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아! 지리산

아! 지리(중산리 ~ 법계사 ~ 천왕봉(1,915m) ~ 중봉(1,874m) ~ 써리봉(1,602m) ~ 치밭목(1,424m)~ 무제치기폭포 ~ 유평 ~ 대원사(18K.8시간)

산꾼 미시령 2016. 6. 26. 22:31

! 지리산

무심히 흘러가는 한 점 구름,

능선따라, 계곡따라 갈래갈래 뻗어간 산행길들.

순수한 젊음의 열정을 조국의 역사제단에 꽃처럼 곱고 푸르게

뿌려진 영혼들

오가는 산우들의 땀을 식혀주는 한 줄기 바람결.

그리고 곱고 아름답게 피어난 들풀들도

모두가 그리움 되어 차라리 눈물겨운 곳..

 

모두가 죽어서도 남겨둘 그리움 되고

다음 생애에 태어나도 지리의 그 깊고 푸른 산하를 헤메고 다니는 인생이고픈,

어머니 가슴 같은 그리움 그 품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일까?

오늘은 중산리에서 천왕봉, 중봉. 써리봉, 그리고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대원사까지 그 꿈같은 18K를 걷는다

정겨운 님들과 함께... 

 

    모 산악클럽에 오늘 코스를 신청했으나

인원 미달로 취소되고

이런 필자의 간절한 바램을 정겨운 님들이 동행해 주었으니.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니 필자가 눈을 감은건 어쩔 수가 없고..

장마철 날씨로는 최고로 선명한듯하다

감사한 일이었으니..

그렇게 중산리 들머리 입구엔

지리산이 된 사람 '허우천'님의 추모비가 있고...

언제나 산행 날머리였던 중산리 입구,

오늘은 들머리되어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산 할 때는 개선문 같던 '통천문'

오늘은 시작점이다

칼바위, 종주시에는 이 바위를 만나면

아 이제 마치는거구나

그런 기념비 같은 바위이다

그렇게 1.3K오르면 작은 출렁다리를 지나고

3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장터목으로 하여 천왕봉에 오르기도한다.

거기서 모두들 휴식을 취하고

이제부터 진짜로 된비알 오름길이 시작된다

아! 여러번 후회했다. 내려 올때마다 가파름에

두번다시 이리로 내려오고 싶지않다 했던 것을...

오름에 비하면 내림은 아무것도 아니였으니..

그렇게 끝없는 오름중

망바위, 조망바위등을 만나는데..

망바위.. 둘러 볼 겨를이 없다

오늘 종일 추월한 사람들은 수도 없지만

우리가 추월 당한 사람들은 없었으니..

이건 필자가 작년 겨울 지개로 지고 올리다 잠시 쉰 거다

'그리스의 신화' '시지프 되어.. 

아! 천왕봉...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로타리 산장'에 닿는다.

3.3K 그 긴 계단을 오른거다..

여기서 쉽게 내려가는 길은 좌측 순두류 방향으로 하산한다

여기서 100m 더 오르면

법계사에 닿는데..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이제 2K의 천왕봉 길을 다짐한다

그 2K는 지금까지의 '빡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마지막 힘을 다 뺀다.

거기서 중산리 방향의

출발지도 내려다 보고..

맘은 급하고 길은 더 가파르다

오는  이, 가는이.. 모두가 고된거다

그렇게 개선문에 닿으면

800m남은거다

어쨌던 개선문을 통과하면

'다왔다' 안도하는데

 이제부터 더 힘든 된비알이다.

종주 때마다 여기서 쉬면서

베낭 털이를 했던 곳이다. 

아! 그렇데 이 청명한 날에 갑자기 웬 구름인가?

조망은 어떻하라구... 

남강의 발원지 '천왕샘'이다

물이 풍부하고 엄청 시원했다

이제 300m가 남은거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

길고 가파르지만 천왕봉이 코앞인데

왜 힘을 내지 않겠는가?

지천인 '오이풀'

줄기를 꺾어 손등을 치면 수박냄새가 났다

 어릴적 추억의 냄새였다. 

조망은 전혀 기대할 수 없고

날려 갈듯한 날씨이다.

그래도 거기엔 인산인해였으니...

모진 눈보라,비바람을 잘 이겨가며

천왕봉은 그렇게 거기 있었다.

늦 가을 같은 날씨에 서둘러 내려온다

이제 우리는 대원사 방향으로 간다

11.7K.. 

간간이 구름속에서도 햇살이 뻗치고

푸르름의 향연을 보기엔 부족함이없다

얼마나 추웠을까 그 긴 겨울에..

처음 가보는 그 길...

지리산 어느 길보다 좁고

바닥은 날카롭다.

오르고 내리고

4K의 치밭목 산장까지는

지치고 힘듦을 각오해야 했다.

전혀 식생이 다른 초목들..

여기가 1400m 이상의 고지아니던가!

간간이 구름 걷히는 사이에

출발지 중산리 방향도 보고

맑게 빛난다 눈부시게...

부드러운 연두의 물결이다...

겨울의 설경과는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이다.

보이지않는 길을

풀들을 헤치며 그렇게 나아간다.

그렇게 900m를 가면  '중봉'에 닿는다

여기서 점심을 나누며  천왕봉 조망을 기다려 보기로한다.  

여전히 안개구름속

초록은 빛나고

짙은 구름속 천왕봉은 여간하여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잠간의 열림속에 천왕봉을 바라보고..

그 정상에서 저 멀리 반야봉까지의

멋진 봉들을 전혀 볼수 없었음을 안타까워 하는데...

그래도 발 밑으로 '황금능선'이 선명하다.

하루종일 천왕봉을  바라보며 걸을수 있는  '구곡산'까지의 황금능선...

역사의 아픔도 함께 간직한 능선이다. 

그리고 저 멀리 '달뜨기능선' 

지난주 그 너머에서 여기를 그리움으로 봤었다

정글같은 풍경도

자연의 위대함을 말해주고..

이제 열린 천왕봉도 되돌아..

되돌아 아쉽게 보며  

그렇게 자갈 길 같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면 '써리봉(1602m)'이다

이제 구름이 걷혔는가?

천왕봉도, 우측으로 중봉도 선명하다

다시 올라가 봐?

그렇게 써리봉을 넘어오며

힘들다를 연속으로 외치고..

우측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계곡을 보기도 하며

마지막 조망일지 모르는 천왕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보는데... 

하도 아쉬워 하니

천왕봉이 어디갑니까? 늘 거기 있을겁니다

위로한다

거기서 다시 오늘의 출발지

중산리 방향도 보고

거기에 '치밭목' 산장이 보인다.

섬처럼..

거기까지 참 힘든 길의 연속이다.

그 너머로

마루금들은 다시 그리움 되고..

그래도 '지리'아니던가!

눈길 닿은곳마다 경이롭고

이윽고 '치밭목 산장' 닿는다

천왕봉에서  4K를 온거다

그 길은 좁고 날카로며 오르내림이 심했다  

오랜세월 산객들의 안식처였던 이 산장은

개인소유였는데 국공으로 넘어간단다  

산장 뒤편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산장의

 신축공사가 한참이다

거기서 대원사까지는 7.8K를 더 가야한다.

8월말까지 주인은 국공으로 시설을 인도하고

철수한단다. 

너덜 길 같은 돌밭 길을 더듬어 오면

숨겨진 약수도 만나고

또 다시 길을 나서면

그냥 스쳐가기 쉬운 숨겨진 비경

'무제치기 폭포' 만난다

이런 멋진 폭포를 왜 안내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도록 했을까?

볼수록 깊고 굉장한

아름다운 폭포였다

다시 길을 나서며

끝질긴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이 준 상처를 보는데

그래도 인간의 파괴보다 더 크고 강하게

생명력을 이어간다 자연은..

가끔 내가 선그라스를 썼나?

여러번 착각한다 깊은 숲 그늘에...

그렇게 힘들게 내려서면 3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새재방향으로 탈출도 하는데  거기도 3.3K이니

우린 그냥 유평,  대원사 방향으로 간다

그 긴 길들은 산죽등 풀들로 얼굴이 얼얼하다

곰들이나 다닐 길을 우리가 간다

그래도  말없이 내 달린다.

간간이 햇살과

노랑섞인 연두를 보기도 하며

다시 안보일 아쉬움에

되돌아 올려 보기도 하고

힘들면 주저앉아 물을 마시고

요기도 한다.

그렇게 끝없이 내려간다

긴 길이다.

이제 여기부터는 길이 좋다는 대장님의 말에

희망도 가져보고

그러나 깔닥고개의  내리막은

끝이없고

이 코스는 오르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조망도 없는 긴 길은

다른 사람들도 별로 선호를 하지않는가보다

그렇게 가면 끝이 있는법..

끝이없을거 같은 길은 '유평'리를 만난다.

여기서 알탕을 하고 대원사 방향으로 도로 따라간다

대원사 까지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1.5K이다.

그러나 그 길은 숲이 아름다운 길 이었다

 

대원사

깊은 계곡을 앞에두고 멋진곳에 자리했다

해인사 말사로 신라진흥왕 시대에 세워졌으며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이라고 안내판에 기록되어 있다.

그 좌우는 멋진 숲이있고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찾아들겠다

내려가는 길은 이처럼 숲길이다.

 

중산리를 출발하여 가파른 5.4K천왕봉에 올랐다가

중봉으로

치밭목산장으로 무제치기폭포를 지나 대원사까지의 긴 길...

다시금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 지리산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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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

  오를수록

가슴 저린 산

서럽게 서럽게

눈물나는 산

 

쫓기던 이 좇던 이

영문 없이 끌려간

핏덩이까지

아물어간 상혼에도

고통은 남아

 

유월 짙푸른

한을 삭이고

용서하고 용서받을

하나됨을 바라

 

초로에 반백이 다 되도록

골마다 영마다

바람으로 흐느끼는

지리산은 서러운 산   

(권경업·산악인 시인,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