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전라도

남원 봉화산.월경산(백두대간길/ 복성이재-매봉-봉화산-무명봉-944봉-광대치-월경산-중재-중기마을(14k. 6시간)

산꾼 미시령 2016. 5. 1. 20:46

랜 가르치는 현장을 떠나 새 학기부터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사감교사업무를 맡게 되었다.

110명의 남여아이들을 밤10시부터 맡아 따뜻이, 그리고 안전하게 재우고, 아침일찍 깨워서

체조를 시키고, 조반을 먹이고, 아픈 아이 없나 살피고, 시간 내에 등교 시킨다

 

 아침,저녁,점호 시에는 부모처럼 하루의 고단한 생활을 위로도 하고, 책망도 하고, 바램이

무엇인지 경청하여 해결도 하고, 그렇게 바쁘게 보낸다 

갈수록 이 일은 딱 나를 위해 만들어진 행복한 업무라는 감사한 마음이 더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 외지에서 온 아이들이라 얼굴과 이름이 생소하다. 밤에만 잠깐씩

대하다 보니 두 달이 지나도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다

 

특히 요즘 아이들 이름은 민지, 지민이, 진희,희진이, 초은이, 은아, 한슬이,한별이, 민기, 경민이,

재원이. 성민이... 정신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아침저녁 보던 이른바 민낯의 추리닝 차림 딸내미들이

교복입고 나서면 전혀 딴판의 아이가 된다. 그래도 열심히 이름을 외고 있다.

 

 학교 뜰에는 배롱나무, 버드나무, 단풍, 벚나무, 명자나무, 박태기나무, 등나무, 산수유,

모과나무, 감나무, 매화, 무궁화, 라일락, 플라타너스등 여러 나무가 있지만 아이들은 감이

열려야 감나무인 줄을 안다.

 

 먹는 과일이 달리는 나무는 알아도 다른 나무는 알지 못한다. 만일 사과나무에 배가 열리는

기상천외한 일이 생기더라도 아이들은 그 나무가 배나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별 다를까?

 

이름을 알 때 우리는 그것을 더 잘 들여다 보게 된다그래서 김춘수는 그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그냥 하늘의 별이라고 할 때보다 북두칠성이라는 이름을 알 때밤하늘을 더 잘 보게 된다.

물고기 이름, 별자리 이름, 야생화이름, 곤충들 이름, 나무이름..

 

나에게로 와 꽃이 되리라..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이 되어

내 빛깔과 향기를 나눌 것이다. 이름을 부를 때,,

 

이름을 아는 것, 그것이 과학의 시작이고, 예술의 첫걸음이 이리라. 어떤 이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러보는 것이 그리움이라면 사랑의 시작도 이름의 언저리에 있을 거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내 깊은 골짜기에서 울리는 메아리를  듣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꽃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를 꽃으로 따뜻하게 품을 수 있으리라

 

!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 남원의 복성이재에서 중재까지..

노랑섞인 연두가 지천인 계절, 가슴 벅참으로...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4차선으로 바뀐 '광주-대구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751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가 한 고개에서 멈추어 선다.

 '복성이재

이 재를 넘으면 '수군'이고,

재 아래에 있는 남원시 아영면 '성리마을'은 우리의 고전설화,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골 마을이다

임진왜란(1592)이 일어나기 전, 지역에서 조정의 양곡관리를 맡고 있던 변도탄이

 천문지리에 밝았는데, 어느 날 천기를 보고 국가에 전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대비할 것을 상소하였으나 평화로운 기운을 어지럽게 한다하여 관직을 삭탈 당했다.

 

그 후 전란에 대비해 피난처를 탐색하던 중 천기의 기운이 북두칠성 중에

복성 별빛이 남쪽으로 비쳐 별빛을 따라 지리산으로 향하는데

복성별빛이 멈춘 곳에 자리를 잡고 움막을 지었다하여 '복성이재'라 전해진다.

안내판 내용이다.

5년전 여기를 오를 때는 좌측으로

고사리 천지였다.

차들이  많이 와 있고,

 등산하려는 사람들이 행렬을 이루어 산을 오른다.

우측으로 터지기 시작하는 조망

남원시 아영면의 '구상리' '일대리'란다.

모내기 시작하려는 부지런함이 들판에 가득하다 

큰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신록 가득한 매봉을 향하여

시원한 바람에 두팔을 벌리며 간다.

좌측으로 장수군 '번암면'이다. 산 아래로

거대한 '동화저수지'가 푸르고.....

산에 지천으로 깔린 꽃들을 보며  어느덧 매봉 정상에 닿는다

  이 곳에서 봉화산 방향으로 산 아래 능선을 보니 온통 붉은 철쭉 밭이다.

 인산인해의 사람들 속에 

전쟁하듯 자리 차지하여 한 컷을 담는데..  

난리속이라 '배를 넣으시오' 겨를이 없었다.

매봉 주변의 철쭉 군락지,

피어나는 선연한 붉은 빛의 철쭉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올 철쭉은 잎새가 너무 많이 자란탓일까?

안치환이런가?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그 노래가 생각났다. 한 분은 빼고...

 봄꽃 산행을 자주하는 등산객들은 '바래봉' 철쭉이나

 '세석고원'의 철쭉보다도 봉화산 철쭉이 더 곱고 화사하다고들 말하는데, .

진달래는 잎이 피기전 꽃이 피고 꽃술이 5-6개로

먹을 수 있는 '참꽃'이다.

반면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며,

 꽃술이 8-10개로 선명하고 독성이 있어 먹을수 없는 '개꽃'이고..

 그래도 너무 미워말자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 이라잖아...

'사랑'말이다.

철이 지났는지, 아직 오기 전인지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기에는 좀 실망 스럽기도 하다

'치재' '꼬부랑재' '다리재' 등

봉화산 정상 전까지 여러 재들이 있는데

구분하기가 어렵다. 친절한 안내판도 없고..

그렇게 줄지어 오르내려

이제 자만치  봉화산 정상이 보인다.

철쭉의 길은 잠시 끝나고 숲길을 향한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이 긴 능선!

백두대간을 걷는거다..

숲 좋은 안부에서

좋은 님들은 시원한 막걸리로 즐거움을 나누고...

여러번의 오르내림 끝에 이제 막바지 정상의 길은

 5월의 뜨거움 햇살이 숨 가프게한다.

'알비노 철쭉'이라던가?

그냥  나는 '흰 철쭉'이라 부른다

그 앞에서 자세를 가다듬고

아! 멀리 덕유 능선이 아스라이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k를 내달리는 백두대간

저기 덕유능선을 따라 육십령과 영취산, 그리고

백운산을 거쳐 이 길로 뻗어 지리산으로 간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움으로 다가온다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거다..

백두대간...

정상 에서 오른쪽 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구상리 들녘이다

다시 덕유 능선도 본다

오른쪽  솟은 봉이 '장안산'

구상리 방향의 내려가는 길은

꽃의 향연이고... 저 끝으로

장엄함 지리능선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봉화산(919.8)

 봉화산이란 이름이 전국 곳곳에 50여 곳이 있는데,

옛날에 봉화대가 있었던 산은 특별한 이름이 없으면 그저 봉화산이다.

 그만큼 적들의 침입이 많은 고단한 역사의 증거리라.  .

남원 봉화산은 봉수대의 유적이 선명히 남아있고,

 오래된 봉화 봉수대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큰다.

 

지난주 올랐던 함안의 봉화산에서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봉수제는 삼국시대 때부터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그 제도가 확립된 시기는 고려시대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무명봉'을 향하여 간다.

앞봉이 무명봉이고 좌측으로 장엄한 산이 '장안산, 우측은 '백운산'이다 

무명봉까지의 길은

백두대간 길이 맞는가 의심할 정도로 걷기좋은 길이다

그렇게 좌측 전라도, 우측 경상도 그 길을 종일 걷는거다

방금 내려온 봉화산 정상도 올려다 보는데..

어느 꽃은 벌써 철 지났고, 어느 부분은 아직 덜 피었고

가름하기 어렵다.

아! 보이는가 저 멀리 지리종주의 길...

좌측으로 천왕봉과 그 더 좌측으로 중봉...

그러게 다가오고..

그렇게 뜨거운 5월의 햇살의 길을 간다.

행복이란 단어가 가슴으로 가득했으니...

이제 닿는 곳이 '봉화산 쉼터'이다.

주변의 풍광과 너무 아름다운 두 처녀를 찍어본다

앞 대장님을 사진사 뒤로 세울 걸 그랬다

.

그 임도와 만나는 '봉화산 쉼터'는 정자가 있고

거기서 지리산 조망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봉화산에서 700m를 내려온거구,

광대치까지는 3.2k 이다

아래 안내판으로 지리능선을 본다

오른쪽이 솟은 반야봉, 좌측이 천왕봉...

올해는 지리종주의 꿈을 접어야 하나?

한참을 서서 그리움으로 먹먹했다..

'죽어서도 남겨둘 그리움'이다... 내게 '지리'는..

그렇게 '무명봉'에 닿는다.

전북의 남원과 장수군, 그리고 경남 함양군의

'3군봉' 이라할까? 그러나 안내판조차 저렇게 뒹굴고...

관리주체가 셋이나 되니 서로 미루는가?

아니면 서부지방산림청 탓일까?..

그렇게 조망을 흠뻑 즐기고

다시 여러 봉을 넘나들며 '광대치'

'월경산'''중재'로 간다

중앙 너머로  종일 지리산 종줏길과 천왕봉이

그렇게 바라보이는데...

중앙너머로 장안산,

우측으로 백운산도 종일 앞으로 인도하고.

 944봉인가?

안내판도 없고 수없이 여러봉들을 넘나든다. 

눈길 닿는 곳마다 푸르른 신록이 가득하고

그 빛 좋은 날에 정겨운 님들이

나처럼 지리산 방향으로 바라보는데...

가슴 뭉클함의 감성은 모두 같으리라..

넘나든 봉들도

나아갈 봉들도 구분이 없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환상적인 길이다.

지나온 길들도 돌아본다.

모진 겨울 바람 이겨낸 경이로운 꽃들도 아름답고..

좌측으로 '장안산'이다. 가운데 '지지계곡'을 오르면

'무룡고개"였다.

그 고개에서 '영취산'에 올랐다가 '금호남 정맥'을 시작하여

장안산으로 그렇게 걸었지...

그 아련한 그리운 시절에...

어느 곳이나 안내판의 치명적인 헛점은

지금 여기가 어딘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오늘 종일 1진으로 동행한 정겨운 님들의

포근한  미소가 아니였으면

한번 더 서부지방산림청을 성토 했을거다..

아 그게 생각났다

70년대 고교 국어 교과서에는

'예찬' 두 가지가 수험생들을 괴롭혔다.

하나는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던 민태원의 '청춘예찬'이요

또 하나는 이양하의

신록예찬 (新綠禮讚) 이다.

이윽고 도착한 '광대치' 

고개를 뜻하는 표현에 영(), (), () 등이 있.

또 매우 큰 고개란 뜻으로 관()이 있고.. 조금씩 쓰임의 규모가 다르다.

 

여기서 대부분 '대안리'방향으로 하산하고 우린

다시 힘을 내어 4K여의 '중재'로 간다.'

그러나 거기서 부터 월경산의 가파른 고개는

여러번 쉬어야 했고..

식사후 포만감 인가?  오후 시간 때문인가?

한 살씩 더 먹어서 그런가?

엄청 힘든 발걸음 이었으니...

그렇게 힘들게 올라서니

군부대 마냥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무슨 나무인지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처럼 나무는 가시로, 특유의 냄새로

또는 화학물질로 자기 몸을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그 생각이 났다 '예쁜 장미가 가시가 있다'는..

그러나 예쁘지도 않은 여성이 가시가 있기도 하다 종종..

아이 무서워!...

 

월경산(960.4)

오늘 오른 수많은 봉들중 최고봉이다

그러나 종주길에서 벗어나 20여분을 가파르게 올라야 하고

오르면 정상석도,  조망도 없다.

그래도 달빛이 좋은 봉이려니...

여기서 월경산을 20여분 다녀와야하는데

막바지 산행의 발걸음은 꾀가 나는 법이다.

이제 중재로 다시 나서야한다.

그 이양하의 '신록예찬'을 보자

본문을 다 볼 수 없지만..

.."신록에는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힘이 있는 듯하다 .."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

..."내 마음의 티끌

내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의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

(이양하님의 수필 '신록예찬' 중에서)

그렇게 신록에 취해

동행자와 깊은 행복을 이야기 하다보니

종착점 "중재'에 닿는다

 

여기서 백두대간은 '백운산' 영취산' 육십령' ..그렇게 이어지지만

우린 오늘의 날머리,  '중기'마을로 간다...아쉽게..

임도따라 포근히 내려가며

'너와집'의 모습도 보고...

찔레를 꺽어 잎을 따내고 '대공'을 씹어본다

고향의 그리움을 삼킨다...

아름다운 종기마을, 뒤로는 백운산 줄기가 우람하고..

참 부러운 마을이다.

 

10년후 나도 꼭 지리산 어느 자락에 깃들거다

다시 다짐 해보고...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구고..,

시원함에 떨던 날...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돌고돌아, 광대치에서 내려온 분들을 마중하러

'대안리'에 닿는다.

 

백두대간의 마을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백두대간의 흐름의 대안리... 오래오래 거기 있기를 빌며..

볕 좋은 오월 초하루,

 남원, 장수, 함양에 자리 잡은 동네 뒷산 같아 보이지만,

백두대간 길의 족보가 있는 산에서,

정겨운 님들과  철쭉꽃들의 향연을 만끽했으니 .

 

참 멋진 산행을 했던, 감사한 하루였지 말입니다.

 진분홍 철쭉꽃들의 절경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진 봄날이지 말입니다.

아! 정겨운 님들과 종일 걸은 그 길...

이 밤엔 거기에도 어둠이 깔렸겠지 그리움처럼 ...

수 많은 백두대간의 산꾼들이 오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그 길에...

옛 시를 하나 옮겨보며 그리운 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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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그대 기다리네

(송희갑(宋希甲)/선조 때 시인)

강가에는 수양버들

산에는 꽃 피는데

이별에 속 태우며

홀로 한숨 토해 내네.

 

지팡이에 겨우 기대

문밖 나서 바라보니

그대는 오지 않고

봄날은 저물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