 방문 다녀온 '삼불봉'의 뒷 모습입니다.
세 분의 부처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 '금잔디 고개'가 건너로 보입니다.
많은 등산객은 저리로 하여 갑사로 내려갑니다.
▲ 그 아래의 '갑사'가 있지만 뿌연 날씨가
안타갑습니다.
▲ 가운데 자연성릉 끝으로
닭의 벼슬일까? 볏을 쓴 용의 형상일까?
무속인들은 기도발이 잘 통하는 신령스러운 계룡입니다.
▲ 낯선 여인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남매탑의 천년 사랑 때문 일까요?
▲ 다시보는 계룡산의 위용...
조선건국 초기에는 이 일대를 도읍지로 삼으려는 '신도안'이 이 일대입니다.
신라시대에는 5악의 하나로
왕들의 제사터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 수 많은 무속인들이 터 잡아 훈장처럼
'계룡산에서 20년 수도...'
70-80년대에는 무려 100여개의 신흥종교 집단들이 들어 차 있었습니다.
▲ 내려 온 길도 올려다 보면 아득합니다.
우리의 세월도 그러겠지요
벌써 50년 60년...
세월을 살았습니다.
▲ 두어 분 빼고는 인물들은 별로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으로
아름답습니다.
마음은 더 그러합니다.
▲ 날카로운 봉들이 서로 이어져
각각의 능선으로 휘달리는 환상적인 길...
천 길 벼랑을 넘나들며 솟아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입니다.
▲ 보는 것만으로 가슴 떨리는 절승인데
그 위를 걷는다는 건 계룡산만의 특권입니다.
▲ 저 아래로 '동학사(東鶴寺)'가 보입니다
오늘 그 계곡 코스는 포지했지만 이상보는
'동학사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그렇게 수필을 시작했습니다.
▲아! 눈앞에 펼쳐진 '관음봉(766m) 오르는 길
아득합니다.
오르면 6각 정자가 있고
무속인들은 이 곳을 최고의 기도터로 여깁니다.
▲ 계단을 세어 본 동료가 있습니다
410 계단이라 합니다.
장단지가 뻐근 하지만 오르다 풍경을 보고, 다시 오르다 쉬며 오르면 됩니다.
▲ 거기서 지나온 '자연성릉'을 되돌아 봅니다
저 끝 중앙이 삼불봉 이었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습니다.
▲ 그렇게 오릅니다 우두산의 고견봉도 생각나고,
월악의 중봉도 생각나며
조정래의 정글만리중 '태산'도 생각 납니다.
▲ 그렇게 올라 그림판 대로
포커스를 맞춰봅니다
▲ '은선폭포'로 유명한 그 계곡을 오늘은 포기했지만
매월당 김시습 이 단종 폐위 소식에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는 '숙모전' 은 동학사를 꼭 가 보고 싶은 이유입니다.
▲지금은 통제된 쌀개봉, 천왕봉 능선도 봅니다.
▲ 멀리 금잔디 고개 방향도 보입니다
그리 내려간 동료들도 안전을 기원합니다.
▲ 어느 사진이든 각각의 포토
이미지는 동일합니다.
매주 이 님들을 뵙는 건 축복입니다.
▲ 문필봉, 연천봉 방향도 봅니다
▲ 찬 겨울 날 하늘을 보러
다시 한번 와야겠습니다.
▲ 천왕봉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관음봉 고개'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는 너덜길로하여
동학사방향으로 내려 가지만, 우린 우측으로 연천봉 고개로 갑니다.
▲ 아니, 산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남녀가 같이 옷을 벗다니요?..
날씨 탓이겠지요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예쁜 진주님인데...
▲ 그 길은 길지만 걷기 좋습니다.
김동주는 동학사란 시에서
'봄의 끝자락에 우리네 가슴에 담아온 세상 것은
바람소리 물소리에 흘러가고..'
그랬습니다,
▲ 연천봉 고개에 배냥을 벗어들 놓고
200m 연천봉(連天夆)에 오르면
옛 인들의 자취가 새겨져 있습니다.
해설이 흥미롭습니다.
▲ 연천봉은 정상석은 없고
낙조의 명소임을 설명합니다.
▲ 거기서 오늘의 긴 코스를
아쉽게 되돌아봅니다
▲ 내려오면 '등운암' 입니다.
앞으로는 천왕봉 쌀개봉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 험산 길로만 이어진 이 산속의 '등운암' 암자가
더 신령스럽게 여겨집니다.
▲ 편안한 의자다, 용뜨림이다.
뱀의 또아리다 말들이 많습니다.
반듯한 나무보다 구부러진 나무가 아름답듯,
우리네 고난의 구브러진 삶도 아름답겠지요.
▲다시 연천봉 고개에 내려와
다녀 온 연천봉을 올려다 봅니다.
▲ 여기서 '갑사'는 2K..
이제 '갑사 가는 길'이 시작됩니다.
▲ 아! 그 2K여 가파른 길은
마지막 무릎의 힘을 다 뺍니다.
▲ 그 수필처럼 '소담스레 쌓이는 눈'은 없지만
그렇게 푸근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가슴을 적셨을 겁니다.
▲ 돌계단 길도 끝나고
갑사가 얼마 남지않는 포근한 길을 걷습니다.
▲ 작은 실계곡에도 봄은 와 있고
▲ 다시 그렇게 세월은 갑니다.
모든 님들이 오늘 하루의 미소를 삶의 곳곳에서도
잃지 않았으면
그런 환경이었으면 바래봅니다
▲ 그렇게 갑사로 내려서면
'금잔디 고개'로 넘어 내려 오는 길을 만나고
그 계곡에서 머리도 감고
씻었습니다. 포근한 봄 날에....
▲ '갑사 석조여래입상'
문화재급 불상이지만
지붕 시설물이 너무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확한 연대는 모르지만
참 아름다운 '공우탑' 입니다.
▲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서 으뜸가는 '갑사'
초기 삼국시대 백제 구이신왕 원년에(420년)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답니다.
▲ 그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온갖 재난에 불타고 다시 짓고 그렇게
오늘에 왔습니다.
▲그 계곡에도 봄은 아름다운
노란 복수꽃으로 와 있습니다.
▲ 갑사는 여러 문화재급 부도, 공우탑, 철강당, 지주들이
아름답습니다.
▲ 그렇게 내려오면
아담한 탐방지원쎈터가 있고
▲남쪽 계곡으로는 이른바 9곡을 이뤄
절경을 이룹니다.
▲ 갑사에서 주차장까지의 오리숲은 참 아름답습니다.
사천왕문을 지나 일주문에 이리는 길은
고목들이 늘어선 운치 있는 길입니다.
▲ 종일 이상보의 '갑사가는 길'
이제는 희미한 글들이 아른거린 하루
'흙이나 돌이 모두 둔에 덮힌 산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우리들은
마치 북국의 설산이라도 찾아간듯한 아취에 흠씬 젖는다 '
그랬습니다....
▲ 아! 이제는 또 다시 이득한 추억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오늘 하루의 길을...
이제 잠을 첨해 봐야지요...
공력은 없아도 인정많은 범이 착한 처자를 물어다 줄지 누가 압니까?
꿈에라도....
..................................
동학사에서/김동주)
빠알갛게
달아오른 선승 하나가
숫용추 암용추의 용울음 사연을 우체통 가슴에서 꺼내네
천황봉을 오르는 달빛 따라
산길 찾는 사람에게
억장 같은 편지를 휘파람 불며 읽어주네
봄의 끝자락에
우리네 가슴에 담아온 세상 것은
바람소리 물소리에 흘러가고
불꽃처럼 애 끓던
잿빛처럼 숨 가쁜
숫용과 암용의 사랑했던 전설이 귓속에 흘러오네
우리의 막술잔엔 하늘로 오르던
암용의 능엄주가 녹아있고
숫용의 여원인이 꿈틀대네
목화토금수 오행처럼 다섯이 손 잡고
삶의 굴곡진 물길에 떠내려온 용추 그림자를 마시네
계룡산 계곡에 취한
원시적原始的 사연이 물안개 글씨로 읽혀지네
무녀인지 선객인지
저녁산에 젖은 발자국소리가
빈술잔에 하나 둘 모여
샛별처럼 고이네
'山行..그리움따라 > 충청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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