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統營)!
내게 고향도 아니고, 특별한 친척이나 친지가 사는 곳도 아닌데, 통영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 먹먹함이
먼저 다가오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남망산공원, 해저 터널, 충렬사’로 기억에 남아 있는 고교시절, 남해안 수학여행중 하룻밤 잔 곳이여서
일까? 아니면 ‘청마(靑馬)와 이영도’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절규
때문일까?
그렇다고 박경리의 ‘토지’는 하동에 가야 더 간절하고, '윤이상'의 가슴 저린 분단의 멜로디는 통영이
아니라도 통일꾼 되어 연수 받던 ‘통일 연수원’에서가 더 깊은 아픔이었는데...
아니면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를 가슴이 휑한 ‘천송이’의 ‘장사도’ 서정이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하여간 그런 아픔이다.
‘동양의 나포리’라 했던가? 정확한 숫자도 파악하기 어려운 섬들이 관청 공부에 등록된 수만도
192개라는데..
그 중 오늘은 5년전 처음 찾았던 ‘비진도(比珍島)’을 간다
비 진도!
그 이름 속에 무엇인가 신비로운 세상이 숨어있을 것 같고 산호 빛 바다가 섬을 에두른 모습이 장관을
이루며, 동백꽃이 떨어져 길바닥에 사뿐히 내려와 부활한 모습으로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는 동백숲
길을 걸어가는 행복감도 만끽하고, 짧지만 가파른 선유봉 오르는 돌 길도 정겹다
‘미인도’라고도 불리는 비진도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보배로운 섬이라는 뜻으로
‘비진도(比珍島)’라고 불렀다
통영항에서 40여분만에 닿은 비진도, 배가 원래 내항에서 내려 신행을 출발하려 했는데 ‘외항’에
먼저 닿는 바람에 먼저 '선유봉'을 오르고 ‘내항’으로 간다..
여름이 깊어가는 6월..
언제나 정겨운 님들과 그렇게 간다...
통영의 '여객선터미널'이다
그냥 '연안부두' 그러는게 정겨울듯하다..
배는 출발하고 리조트 옆에 새로 지은 '통영국제음악당'을 지난다
부산,경남의 첫 클래식전용 음악당...
그러나 가장 가슴 아픈 것은 분단의 이데오로기에 갖혀
'윤이상 음악당'이라 이름 짓지 못한 점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며, 윤이상을 기념하여 '통영국제 음악제'가 열리니
마음을 열고 '윤이상기념 음악당' 이었으면 좋겠다.
40여분 뱃길 내내, 좌우로 섬들로 이어진다
비진도는 거제와 한산도,
그리고 욕지도와 연화도에 둘려있다.
고교생 같은, 그러나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란다
서울에서 왔다는.. 사진 한컷을 부탁하였다.
오늘의 여행이 힐링되어 꿈을 이뤄가길 빌었다.
모든 가요는 떠나는 배에 이별의 상징처럼 노래한다.
바삐 오가는 배들을 보면 떠나고, 만나고 갖가지 사연들이 있겠지.
저 너머로 '미륵산 케이블카'가 연휴를 맞아 분주하다.
바람은 시원하고 정겨운 님들이다.
오래오래 함께
산행의 즐거움을 이어가기를 빌고..
손을 저리 올리는걸 어디서 배웠을까?
필자도 해보려한다 동갑 친구이니..
저마다 정겨운 이름들이 있는 섬들이지만
구분이 쉽지않다
산호빛 바다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즐거운 외국인 여행객을 만난다
'패밀리'냐는 물음에 자기들 끼리 웃는다
미국,뉴질랜드,카나다출신 유학생들이란다
좀 회화를 공부 할 것을..
몇 마디 대화가 이어지지 못한다.
'내항'에 내려 '8'자 코스로 산행을 하려했으나
'외항'부터 하선한다 할수없이 처음 '8'자를 배울 때처럼 윗 동그라미 모양따라
산행을 하고 내향으로 가야하겠다.
오늘따라 즐거움에 더 요란하고 시끄럽다..
낯모르는 회원들이 많았다 여성들이 많음은
더 즐거움이다....
뒤에 보이는 섬 너머가 '내항마을'이다
'통영시 한산면 비진리' 비진도는 예전에 '미인도'로 불렀다.
미인이 많이 살아서 붙은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미인도 앞바다에서
왜적을 물리치면서 '보배로 비견되는 섬' 비진도(比珍島)가 됐다.
안섬과 바깥섬이 사주(砂洲)로 연결돼
섬 전체를 보면 손목이 짧은 '아령' 모양이다.
전체 면적 2.766㎢, 인구 30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천연기념물 제63호인 팔손이나무 자생지이며,
동백나무,·모밀잣밤나무·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룬 수목의 보고이기도 하다.
부지런히 50여 미터를 오르면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으로 '선유봉'을
올랐다가 오른쪽 으로 내려올거다.
그렇게 산행은 시작되었다
너무 바삐 여인들을 졸졸 따라왔나?
나중 알고보니 우리외 모든 분들은 왼쪽 해안길 방향으로 올랐다.
1.7K의 선유봉 길은 제법 가파르다.
어둑한 동백숲 길을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오른다
힘은 들지만 시원한 바람과 시원한 그늘..
환상적인 길이다.
가파름에 한껏 땀도나고..
그렇게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30미터 떨어진 '망부석 전망대'다.
오늘 코스 모든 곳이 전망대이지만 망부석 전망대 외에도
'미인도전망대, 선유봉전망대',
하산길의 '누루목전망대'가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거제, 그리고 한산도 방향의
그림 같은 섬들이 이어지고..
박경리 시도 만나고..
망부석 -이광섭-
빗물같은 그리움에 지쳐서
눈물같은 서러움에 지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렇게 지치고
이렇게 지쳐서
하염없는 세월만
하염없이 원망했건만
그래도 긴 기다림
끝나지 않고
파도 들썩이는
그 바다 언덕가에
부서지지 않는
바위로 남아
천년 세월 기다리는
망부석 닮은 마음만 남았네
최고의 조망터 '미인도전망대'
관광안내 책자에 나올법한 풍광을 본다.
'아령'손잡이 같은 해수욕장 '사주' 건너 외항마을이 있고
저 산(대동산)너머로 '내항' 마을이 있다.
답사객들은 넋을 잃고 자리를 뜨지 못한다.
정겨운 님과 같이 이면 더욱 그러리라..
그 '미인도 전망대'앞에 서 있는 이정표.
이제 선유봉은 700m 남았다
미인도 전망대를 지나 '290'봉에 이르기 직전
'흔들바위'를 만난다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흔들어 보지만...
그 '290봉'에서 100여m를 긴 테크를 따라 내려와서 다시 오르면
선유봉이다.
거기서는 남쪽과 서쪽의 조망이 빼어나다,
안내판과 섬들을 번갈아 가며
섬의 이름을 알아보지만
쉽지않다
동쪽과 북쪽방향의 안내판도 있지만
아름드리 소나무에 가려 조망이 어렵다.
그렇게 정상석도 없이 선유봉(313m)은 서있다.
비진도는 S라인 몸매같은 해수욕장과
여느산의 '물필봉' 처럼 솟은 선유봉이
압권이다.
오늘은 방향이 바뀌어 내내 혼자 걷는 길에
반대쪽으로 올라오는 일행을 반가이 만나고...
다시 '혼자'로 침묵속에 길을 걷는다.
욕지도,남해도, 사량도... 점점이 이어진
섬들의 아련함이 혼미하고..
섬에서 섬으로 이어 걷는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은
통영의 아름다운 6개 섬을 걷는 코스로 개발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한려수도를 걸으면서 그 풍광의 경이로움과
확 트인 바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이 되는 둘레길이다.
1코스 미륵도 달아길, 2코스 한산도 역사길, 3코스 비진도 산호길,
4코스 연대도 지겟길, 5코스 매물도 해품길(소매물도 등대길 포함)
모두 합쳐 42.1km 약 백리길이라 해서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섬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산호길'이다.
이 길은 섬 주민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지겟길이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용하던 길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비진도를 포함해
미륵도, 한산도, 연대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에 조성돼 있다.
'노루여'전망대.
욕지도 남해도 등 조망이 좋다
정상에서 '설풍치' 벼락으로는 가파른 내리막이며,
해안쪽이 수직 절벽의 '단애'이기 때문인가?
그렇게 노루가 바다로 떨어진다하여 이 이름이 붙었고
오늘날도 가끔 노루가 바다로 떨어진단다..
산호빛 바다를 거느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가는 비진도...
그 아래로 수직 낭떨어지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여기서 부터 이어지는 숲길엔 동백나무,후박나무, 모밀잣밤나무.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63호로 비진도에 많이 서식하는 '팔손이나무' 군락은
한 낮 햇살을 어둡게 하는데..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특히 지질,지리학이
일본으로부터 건너와서 일까?
그냥 낭떨어지, 바다절벽이라 하지않고
'해식애' 단애'이런 난해한 낱말을 지금도 쓸까?
'갈치바위' 슬핑이치'란다.
태풍때 갈치가 파도에 날려 소나무에 걸린다하여 그랬다는데....
'단애' 수직 절벽을 그리 부른다
단층작용이나 '요곡작용' 또는 '화산활동'등으로 생긴다는데
그런 복잡한 설명보다 전설, 신화가 정겹다.
한참을 홀로서서 공부했다.
치란? '해안선에 불거진 단애를 말한다'
설명이 더 어렵다.
그렇게 정글 같은 숲길을 간다.
'고은' 시인이 쓴 '그꽃'이란 시가 갑자기 생각났다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그 동백 우거진 숲길을 걸어
화려했던 날들을 회상 하다보면
'비진암'에 닿는다. 새 소리가 정겨웠다.
고즈넉하다란 낱말이 생각나고..
산호길에선 사계절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는데
2월에는 동백나무, 3월~4월에는 야생화,
5월에는 눈꽃 날리는 때죽나무,
6월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그 어둑한 원시림 같은 숲속에 오래된 한 묘소를 만난다
여기 누신걸 보니 여기서 사셨던 분이겠다
고인도 뭍으로의 꿈을 꾸셨을까?..
후손들의 건승을 빌며..
아령 손잡이 같은 '사주'의 좌측은
해안선길이가 550m나되는 천연백사장 비진도해숙욕장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고 수온이 알맞아 인기란다.
그 우측은 이렇게 몽돌이 가득하고....
그 노래가 생각났다
'....누나야 강변살자..'
아니면 설마 '누나 오늘부터 우리 사귈까?' 이겠는가?
한 잔 자신분에게 물으면
'누나 우리 자고갈까?'
라고 제목을 붙일까?
바람 시원한 바닷가에서
모두 내려와 점심을 나누고...
길을 재촉하여
우린 '내항'마을로 나서려한다.
비진도의 밭들은 땅두릅 재배로 바뀌었다.
방금 다녀온 선유봉이다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온거다.
'길없음' 팻말을 무시하고
5년전 답사한 경험으로 앞장섰다.
허리만큼 자란 잡초로 길이 이어질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제 편안한 숲 길에 모두들 행복해 한다.
오솔길 옆으로는 절경의
바다 풍광이 이어지고...
숲길에서
잠시 되돌아보라했다...
외향에서 배를 타거나, 시멘트 길로 올 이들에 비하면
오늘은 행운날이다.
바람과 솔향과 정겨운 님들과의 걷는 길은
행복 그 자체인데...
숲에서 벗어났다.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내항마을이다.
오른쪽 얕은 봉은 '천둥산'이다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장..
2012년 3월에 폐교되었다.
이승복 동산과 교문 옆에 호랑이 상은 그대로 있고...
TV 드라마 '순수의 시대'를 촬영한 명소다.
방송에서는 탤런트 고수와 김민희가 잔디에서
뛰어 노는 장면이 나왔다.
교문에 오줌 누는 아이 동상이 팔손이 나무속에 서 있다.
몇년전 왔을때는 운동장이 천연 잔디로 인상적 이었는데
폐교되어 잡풀속이 되어 안타깝다.
어릴적 많이 뽑아 먹던 '삘기'(충청도는 그리불렀다)..
저렇게 하얗게 패어 올라오면
놓친 것을 아까워 했었지...
마을회관,경로당 앞에 위령탑
한국전쟁 때8명, 월남전에서 1명, 전사한 마을 청년을 기리는 비석이다.
내일은 현충일인데..
탑은 1981년 전국 풀베기 대회 때 받은 우승 상금으로 세웠단다.
갑자기 모두가 내 자식, 내 부모였던
울컷한 고향 생각이 났다
그 옆에는 위령탑의 해설판과
안연한 정자가 있었으니..
KBS 1박2일 팀이 다녀갔다는 담 그림과
소박한 비진도 내항의 마을 회관이 정겹다.
그렇게 배에 올라 비진도를 떠나는데..
같이이니 어디에 판을 벌리든
흥겹기는 배가되고..
오전에 비하여 하늘도 청명해지고
아름다운 '비진'에서 힐링된 영혼과 자존감을 확인한 하루였으니
오염된 세월속에서도
넉넉히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
우리 모두..
맑게 개인 맑은 햇살아래
시원한 바닷 바람이 상쾌하고..,
두둥실 떠오른 구름이 평화로운 건
덤으로 주워진 인생을 사는
감사한 계절의 덕택이리니....,
다시 통영항에 도착한다
오른쪽 뒷산이 수학여행시절 올랏던
남망산공원..
여기에서 배를 타고 여수로 갔었다
남해대교 밑으로 하여..
그렇게 시린 눈으로
통영의 바다를 뒤로하고
그 곳을 떠나야한다.
죽림 신시가지에 자리한
내죽도 수변공원
그 시원한 그 곳에서
회를 맛보고
수박으로 마무리하니 행복은 배가되고..
내죽도! 매립하기전 섬이었나?
아름드리 소나무, 작은 연못..그리고 바다.
적당한 언덕...멋진 공원이었다.
설핑이치, 성주여, 안노루여 버굼여, 아랫물선치...
파도가 때리고, 깎고, 바람이 다듬은, 기암절벽과 괴석들...
그리고 아늑한 숲길이 환성적인 비진도...
오래오래 사랑받을 섬이려니....
......................................................
바위섬
울고 싶다고
다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사는 것이
바다 위의 바위섬처럼
종종 외롭고도
그렇게 지친 일이지만
가끔은
네 어깨와 내 어깨를
가만히 대어보자
둘이다가도 하나가 되는
슬픔은 또한 따스하다
울고 싶다고
혼자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홍수희·시인)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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