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그리움따라/경남.부산.울산

경남창녕.화왕산(火旺山.757m/옥천매표소-관룡사-청룡암-관룡산-세트장-동문-배바위-서문-정상-동문-산장-옥천주차장.11K.5H)

산꾼 미시령 2022. 9. 26. 15:54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장기조직 시신 기증서

 

어느 날 TV88세 한 멋진 노인이 소개되었다. 작은 텐트 앞에 서서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서

기러기는 200년을 사는데 시베리아서 우리나라로 온다. 저 기러기는 100년전 톨스토이나, 차이코프스키를

봤을지도 모르고, 도스토예스키는 사후 150되었으니 그도 봤을지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88세 박상설이라는 노인인데 길 없는 산을 오르고, 강 가나, 넓은 평지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누릉지를 끓여 마른 멸치 몇개와 볶은 김 부스러기를 먹으며 자유를 만킥한다.

 

그의 목에는 작은 손 가방이 걸렸는데 그 안에는 시신기증서, 작은 편지, 그리고 돈 몇 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 편지에는 누구든지 시신을 발견하거들랑 이 돈을 경비로 사용하시고 가족, 친지에겐 알리지 말고 시급히

시신기증 대학병원으로 연락해 주세요그렇게 써 있었다.

 

오래전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받다 죽느니 사전에 나를 산에 버리고 산을 헤메기로 했단다.

그렇게 산에 나를 버렸더니 산은 나를 살리더라는 것...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평소 나의 생각을 어쩌면 저리 정확히 걸어가실까? 그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그리하여 막연히 언젠가는 해야지 했던 절차를 지난 주 완료했다.

 

하나는 장기시신을 기증하는 절차이다.

국립 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 인터넷으로 장기,시신 기증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보건소에

가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의향서를 제출하여 국가연명관리기관에 등록 완료했다.

가족이나 친지들과 상의하면 못하게 할게 뻔하니...

 

아마 두 주간 정도면 양 기관에서 이 올거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살려고 병원도 가고, 주사도 맞겠지만 하나의 죽음의 준비를 완료했다.

 

늦 석양이 온 하늘을 물 들이듯 세상을 변화시키고 마지막 영향력을 발하는 멋진 노년의 꿈이 얼마나 교만하고

뭘 남기려는 자체가 부끄러웠는지...

 

조금 더 일하고 완전히 은퇴하여 작은 차에 텐트 하나를 싣고 전국을 여행할거다,

그리고 걸을거다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진정한 자유인되어 그리움따라 바람따라..

억새 출렁이는

가을 화왕산을 걷는다. 

▲'혼산'의 장점은 일어나 생각나는 대로,

코스도 오면서 발길 닿는 대로.

▲관룡사 석장승

(경남민족문화재 6호).

▲볼적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표정이 재미있다.

▲관룡사. 좌측으로는 600m오르면 용선대.

청룡암은 0.7K.

▲ 너무 이른 시간,

오늘은 옆으로 스쳐간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2K.

여기서 능선까지는1K.

▲관용사는 절의 규모에 비하여 국보, 보물이 많다.

▲가파르게 700m를 오르면 청룡암.

▲ 깍아지른 절벽아래 자리잡은

소박한 암자.

작은 마당에 서면 영축산 능선, 비들재 능선이 아름답.

▲세월과 온갖 정성이

기둥마다 서리고.

▲하나하나 올린 정성이

아름다운 산신각.

▲거기를 나오면 능선까지

허기질 정도의 가파른 길.

▲ 능선을 만나고, 우측으로는 '시밋골 노다이'라

불리는 곳이 나오고

 10K, 영취산-종암산으로 이어지면 부곡온천까지도 간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은

10여년이 넘는 아득한 세월이 지났다.

▲지금은 안전 시설이 잘 갗춰진 곳,

바람불던 그 시절 위험스런 길이었다.

▲ 암릉 길은 위험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 저 곳을 올라보기로 했다.

거긴 엉덩이 같은 바위가 있으니.

▲ 암능길 묘미는 아찔한 것.

▲북쪽을 향해 찰각.

▲ 여기를 올 때마다 느끼는 여인의 둔부 같은 바위.

야릇한 생각은 위험한 길을

내려가야 하는 이의 태도가 아니지.

▲거기서 바라보는 비들재 능선,

산 아래로는 용선대가 보였다.

▲높은 능선을 오르면 만나는 관룡산.

거기서 수 많은 계단을 내려서면

용선대-관룡사를 만난다.

▲거기는 조망은 없고

누가 허겁지겁 올라온다.

그도 나도 서로를 사진 찍어주려 새벽부터 달렸나 보다.

▲ 봄이면 진달래 꽃 길이었던

길을 내려가면.

▲옥천 매표소에서 임도따라 올라오는 네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북쪽으로 고암면 감리로도 가고,

서쪽으론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잘 닦인 도로를 따라 걷는.

▲드라마 셑트장, 상도, 허준, 왕초등

수 많은 영상이 만들어진 곳이다.

▲그 앞으로는 봄 날

진달래가 만발하는 군락지.

▲ 어느 길이나 사람이 있어야 영상이 된다.

남녀의 걷는 길은 더욱 아름답고

혼산의 나는 쓸쓸하다.

▲그렇게 동문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억새밭...

중앙 길은 동문으로 가는 길,

오늘은 배바위 쪽으로 올라 시계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어느시절 산상 음악회가 여기서 펼쳐졌는데..

그 너른 억새밭이 망가져 갔었다.

▲가까이는 화려한데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많지 않은 느낌.

천연의 요새인 기암절벽을 이용하여

조성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크게 명성을 떨친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장군과 

의병들의 활동무대였던 호국영산이다

사적 제64호.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은 산성을

'떼메식 산성'이라 한.

▲2.7K에 이르는 십리길 산성,

비화가야 시대부터 조선까지 이르렀으니

민초들의 힘겨운 삶이 담겨있는 곳.

6만여평의 대평원에 십리 억새밭.

화왕산 억새밭은 산 위에 펼쳐지는 광활한 대초원이다.

▲억새와 갈대의 차이...

개화시기가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니 혼동하기 쉽다.

▲억새는 물을 싫어하고

갈대는 물가에 산다.

▲그냥 그것만 기억하자.  물 가의 갈대는

고구마 줄기처럼 그렇게 뻗어가

다시 뿌리가 내리고 번식을 하지.

▲하긴 오래전 창녕에서 시행하는 축제를

'화왕산 갈대제'라고

수년간 이름 붙였으니...

▲그 시절 밤에 오르면 저 아래 서문 옆에 천막을 쳤고

쇠고기 국밥이 맛 있었다.

한 줄로 이어선 횃불과 동시에 붙여진 불 세상이 볼만했었지.

▲그러다가 바람 몹시불던 2009년 정월 대보름 날.

2만명 산객들이 불 꽃 날리는 산불이 된 현장에서 난리였고.

▲이 배바위끼지 날아든 불꽃에 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을 입은 참사가 발생했다.

▲아픈 현장도 세월이 가면

씻기는 것..

▲ 노아홍수 같은 물 난리에 배가 떳고

이 바위에 배를 묶었다하여 배바위라 한다니....

▲거기서 바라보는 서쪽의 창녕읍,

그리고 저 멀리 낙동강 강가로 이어진

드넓은 들판.

▲ 멀리 보이는 곳이 정상이.

▲서문에 도착하면 그 시절

가을이면 즐비했던 온갖 장사치가 정화되어 아름답다.

▲되돌아보면 배바위가 저 멀리 있고.

▲ 정상으로 오르는 중

온갖 바위 이름들이 오르는 이의 힘듦을 상쇄한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귀정되고나면

창의적인 상상력은 없어지는 것.

▲글고 보니 미소라긴 좀 그렇지만

산적 미소 같기도 하다.

▲정상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가면 3등산로,

소나무가 많고 가파른 길 이었지.

▲가을의 꽃들은 곳 곳에 서리고.

▲다시 그 화왕산에 선다.

▲힘들여 온 이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서문에서 올라온 길을 다시 봐가며

동문 방향으로 걷는.

▲ 누군가의 고향, 추억이 서린 창녕읍,

국보인 진흥황 척경비와 술정리 탑, 석빙고, 그리고 교동 고분군..

비화가야의 역사의 고장이다.

▲진달래, 철쭉 시절에는 여기서

정상 방향을 보는 풍경이 활홀했다.

▲그 건너 정상쪽의 진달래는

넋을 놓게 했었으니.

▲거기 바위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이 뱡향은 동문쪽,

건너 산이 관룡사 뒷산, 관룡산.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요기를 한다.

작은 배냥을 지고오면

참 유익함이 많다는 생각.

▲ 저멀리 어딘가 있을 자굴산, 황매산,,,,

천왕봉도 있겠다.

▲ 남동으로는 천주산,

작대산등등이 아련하고.

▲거기를 떠나며

어느 미소가 선한 여인에게 부탁했다.

▲걱정을 해소하는 바위.

그렇지 털어버리는 곳.

▲ 문득 그리운 영남 알프스도 생각나고

지난번 걸었던 소백산 연화봉 길도 그립다.

억새야 억새야 억새야 가을억새야
무슨 시름 그리 많아/
하룻밤사이 서리 내린 듯
하얗게 세었느냐/

억새야 억새야 억새야 가을억새야
무슨 미련 그리 남아/
하룻밤사이 눈이 내린 듯 피웠느냐/

님은 떠났는데 님은 떠났는데/
나만 흔들리네 나만 흔들리네

(이경섭 노래)

▲여기에 서서 바라보니,

천관산 억새, 황매선 그 곳...

그래도 신불산- 영축산은 하늘 억새길이 더욱 그립다.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도종환의 마음이 이랬을까?

조금 햇살이 아쉬웠던 날.

▲ 몇 걸음 걷다가 앉아 멍하니

평화를 보고.

▲ 억겹의 세월이 쌓인

풍경을 보기도 했지.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

 

▲그리운 길,

조금은 아픈 길.

▲머지않아 여기에도

하얀 눈이 내릴때가 오겠지..

그 때쯤 다시 한번 달려오고 싶었다.

가을은 흔들흔들

가을벌판에 가서/

흔들흔들 벼들과

같이 춤추고.

▲감사한 하루,

그리움과 외로움이 교차한 시간들.

▲잘 보이지 않게

잘 떠올리지 않게 그리고 아프지 않게

그렇게 나도 세상을 떠날 때 그러자고.

▲뒷 모습은 누구라도 쓸쓸하지

억새 하늘 거리는 거기도 그랬다.

▲누군가 마중 나와 여기서 만난다면

꿈 같은 상상력도 펼쳐보고.

▲온갖 자연이 나를 향한 것처럼

그 다정함이 그리웠기에...

▲아제 시계방향의 길들이

마감되어 간다.

▲ 그래, 그래 봄되면 아니

하얀 눈이 내린다면 다시 오리니....

▲그렇게 길을 재촉

드라마 섿트장을 지나고.

▲고개에서 우측

산장 방향으로 걷는다.

▲ 산장을 지나고 재미없는

긴 포장 도로가 가팔랐다.

▲내가 하는 일, 내가 가는 곳,

내가 만나는 사람....

▲ 인생이란 영원한 직진은 없는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자.

▲길은 끝이 나고

드라마 같던 5시간 산행은 아쉼을 남긴다.

▲역사의 고장, 인구 6만의 창녕,

거기에 사는 사람, 거기에 살았던 사람

거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   

모두 행복하여라....

▲일찍 나서서 달려왔던 하룻 길,,

다시 그리움이 되고  천천히

그 옥천계곡을 내려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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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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