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고, 산이 막으면 터널로 뚫고 그렇게 달리지만, 예로부터
‘백두대간’은 뚜렷이 이 땅의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아마 백두대간에서 이 점을 가장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덕유산(1614m)’이리라.
백두대간 덕유산 구간의 산마루는 서편은 전라도의 무주. 장수 땅이 되고, 동편에는 경상도
거창. 함양 사람이 산다. 옛적에는 이 산마루를 사이에 두고 백제와 신라가 갈렸고 지금도
이 산마루를 경계로 말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심지여 정치적 투표성향도 확연히 다르다.
백두대간을 넘나들 수 있는 고개로는 ‘빼재’(신풍령), ‘동엽령’.‘육십령’ 등이 있다. 빼재와
육십령이라는 이름으로도 덕유산이 얼마나 깊고도 험했는지, 짐승도, 산 도둑들도
많았음을 알 수 있겠다
‘빼재’(신풍령)는 사냥꾼이나 도적들이 잡아먹은 짐승의 뼈가 수북이 쌓였으며(어느 사료는
전쟁의 와중의 사람 뼈가 그리 쌓였다는 설도 있고)
‘육십령’은 산적들이나 맹수들로부터 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행이 60명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고개를 넘어야 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빼재와 육십령은 현재 37번국도(무주~거창)와 26번국도(장수~함양)로 포장돼 있고,
대진고속도로는 터널로 육십령을 통과하여 옛 모습을 짐작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덕유산의 옛 고개 중 동엽령(冬葉嶺), 깊은 산중에 있는 덕에 지금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겨울 잎'으로 해석되는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 일대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기가 어렵다.
지난 5월, 야상화가 천상의 정원 같던 설천봉, 향적봉과 중봉, 송계3거리를 거쳐 동엽령, 무룡산,
삿갓재대피소, 삿갓봉과 월성치, 남덕유, 영각사의 20K 종주를 했던 그 코스중 오늘은 안성에서
동엽령으로 올라 무룡산를 거쳐 황점으로 가고자 한다.
2016년도 끝자락이 코앞으로 뵈는 겨울날에,
정겨운 임들과 함께 거기를 간다,
백두대간 길, 덕유(德裕) 속으로.....
▲'덕유산 안성탐방지원센터'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이다.
한 해동안 같이했던 '장수'
올 마지막 산행이다 늘 정겹고 감사한 얼굴들이니..
▲눈의 기대는 '꽝'이다.
1년전 비가 오는 여기를 올랐으나
중반부터 눈보라로 바뀌고 눈 세상 속을 걸었었다.
황홀경으로..
▲그렇게 겨울은 깊히 잠들어 있고
산행의 발걸음은 계곡의 찬바람 속에 가볍다.
▲ 신작로같은 1.2K 오르면
이제부터 산행은 시작되는데
늘 스치기만 한, 300m '칠연폭포'를 다녀오자
오늘은 ..
▲'칠연폭포(七淵瀑布)'
울창한 수림사의의 비단결 같은 암사면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패인 일곱 개의 못이
한 줄로 늘어서서 칠연을 만들었고,
▲옥같이 맑은 물이 일곱의 못에 담겨
잠시 머물다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쏟아지기도 하면서
일곱 폭의 아름다운 폭포를 만들어 간다 오늘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우연히 내 고향 충북의 '속리산 묘봉' 산행 시에 만났던
미소가 아름다운 님을 오늘 우연히 만났다
날쌔기가 산정을 넘나드는 꽃사슴이리라..
▲ 앞으로 2년간 '오솔길'(매주 둘째주 산행)의 회장을 맡은 나의 멘토 이성묵님..
그를 도와 난 산대장으로 100대 명산을 답사 해보려 하는데....
쇠무릎의 건강를 위해 신의 도우심을 바랄뿐이다.
▲해설이 간결하고 이해가 좋아
위에서 인용하였다...
▲ 아무리 아름답고 존경 해도 두 분만 올리면
심술이 난다
좀 인물은 떨어지지만 필자도 올려보는데...
▲ 왕복 600m의 칠연폭포를 다녀오니
산행선수들인가 아무도 안보여
헉헉대며 따라 2.9K오르면
이제 동엽령은 1.3가 남았고..
▲ 그렇게 눈 세상였던 계곡엔
얼음만 덮여가고..
▲ 이 곳에 눈이 덮히고,
내년 봄날까지 이 얼음은 겨울 속에 있겠다.
▲여름날 식사하기 좋은 곳,
눈 덮힌 겨울엔 포토포인트가 될 구상나무 앞에
작은 '참샘'이 있었다.
▲그 참샘물은 시원하고
새 힘의 원천수가 되었으니...
동엽령을 넘나들던
보따리장수들은 이 물로 빈속을 채웠을 게다.
그리고 민가를 지날 때면 밥 한 끼를 구걸했겠다.
더러는 면박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니...
그러니 산중에서 보따리 장수끼리 마주치면
'동업'(同業)을 만났다며 반가워했을 것 같다.
그래서 '동엽령'이 되었나?
▲ 마지막 1K의 끝없는 계단은
이제 저 곳에 동엽령(同業嶺)이 보인다.
지게를 지고 올랐을 민초들의 고단함이 한으로 남았겠다.
▲칠연계곡을 벗어나 동엽령(1320m)에 오르는 산길은
지게꾼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가파르다.
'국공'직원이 이정표를 정비하고 있었다.
필자가 처음 찍는거다 적어도 이 안내판은...
▲ '동엽령(冬葉嶺)'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의 토산품을 교역하기 위해 넘나들던 재란다
여기로 오르는 병곡 대하골(현재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에는
옛날 동업이재를 넘나들던 나그네를 위해
술을 빚어 팔았다고 하는 주막 터가 있다.
▲ 눈없는 덕유의 서운함을
쾌청한 조망이 위로해 주는듯 한데..
▲ 방금 올랐던 칠연계곡의 4.2K
그 너머로 무주의 아름다움이 구름속에 보이고..
▲ 여기 백두대간길의 동엽령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여기를 깃점으로 좌측 백암봉,중봉. 향적봉등을 '북덕유'라 하고
우측으로, 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 을 '남덕유'로 칭한다.
▲ 멀리 거창의 산들이 운해 속에 있고
그 너머로 '지리'로 이어진다.
▲ 중앙 좌측으로 백암봉도 보이고...
거기 송계삼거리에서 신풍령, 삼봉산, 삼도봉 ..
그렇게 백두대간은 이어간다.
깊은 그리움으로..
▲ 북서쪽 무주 방향은 흡사
한라산에서 봤던 바다 모습이 그렇게 빛난다.
옆에서 누가 그런다 '저걸 두 글자로 줄이면 뭔지 압니까?'
뭘까??
'운해'(雲海)란다.
▲가야할 무룡산 방향은 여러 봉들이 저리 높이 있는데
앞서 간 일행은 아직도 보이지를 않는다.
▲ 거창의 월성계곡이 앞으로 보이고
그 너머로 여러 봉들이 구름속에 있으니..
▲ 겨울 덕유의 산징인 눈과 상고대는
이렇게 아주 조금 그렇게 남아있고..
▲ 지난 오월,
덕유종주길의 오르내림은
지리종주길보다 훨씬더 힘든듯 하였다.
▲ 그렇게 여러봉을 넘나들면 '가림봉'이라고
누가 매직으로 써 놨는데
산행지도에는 1433봉, 또는 '칠이남쪽대기봉'
이라고 표시한다.
▲거기서의 조망은
'무룡산'에서의 조망을 능가한다
우측 무룡산, 좌측 기백산.금원산. 거망산..산산..
▲'황지우'시인은 겨울산을
이렇게 노래했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황지우·시인, 1952-)..
▲ 덕유의 겨울산에 눈이없다.
중앙의 백암봉,중봉 너머로 덕유의 최고봉
'향적봉'(香積峰, 1,614m)'이 보이고
향적봉 아래 작은 탐 모양의 건물 있는 곳이
곤도라를 타고 오르는 '설천봉'이다.
▲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남덕유 좌측 거창의 봉.봉들...
▲좌측봉이 무룡산이고 그 가운데 삿갓봉,
그 뒤로 남덕유와 서봉으로 이어진다...
▲ 우측이 무룡산
그 너머로 ..
▲우측으로 거창의 금원산.기백산 중앙으로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
▲ 무룡산은 2.1k 더 가야하고
동엽령에서 2.0K 온거다.
▲ 그 조망 좋은 곳에서 맛있는
점심을 나누고
실없는 유머로 많이 웃었으니
이제 가야지...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황지우시인의 맘이 이랬나 보다.
▲ 인물은 '별루'다 심술이 난다
필자의 사진실력과 조망 덕이다 순전히...
정많은 분들이다. 그래도..
▲ 이 계절의 산죽은
눈속에 있어야 그 싱싱함이 빛났는데..
▲ 점심을 하고, 한 잔 얻어 마신 봉숭주가
천근만근이다.
▲그렇게 여러 봉을 넘나들면
무룡산이 눈앞이고..
▲ 눈 속의 길은 이 곳이 마지막인듯하다
지난 오월 그 천상의 화원같던
야생화 천지의 길..
▲ 바람에 서 있기에 힘이 들었나?
무룡산 정산이다.
종주시에는 향적봉에서 8.4K를
완 발은 경상도 거창땅을. 오른 발은 전라의 무주땅을
딛고
그렇게 백두대간 길을 달려왔었다.
▲무룡산(舞龍山, 1,492m)
경상남도 거창군의 북상면 산수리와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사이에 있다.
조선시대에 불영봉(佛影峰), 불영산(佛影山)이라고 불렀다
'무룡산'은 '용이 춤추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옛 지명인 불영산은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무룡산은 7월 하순경 원추리 꽃이 장관이다.
이 사진에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면
어찌 되었을까?
▲ 중앙 봉이 삿갓봉이고 좌측이 남덕유산(1,507m), 그 우측이 '서봉'이다.
다음 달 첫 산행지로
'오솔길산악회'는 저기 두 봉을 오르려 한다.
덕유종주 길은 주봉인 향적봉(香積峰, 1,614m)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저 남덕유산(1,507m)과 쌍봉을 걷는 거다
▲ 그렇게 내려서서 바람쎈
야생화 천지의 길을 내려가면 삿갓재였다
▲저 앞 삿갓봉, 아래 깊은 곳에
삿갓재대피소가 있다.
▲ 좌측으로 눈을 돌이면 영각사에서 너머오는
'남령'이 뵈고
지난 달, 저기 남령에서 월봉산과 거망산 등으로 걸었다..
▲ 종일 보이는
기백산, 금원산, 거망산...
▲ 방금 내려온 무룡산도 되돌아 본다.
여름날은 야생화 천지였는데...
▲삿갓봉은 깊이 내려가
다시 올라야한다.
▲내려선 '삿갓재 대피소'
▲ 우린 거기서 좌측으로 4.2K 삿갓골로 내려
'황점마을'로 간다.
▲ 대피소에서 삿갓봉 1K는 급격한 오르막이다
종주시 고갈된 체력에 최고 힘든 길이었다.
▲ 대피소에서 마지막 그리움으로
누군가의 고향일 무주 방향을
넘겨다 보고..
▲ 바람없는 맑은 햇살에
한참을 여유롭게 앉아본다.
▲''대피소에서의 하룻밤'
오랜꿈은
지난 추석 세석에서의 불편함으로
멀리 달아났지만
다시 그 기회를 꿈꾸어 본다.
▲ 대피소에서 파는 품목들이다.
눈 푹 덮힌 겨울날
하룻밤 자고 싶다.
▲이제 내려가자
시인이 집에 가자고 하지 않던가?..
겨울 시를 한편 더 보자
▲
겨울산
겨울 되면 산들은
옷을 벗는다
울퉁불퉁한 알몸 근육만으로 앉아
말없이 바람을 견딘다
...
▲
......사람이 죽으면
무성한
말들만 남는다
입다문 망자(亡者)들 겨울산 되고싶어
추워도 산으로 간다
(장승진·시인)
▲그렇게 앉아 본 정겨운 님들..
한해동안의 건강과 평안을 감사하고
새해도 오래오래 '동무'되어 걷게 되시기를 빌며...
▲몸상태. 장비.그리고 비상식량...
항상 겸손하게 챙겨야 하겠다.
▲그렇게 4.2K의 길들을 내려오면
황점마을이다.
거창군 북상면 울성리의 '황점마을'은
삿갓재골과 월성재골 그리고 영각사재골 등
세 곳의 지류가 모이는 곳으로
세 계곡의 물이 '월성천'을 따라 흐르다가
'합천호'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 그 마을에서 마지막 남덕유를 볼수 있음이 감사하고
웃통을 벗고 얼음속 물로 머리를 감으니
상쾌하기 그지없는데.
아름다운 여인이 응원했다면 알탕도 했으리라..
▲그렇다 보름달에 이 마을에 오면 남덕유 산위에 걸린
그 장관을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정겨운 임들과 함께한 감사한 하루
그 길마다 이 밤은 어둠이 찾아들었겠다
그립고 가슴 저린 산야들....
포근한 눈이 올거구. 다시 봄이오겠지
그렇게 나도 나이들어 가겠다
그립고 아픈 세월과 같이....
...............................
+ 겨울산에서
죽어서야
다시 사는 법을
여기 와서 배웁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모든 이와 헤어졌지만
모든 이를 다 새롭게 만난다고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산길에서
산새가 되어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눈 속에 노을 속에
사라지면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사랑이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山行..그리움따라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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