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소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러고는 훌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가 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정 겨운 오솔길이 여름 단합대회를 하는 날에
‘소나기’가 생각났다.
누가 내게 '이 바보!' 그려면서,
정말 그러면서 조약돌을 던진다면
물기가 마르기전
슬그머니 조약돌을 집어 넣겠다.. 그런다고 누가 분수없음을 탓하랴...
정겨운 ‘오솔길’
힘든 세월을 살다보니 때론 이런저런 소리도 내지만
정겨운 님들이다
그 님들과 함께 3년전 찾았던 '이방산'을 다시 찾으니...
'통영-대전 고속도로 단성 IC를 빠져 나와, 늘 가슴 설레는 '지리산 중산리 가는 길'로 향하다
시천면 사무소가 있는 덕산,
그리고 삼장면 사무소를 지나 오르면
'삼장 체육공원'이 나온다 거기서 산행은 시작되고..
찌는듯한 날씨는 뜨겁고 무덥지만
비가오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랴!
체육공원 앞, '무학지리산생수' 공장 인근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이방산에 올라 좌측으로 감투봉, 웅석봉의 '달뜨기 능선'을 걸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 길은 구례화엄사에서 시작되는 지리산 태극종주의 97K
마지막 길이다.
오르다 되돌아 본 체육공원,
그리고 저 멀리 달뜨기능선이 끝나면 천왕봉, 중봉이 보이는데
오늘 조망은 여기서 마지막인듯 싶다.
삼장면과 시천면 사이에 우뚝 솟은 이방산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유서 깊은 곳이니..
곱게, 그리고 알차게 익어가는 참께...
여름이 깊어간다 세월이 가는거다..
짧지만 오늘 산행은 계속 오름의 연속이다
옷, 배낭.. 흠뻑 젖지만 바람이 없다..
달뜨기능선과 그 능선에서 갈라져 나온 남쪽의 이방산(715.7m).
달뜨기능선은 이병주의 대하소설'지리산'에서 공식적으로 첫 언급되었다 .
엄마를 그리던 빨치산, 군,경 모두 그 능선에 달이 뜨면
언젤지 모르는 고향집을 눈물로 그리워 했을거다.
산꾼들의 뇌리에 '빨치산의 애환'으로 각인돼 있고
이방산은 지리산 남쪽에 우뚝 솟아
지리를 그리워하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여러번 쉬어야 했고
도로 내려가자는 유혹도 많으니..
상사바위
옛날 서질골(현, 삼장농협뒤)에 질그릇을 굽는 도공부부와
금녀라는 예쁜딸이 살고 있었다.
이 금녀는 매일 집앞을 오가는 양반집 아들 이도령에 반하여 사모하게 되었고.
신분차이로 결혼할 수 없었고, 이도령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이에 금녀의 짝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상사병에 걸린 그는 어느 봄날
나물캐러 산에 올랐다가 큰바위 위에 이르게 되고. 금녀의 눈에 저멀리 있는 바위에서
갓을 쓴 이도령이 거기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넉시 나간 금녀는 거기로 가려다 바위아래 물웅덩이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후, 금녀가 떨어져 죽은 바위를 상사바위,
갓을 쓴 이도령의 허상이 보였던 바위를 갓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상사병...문득 시 한 귀절이 생각난다.
'그대를 만남으로써
내 인생은 행복해졌고
그대를 만남으로써
나는 삶의 희망을 얻었고 ..
그대를 만남으로써
나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상사병 그건 '불가항력병'이었다
필자에겐..
그렇게 여러번 쉬며 오르다 보면
'굴바위'를 만나게 되고
뭔가 이야기 한편은 전설로 간직할듯한데...
그렇게 정상까지 2.7K는
제법 땀을 흘려야 한다
낚엽이 많이 쌓여 다소 미끄럽지만
양탄자 위를 걷는듯한 포금함은 산행의 즐거움이니..
아무리 봐도 오늘 가장 멋진 패션이다.
나도 한번 빨간 모자를 써 봐?
그러나 접는다
인물이 바쳐주지 못할듯 하다
왜이리 정상이 나오지 않느냐고 투덜대지만
600m의 길은 계속 이어지고..
쉬어 가자
실없는 유머로 곤함을 날려보고
우측 건너로는 청계저주지를 건너, 3주전 올랐던 석대산, 수리봉이 이어지는데
조망이 어렵다.
그렇게 오르면 안부를 만나는데 우측은 깃대봉(690)이고
정상은 좌측으로 간다.
3년전엔 깃대봉을 다녀 다시 왔었다
이방산(二方山.715.7m)
감투봉, 구곡산과 같이 지리산 위성봉으로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
여기서 3년전에는 계속 능선을 타고
감투봉, 그리고 덕교리로 갔었는데
오늘은 도로 내려가야 한단다...
할수없이 5명이 나서 깃대봉으로
한참을 오르내린다
거기서는 희미하나마
시천면 그리고 그 좌측으로 구곡산과 거기서 부터 이어지는
황금능선이 설레게 하는데...
방금 올랐던 이방산도 되돌아 보고..
우린 처음 가보는 코스를 지도를 펴보고 하산 길을 나선다.
천왕봉일까? 중봉일까?
3주전 올랐던 그 곳이 저 멀리 그리움으로 닿고..
누군가
나와 같은 가슴을 가지신 모양이다.
산!, 항상 그리움..
처음 가보는 길은 가파르고 길이 희미하며
때론 길이없다
그 길로 가자 '꾄' 필자의 미안함...
얼마나 원망을 할까?
속으로...
그렇게 3.3K는
긴장된 걸음이었으니...
다시 길도 없는 숲을 헤치고
드디어 길을 찾았다..
아! 구곡산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하루종일 천왕봉을 바라보며 걸을수 있는
'황금능선' 꼭 한번 가 보리라...
그렇게 내려서는데
알밤도 익어가고...
좌측 이방산과 우측 깃대봉..
거기에 그리움의 발자취를 남겨놓고..
'가는 명아주'
이뇨작용에 좋단다.
나물로도 먹고, 아버지 지팡이 만들던 추억이 새록..
'너도 밤나무냐?'
그래서 '너도 밤나무'가 되었다는 울릉도 특산 나무다..
너도 남자냐?/ 너도 선생이냐?...
얼마나 기분 나빴을까?
그렇게 삼장체육공원에 모여 잔치는 시작되고
뜨거운 백숙에 담긴 수고로운 손길에 감격도 한다...
3년전, 5판을 모조리 이겨 우승을 했던 필자는
그 후 '윷놀이 부장'이 되었다
누가 임명한게 아니고 스스로 ...
명함도 한장 만들어 볼까?
족구 선수로 나서 우리팀이 우승하였다
공격수로서 공격이 너무 잘 되었다...
이제는 노래자랑이다.
'홍도야 우지마라...'
♪
그렇게 모든 행사는 마무리되고
폰을 보면서 노래하시는...
역시 IT강국이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앨빈 토플러'의 예견인가?
단합대회 옆으로 흐르는 덕천강
천왕봉과 천왕샘에서 시작된 이 물이
흘러흘러
'원지'에서 경호강이 된다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의 시가 생각났으니..
뜨거운 7월의 단합대회 날에
순수와 조화 그리고 합일을 함축하는 강은교의 시 한편을
같이 읽어보려한다.
‘오솔길’!
영원하리.... .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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