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난 대학 3학년이었고. 그 해 5월, 광주항쟁 사건이 있었으며, 대학들은 늦은 가을까지 휴교
였다가 가까스로 선별적으로 ‘허락’받아 개강을 하였는데 우리학교는 제일 늦었다.
10월 8일, 광주사건에서 죽은 후배 추도식을 갖다가 200명 동료 모두는 ‘백골단’의 위협속에 앞사람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이라고 뒷퉁수를 한 대씩 맞아가며 줄줄이 여러 대의 ‘닭장 차’에 잡혀 서울 북부
경찰서에서 열흘간 모진 고문을 당했다.
잡혀가던 다음날 ‘동아일보’는 ‘전두환’ 합수본부장이 나타나 우리 대학을 들먹이며 본 때를 보이겠다고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고, A,B,C,D로 분류된 우리는 A는 구속이고, D는 훈방인데 B.C는 ‘삼청교육대’로
간다고 편성표가 붙었다. 나는 B급이었다.
두렵고 무서웠고 떨렸다.
그런데 이 기간중 후배 ‘김0수’는 평소 좀 뻥이 쎄다
그는 내게 ‘형님, 삼청교육대라도 죽기야 하겠습니까? 까짓것 다 이겨 낼수 있습니다. 틈틈히 체조도
하고, 밥도 억지라도 드십시오’ ..
보리밥에 고추장 한숫깔 쓱 붙인 밥을 못먹는 내게 한 말이다.
이 친구 옆에 가면 살아올 거 같았다.
그런데 동급생 ‘김0현’, 훗날 종군하여 육군 중령까지 올랐던 이 친구는 어찌나 겁이 많은지!
‘0석아! 우리 기도하자 삼청 교육대 가면 죽어 나오는 이들이 엄청나되..살아와야지’
하며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 친구 옆에 가면 어찌나 겁나는지 꼭 못 살아 올듯했다..
지금도 나는 고문과 매가 무척 두렵다. 그 후로 그 주장의 찬.반대를 막론하고 자기의 주장과 신념을
위하여 고문당하고 구속되고, 그리고 나와 서는 다시 그 길을 가는 이들을 보면 무조건 존경한다.
학교 교수님들의 삭발등 노력으로 열흘만에 우린 겨우겨우 석방되어 왔지만 생애 최고의 괴로운
나날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영향을 주며, 영향을 받는다. 내 냄새도 남에게 풍기고 남의 냄새도 내게 온다.
기왕이면 이 힘든 시대에 남에게 힘을 주며, 용기를 주며, 위로 자의 역할이면 좋겠다.
산행! 수많은 동료를 만난다.
오늘도 남에게 감동을 주고 따뜻함을 주고, 살맛나는 영향을 주는가? 힘들어 하는 이들을 만나면 그
아픔에 공감하며 그렇게 위로하며 용기를 주는 그 길을 가야하는데, 오늘도 내 욕심이 앞선다. ‘나 먼저’
계산한다.
어느 시절이나 성숙한 인간이 될꼬?
오늘은 창원 북면의 ‘마금산온천’을 끼고 있는 옥녀봉(玉女峰·315m) ~마금산(馬金山·279m)~
천마산(天馬山·372m)코스다.
‘마금산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이 코스는 높이에 비해 호쾌한 조망을 보여주는데, 낙동강과 반대편
백월산, 창원의 여러 산들과 칠원의 ‘청룡산’ ‘무릉산’과 ‘영취산 병봉’ 등 창녕 땅 명산들이 눈에 든다.
산행은 창북중학교.신리마을에서 출발하여 낙동강변에 자리잡은 창원시 북면 신촌리 '바깥신천마을'
로 끝난다.
정겨운 '오솔길'님들과 그 길을 간다.
오늘 산행지도이다.
부산 '국제신문'의 근교산 코너는 홀로 산행시절
내게 많은 도움과 길잡이를 해 주었다.
이 지도판은 날머리 '신천마을'에 있는데
참고상 앞에 배치한다
창북중학교와 온천 초등학교가 있는 '신리마을'엔
이런 거대한 나무가 있다 고향 떠난 이들에겐 동심의 추억어린 나무겠지
벌써 참께는 여물었고
가을은 시작된듯하다. 이런 추숫단을 보면 고향생각이 난다.
오늘 동행은 12명이다. 언제나 정겨운 오솔길가족이다.
에너지들이 넘친다. 포즈를 보면 그 성격이 그대로 투영된다
창북중학교 옆을 포기하고 신리 마을 한복판으로 한참을 올라
이윽고 산행은 시작되고
뒷 회원을 기다리는중 한번 폼을 잡아보지만..
늘 헌신적인 총무님이다.
고향이 북면이란다.
산을 오르며 일찍 타계하신 부친의 '솔개비나무'하신 시절을 이야기한다.
'아부지'가 그립나 보다 나처럼..
오늘 코스에 오른쪽에 옥녀봉이 있다
부지런히 왕복한다.
오늘 산행을 위하여 며칠 빨리 어제 이발을 했다
이발을 새로 해도 소용없다 저렇게 날 버리고들 간다.
평온한 솔향기 숲길 탓이다
마을에서 오른 갈림길이다.
오늘 코스는 짧지만 오르내리막이 심하다
곳곳에 데크도,밧줄도 잘 정비되어있고
전망좋은 곳에서 낙동강 쪽을 본다.
이슬비가 떨어지는 뿌연 날씨로 인하여 선명하지 않고
온천장 산너머 반대쪽 마을이다
저기 너머로는 칠북. 남지로 이어진다
다녀온 '옥녀봉'이다. 그러니까 창원쪽부터 거대한 세 봉의 이름이
옥녀봉,마금산,천마산인거다..
마금산을 지나 나가갈 '천마산' 쪽도 높다랗고
낙동강변 광활함도 조망이 흐리다.
옥녀봉 다녀온 사이 모두들 '마금산'에 만난다.
팔각정도 있고 동서사방 조망에 거침이 없다
창원쪽 그리고 그 너머 근교산들도
그리움에 갖혔다
온천장건너 '백월산'이다.
그 산아래 '마산마을' 좌측입구에서 올라 한바퀴를 돌면
3시간이 걸리는 포근한 산이다. 여러번 갔다
그 좌측으로는 '북창원'방향도 조망되고..
마금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는사이 다 내려가 버렸다.
부지런히 내려가다 길이아닌듯하여 다시올라 길을 찾는다.
천마산 방향이어야 하는데 혼동하기가 쉽다.
'사기정고개' 온천구름다리에 닿는다. 이 다리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도로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야 했지만 이 현수교 모양의
구름다리로 인해 그 같은 불편은 덜겠다. 이 다리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되겠고
대둔산, 월출산, 청량산, 그리고 근교의 적석산에도 출렁다리가 있었지..
일행끼리 줄을 서서 통과하면 그 출렁거리는 느낌이 꽤 짜릿하겠다.
그러나 11명 동료 모두가 길을 잘못들어 온천장으로 가 버렸다.
이슬비 내리는 후덥지근한 날씨는
온천장을 보니 따뜻한 온천에 들어가고 싶단 생각도 한다.
온천장과 백월산도 잘 어울리고
구름다리에서 천마산은 1.5K이다. 온천장으로 갔던 일행이
다시 올라온다니 난 느긋하다.
'천마산'까지는 급한 오르막이 여러번 있다
아늑한 솔향 길도 있고
적당한 바윗길도 있는 그런 길이다.
이 코스도 가파른 계단도 여러번이다.
지나온 길을 건너다 본다 저 너머 '옥녀봉', 앞의 '마금산'
그리고 구름다리..
그리고 그 너머엔 창원을 둘러싼 산들이 이어진다.
맑은 날이면 선명했을 청룡산, 무릉산쪽이다
갈림길이다. 온천장쪽에서 다시 올라오는 동료들은 800M을
가파르게 여기로 올거다.
천마산 정상에는 탑도 보이고
각 마을에서 가져왔다는 돌이이라는 설명과
이 산을 사랑하는 '정도'인들의 정성이 가슴 뜨겁다
정겨운 '오솔길'을 이끄는 권정두회장님.이천만총무님,
그리고 산행대장 '김배차'님이다. 이 분들의 헌신에 늘 감사한다.
천마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낙동강변, 야구장,야영장, 그리고 자전거코스가
아름답고 그 강건너는 창녕 땅이다.
날씨가 좋으면 영취산,종암산도 조망되리라
내려오는 길의 조망바위에
분재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그 내려가는 1.2K코스가 좋다. '국제신문 근교산'안내 처럼 역순으로
오름도 좋겠다.
'바깥신천마을' 버스정류소에서 50m가량 떨어진 마음 끝부분으로
오늘 산행은 마무리된다.
낙동강변 푸르름이 여러사람과 어울려 평화롭고.
시원한 플라타너스나무아래 평상에
한 상이 차려지고
맛좋은 장어를 구우며
떠들석한 '시끄러움'도 즐거움이 된다
지나가는 분들이 '저 사람들 싸우는가?"
그랬을거다. 그렇게 즐거움이 요란하다
거긴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무료란다 2시간...
난 연인과 둘이 타는 자전거가 좋지만
100만원주고 새로샀다는 총무님의 자전거를 타본다.
그 강변의 코스모스도
바람에 흔날리고
포만감으로 평상에 누워 나무를 올려다본다
매미소리도 유난하다. 저 울음소리는 15일간 번식을 위한 짝을 찾는 수컷 매미의 울음소리라 한다
정말 절박하다 번식할 시간 단 15일...
15일의 삶을 위해 7년간 땅 속에서 견딘 매미의 일생이 경이롭다.
7년의 땅속 생활을 마감하고 드디어 바깥세상으로 나와도
수없이 많은 개체수가 천적들에게 잡혀 먹히고
'개미'만 칭찬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끄럽다' '백수다'라고 욕을 듣는다..
'내 안에 있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평상에 누워 '류시화' 시인의 가슴이 되어본다.
그렇게 한여름의 추억은 저물고..
'山行..그리움따라 > 경남.부산.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천 와룡산(용강정수장-용두봉-거북바위-사자바위-기차바위-민재봉-새섬봉-왕관바위-도암재-상사바위(청왕봉)-용두공원(12Km/(6시간 30분) (0) | 2015.11.30 |
---|---|
무학산(중리역-무학산-대곡산-만날고개 약10K, 4시간 (0) | 2015.09.30 |
거창 현성산.금원산(미폭~전망바위~현성~현성산~서문가바위~996봉~금원산~문바위 ~금원산휴양림 (13K. 약5시간30분) (0) | 2015.07.20 |
[스크랩] `오솔길` 2015년 여름 단합대회..함양에서 (0) | 2015.07.14 |
[스크랩] 오봉산(진주 이반성. 함안 군북)- 낙남정맥길-발산재...답사 (0) | 201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