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고교시절 배운, 변영로(卞榮魯)가 지은 시 ‘논개’!
그 시가 서슬 퍼렇던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조선(朝鮮)의 마음』에 실렸고. 3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의 푸른 물에 뛰어들어 순국한 의로운 논개의 숭고한 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었지..
주논개(朱論介)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설들이 많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1574년,
지금의 전북 장수군 계내면 대곡리에서 태어난 우리보다 450년 정도 먼저의 사람이다
부친 ‘주달문’은 진사(進士)로 일찍이 슬하에 아들을 두었으나 15세에 괴질로 요절하였고
이후 40세가 넘은 나이에서야 딸 논개 를 낳는다.
논개는 부친이 일찍 죽은후 숙부에 집에 의탁되었으나, 숙부가 벼 50석에 어느 부잣집
민며느리로 혼인시키려 하니 이를 피해 모녀는 경상도(慶尙道) 안의현으로 피신하였고,
이에 부잣집은 모녀를 찾아 기소하여 구금한다.
이 때, 현감 최경회(崔慶會)의 명판결로 모녀는 석방되고, 현감의 관저에 의탁하여 살게 되다가
성년이 된 훗날, 논개는 최경회의 후처가 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회가 경상우도(慶尙右道) 병마절도사로 임명되어 동행하고,
진주성이 함락되고 최경회가 순국하자 논개는 왜장들이 촉석루에서 연회를 벌이고 있을 때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毛谷村六助)를 유인하여 남강(南江)에 투신하여 순절(殉節) 하였다
20살 나이에...
열녀이며 충절을 기려 의암(義巖)이라고 하였고, 장수군에 그를 기리는 ‘의암사’(義巖祠)와 생가,
그의 묘등 유적지가 조성되었다
그 장수군..
백두대간 영취산과 금호남정맥의 추억이 서린 장안산...
거기를 간다
벌써 그리움이 된 그 길을 다시 ......
'무룡고개'
장수 IC를 나와 돌고 돌아 해발 902m의 여기에 닿는다
여전히 햇살은 뜨거우나 하늘도 바람도
가을이 곧 올 것을 느끼게 한다.
'무룡 고개'에서 영취산은 좌측으로 400m이다
거리는 짧은나 깔닥고개 형상이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나칠 수는 없는 일...
3명은 양해를 얻어, 영취산으로 서둔다
우리처럼 다시 내려와 장안산으로 갈 사람도,
육십령으로나 백운산 방향으로 갈 사람들도
열심히 오른다.
영취산(靈鷲山, 1076m)!
좌측으로 그 끝없는 산죽이 빰을 얼얼하게 하던 '육십령'으로
우측으로는 백운산으로, 그렇게 백두대간은 이어진다.
이 산에 떨어진 빗방울은 각기 낙동강과 금강과 섬진강물이 된단다 .
영취산은 신령 영(靈)과 독수리 취(鷲)란 한자를 쓰고있으니
신령한 산이리라!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다.
좌측 육십령 방향으로 조금 가다가
우측으로 내려가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시상태를 간직한
함양의 부전계곡이 있었다.
어느 여름 그렇게도 갔었지..
겨울엔 조망이 좋았지만
여름엔 안된다 그래도 아득한 추억의 그 길
육십령 방향도 건너다 보고
그 너머로 이어진 남덕유의 길들도
본다 까치발로 요리저리...
아득한 그리움에 먹먹해졌다.
급하게 내려선다 출발지 '무룡고개'로
왕복 40분은 걸렸으니 부지런히 일행을 쫒자.
이제부터 '금호남정맥'길인거다
금호남정맥..
1대간 13정맥의 우리 산야중 남한땅 9정맥 가운데
가장 짧은 '금호남정맥'은 여기 영취산에서 시작되어
장안산, 팔공산등 장수군을 휘돌고 마이산을 거쳐 주화산까지
70K이다
그 해 겨울은 하얀 눈 세상 이었다
오늘은 시원한 바람과
아늑한 그늘이 참 좋다.
장안산까지는 3K
가파른 길도 여러번 있으나
참 걷기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산죽의 터널은 육십령으로 향하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장수군의 장안산 사랑이 얼마나 큰지
테크와 멍석 같이 생긴 마포(?) 길..
양 옆으로 잡목 제거등
고마움을 느낀다.
종종 햇살이 뜨거우나
바람은 처서를 앞둔 계절을 담고 있고
그 시절 하얀 눈세상였던 그 길을 그렇게 간다.
아!...조망은 시작되는데
멀리 지리산 종주길이 아련하다.
가까이 보이는 백운산,
장안산 보다 41m 낮다는데 더 높아 보인다
지난 늦 봄, 남원의 '복성이재'를 출발하여
봉화산과 광대치, 중치, 월경산으로 하여
저 백운산 아래 마을까지 14K...
대간 길을 그렇게 걸었었지...
뒤로는 육십령을 거쳐
남덕유로 이어지는 그 백두대간 길..
남덕유와 우측으로 할미봉
지난 6월 걸었던 덕유 종주길도
아득한 그리움이 되고...
다시 산죽길은 이어지고
바람은 시원하다.
지나온 전망대가보이고
그너머 우측으로 영취산도 보이는데
좌측 아래 저수지는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의 대곡호이다.
천왕봉은 아름답게
구름위에 있고...
좌측 천왕봉에서 우측으로 반야봉도
노고단도 선명하다...
다시보고 다시본다
그 아름다운 지리 종주길들을...
이제 멀지 않았다.
저 멀리 장안산이 눈 앞에 있고
가을이면 갈대의 바람과
겨울이면 눈 세상의 그 곳... 장안산!
그 환상적이었던 길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오르는 거다.
장안산은 호남지방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남덕유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1986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전북 장수하면 흙돼지와 사과로도 유명하고
청정지역 청정계곡으로도
으뜸이다
'무진장'(무주,장수,진안)의 중심 장수는
남덕유산과 장안산, 팔공산등 크고 작은 산들로 둘러 쌓여있는
곳이다
장수로 통하는 길은 사방 어느곳이든 500m급 고개를 넘어야만
장수로 들어올 수 있단다
이윽고 올라선 장안산 정상!
금호남정맥길은 여기서 '밀목재'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 길을 걸었었다. 그 겨울에..
산등에서 동쪽 능선으로 펼쳐진 광활한 갈대밭과
오늘 우리 코스인 덕산용소계곡이 유명하다.
장안산은 금남호남정맥을 거느리며
백두대간의 기운을 충청도와 전라도에 전하는 호남의 종산이리라.
장안산 [長安山] 1,237 m/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위치한 이 산은
덕산계곡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계곡과 윗용소, 아랫용소 등과
기암괴석이 산림과 어우러진 군립공원이다
정상석 앞으로 옮겨 누구나 보기 쉽게 되었다.
천리행군 기념이란다
강인한 군인이 되기 위한 ..
한참을 내려오면 중봉,
금호남정맥길은 그렇게 이어지지만
우린 우측 '연주'방향
덕산계곡 방향으로 간다
그 길은 가파르게 내려가야했다
길을 잘 정비해 놓은 고마움을
장수군에 전한다.
장수군에는 3대 청정계곡이 있단다
방화동계곡과 덕산계곡, 그리고 지지계곡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들 가족을 만난다.
영취산 다녀온 40분이 참 길다는 생각을 하고...
거기서 점심을 같이 나눈다.
배부른 님들은
즐겁기가 하늘까지 시끄럽고..
'사진 찍읍시다.'
밥먹은 기념으로..
그 말에 가장 멋진 자세를 취해보기도 하고.
거기서 계곡까지는
한참을 미끄러지듯 그렇게 내려가야하는데..
포만으로 인한 행복감과
시원한 막걸리 한잔씩 하신
즐거움은 고요한 숲을 요란하게 한다.
김광섭 시 였던가? '산'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번 신경질을 내게 해야만
고산(高山)도 되고 명산(名山)도 된다.".
시인의 깊은 마음이야 어찌 다 해석하랴만
산을 인격과 생명의 존재로 대한 것만은
참 존경스럽단 생각을 한다
하긴 이웃, 아니 가족들 까지도
기계적으로, 의무감이나 사무적으로 그렇게 대하는
비인간화 세태인데
어찌 자연까지 우리와 유기체적 생명의 존재로 대하길
기대하겠는가?
그렇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깊게 깊게 내려오니
가믐으로 마른 계곡의 작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남부군 영화에서 수십의 그 발가벗은 빨치산들이
목욕하던 거대한 계곡이 여기 어디라는데
아직은 작은 계곡이다
벌써 한 분은 시원함 속에 있고..
산하면 '그리움'이 먼저 떠오르는 건
모든이의 공통된 감성인가보다
이용악 시인은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그 시 제목은 '그리움'이었으니..
그렇게 절반쯤 내려오면
양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
이라는데
가믐이 여간 아니었으니
그렇게 내려선 어는 외딴집
오랜만에 분꽃 을 보았다
시계가 귀하던 어린 시절
우리 고향마을에서는 이 꽃이 벌어지면 저녁밥 지을 때로 알았다
거기서 작은 '소'를 만나고
모두들 '알탕'은 시작된다.
물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안된다
시원함과 깨끗함만 있으면 되는거니..
그러고 보니
같이 세월을 먹은 정겨운 님들은
그 시절 고향의 여름 놀이도 같았었나 보다
즐거움과 시끄러움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는데..
누가 그런다 '총장'님 누운 자리가 '물침대' 같다고
부랴부랴 물침대에 누워봤다
살은 안 닿았으니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
그렇게 웃다가 내려가다가
다시 더위가 찾아올 무렵,
다시 물에 들어가면 된다
오늘의 이야기도 하고
힘겨웠던 어제의 삶도 이야기 하며...
그렇게 긴 그 길은
혼자라면 지겨울 길 이겠지만
즐거움이 가득한 길이었으니...
계곡은 여전히 시원하고
모두들 살아가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지만
그건 내일부터나 문제다
맑은 햇살은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낸다
이제는 어디가 젖은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심스레 징검다리 형태로 걷는 님들 옆으로
물보라를 이르키며 뛰어 같이 젖어본다
전형적인 개구쟁이 짓이리라
첨벙 첨벙!
넘치게 흐를
흡족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단 생각도 하고..
무드리...
'무드'를 좋아하는 동네인가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오늘의 종점 연주리에
버스는 와 있었다
거기에서의 시원함도 여전하고
가믐속 계곡이지만
비교적 조용한 편이며 숨겨진 비경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즐거움은 이제
먹는 즐거움으로 바뀌고...
정겨운 님들과의
하루를 접으려 한다.
정겨운 곳 '장수군'에서의 하루..
가까이 논개를 기리는 의암사도, 생가터도
가보고 싶었지만 ..
아쉼으로 남겨두고..
논개 의 고향 장수!
오래오래
아름다움을 보전하며
그렇게 발전 있으시기를 빌며.
그렇게 즐거움을 나눈 하루 였으니...
.....................................
논개/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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