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누구나 이 단어 앞에 마음의 여유와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쉼을 생각하리라
전국의 2/3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크고 작은 산이 겹겹이 이어져 우리는 앞산,
뒷산, 먼산,서산, 큰산 ..
그렇게 산에서 나고, 산과 함께 살다가 산으로 돌아간다
4세기 말 불교가 처음 들어올 때에만 해도 절은 도심의 한복판에 세워졌는데 신라가 통일한 7세기
무렵부터 변방마다 큰 절을 세우는 화엄 10찰의 등장, 그리고 9세기 선종의 유행과 함께
구산선문(九山禪門)이라하여 산사의 전통이 확립되어 오늘날은 어느 산이든 산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모든 산사들은 자연과 종교와 인간이 행복한 조화를 이룬, 사랑스럽고 평안하고, 아름다운
산사였는데 최근엔 깊은 산중까지 도로가 닦기고 전혀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너무 우람한 건물에,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을 거대한 불상들은 고즈넉한 전통 산사와는 거리가 먼, 너무 위압적이고
인공적인 면이 우리에게 실망감을 준다.
선 암 사 / 정 호 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中
정호승 시인이 어느 날 선암사에 가 볼일이 급해 부랴부랴 해우소(解憂所)에 들었을 때
본 글귀가 마치 부처님 품속 같더란다.
“대소변을 몸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세요.”
웬 지 까닭없이 울고 싶어지는 계절,
조계산 선암사(仙巖寺)에 가면 울고 싶어지는 것은 이 시 때문일까, 아니면 누구나 이고 사는
함지박만한 근심 때문일까.
유홍준 교수가 그의 문화답사기에서
‘깊은 산 속의 깊은 건축, 선암사는 정녕 우리네 산사의 미학이 갖는 진수인 것이다.‘
라 극찬한 선암사가 기대어 있는 조계산,
거기를 간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A코스는 호남정맥 '접치'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돌아와 '선암사'로 시작한다.
더 가파른 코스지만 그래도 '선암사'를 빼놓을 수 없었으니...
▲ 어느해 여름 비를 맞으며 선암사를 돌았다
유홍준교수가 '무릎팍도사'에 나와 선암사를 극찬한 뒤었다..
▲천년고찰 선암사는 백제 성왕 5년(527년) '아도 화상'이
창건한 비로암을
통일신라 경왕 원전(861년) 도선국사가 재건하고,
고려 선종 9년(1092년) 의천 대각국사가 크게 중건했다고 한다.
▲국내에 6개뿐인 불교 총림(叢林) 중
태고종 유일의 총림이 선암사다.
▲총림은 참선도량인 선원(禪院),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말한다.
조계종에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5곳이 있다.
▲ 선암사매표소에서 계곡을 끼고 오르는
활엽수 산책길이 참 좋다
부도탑을 지나며 천년고찰의 위용을 실감하는데..
▲선암사 승선교(仙岩寺 昇仙橋)
조선 시대의 아치교로. 대한민국의 보물 제400호이다.
길이 14m, 높이 4.7m, 폭 4m로 조선 숙종 39년(1713년)
호암화상이 6년 만에 완공한 다리란다
▲ 선녀가 내려왔다는 강선대
지금도 신선들이 수시로 내려와 선암사 계곡을 즐기며
바둑을 즐길까?
▲ 강선대 바로 앞 바위들에는
옛 선인들의 자취가 새겨져 있고..
▲선암사에는 많은 꽃들이 사철 피고
아담한 연못, 물줄기들이 많다
길가와 마당의 화단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듯이 피어나고..
▲언젠가 연인과 걸어 보고픈 그런 길들 ..
누구나 같은 마음 이리라..
▲선암사의 20여 건물들은
몇 개의 권역으로 분리되어
▲ 대웅전 영역, 심검당 영역, 설선당 영역,
무우전(無憂殿: 내방객을 위한) 영역,
달마전(선방) 영역, 종무소(사무소) 영역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영역을 잇는 동선상에는 팔상전.권통전.
천불전.불조전(佛祖殿).해천당.장경각.대변소(大便所: 뒷간) 등
단독 건물이 포치되었다
▲경내를 돌고
시원한 약수에 힘을 얻는다.
▲문화재급 '해우소'...
근심을 풀라는 해우소 아닌가.
시인 정일근은 “내 몸의 작은 뒷문 하나 열지 못하고, 단 몇 푼의 근심조차 내버리지 못한 채
선암사 뒷간에 쪼그리고 앉아 뉘우친다”
(‘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고 고백했다.
▲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펑펑 울다보면
풀지 못할 근심은 없을 듯하다. 그래도 마음속 티끌 같은 근심이 남는다면
그냥 숙명이라 여겨 안고 가시라.
▲ 등 굽은 소나무 (옮겨온 사진이다)
다른 나무들은 찌를듯이 하늘을 향해 뻗어가지만
등 굽은 소나무는 그 긴 세월을 오직 땅과 함께하는 모습에 처연함마저 느낀다.
그도나도 같이이면 서럽게 울겠다
▲ 선암사는 언제 한번 종일 그 곳만 걸어 다시 보자...
아쉼을 달래며
이제 우린 조계산 장군봉을 향한다..
▲ 가는 등로에 있는 '선암사마애여래입상'
7미터 높이에 그렇게 새기고...
157호 전라남도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쉬운 길 큰굴목재 방향으로 간다는 일행과
아쉽게 헤어지고
이젠 우린 장군봉으로 간다.
▲여기서 비로암, 큰굴목재방향으로
송광사로 넘어가고
장군봉은 왼쪽으로 가는데..
▲ 이런 포근함은 잠깐이다
2.7K의 그 길은 여러번 힘들다, 힘들다
소리가 나온다
▲진주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이 가운데를 통과하자
박수를 쳐준다.
힘듦의 이심전심이리라.
▲ 가을은 그렇게 깊어 갔고
단풍은 남아있지 않다
이제부터 햇살은 산죽들의 차지이리니..
▲ 낚엽이 그렇게 떨어져야
숲속의 온갖 것들도 햇살을 흠뻑 받겠지...
▲ 가다가 힘들며 쉬면 되는거고..
▲ 향로암 터..
선암사 뒤 2K 지점에 그 터가 있었다
▲ 넓다란 터에 담벼락이 남이있고
그 보다도 앞에 우람한 나무들이 그 역사를 증거하고 있었다
▲ 이렇게 물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암자하나 앉을만 하다
빼어난 조망도 일품이니...
▲ 이제 400m..
그러나 그 400미터는 마의 구간답다
▲ 저기일까, 다음일까...
장군봉은 그렇게 꼭꼭 숨어있었으니..
▲ 조계산(曹溪山·887.1m)
맑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남도의 명산이지만,
조계종과 태고종의 양대 거찰을 품고 있어 더 유명하다.
그 최고봉 장군봉...
▲여기서 '접치'에서 오른 일행를 만나고
거기서 오는 길은 평온한 길이었다는데....
▲ 선암사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니
힘듦은 쉬 잊고
가파르게 800m을 내려간다
▲ 내게 사랑이 찾아올까?
눈에 띈 나무. '사랑나무'라 하자.
▲그렇게 내려서면 '작은 굴목재'다
큰굴목재는 1K이지만, 우린 우측으로 깊이 내려가
'연산봉'에 올라야 한다
▲ 거기 이정표에 '남도삼백리길'라 쓰였다
전남 순천시가 아름다운 자연 자원과 문화·역사 자원을 하나로 묶어
'남도 삼백리길'을 조성한거다.
▲그 남도 삼백리 길은
'순천만 구간', '태백산맥 구간', '한양 옛길 구간', '동천 구간' 등 4개 테마로 남도 삼백리길...
순천만에서 출발 해안길을 따라 화포 해돋이를 보고
낙안읍성을 지나는 태백산맥 구간을 따라 선암사 야생화길도걷고
▲이어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려고 넘어다니던
미사치 한양 옛길 구간을 따라 도심을 가로질러 와온에서 일몰을 보고
순천만에서 마무리하는 총연장 120km의 코스다
2박은 해야 걸을수 있다..
▲ 그렇게 깊히 내려섰다가 힘겹게 다시 올라야 한다.
다들 보리밥 집을 가지만 李대장님과 난
보리밥이 싫다.
지긋지긋한 추억이 있었으니...
▲그렇게 오르니
접치에서 오른 일행분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진수성찬이다.
▲점심을 나누며 둘러 본 조망..
이제서야 선암사 그 곳도 조망되고
멀리 주암댐 호수도 아련하다..
▲ 건너 장군봉, 깊게 내려와 다시 오른거다
장군봉에서 좌측으로 돌아 능선따라 와도 되겠다
▲ 순천의 골골에 담긴 추억들과
남도의 따뜻한 햇살이 좋다.
바람이 좋다.
▲연산봉(832m)..조계산 제 2봉이다
빠르기가 비호같은 분들이다.
포만감에 한 잔들까지 하셨으니 ..
▲ 거기에 애견을 데리고 올라온 분이 있었다
누군가 그런다 '물 끓여라, 된장은 양미리 먹고 남아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이 아름다운 주인이 그 소릴 안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물 끓여라'는 내가 안했다
뒷 '된장 운운'은 내가 했지만...
▲이정표 거리는 다양한 코스라
어느 길을 말하는지 ..
▲그렇게 깊게 1K 내려서면
'큰 굴목재'다,
▲ 빛좋은 날에 걷는 그 길...
시 한 줄이 생각났다
..'제 무게에 겨워
스스로
몸을 놓고
한없이 가벼움으로
세월에 날리며
돌아가고 있는
한 生의 파편,'
▲ 큰 굴목재에 도착하면
선암사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고..
▲여기서 천자암은 1.7K...
다시 올라야하는데
그냥 내려갈까 갈등도 생기고..
▲ 그냥 송광사로 갈까 망설일때
선암사에서 헤어진 일행을 반가이 만나는데...
▲ '쌍향수'향나무을 봐야하지 않는가
1K, 힘을 내면
'천자암봉'에 닿는다
▲다녀온 장군봉과 연산봉...
시원한 조망이다.
▲ 뒤따라 다시 힘을 낸 분들이 반가웠으니...
이제부턴 동행이다.
▲ 포근한 길옆의 바위...
옛 시절 게으른 나뭇꾼이
낮잠 한숨 잤을것 같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프랑스 작가)
▲'천자암'
쌍향수를 찾는다.. 보조국사와 담당국사 지팡이 였다니…
천자암의 쌍향수는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된 두 그루의 향나무다.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 천연기념물 제88호)
아! 거기 있었다.
유명한 쌍향수인 '곱향나무'가 서로를 의지하며
1000년 세월을 지키고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곱향나무는 백두산의 고산지대에 자라며
일본·만주·시베리아 등에 분포한다
천자암의 곱향나무는 12m로 키가 크다.
▲잎 길이가 아주 짧으며 일반 향나무보다
더 잎이 곱게 생겨서 곱향나무란 이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나무라는 명성에 걸맞는 나무로,
나이가 약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2.0m, 가슴높이 둘레 4.10m, 3.30m이다.
▲힘든 오늘 코스는 이 신비로운 곱향나무를 본 걸로
보상이 만족했다.
▲그리고 천자암에서 송광사까지 3.4K
산허리를 돌고돌고
오르고 내림이 전형적인 둘레길이니..
▲그렇게 2K를 가면 운구재...
여기서 송광사는 좌측으로 1.4K
깊히 내려간다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통하는
송광사로 가는 길
생태공원처럼 산죽이 아름답고..
▲단풍이 아름다웠을
지난주 쯤을 아쉬며 하며.
▲ 전남 도립공원 조계산(曹溪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남도의 명산이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산중 계곡과
넉넉한 품을 자랑하는 육산이었으니..
▲울창한 편백숲도
놀랍고.
▲ 법정 스님도 이 길을 걸었으리라.
그 분이 여기 '불임암'에 계셨지 않던가!
▲마지막 남은 가을 정취..
오늘 종일 하회장님 자세는
그래도 이 사진이 제일 반듯한것 같다.
▲ 석양의 햇살앉은 조계산 밑으로
스님들 배추는 자라가고..
▲그렇게 내려서면
송광사.. 가을이 깊었다
▲송광사는 1200여년 전인 통일신라 말엽에 혜린선사가
송광산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후
고려 중엽인 12세기에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 운동을 펼치고
조계산 수선사로 개칭했고
이후 고려 말에 조계산 송광사가 됐다
▲부지런히 땀흘리며 산행하는 우리보다
이렇게 유유자적 걷는이들도 부러웠으니..
▲가을이 무르익는 산사는 참으로 평안하다.
고풍이 찬연하다면 더더욱 그러리라.
▲송광사 건축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는 우화각(羽化閣)
침계루(枕溪樓) ..
계곡을 베개로 삼았다는 뜻의 침계루라는 이름이 더없이 운치있고.
▲'무소유 길'
매표소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1.4㎞가량의
한적한 진입로는 말그대로 산책로다.
본절 왼쪽 불일암(佛日庵)에 계셨던
법정스님의 정신이 벤
이름이리라
▲그렇게 정겨운 님들과 함께한 하루
고운 햇살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기묘하게 뒤틀린 향나무 두 그루가
서로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뻗어,
1000년 가까이 산 것처럼
그렇게 우리도 나이 들어 가겠다..
▲그렇게 포근 했던 하루
그 길에 머지않아 하얀 눈이 덥히겠다
꿈 같은 그 길에...
...................................
낙엽 /이오덕(아동문학가)
'낙엽이 떨어지네
날아가네
공중을 한 바퀴 돌면서
"안녕히, 안녕히"
손짓을 하고
이제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아기들처럼
먼 길을 떠나는
수많은 낙엽들은
제 할 일을 다한 기쁨
제 갈 길을 가는 기쁨
우리 다시 더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숨쉬며 손잡자고
모두 다 즐겁게
떠나가네
먼 하늘에
사라지네'
'山行..그리움따라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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